계약 결혼 5년째, 심지우는 변승현이 밖에서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애인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묵묵히 참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이 친자식처럼 아끼던 아들이 변승현과 그 애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제야 그녀는 이 결혼이 처음부터 사기극이었음을 깨달았다. 애인은 조강지처 행세를 하며 변승현이 작성한 이혼 합의서를 들고 심지우를 찾아왔다. 그날 심지우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편이 바람났다면 버리면 될 일이고 아들이 불륜녀의 자식이라면 다시 돌려주면 될 일. 미련 없이 사랑을 버린 심지우는 당당한 본모습으로 홀로서기 시작한다. 예전에 그녀를 업신여기던 친척들은 뒤늦게 후회하며 앞다투어 그녀에게 아첨하고 한때 그녀를 비웃던 재벌가 자제들도 뒤늦게 그녀에게 거액을 들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구애하기 시작하며 다른 여자 아래에 있으며 그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아이조차도 뒤늦게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애원했다. ... 그날 밤, 심지우는 낯선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술에 취한 변승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우야, 그 사람 프러포즈 받아들이면 안 돼. 난 아직 이혼 서류에 사인 안 했어.”
View More유지현은 그들을 이끌고 변승현의 사무실 문 앞까지 데려갔다. 그리고 가볍게 노크했다. “들어와.” 안에서 낮고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지현은 문을 열고 안으로 몇 걸음 들어섰다. “변호사님, 심지우 씨와 온주원 씨가 오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변승현은 통유리창 앞에서 몸을 돌렸다. 가늘고 긴 눈매가 살짝 좁혀졌고 먼저 온주원을 스쳐보더니 이내 심지우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이건 우리 사적인 일이야. 외부인은 밖에서 기다리게 해.” 심지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온주원 씨는 외부인이라고 할 수 없어
“로펌으로 와. 얼굴 보고 얘기하자.” 심지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변승현 씨, 설마 지금까지도 그 세 가지 조건을 들먹일 생각은 아니겠죠?” 변승현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 곧 대답이었다. 심지우는 어이없어 헛웃음을 지었다.“저를 너무 코너로 몰아붙이면 진짜 죽기 살기로 덤빌 수도 있다는 거 몰라요?” “죽기 살기로라, 어떤 식으로?” 변승현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예전처럼 계정 만들어서 폭로하는 식으로? 심지우, 너 해봤잖아. 그런데 성공했어?” 심지우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그녀는 손에 쥔 휴대
그 말을 들은 순간, 심지우의 표정이 한층 더 진지해졌다. “무슨 일이에요?” 온주원은 한숨을 내쉬며 이걸 말로 설명하긴 어려울 것 같아 차라리 휴대폰을 꺼내 포털 사이트를 열었다. “직접 보는 게 나을 거예요.” 그는 휴대폰을 심지우에게 건넸다.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본 심지우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주승희, 사랑 위해 연예계 은퇴! 3월 말 재벌 남친과 결혼 예정!] [국민 여신, 팬 외면하고 재벌과 결혼 선언! 팬들 분노 폭발!] “오늘 아침에 터진 기사예요. 주승희가 인스타에 은퇴 선언을 올렸고 이어서 변승
고은미는 오늘 휴가를 내고 심지우의 임신 정기 검진에 동행했다. 새로 옮긴 곳은 공립 병원이었다. 정 교수의 대학 동창이 그 병원의 산부인과에서 일하고 있었고 정 교수가 미리 연락을 해두었다. 공복 상태에서 피를 뽑아야 했고 첫 검사라 한 번에 여덟 통이나 채혈했다. 피를 다 뽑고 나자 심지우는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 얼굴이 창백해졌다 못해 푸르딩딩해질 지경이었다. 고은미가 황급히 그녀를 부축해 한쪽에 앉혔다. “물 좀 마셔. 네가 너무 마른 편이라 공복에 피 뽑으면 이런 반응 오는 거 당연해.” 심지우는 물을 몇 모금
병원 사무실에는 주민기, 변승현, 진태현, 그리고 주승희의 심리 치료사까지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분위기는 무겁고 침묵이 길었다. “현재로선 주승희 씨의 심리 상태는 매우 심각합니다. 변승현 씨가 말씀하신 내용을 바탕으로 판단했을 때 저는 심인성 기억 상실로 추정합니다. 우울증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뇌에 있는 종양이 영향을 준 걸 수도 있습니다.” 심리 치료사는 말을 마치고 진태현을 바라보았다. “진 교수님, 당신은 종양 전문의시니까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진태현은 헛기침하며 말했다. “제가 종양을 다루는 의사이
변승현은 어쩔 수 없이 변현민을 변씨 가문으로 데려갔다. 하지만 도착하자 변현민은 어떻게 해도 차에서 내리려 하지 않았다. “아빠, 저 진짜 착하게 말 잘 들을게요. 제발 저를 할머니 집에 버리지 마요.” 변승현은 변현민의 감정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며칠 동안 자신이 집에 돌아가지 않았고 변현민은 남호 팰리스에서 채시아와만 지내다 보니 적응하지 못해 분리불안이 생긴 거라고 여긴 것이다. “현민아, 아빠는 아직 며칠 더 바쁠 거야. 그러니까 그동안은 잠깐만 할머니 집에서 지내자. 아빠 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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