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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2화

Autor: 주 한잔
“다들… 어디에 계세요?”

“초운 오라버니, 아바마마, 어마마마까지… 다 어디 계시냐고요!”

이천은 잿빛으로 흐릿한 하늘을 바라보며 어지럼증을 느꼈다. 눈앞에는 오로지 초조함이 가득한 심연희와 이진의 눈동자만이 보일 뿐이었다.

“공주마마, 잠시만요. 우선 저희 서방님이 말하실 때까지 기다려봐요…”

심연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진은 그제야 황급히 손을 멈추고는 이천을 껴안았다.

“오라버니…”

심연희 역시 이천의 다른 한쪽을 감싸 안으며, 고운 손으로 이천의 가슴을 부드럽게 쓸어내려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진우와 주익선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즉시 내금위에게 명하여 흠천감의 이 폐허 속을 샅샅이 뒤지게 했다. 그러나 그 무엇도 발견되지 않았다.

“대인께 보고드립니다! 폐하와 태상황 폐하 모두 보이지 않습니다. 임 대인이나 소열 같은 이들도 흔적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대인, 저희 쪽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대인,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

흠천감이 그리 넓은 곳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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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29화

    모닥불 옆에서 마흔 살가량의 남자가 닦아놓은 터를 보며 감탄을 내뱉었다.“집 설계에 이 위치까지, 정말이지 기가 막히는군요.”“오, 어찌 그리 생각하십니까?”진우정이 웃으며 물었다.“저야 풍수지리를 깊이 알지는 못합니다만, 예전에 아버님께서 이곳을 두고 용이 비상하는 형세라 하신 기억이 납니다. 용음촌이라는 이름도 예사롭지 않군요.”“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요? 아무리 대단한 터라 해도 소 씨 가문을 넘어서겠습니까? 소항 가주가 잡은 터는 그야말로 천하 제일의 명당이라던데.”“그 소문은 저도 들었습니다만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남자가 진지하게 답하며 용음촌의 지리적 위치와 뒤편의 산맥을 훑었다. “이곳은 여덟 마리의 용이 돕는 형국인데, 특이하게도 안주인에게 더 이로운 자리 같군요. 그게 아니었다면 소항 가주와 비등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이 사람, 목숨이 여러 개요? 함부로 지껄이지 마십시오!”“아, 맞습니다! 제가 공연히 헛소리를 했군요. 못 들은 거로 해주십시오!”“자, 다들 한입씩 했으면 어서 일합시다!”주인집에서 일당도 넉넉히 쳐주는 데다 먹을 것까지 챙겨주니, 일꾼들도 허투루 일할 마음이 없었다. 만두를 다 먹은 사람들은 서둘러 도구를 챙겨 들고 일을 시작했다.이육진이 그 모습을 보며 용강한에게 웃어 보였다.“상운국의 감정 대감께서 직접 진법을 펼치셨으니, 일반 지관들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요.”용강한이 옅은 미소를 띠었다.“폐하의 안목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이곳은 폐하께서도 흔쾌히 허락하신 곳 아니십니까.”“그럼 이게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입니까, 아니면 천운입니까?”“반반이라고 해두지요.”이육진이 용강한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런데 만약 소항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 일에 방해가 되지 않겠습니까?”“그가 무슨 일을 도모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그가 벌이는 일들은 진청산이 우리에게 남겨둔 자그마한 성가심에 불과합니다.”이육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대목에서만큼은 그와 용강한의 의견이 일치했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28화

