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검은 천이 눈앞을 덮었다.
세상이 어두워졌다.
테오도르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작은 치료원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아이와,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죽어 간 병사와,
치료비가 없어 문밖에서 돌아서던 노인의 등이 지나갔다.
세레나는 그들을 살리고 싶었다.
공작의 곁에 머물기 위해 치료사가 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릴 수 있었기에 치료사로 살고 싶었다.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기억했다.
처형대의 장치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목걸이 안쪽에서 열이 번졌다.
처음에는 심장이 마지막으로 크게 뛰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열기는 목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손끝과 발끝으로 빠르게 퍼졌다.
은제 펜던트에 금이 가는 감각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어둠 속에서 새하얀 선들이 나타났다.
수없이 많은 혈관처럼 얽힌 빛이 세레나의 몸을 감싸고,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 바람이 아래에서 위로 치솟았다.
칼날이 떨어졌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숨이 막혔다.
세레나는 몸을 일으키며 거칠게 공기를 들이마셨다.
손이 목으로 올라갔다. 피부는 매끄러웠다.
칼날이 지나간 흔적도, 족쇄에 긁힌 상처도 없었다.
눈앞에 검은 천 대신 연한 청색 침대 휘장이 흔들리고 있었다.
창문 틈으로 새벽빛이 스며들었다.
장미 문양이 수놓인 커튼과 오래된 호두나무 서랍장, 벽에 걸린 작은 풍경화.
세레나는 한동안 숨을 쉬지 못했다.
이 방을 알고 있었다.
베일런 저택에서 열아홉 살까지 사용했던 침실.
처형되기 일곱 해 전에 떠난 뒤 다시 돌아오지 못했던 곳이었다.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무릎이 꺾였다. 세레나는 침대 기둥을 붙잡고 버텼다.
손등은 희고 매끈했고, 성력 소진으로 생겼던 검은 반점도 사라져 있었다.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열아홉 살의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형을 기다리며 앙상하게 패였던 뺨은 둥글었고,
목 아래로 늘어진 머리카락은 윤기가 흘렀다. 눈동자만은 낯설었다.
젊은 얼굴 안에 죽음을 본 사람의 눈이 들어 있었다.
세레나는 거울을 짚었다.
차가운 유리 위에 손자국이 남았다.
탁자 위에서 종이 모서리가 바람에 들썩였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흰 편지지 위에 익숙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테오도르 공작님께.’
잉크병 옆에는 아직 봉하지 않은 편지 봉투와 칼베른 공작가의 문장이 새겨진 밀랍이 놓여 있었다.
전생에서 세레나는 이 편지를 보낸 날, 부상당한 테오도르의 소식을 들었다.
망설이지 않고 공작저로 달려갔다.
그의 상처를 치료했고, 열흘 동안 곁을 지켰으며,
그날부터 그의 부름을 자신의 삶보다 먼저 여기기 시작했다.
세레나는 편지를 집어 들었다.
종이 아래에 놓인 달력을 확인했다.
제국력 612년, 초봄의 열이틀째 날.
손가락이 달력의 숫자 위에서 멈췄다.
정확히 일곱 해 전이었다.
바깥에서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곧 복도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이어졌다.
누군가 세레나의 방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세레나 아가씨!”
전생에도 들었던 목소리였다.
“칼베른 공작님께서 사냥터에서 크게 다치셨답니다.
공작가에서 아가씨를 모시러 왔습니다!”
세레나는 손에 든 편지를 내려다보았다.
종이 위의 잉크는 아직 마르지 않았다.
한 방울이 글자 끝에서 번져 나가고 있었다.
문밖에서 하인이 다시 외쳤다.
“아가씨, 서두르셔야 합니다!”
세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벽난로 앞으로 걸어가 덮개를 열었다.
그리고 테오도르에게 보내려 했던 편지를 불길 위에 놓았다.
종이 끝이 검게 말려 올라갔다.
그의 이름이 붉은 불꽃 속에서 천천히 사라졌다.
거의 없었다.약제 연구원이 공기 표본을 채취했지만 즉각적인 백휘석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가레스의 열쇠가 맞는 서랍은 안쪽 두 번째 방에서 발견됐다.작은 금속 보관함.열쇠가 돌아갔다.그 안에는 계약서 한 장이 들어 있었다.‘의료 예비 저장고 일부 공간 임대 계약.’임차인.루멘 성전 북부 지원국.임대 승인자.칼베른 영지 의료행정 책임관.테오도르가 물었다.“언제 계약한 거지?”황실 공증관이 날짜를 확인했다.
전력 사용을 숨기고.폐석 수량을 조작하고.구형 협약과 현재 광산관리소 인장을 함께 사용하고.성전 물류와 드레이크 수송망을 연결했다.한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가레스를 잡는 건 필요하다.하지만 그를 잡았다는 이유로 구조를 찾는 일을 멈추면 안 됐다.그때 기록관이 책상 안쪽의 이중 바닥을 발견했다.숨겨진 공간에는 금화나 비밀문서가 없었다.작은 열쇠와 카드 한 장만 있었다.카드에는 숫자 여섯 개와 짧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임대 만료 전 회수.’세레나가 물었다.“무슨 임대입니까?”
이번에는 누구도 바로 말하지 않았다.가레스는 일곱 해 전 드레이크 정제 시설에서 일했고,그 시설이 사라진 뒤 칼베른 광산관리 체계로 들어왔다.제4광맥 환자 기록 일부가 드레이크 정제소로 넘어갔던 시기.그 뒤 가레스가 칼베른으로 이동했다.그리고 현재 제7광산 하부에서 오래된 백휘석을 재정제하고 있었다.세레나는 서류의 아래쪽을 봤다.가레스를 채용한 당시 추천인이 있었다.칼베른 현직 인물이 아니었다.‘리오넬 카르트.’일곱 해 전 베일런 사고 기록.황궁 의료 물자.오래된 제3장부.여러 지점에서 끊어졌다 이어지던 이름이 다시 나타났다.
