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옛 별당의 문이 열리는 소리는 아무도 알리지 않았다.월령은 등잔 아래서 봄의 저고리 소매를 꿰매던 손을 멈췄다. 바늘 끝이 먼저 멎었고, 그 다음 눈이 요 위에서 오른쪽 귀를 위로 한 채 고르게 숨 쉬는 아이에게 갔고, 마지막으로 문턱 밖에서 시위가 무릎을 꿇는 기척이 들렸다. 방어멈과 청아는 건넌방에서 불을 껐다. 밤에 이 문을 알리지 않고 열 수 있는 사람은 궁 안에 둘이었고, 하나는 여기 들 수 없었다.문턱을 넘어 들어선 사람은 위명서였다.곤룡포 위에 연한 먹빛 겉옷을 걸쳤을 뿐 수행도 등롱도 없었다. 그는 문턱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와 아이의 요 맞은편에 앉았다. 앉을 때 소매 안에서 마른 것이 바스락 하는 소리가 한 번 났다. 그는 서안 쪽으로 몸을 틀어 그 소리를 가렸다. 월령은 그 소리를 들었고, 들었다는 것을 얼굴에 올리지 않았다."숙모, 한밤에 폐를 끼칩니다.""폐하께서 오시는 곳에 폐가 있을 수 있사옵니까."위명서가 품에서 반으로 접은 낡은 종이를 꺼내 서안 위에 펴 놓았다. 빛바랜 지면 맨 윗줄에 심월령과 위지헌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첫 장입니다. 어머니의 값 장은 이 장의 뒤에 이어집니다. 어머니는 이 종이를 값으로 읽으셨고, 저는 이 종이를 두 분의 목으로 읽습니다."월령은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살구나무 마을 사당에서 가져온 장이었다. 가늘고 젊은 글씨로 두 이름이 한 줄에 서 있었고 인만 굵은 셈방 인이었다. 이제 그 글씨가 낯선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오래 알던 사람의 얼굴로 읽혔다. 제 이름이 그의 이름 곁에 적힌 것을 보는데 손끝이 찼다. 두 이름을 한 줄에 둔 손이 이 종이를 목으로 읽는 사람의 손에 있었다.위명서의 시선이 종이에서 월령의 깃으로 옮겨 갔다.빛이 다 가신 자국이 깃 아래 옅게 남아 있었다. 월령이 가리지 않은 자국이었다. 그 시선이 깃에 머무는 동안 월령은 목덜미가 더워지는 것을 느꼈다. 수치가 아니었다. 수치라면 깃을 올렸을 것이다. 올리지 않는 것이 오늘 밤 제가 쥔 유일한 패
서재 구석 휘장 뒤에서 사람 하나가 소리 없이 나왔다.위명서는 붓을 든 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등잔 아래 그림자가 하나 늘어난 것이 먼저였고, 그 그림자가 무릎을 꿇어 짧아지는 것이 다음이었고, 꿇은 무릎 위에 놓인 회색 무복의 소매가 마지막이었다. 그제야 누구인지 알았다. 어전 그림자의 우두머리 단우였다. 선제의 등 뒤를 십 년 동안 지켜 온 사람이 이제는 새 황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비의 그림자가 제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을 보는 데 위명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등줄기가 한 번 굳었다."폐하. 선제께서 소인에게 남기신 분부가 있사옵니다.""말해라.""아우가 형을 지키라는 분부이옵니다. 그 분부가 형의 아들에게로 이어졌사옵니다. 소인은 폐하의 등을 지키는 자이오며, 섭정이셨던 왕이 폐하께 충성을 다하시는지 지켜보는 눈이기도 하옵니다."단우가 품에서 서찰 둘을 꺼내 서안 위에 놓았다. 하나는 선제의 인이 찍힌 봉투였고, 하나는 봉투 없이 접힌 종이였다. 접힌 자국이 가지런해 오래 품에 지닌 흔적이 없었다."선제께서 이르시길, 섭정왕의 서찰은 새 황제 앞에서 먼저 열라 하셨사옵니다. 이것은 오늘 새벽 소인이 중간에서 받은 것이옵니다."위명서는 선제의 봉투부터 열었다. 안에는 짧은 글이 한 줄 있었다. 짐이 없어도 지헌은 지윤의 사람이다. 열어 보고 의심하되 먼저 믿어라. 형의 글씨가 서안 위에서 종이째 한 번 떨렸다. 떨린 것은 종이가 아니라 쥔 손이었다. 아비는 죽은 뒤에도 아우를 먼저 믿으라고 썼다. 아들에게는 그런 글을 남기지 않았다. 그것이 명치 밑에서 쓴 것으로 올라왔고, 위명서는 그것을 삼켰다. 아들이 아비를 질투하는 것은 법도에 없는 일이었다.그다음 접힌 종이를 폈다.살림 말뿐이었다. 봄의 귀 약은 오른쪽부터 데워서 먹일 것. 밥은 거르지 말 것. 묘목을 심었고 물을 주었다. 밤에는 불을 켜 두어도 좋으나 심지는 낮게 돋울 것. 서찰 끝에는 서명도 마무리도 없었다.종이 사이에서 살구꽃잎 한 장이 떨어졌다. 말린 지 오래된