    다음 날.이육진과 소우연이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이육진은 소우연을 가볍게 품에 안아주었다. 그가 막 발걸음을 옮기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소 대장이 소우연이 요청했던 약재들을 들고 찾아왔다.“우와, 너무 잘됐네요! 이 약재들이 있으면 이제 굳이 산에 가서 직접 캘 필요 없겠어요. 소 대인의 흉터도 더 빨리 없앨 수 있겠고요!”이진이 기뻐하며 외치자, 소 대장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리 된다면 다행이군요.”소 대장이 물러간 뒤, 소우연과 이진 모녀는 약재를 챙겨 들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객잔에서 마련해 준 작은 탕약실로 곧장 가기 위함이었다.그때, 별실에서 나오던 소항이 계단을 내려가는 모녀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큼큼, 대인. 이제 군영에 한번 가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소 대장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군영은 무슨.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폭동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소 대장은 사실 대인이 처리할 군무가 없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저 대인이 자꾸만 그 왕 부인에게 시선을 빼앗기는 것 같아 주의를 돌려보려던 참이었다. 소항이 곁눈질로 소 대장을 슥 쳐다보자, 찔린 소 대장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허어…”소항은 헛웃음을 흘렸다. 스스로 생각해도 묘한 일이었다. 왜 그 왕 부인만 보면 전생부터 이어져 온 것 같은 기이한 친밀감이 느껴지는 것일까.깊게 숨을 들이켠 소항은 방으로 돌아가 거침없는 필체로 서신을 써 내려갔다. 그러고는 그것을 소 대장에게 건넸다.“소 씨 저택으로 보내거라.”“예.”방금 대인이 글을 쓸 때 소 대장은 살짝 훔쳐보았다. 그것은 임설에게 보내는 안부 인사와 자신의 잘못을 비는 서신이었다. 소 대장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편지가 맹유와 함께 집으로 전달된다면, 마님께서도 상황을 분명히 이해하실 터였다.……그 시각, 이육진과 용강한, 주익선, 진우정 등은 용음촌의 집 짓기를 돕기 위해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27화

    “그래, 바로 그런 느낌이었어.”소항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는 소 대장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그녀에게선 분명 남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고.”“……”소 대장은 난처한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하지만 대인, 아무리 남다르다 한들 왕 부인의 자식이 벌써 스물둘이나 되었습니다. 맹유나 연경, 그리고 마님까지… 모두 왕 부인보다는 훨씬 젊지 않습니까.”소항의 눈매가 날카롭게 가라앉았다.“하지만 왕 부인은 무척 젊어 보이지 않느냐. 네가 말한 그 요염하고 부드러운 기운도 넘쳐흐르고 말이다. 신분을 몰랐다면 겨우 스물넷이나 다섯이라 해도 믿었을 게다. 그렇지 않으냐?”“아, 그, 그건 확실히… 그렇긴 합니다만.”소 대장은 머릿속으로 이진을 떠올렸다.“소진 그 아이가 왕 부인과 아주 붕어빵처럼 닮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왕 부인보다 훨씬 젊고요.”소항은 대답하지 않았다. 소 대장은 입술을 달싹였으나 더는 말을 얹지 못했다. 이진과 주익선 두 사람도 금실이 무척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대인이 정말 그런 취향이라면 자신이 나서서 비슷한 여인을 찾아주면 될 일이지, 굳이 문객이자 부하의 여자를 뺏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으리라 믿고 싶었다.소항이 갑자기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너는 설마 내가 남의 여자나 탐하는 파렴치한이라도 될까 봐 겁을 내는 것이냐?”소 대장은 얼른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소인, 감히 그런 생각을 품지 않았습니다.”“고작 여자일 뿐이다.”'그래, 고작 여자일 뿐이지.' 소 대장은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다.……이른 아침.소우연이 천천히 눈을 떴을 때, 이육진은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놓아줄 기색이 없었다.“왜 그러세요?”“어젯밤 소 대장이 소항에게 여자를 한 명 붙여주었더구나.”“네? 뭐라고요?”아침부터 들려온 해괴한 소식에 소우연은 제 귀를 의심했다. 잠결에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싶어 눈을 크게 떴다. 이육진이 다시 한번 같은 말을 내뱉고서야 그녀는 상황을 받아들였다.“하지만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26화