“머리를 부딪혔습니다.”군의관이 물었다.“마차에서 떨어진 걸까요?”“그럴 수도 있습니다.”세레나는 손상 위치와 주변 바닥을 번갈아 봤다.“하지만 여기서 넘어졌다면 바닥 돌에 피나 머리카락이 조금이라도 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황실 조사관이 주변을 살폈다.아무것도 없었다.시신의 손에는 말고삐를 잡았던 굳은살이 있었지만 손바닥에 새 흙이 거의 묻지 않았다.세레나는 더 이상 사망 원인을 현장에서 단정하지 않았다.“부검 가능한 시설로 옮기되 오염 가능성 때문에 다른 시신과 분리해 주세요.백휘석 노출 여부도 검사하고요.”
황실 조사관이 받아 봉인을 확인한 뒤 펼쳤다.배송 인계표의 절반이었다.목적지는 여전히 ‘제국 중앙 의료조달창’.그런데 그 아래 최종 분류란이 남아 있었다.세레나는 한 줄을 읽고 움직임을 멈췄다.‘우선 배정 대상 - 중앙 귀빈 의료 공급.’아직 황궁이라는 단어는 없었다.황제라는 이름도 없었다.그러나 일반 광산촌 구호용이라고 알려진 물건이, 수도의 귀빈 의료 공급망으로 들어가고 있었다.그리고 가장 아래에는 다른 사람의 손으로 급하게 덧붙인 짧은 지시가 있었다.‘첫 공급 전 북부 환자 반응 보고 확인.’세레나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북부 사람들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었다.누군가는 그들의 몸에서 먼저 반응을 보고 있었다.그리고 그 결과를 확인한 뒤, 같은 물량을 더 높은 곳으로 보내려고 했다.북부 관문 밖에서 버려진 마차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들어온 뒤에도 세레나는 수도로 향하는 모든 의료 수송을 막아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제국 중앙 의료조달창으로 향하던 오염 의심 물량이 사라졌고, 운전자는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행방불명된 상태였다. 게다가 인계표에는 ‘중앙 귀빈 의료 공급’이라는 문구와 함께 ‘첫 공급 전 북부 환자 반응 보고 확인’이라는 지시까지 남아 있었다. 상황만 보면 누군가 북부 환자들의 반응을 먼저 확인한 뒤 수도의 더 높은 신분에게 같은 물자를 공급하려 했다고 의심하기 충분했지만, 의심과 사실 사이의 거리를 줄이지 않은 채 사람들을 움직이면 정작 필요한 물자까지 모두 길 위에서 멈추게 된다.세레나는 광산 사무소의 긴 탁자 위에 운송 인계표와 현재 의료조달 체계를 그린 지도를 펼쳐 놓았다.“수도로 들어가는 모든 백휘석 물량을 세우면 안 됩니다.”황실 조사관이 물었다.“문제 물량이 어느 마차로 옮겨졌는지 모르는 상태입니다.”“그래서 번호를 따라가야 합니다.”세레나는 7-B / 12와 제4광맥 하부 정제실에서 확보한 출고 번호를 나란히 적었다.“지금까지 확인된 오염 의심 물량에는 공통되는 포장 방
세레나는 계속 말했다.“누군가 공작님의 잘못을 예상했다고 해서 그 잘못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제가 그걸 바로잡은 선택이 그 사람 것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테오도르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봤다.“그 말을 제가 해도 됐습니까?”세레나가 눈을 조금 가늘게 떴다.“어떤 말이요?”“누군가 유도했다고 해도 세레나의 선택은 그 사람 것이 아니라고.”세레나는 잠시 생각했다.“지금은 제가 했으니 됐습니다.”테오도르가 아주 작게 웃었다.“알겠습니다.”세레나는 그의 웃음을 보고도 피하지 않았다.“그리고 내일 치료원 계약에는 예정대로 오세요.”“이 상황에서도요?”“이 상황이라서 더요.”세레나는 천천히 장갑 끝을 정리했다.“누군가 ‘공작 부인의 의료 사업’으로 만들려고 했다면, 우리는 정확히 반대로 기록하면 됩니다.”테오도르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어떻게요?”“공작가 소유 건물을 임대한 독립 치료원.”세레나는 한 단어씩 분명하게 말했다.“공작 부인의 치료원이 아니라요.”테오도르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겠습니다.”“그런데.”세레나는 한 발도 가까이 가지 않은 채 그를 바라봤다.“공작님 도움은 필요합니다.”그의 눈빛이 멈췄다.세레나는 이번에는 그 말을 거두지 않았다.“제 권한이 아닌 부분까지 제가 잡으려고 하면 결국 똑같아집니다. 광산 행정과 영지 물류는 공작님이 맡아 주세요.”“맡겠습니다.”“제가 부탁하지 않은 치료까지 결정하지는 마시고요.”“네.”“그리고 제가 공작님 권한을 요청할 때마다 빚으로 세지 마세요.”테오도르가 아주 잠깐 숨을 멈췄다.“그건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었습니다.”세레나의 입가가 조금 풀렸다.이번에는 둘 다 웃지는 않았다.그보다 더 조용한 것이 남았다.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과 의존하는 것은 같지 않았다.세레나는 그 차이를 처음으로 조금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그날 밤 늦게, 황실 조사관이 하부 정제실에서 확보한 물품 목록을 가지고 왔다.최근 재정제된 백휘석 상자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