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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화 빈자리

مؤلف: 진유의 서랍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9-19 02:53:03

· 작품 안내  

《다시 고른 낭군》은 고려풍 가상 왕조를 배경으로 한 여성향 회귀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실제 역사·인물·제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냐."

이헌의 목소리가 낮았다. 앞에 엎드린 자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송구합니다. 친척 되는 이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물었으나, 그 뒤로 얼굴을 본 사람이 없다 합니다. 연고가 있다는 고을 두 곳도 사람을 보내 살폈습니다만—"

"없더냐."

"예."

이헌은 서안 위에 놓인 종이를 손끝으로 밀었다. 몇 달째 같은 자리에 같은 내용이 적혀 오는 종이였다.

"관청 기록은."

"이주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어디로 간다는 신고도, 호적을 옮긴 흔적도 없습니다."

"집은."

"그대로 비어 있습니다. 다만—"

사내가 잠시 말을 골랐다.

"이웃들 말이, 어느 날 보니 사람이 없더랍니다. 짐을 싣는 것도, 나가는 것도 본 사람이 없다고요."

이헌의 손이 종이 위에서 멎었다.

"온 집안이 나가는데, 아무도 못 봤다는 게 말이 되느냐."

"저희도 그것이 이상하여 몇 번을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답만 돌아옵니다."

사내가 조심스레 덧붙였다.

"그 집에 셈이 남아 있던 상인이 둘 있었는데, 받으러 갔더니 이미 비어 있었다 합니다. 빚을 떼먹고 야반도주를 했다기엔, 집이 너무 깨끗했다더군요."

"깨끗했다."

"예. 쓰던 세간까지 정갈하게 치워져 있었다고요."

이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죽었다는 소문도, 도망쳤다는 소문도 없었다. 몰락했다는 말조차 없었다. 그런 일이면 도성 안에 반드시 말이 돌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아무 말도 돌지 않았다.

담장 너머로 웃던 얼굴이 잠깐 스쳤다가 흩어졌다.

"내가 태자다."

이헌이 말했다.

"태자의 사람들이 반년을 뒤졌는데, 집 한 채가 통째로 어디로 갔는지를 모른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면목이 없습니다."

"다시 가라."

이헌이 종이를 밀어냈다.

"그 집 담장 하나까지 다시 봐라. 누군가 치웠다면, 치운 자가 있을 것이다."

사내가 물러난 뒤에도 이헌은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찾고 싶은 마음보다, 찾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 걸렸다. 누군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사람 여럿을 흔적까지 지워냈다. 그것도 이 도성 안에서.

같은 무렵, 도성 안쪽 어느 저택에서는 다과상이 차려지고 있었다.

꽃놀이 이후 처음 모인 자리였다. 귀족가 여식 대여섯이 둘러앉아 차를 나누고 있었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날의 연회로 흘렀다.

목연의 맞은편에 앉은 여식이 먼저 잔을 내려놓았다.

"그날은 저도 놀랐어요. 그런 자리에서 아가씨의 혼사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거든요."

"왕후께서 오래 보아온 분이시잖아요. 낯선 이야기는 아니지요."

곁의 여식이 웃으며 받았다.

"미리 축하를 드려도 될까요. 댁에서도 그 뒤로 말씀이 있으셨겠지요?"

목연은 잔받침을 상 안쪽으로 조금 밀었다. 축하를 건넨 여식은 자기 잔을 들지 않고 답을 기다렸다.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왕후께서 그리 말씀하셨으니……"

"서두를 일이 아니라 하셨지요. 저도 그 말씀만 들었습니다."

목연이 웃으며 다과 접시를 건넸다. 여식은 더 묻는 대신 작은 떡 하나를 집었다.

"그날 이야기는 한동안 나오겠어요. 뜻밖의 일이 많았으니까요."

옆에 앉은 여식이 찻주전자를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안공께서 그리 빨리 회복하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의관들도 어렵다 했다면서요. 그런데 연회에 나오신 걸 보니, 아프셨던 분 같지 않던걸요."

"영안공부인께서 사람 보는 눈이 있으셨나 봐요."

"연택례 때는 다들 무모하다고들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보면 누가 무모했는지 모르겠어요."

목연은 차를 한 모금 넘기며 그 이야기를 들었다.

"제가 보기엔,"

한 여식이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

"그날 영안공께서 부인을 꽤 살피시더라고요. 자리에 앉으실 때도 그렇고, 이야기 나누실 때도 그렇고."

"그거야 신혼이니까요."

웃음이 오갔다. 목연도 옅게 따라 웃었다.

"그러고 보면,"

다른 여식이 문득 말했다.

"만약에 영안공부인께서 다들 예상한 대로 태자 전하를 고르셨더라면……"

방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그 여식이 잠시 머뭇거리다 목연 쪽을 보았다.