    “대인, 이 밤중에 어디를…?”객줏집 방을 나서는 소항을 본 소 대장이 깜짝 놀라 물었다. 이 깊은 밤, 품에 안긴 맹유와 단꿈을 꾸고 있어야 할 대인이 대체 왜 밖으로 나온단 말인가. 게다가 창밖은 매서운 바람 소리와 함께 흰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소항은 어렴풋한 불빛이 일렁이는 객줏집 복도를 잠시 바라보더니, 소 장군과 소우연의 방이 있는 쪽으로 무심결에 시선을 던졌다.“군영으로 가겠다.”“……”소 대장은 할 말을 잃었다. 이 한밤중에 군영이라니. 지금 전쟁 중인 것도 아니요, 군영의 장수들도 모두 제 처를 품에 안고 잠들었을 시간이었다.마차를 타러 내려가기 전, 소 대장은 소항의 방을 슬쩍 훑어보았다. 아무래도 대인은 방금 그 소녀가 마음에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소녀도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 없는 미색이지 않았던가. 임 부인이 직접 찾아준 연경보다도 오히려 더 곱고 아름다운 아이였다.아래층으로 내려가자 하인이 급히 달려왔다.“어서 마차를 준비해라. 대인께서 나가신다.”소 대장의 호통에 하인은 밖의 험한 날씨를 보며 의아해했으나, 감히 입을 떼지 못하고 서둘러 채비에 나섰다. 곧이어 마부가 이끄는 마차가 객잔 앞에 대기했다. 소항과 소 대장이 나란히 마차에 올랐다.눈보라를 뚫고 마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 대장은 소항의 눈치를 살피며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한참의 정적이 흐른 뒤, 소항이 늑대 가죽 장갑을 벗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내일 당장 그 맹유라는 아이를 소 씨 가문 저택으로 돌려보내거라.”“예, 알겠습니다.”대답을 하던 소 대장이 뒤늦게 소스라치게 놀랐다.“예? 내일 당장 집으로 보낸단 말씀이십니까?”소항의 시선이 소 대장에게 머물렀다. 제 말이 똑똑히 들리지 않았느냐는 무언의 압박이었다.“예, 예! 명심하겠습니다.”소 대장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도무지 대인의 속을 알 수가 없었다. 타지에서 적적하실까 봐, 소룡진을 관리하는 집안의 딸을 어렵사리 데려온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단 한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25화

    “대인, 소인이 드릴 말씀이 있사온데,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그럼 하지 말거라.”“대인, 다 같은 사내이고 한창 혈기 왕성하실 연세가 아니십니까. 마님께서 곁에 계시지도 않고, 설령 계신다 한들 대인께서는 마님을 아끼는 마음에 함부로 대하지도 못하시지 않습니까. 마님께서 이미 연경이를 골라주신 것도 다 대인을 생각하는 마음에서일 텐데, 이리 계속 참기만 하시다가 만에 하나 몸이라도 상하시면 그것이야말로 더 큰 손해가 아니겠습니까?”소항은 물끄러미 소 대장을 바라보았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라는 무언의 질문이었다.소 대장이 말을 이었다.“마님께서도 대인을 탓하지 않으실 겁니다. 마님뿐만 아니라 가문의 어르신들도 늘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가주가 되어서 어찌 도련님 한 분만 두겠느냐고요. 소인이 지금 당장 참한 양갓집 규수들을 찾아오겠습니다. 대인께서는 그저 소 씨 가문을 위해 자손을 귀히 여긴다 생각하시고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소항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소 대장을 보았을 때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소 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대인이 그 왕 부인이라는 여인에게만 집착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으니까. 만약 마님이, 대인이 자기 자식보다 나이가 많은 여인을 마음에 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소 대장 자신이 어떤 벌을 받게 될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그날 오후, 소항과 소 대장이 군영에서 돌아오자마자 소 대장은 아담하고 영특해 보이는 처자 하나를 소항의 방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본인은 바깥채를 지나 문 앞을 지키고 섰다.방 안.열일곱 혹은 열여덟쯤 되어 보이는 소녀는 아버지가 당부했던 말을 되새겼다. 그녀가 모셔야 할 분은 영남 소 씨 가문의 가주이자, 이곳 영남에서 하늘과도 같은 권세를 가진 사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 그를 잘 모시기만 한다면, 자신의 아버지와 가족 모두가 벼락출세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소녀는 사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가 아무 말이 없자, 그녀는 전전긍긍하며 입을 열었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24화