해가 지자 옛 별당 마루의 그늘이 기둥 밑으로 내려앉았다.월령은 마루에 앉아 그 그늘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처마 끝에서 걷히는 마지막 볕이 먼저였고, 기둥 밑으로 고이는 어둠이 다음이었고, 부엌 문틈으로 비치는 아궁이 불빛 한 줄이 마지막이었다. 방어멈이 불을 놓은 부엌에서 밥 짓는 냄새가 올라왔으나 마루 쪽은 어두웠다. 옛 별당은 산실 곁에 붙은 낮은 집이라 처마가 깊어서, 저녁볕이 걷히면 마루가 한 번에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이사 온 지 며칠 되지 않아 등잔걸이를 어디에 달지 정하지 못한 채였다. 마루 널 사이로 저녁 냉기가 올라와 발바닥에 먼저 닿았고, 부엌 쪽에서 솔가지 타는 냄새가 가늘게 섞여 들었다. 청아가 대문 쪽을 내다보다가 소리를 낮춰 월령을 불렀다."마마님. 삼황자부 나인이 왔어요. 아니, 이제는 폐하의 나인이라고 해야겠어요. 주란이요."주란은 흰 저고리에 단정한 머리로 마당에 서 있었다. 두 손에는 놋쇠 등잔이 받쳐져 있었고, 등잔 옆구리에서 갓 손질한 심지 냄새가 올라왔다. 월령은 그 머리를 보았다.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은 머리였다. 일이 끝난 뒤 누구보다 먼저 다시 묶는 머리라는 것을 월령은 들어서 알았다."왕비마마. 폐하께서 옛 별당이 어둡다고 등을 새로 달아 드리라 하셨어요.""폐하께서 그런 일까지 마음을 쓰시느냐.""등을 다는 동안은 마마 곁에 서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어서요. 시간이 걸리게 달 거예요."월령은 그 말의 뒤를 알아들었다. 알아들은 순간 등줄기가 서늘했다. 이 여인이 제 발로 여기까지 왔다면 가져온 것은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청아가 마루 끝 기둥에 못을 박고 등잔걸이를 다는 동안, 주란은 걸이 곁에서 기름을 붓고 심지를 돋우며 일부러 손을 느리게 놀렸다. 방어멈은 부엌에서 나오지 않았다.심지에 불이 붙었다. 불꽃이 처음에는 가늘게 흔들리다가 곧 한 가닥으로 섰다. 놋쇠 등잔의 불룩한 배에 마루 기둥과 월령의 얼굴이 일그러져 비쳤다. 주란은 불꽃 쪽으로 반쯤 몸을 숙이고 한 손으로 불바람을 막
옛 별당 마당에는 이른 아침부터 향 냄새가 먼저 들어왔다.월령은 섬돌 위에서 그것을 맞았다. 단내 밑에 쓴 것이 깔린 그 냄새가 먼저였고, 담 너머 회랑을 따라 다가오는 가마의 지붕이 다음이었고, 그 뒤에서 보자기를 들고 걷는 쑥빛 아닌 옥색 소매가 마지막이었다. 설련이었다. 가마가 대문 앞에 멎자 방어멈이 아이를 안은 채 마루 기둥 뒤로 반 걸음 물러났다. 월령은 섬돌 위로 나가 허리를 숙였다. 숙이는 허리가 뻣뻣했다. 이 냄새 앞에서 몸이 먼저 굳는 것을 월령은 두 생 동안 고치지 못했다.태후는 상궁 둘의 부축을 받지 않고 제 발로 마당에 들어섰다. 상복을 벗고 연회색 겉옷을 걸쳤으나 옷깃에서 풍기는 향이 흰 천을 두르던 때와 다르지 않았다. 설련이 보자기를 든 채 한 걸음 뒤에서 그 뒤를 따랐다."문안이다. 나는 어디든 든다. 내 처소가 아니라 해서 문턱에서 멈출 까닭이 없어.""예, 마마. 누추한 곳이옵니다.""누추한 곳이 아니라 비좁은 곳이지. 곤원전 곁이라 하나 방이 둘뿐이라던데.""아이와 신첩이 쓰기에는 모자람이 없사옵니다.""모자람이 없다고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모자란 법이다. 아이를 이리 다오."월령은 대답하지 않고 방어멈을 돌아보았다. 돌아보는 목이 무거웠다. 거절할 법도가 없었고, 없다는 것을 아는 데 반 숨이 들었다. 방어멈이 입술을 꽉 다문 채 아이를 안고 마루를 내려왔다. 태후가 두 팔을 내밀자 그 품으로 봄이 건너갔다. 아이는 낯선 품에서 울지 않았다. 눈을 크게 뜨고 단내 나는 옷깃을 올려다보았다. 월령의 두 손이 빈 채로 소매 안에 들어갔다. 빈손이 이렇게 무거울 수 있다는 것을 몸이 알았다.설련이 보자기를 마루에 내려놓았다. 풀린 매듭 틈으로 비단 아기 저고리의 붉은 안감이 보였다. 설련의 눈은 비단을 보지 않고 태후의 팔에 안긴 아이만 보았다."이름이 봄이라지. 살구꽃 필 때 났다고.""예, 마마. 꽃이 핀 날 났사옵니다.""예쁜 아이구나. 눈이 숙부를 닮았어.""예, 마마. 어멈들은 아비를 닮았다