"영안공께서 그리 빨리 일어나실 줄 알았다면, 아가씨께서도 달리 생각하셨을 텐데요."

목연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여기까지만 하시지요."

목연이 조용히 말했다.

"그분들께 실례되는 일입니다."

여식들이 멋쩍은 얼굴로 서로를 보았다. 누군가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렸고, 이야기는 곧 새로 맞춘 봄옷과 비단 향낭 쪽으로 옮겨갔다.

목연은 차를 마셨다.

돌아가는 길, 하인이 앞에서 고삐를 잡고 걸었다.

목연은 안장 위에서 흘러가는 담장을 내다보았다.

'그리 빨리 일어나실 줄 알았다면.'

그 말이 자꾸 돌아왔다.

목연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혼인한 사람들을 두고 할 생각이 아니었다. 그래서 자리에서도 끊은 것이었다.

담장이 몇 채 더 지나갔다.

아무도 그가 다시 일어날 거라 말하지 않았었다. 의관도, 궁의 누구도. 아버지가 다른 혼처를 꺼냈을 때 잠자코 있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그때는 영안공의 이름을 혼처와 함께 입에 올리는 이가 없었다. 안부를 물으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답부터 돌아왔다. 목연도 그 뒤를 묻지 않았다.

꽃놀이에서 본 이겸은 제 발로 걸어 들어와 왕의 인사를 받았다. 자리에서는 부인에게 돌아가는 질문을 가볍게 받아냈다.

목연은 고삐를 잡은 하인의 등으로 눈을 돌렸다. 말이 좁은 길목을 지나느라 걸음을 늦췄다.

자신은 그 곁에 앉을지 말지를 생각해본 적조차 없었다. 혼처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옮겨갔을 때에도, 남겨둔 것이 있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이렇게 빨리 다시 일어날 사람이었다면.

영안공부인이 다들 예상한 대로 태자 전하를 골랐더라면.

그 자리는—

목연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지나간 일이었다.

그런데도 무릎 위에 놓인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손가락을 천천히 펴고 흐트러진 옷자락을 바로잡은 뒤에는, 다시 빈틈없이 단정한 목연으로 돌아가 있었다.

말이 목가의 대문 앞에 멎었다.

그날 저녁, 아버지는 목연에게 다과 자리가 어떠했는지 물었다.

"꽃놀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네 혼사도 물었겠구나."

목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읽던 서찰을 접어 곁에 놓았다.

"그 자리에서 네 이름이 나왔다는 말은 들었다. 집에서는 무슨 말이 있느냐고 하더냐."

"예.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잘했다."

목연은 잠시 무릎 위의 소매를 고쳐놓았다.

"왕후께서 서두를 일이 아니라 하셨습니다. 저희가 먼저 여쭈면 재촉하는 모양이 되지 않겠습니까."

아버지는 접어놓은 서찰 끝을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 묻는다고 우리가 답을 정할 일은 아니지. 당분간은 더 말하지 말거라."

"예."

시종이 식은 차를 물리고 새 잔을 놓았다. 아버지가 잔을 들며 물었다.

"영안공은 어떠하시더냐. 연회 끝까지 계셨다던데."

"안색도 좋으셨습니다. 연회 끝까지 자리를 지키셨고요."

"왕께서도 마음을 놓으셨겠구나."

목연은 차가 놓인 자리를 잠시 보았다.

"회복을 축하하는 뜻으로 집안에서 물건을 보내면 어떨까요. 연회에서는 따로 축하를 전하지 못했으니."

"생각해둔 것이 있느냐."

"침향이 좋겠습니다. 쓰시던 것이 있을 테니, 향부터 살펴보고요."

"상인에게 몇 가지 가져오라 하마. 네가 골라보거라."

목연은 고개를 숙였다.

며칠 뒤, 목연은 아버지에게 청해 상등 침향 한 갑을 마련했다.

상인은 작은 갑들을 열어 차례로 늘어놓았다. 목연은 하나하나 손에 얹어 냄새를 맡아보고, 결을 살폈다.

"조금 피워볼 수 있겠습니까."

상인이 향로를 가져오게 했다. 목연은 처음 올라오는 향을 맡은 뒤 곧장 고르지 않고 잠시 기다렸다. 다른 것을 피울 때에는 창을 열어 앞의 향을 빼게 했다.

"큰 병에서 막 일어나신 분께 보낼 것입니다. 향이 너무 짙지 않았으면 합니다."

목연은 먼저 살핀 갑을 옆으로 물리고, 마지막 것을 다시 청했다. 조금 떨어져 앉아 있어도 은은하게 향이 닿았다.