    차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아니, 털끝만큼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횃불을 들고 있으면 거머리 떼를 대부분 쫓을 수 있다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무조건 주인님과 마님께 횃불을 들려 드렸어야 했다.소항이 길게 탄식했다. 어스름한 어둠 속이라 표정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수년 만에 처음으로… 춘몽을 꾸었구나.”“예? 뭐라고요?”소 대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대인, 한창 정정하실 연세이니 남녀 간의 정사를 꿈꾸는 것이야 지극히 정상적인 일입니다.”소 대장이 말을 마쳤으나 소항은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설마 마님을 꿈에 뵌 것인가? 아니면 대체 누구란 말인가?'“혹시 마님께서 보내주신 연경 낭자를 보신 것입니까?”소 대장이 조심스럽게 살피며 물었다.“연경 낭자라면 부인께서 친히 고르신 사람이지 않습니까. 주인님께서 거두신다 해도 사내로서 첩을 두는 일은 흔한 일이니 부인께서도 나무라지 않으실 겁니다.”소항은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지었다.“연경이가 아니다.”“그 아이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란 말씀이십니까?”묻고 난 소 대장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낮에 주인이 얼굴을 붉히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그때 방에서 막 나선 사람은 바로 왕 부인이었다.“설마… 왕 부인을?”소항이 눈을 치켜뜨며 소 대장을 쏘아보았다. 소 대장이 차마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으나, 그의 가치관은 이미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다.“대인, 그 왕 부인은 이미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여인이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소 대장의 말은 직설적이었다. 하지만 소항은 소 대장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기에 마음을 터놓았다.“나도 모르겠다. 그저 왕 부인을 보고 있으면 우리 사이에 무언가…”“두 분 사이에 무엇이 있단 말씀입니까?”소 대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소항이 입을 열었다.“어찌 됐든 그녀의 눈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친숙함이 느껴진단 말이지.”“그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92화

    당당하던 김조윤이 이렇게 허둥대는 모습은 처음이었다.이육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인가?”김조윤은 급히 허리를 숙이며 답했다.“태자 전하, 미천한 신이 평춘왕비의 행방을 찾지 못했습니다. 세자 이지윤에게 물었으나 깊은 슬픔에 빠져 왕비가 어디 있는지 몰랐다고 하였습니다.”뜨거운 바람이 한 줄기 스쳐 지나갔다.공기 속 태운 지전의 냄새가 희미하게 퍼져 있었고 주변 대신들은 말 한마디 없이 숨을 죽이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평춘왕은 생전에 좋은 평판이 없었다.그는 왕족이라는 지위를 등에 업고 온갖 추악한 짓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91화

    “태자 전하, 이건…?”물소리를 들은 것도 아닌데 무슨 일이지 싶었다.이육진은 손에 든 ‘품화보감’을 간석에게 던졌다.“없애라.”“…예?”간석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책을 받았다.이육진은 그를 힐끗 노려보고는 아무 말 없이 안으로 돌아갔다.간석은 품에 안긴 책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혹시 태자 전하와 태자빈 마마께서 이 책이 마음에 안 드신 건가?그럴 리가 없는데. 이건 지금 궁 안에서도 제일 유행하는 책인데.문장도 훌륭하고, 삽화는 또 어찌나 공들여 그렸는지… 작가의 재주가 범상치 않건만.“혹시 글 없이 그림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93화

    이육진은 봉투 하나를 꺼내 소우연에게 건넸다.“밀서다.”“소우희가 평춘왕을 학대하고 해치려 했다는 내용을 담은 고발장이야. 평춘왕 본인의 필체로 쓴 거고 다만 그중 이지윤 관련 내용은 누군가 고의로 훼손했더군.”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이육진을 보며 소우연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되물었다.“설마… 이지윤이 스스로 그랬다는 건가요?”“그럴 가능성이 높아.”소우연은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왜요, 도대체…”“소우희를 방패로 쓰려는 거지. 둘 사이가 얼마나 얽혀 있었는지 숨길 수가 없었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3화

    “그 아이는 경성으로 친척을 찾아왔다가 갈 곳이 없어 어쩌다 거둬준 것뿐이다. 그게 우희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소우희는 쓸쓸히 웃었다.“오라버니는… 아직도 언니를 좋아하시는 거지요?”이민수는 대답하지 않았다.“오라버니께서 아직도 언니가 기르던 고양이 배꽃을 소중히 돌보신다고 들었어요.”이민수는 서둘러 부정하려 했지만, 그때 마침 문밖에서 배꽃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소우희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녀가 미친 듯이 원했고, 온갖 방법을 다해 결혼하려 했던 남자가 결국 가장 사랑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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