언 땅이 풀린 지 달포가 되었다.위지헌은 마당 한쪽에서 그것을 보았다. 초비가 걷어 내는 볏짚이 먼저 보였고, 그 밑에서 괭이 날에 뒤집히는 검은 흙이 다음이었고, 흙 속에서 손가락 굵기만큼 하얗게 눈을 틔운 뿌리가 마지막으로 보였다. 흙 속에서 올라온 냄새는 비린 듯하면서도 달았다. 초비의 소매 끝에 흙이 번졌다. 왕부 마당에 월령이 없는 봄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그 생각이 명치 밑에 걸렸고, 그는 그것을 그대로 두었다. 치울 손이 없었다."파라고 하셨어요. 마마님이요. 봄에 다시 파서 제대로 심는다고, 그때는 제가 파라고요.""그랬다.""그런데 심는 건 마마님이 하시는 거라고 하셨어요. 마마님이 안 계셔서 제가 다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요.""이쪽은 내가 한다."위지헌이 초비의 손에서 뿌리를 받아 들었다. 흙이 아직 덜 마른 채로 손바닥에 붙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구덩이에 뿌리를 세웠다. 정무가 말없이 물동이를 들어 구덩이 곁에 놓았다. 뿌리를 받친 손바닥이 흙 속에서 차가워졌다. 사람을 베던 손이 뿌리 하나를 세우는 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는 그 숨을 들었다. 그것이 그리움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임을 알았고, 그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월령이 곁에 있었다면 어디에 앉았을까 하는 생각이 났다. 오른쪽일 것이다. 봄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곳이 그쪽이었다. 위지헌은 구덩이 오른쪽에 흙을 먼저 덮었다."물."정무가 물동이를 기울였다. 물이 흙으로 스며들 때 뿌리 끝이 꿈틀하는 것이 보였다. 윤백이 마루 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소매에서 마른 수건을 꺼내 위지헌 쪽으로 내밀었다. 위지헌은 수건을 받지 않고 흙 묻은 손을 무릎에 문질렀다. 손에 묻은 흙이 오늘은 닦기 아까웠다. 기윤이 지붕 위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날 점심에 왕부 마루에 상이 두 개 놓였다.심도윤이 도성에 들어온 지 이틀 만이었다. 북문에서 소환을 받고 말 위에서 닷새를 보냈고, 성문 앞에서 사흘을 대기한 뒤였다. 위지헌은 상 건너에서
청아는 아침부터 보퉁이를 두 개나 쌌다.월령은 마루에서 그것을 보았다. 봄의 겨울 저고리가 먼저 보였고, 그 곁에 개켜 놓은 제 갈아입을 옷이 다음이었고, 방어멈이 쌓아 둔 약포가 줄지어 놓인 것이 마지막이었다. 근신이 풀리는 날이었다. 방어멈은 보퉁이 매듭을 하나씩 꽉 조이면서 입을 쉬지 않았다."왕부 마루가 얼마나 그리운지 몰라요, 아씨. 이 별궁은 물이 짜요. 밥을 지어도 맛이 안 나요. 가서 제일 먼저 할 일이 우리 아기씨 이불을 볕에 내다 너는 거예요.""어멈, 아직 문이 열린 것도 아니에요.""열리겠지요. 열리라고 근신을 정해 놓은 건데요."청아가 봄의 작은 신발 한 켤레를 보퉁이 위에 올려놓고 손바닥으로 쓸었다. 신발 코의 흙을 털지 않고 보퉁이 맨 위에 올려 두는 손길이었다. 이 집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는 손이었다. 