값을 묻자 상인은 내놓은 것 가운데 가장 값나가는 것이라 했다. 목연은 열린 갑 안을 한 번 더 살핀 뒤 그것으로 정했다. 담을 그릇도 함께 골랐다. 자개를 박아 넣은 향합이었는데, 빛이 닿는 각도마다 색이 달라졌다.

"이 정도면 되겠느냐."

아버지가 물었다.

"영안공께서 큰 병을 이겨내셨으니, 격에 맞아야지요."

"목가의 이름으로 보내면 되겠구나."

"예."

목연은 그렇게 답하고, 서찰을 직접 썼다. 몇 번을 고쳐 썼다.

회복을 축하하는 인사를 적고 잠시 붓을 멈췄다. 종이 아래에는 아직 여백이 남아 있었다. 목연은 먹을 조금 더 묻혀 영안공부인에게 전할 말을 이었다.

> 영안공의 회복을 늦게나마 기쁘게 여깁니다.

> 변변치 않은 물건이나, 향이 공의 몸을 돌보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 훗날 기회가 닿는다면, 부인과 차 한 잔 나눌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선물이 영안궁에 닿은 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였다.

서리는 함을 열어보고, 잠시 손을 멈췄다.

향합의 자개가 등불을 받아 빛을 흘렸다. 안에 든 침향은 결이 곱고 무거웠다.

감씨가 곁에서 함을 들여다보다 숨을 삼켰다.

"이걸 전부 보내온 겁니까?"

서리는 곁에 놓인 서찰을 펼쳐 읽었다. 두 번 읽었다.

"목가에서 보낸 것입니다."

감씨가 말했다.

"목가 아가씨께서 직접 고르셨다고 하더군요."

서리는 향합을 다시 닫았다.

"이만한 선물을 받고 서찰 한 장만 돌려보낼 수는 없겠구나."

"그럼 답례품을 마련할까요."

"아니다."

서리가 서찰을 다시 접었다.

"영안궁으로 초대해야겠다. 마침 목가 아가씨도 차를 나누고 싶다 하셨으니."

감씨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

"목가 아가씨께 날짜를 여쭈어라."

서리가 말했다.

"영안궁에서 다과를 대접하겠다고."

진유의 서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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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안내 《다시 고른 낭군》은 고려풍 가상 왕조를 배경으로 한 여성향 회귀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실제 역사·인물·제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감씨는 빗을 들기 전에 서리의 무릎 위에 놓인 문서부터 보았다."그것은 내려놓으세요.""읽고 있지 않아.""제가 들어올 때까지는 읽고 계셨지요."서리가 문서를 접었다. 감씨는 그것을 받아 거울 옆에 놓고,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등 뒤로 모았다.빗이 머리 끝에서 잠깐 걸렸다. 감씨가 손가락으로 엉킨 곳을 풀었다."어젯밤에는 언제 누우셨어요.""그리 늦지 않았어.""궁에 다녀오셨으면 좀 쉬셔야지요. 옷만 갈아입고 곧장 문서를 찾으셨다면서요.""기다리던 것이 와 있어서.""그 기다리던 것들 때문에 저녁상도 두 번이나 데워 올렸습니다."서리는 거울 속 감씨를 보았다."먹기는 했다.""얼마나 드셨는지도 물어보았어요."빗질이 다시 이어졌다. 서리가 옆에 놓인 문서로 손을 뻗자 감씨는 팔꿈치로 가볍게 막았다."머리 다 빗을 때까지만이라도 가만히 계세요."서리는 손을 무릎 위로 돌려놓았다."아침은 다 먹을게.""그 말씀은 기억하겠습니다."감씨는 빗에 걸린 머리카락을 걷어내고 다시 목덜미부터 천천히 빗어 내렸다."한집에 계셔도 두 분 다 각자 일만 붙들고 계시니, 누가 누구더러 쉬라고 하겠어요. 영안공께서는 탕약이라도 드시지요. 이러다 마님께서 먼저 앓아누우시겠습니다.""걱정도 많네.""앓기 전에 하는 말씀입니다."서리는 더 대꾸하지 않았다. 감씨가 머리를 한데 모으는 동안 거울 옆의 문서 모서리만 손끝으로 눌렀다.감씨가 빗질을 마저 하며 낮게 말을 얹었다."영안공께서 기력을 많이 되찾으셨다 들었어요. 그러면 마님께서도 이제 슬슬, 앞날을 생각하셔야—""그래서 박가 객주에게 사람을 보낸 것이 아니냐."서리가 담담히 받았다."가문의 앞날이라면, 이미 생각하고 있어."감씨의 손이 잠시 멈췄다."……제가 말씀드린 앞날은, 그 앞날이 아닙니다.""그럼 무슨 앞날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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