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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Author: 십일
“내가 안 어울리면... 너 같은 전남친은 어울리냐?”

재석의 한마디에,

‘전남친’이라는 단어가 도겸의 목을 막아버렸다.

도겸의 입술이 달싹였지만,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재석은 도겸의 얼굴을 흘끗 훑고 지나가며 시선을 멈췄다. 왼쪽 광대, 손톱에 긁힌 자국에서 피가 맺혀 있었다.

“정은이가 다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 아니었으면...”

말은 끝까지 하지 않았지만, 그 의미는 무엇보다 날카롭게 꽂혔다.

재석은 느리게 손을 거두며, 또렷하게 말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해.”

그렇게 경고를 남긴 뒤, 정은 곁으로 돌아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정은은 재석에게 체중을 맡기듯 가만히 기대었다.

“가자. 우리 집에 가야지.”

“네.”

정은은 조용히 안겨들었다.

‘마치... 거센 바람 속을 오래 떠돌다 이제야 닿은 평온한 항구 같아.’

도겸은 그 자리에 멈춘 채, 정은이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너무도 자연스럽고, 친밀한 그 모습에 참고 있던 감정이 코끝부터 시큰하게 밀려왔다.

‘가슴이... 아프다. 차라리 시원하게 베이는 게 낫지.’

‘이건 무딘 칼로 천천히 도려내는 고통이야...’

그리고, 터졌다.

“정은아...!!!”

도겸은 여전히 그 옛날처럼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애틋하고, 간절하게.

하지만 이제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

집으로 돌아온 뒤, 재석은 정은의 손을 들어 살폈다.

작은 상처였지만, 눈에 띄는 핏자국에 눈썹이 찌푸려졌다.

“소독약 가져올게.”

“됐어요, 그냥 스친 건데...”

정은은 팔을 돌려 보며 말했다.

“하나도 안 아파요.”

하지만 재석은 단호했다.

“어디에 있어?”

정은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옆에 놓인 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재석은 곧장 그곳으로 가서 구급함을 꺼냈고, 정은은 얌전히 손을 내밀었다.

재석은 한 치 흐트러짐 없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상처에 약을 발랐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을 때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깊었다.

“걱정 마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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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06화

    글이 처음 올라왔을 땐, 댓글 분위기가 꽤 뒤틀려 있었다.역시 익명 커뮤니티는 못 말렸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댓글 창엔 점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끝내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 댓글 대부분이 축하와 부러움으로 가득 찼다.어쩌면 당연했다.소정은은 희귀했고, 조재석은 말 그대로 전설이었다.이 둘이 붙으면?그건 단 하나의 결론.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다....무한 실험실.민지는 핸드폰을 끌어안고, 불난 듯이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손가락이 타는 듯 아파지자, 결국 음성 입력으로 전환.‘헐, 이거 꿀인데?’서준이 옆에서 슬쩍 다가왔다.“뭐 해? 왜 아까부터 핸드폰만 보고 있어?”민지는 엄청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중대한 임무 수행 중.”민지는 화면을 쓱 들어 보였다.“봐봐. 내 유도 덕에 댓글 흐름 완전히 정리됐어.”서준이 집중해서 들여다보았다.[윗댓 적당히 해라. 조재석 교수님이랑 소정은 씨는 그냥 연애하는 거잖아. 그걸 뭔 공작처럼 몰고 가냐? 상상 자제 좀.][교칙 운운하면서 몰아가려던 사람들 어쩌냐? 이미 교수님 그만두신 건 알고 있음? 칼같이 선 긋고 나간 사람임.][조재석 X 소정은 커플 지지합니다!!][진짜 무슨 드라마 같은 사랑이네... 부럽다!][...]서준은 말을 잃었다.“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웠냐?”민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너 덕질 안 해봤구나? 이건 기본이야. ‘댓글 여론 컨트롤’이 팬의 예의라고.”“너... 덕질 해? 누구?”서준이 별생각 없이 물었고, 민지의 눈동자가 별로 가득 찼다.“일단 장성진 배우, 그리고 재준, 해이로, 구태우... 아! 그리고 지훈이!”서준이 살짝 찡그렸다.“전부 남자네?”“당연하지! 각자 매력이 다르다고. 예를 들어 장성진은 완전 강아지상. 그 눈, 완전 댕댕이 같고 귀엽고...”민지는 갑자기 말이 뚝 끊겼다.“왜 멈춰?”서준이 의아해하며 물었다.“그게... 지금 네 표정이 좀... 무섭거든.”“그래?”서준은 무표정하게 되물었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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