월령은 그 손을 보면서 제 가슴 안에서 무엇이 가볍게 뜨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기대라는 것을 알았고, 기대를 품는 제가 두 생을 산 사람 같지 않아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도 품었다.그때 별궁 대문이 열렸다. 문 밖에는 노은 내관이 비단 보자기를 든 채 서 있었고, 그 뒤에 나인 둘이 따랐다. 방어멈의 손이 보퉁이 위에서 멈췄다.월령은 마루 끝으로 나가 절을 받았다."왕비마마, 폐하의 조서이옵니다."노은이 보자기를 풀어 두 손으로 종이를 폈다. 낭독하는 목소리에 높낮이가 없었다."왕비 심씨는 오늘로 근신을 마친다. 황실 여아 봄의 귀는 궁의 태의원이 맡는다. 어의가 궁 밖으로 나설 수 없으니 아이 또한 궁 밖으로 나서지 않는다. 어미가 아이 곁에 있음이 마땅하므로, 왕비는 곤원전 곁 옛 별당에 거처한다."읽고 난 뒤 노은이 종이를 접는 소리가 마당에 크게 들렸다.마당이 조용해졌다.방어멈이 보퉁이를 안은 채 천천히 앉았다. 청아의 손에서 매듭 끝이 풀려 나갔다. 월령은 조서의 마지막 줄을 눈으로 따라 읽으며 두 손으로 소매를 포개어 쥐었다. 가슴 안에서 떴던 것이 돌이 되어 내려앉았다. 아프지는 않았다. 아프
아이의 이름은 은호였다.은매가 처음 그 이름을 부를 때, 목소리는 거의 소리라기보다 숨에 가까웠다. 은호야. 그 두 글자가 입술 밖으로 나오자마자 은매는 다시 울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으나, 울지는 않았다. 동생이 깰까 봐 참는 울음이었다.은호는 작았다.일곱 살이라 들었지만, 마른 몸은 그보다 더 어려 보였다. 손목에는 회색 실이 묶여 있던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고, 기침을 참을 때마다 혀끝으로 이를 쳤다. 딱, 딱. 작은 소리는 방 안 사람들의 숨을 매번 붙잡았다.왕부 의원은 은호의 맥을 짚고 오래 말이 없었다.청아는
회색 실은 따뜻한 물 위에 놓이자 조금씩 풀어졌다.청아는 작은 사기 대접에 손을 얹고 앉아 있었다. 물이 식지 않도록 대접 아래에 천을 두 겹 깔았고, 옆에는 깨끗한 마른 수건을 세 장이나 준비해 두었다. 평소 같으면 필요보다 많은 준비라며 스스로 민망해했을 아이가,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은매는 그 앞에서 숨만 쉬었다.실은 동생의 손목에 있던 것과 같았다. 어미가 낡은 속곳 자락을 꼬아 만들었다던 빛. 희지도 검지도 않은 회색. 약하게 한 번, 세게 한 번 묶는 버릇까지 같았다.하지만 손은 없었다.그 사실이 방 안
북문으로 가는 역참길은 대연의 목처럼 길고 단단했다.경성에서 북쪽 변경까지 이어지는 길은 처음에는 넓고 평평했다. 황실의 마차와 호부의 군량 수레가 오가야 했으므로, 돌은 깊게 박혔고 길가에는 관목이 낮게 다듬어져 있었다. 그러나 하루만 더 올라가면 길은 곧 좁아졌다. 산기슭이 다가오고, 바람은 말의 갈기 사이로 칼끝처럼 스며들었다.그 길을 아는 사람들은 북문로라 불렀고, 장부를 쓰는 사람들은 병량 제삼로라 적었다.같은 길이었다.누구에게는 남편과 아들을 삼키는 길이었고, 누구에게는 창고의 숫자가 줄어드는 줄이었다.은매의 동
은매가 사라졌다는 말은 밤공기보다 먼저 월령의 손끝에 닿았다.청아는 거의 뛰어오다시피 했으나, 마지막 몇 걸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숨은 목구멍에서 가늘게 부서지고 있었고, 치맛자락에는 서원당 뒤뜰의 젖은 흙이 묻어 있었다. 품 안에 넣어 두었던 열쇠가 삐져나와 달빛을 받았다."제가 문을 잠갔습니다."청아가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분명히 안에서 잠그고, 바깥 고리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월령은 먼저 아이의 손을 보았다. 열쇠를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거짓말하는 손이 아니었다. 너무 놀라 제 잘못을 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