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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화 드문 빛

ผู้เขียน: 진유의 서랍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9-19 14:52:49

· 작품 안내

 《다시 고른 낭군》은 고려풍 가상 왕조를 배경으로 한 여성향 회귀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실제 역사·인물·제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목연이 영안궁에 든 것은 해가 제법 높이 오른 뒤였다.

목연이 탄 말이 영안궁 앞뜰에 멎자, 기다리던 하인이 다가와 고삐를 받아 들었다. 목연은 말에서 내려 옷자락을 한 번 정돈하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뒤따라온 시비와 호위들도 차례로 말에서 내렸고, 마당의 시비들이 익숙한 몸짓으로 손님을 맞았다.

서리는 마루 앞에서 목연을 맞이했다. 예를 갖추는 데 부족한 데가 없었으나, 반가움을 지어 보이지도 않았다. 지나온 회랑에도, 이쪽을 향해 자리를 비켜서는 시비들의 몸짓에도 흐트러진 구석이 없어서, 목연은 걸음을 옮기는 동안 이 궁의 살림이 이미 서리의 손에 익어 돌아가고 있음을 알아보았다.

"먼 걸음 하셨습니다."

"이렇게 자리를 내주셔서, 오히려 제가 송구합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인사를 주고받고 안으로 들었다.

다과상 위로 김이 옅게 올랐다.

"보내주신 향은 잘 받았습니다."

서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런 것을 받고 서찰만 돌려보내기가 마음에 걸려, 이리 청했습니다."

"영안공께서 큰 병을 이겨내셨으니, 그 정도야 마땅한 일이지요."

목연은 찻잔을 들며 옅게 웃었다.

"다만 침향은 두는 자리를 조금 가립니다. 볕이 드는 데 오래 두면 향이 얕아지니,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향합째로 옷장 안쪽에 넣어두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리하겠습니다."

"요즘은 향낭에 넣어 차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라, 아예 조각을 잘게 내어 쓰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그러기가 아까워서 통으로 두는 편입니다만."

"향낭도 그만큼 작아지겠군요."

"예. 옷에 걸었을 때 처지지 않을 만한 것을 찾지요. 수가 아무리 고와도 무거우면 손이 잘 가지 않으니까요."

목연은 다과 하나를 집어 작은 접시에 옮겼다.

"작은 것을 찾는 건 거울도 비슷합니다. 요즘은 나갈 때 품을 만한 것을 찾는 분들이 많아요."

"작은 거울은 본 적이 있습니다만."

"있기는 하지요. 그런데 작은 것은 잘 비치지 않는 것이 많아서요. 제대로 된 것은 또 너무 크고요."

목연이 웃었다.

"전에 하나를 봤는데, 뒷면의 꽃무늬는 참 고왔습니다."

"비치는 쪽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까."

"제 눈썹 높이가 달라졌으니까요."

서리의 입가에 엷은 웃음이 스쳤다. 목연도 따라 웃으며 차를 들었다.

이야기는 작은 향낭에 어울리는 끈과 봄옷의 소매로 이어졌다. 목연은 어느 자리에서 본 매듭이 옷을 상하게 하지 않았다거나, 요즘 찾는 빛깔은 실제로 걸쳤을 때 낯을 타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집안 이름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야기는 늘 물건에 머물렀다. 누구의 옷차림을 말하다가도 그 사람의 속사정까지 옮겨가지는 않았다.

서리는 다과 접시를 목연 쪽으로 조금 밀어주었다.

"덕분에 요즘 도성에서 무엇을 찾는지 알겠습니다."

"저야 그런 자리에서 듣는 것이 많을 뿐입니다."

목연은 고개를 조금 숙였다. 잠시 잔받침 가장자리에 손을 얹고 있다가 서리를 보았다.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세요."

"영안공께서 처음 눈을 뜨셨을 때요."

서리가 목연을 보았다.

"많이 놀라셨을 것 같아서요. 그때는 누구도 공께서 그리 빨리 회복하시리라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놀라기는 했습니다."

서리는 잠시 생각했다.

"다만 놀란 것보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습니다."

목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리는 더 보태지 않고 잔을 내려놓았다.

"연택례 뒤에도 여러 말씀을 들으셨겠지요."

"이유를 묻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저는 요즘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일로 자꾸 말을 듣습니다."

목연이 옅게 웃었다.

"꽃놀이 이후로는 어디를 가도 먼저 축하부터 하시더군요. 아니라고 하면 집에서는 무슨 말이 없었느냐고 물으시고요."

서리는 목연의 말을 끊지 않았다.

"들은 것이 없다고 말씀드리면 됩니다만, 다음 자리에서도 처음부터 같은 말을 해야 하니……"

목연은 말을 맺는 대신 잔받침을 조금 돌려놓았다.

"그러고 보니 저도 오늘 부인께 사사로운 것을 여쭙고 말았군요."

"저는 제가 정한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놀라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지요."

서리가 잠시 말을 골랐다.

"아가씨께서는 아직 정한 것이 없는데 답부터 요구받으시는군요."

"예. 답을 아끼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계십니다."

목연은 서리가 다음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 집안의 뜻이나 태자의 의중을 묻는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서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목연의 빈 잔을 살폈다.

"차를 더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목연은 잔을 내밀었다. 아까보다 손이 조금 편하게 나갔다.

서리는 막 들어온 더운 물을 보고 시비에게 찻주전자를 내주었다. 목연의 잔부터 채우게 한 뒤, 제 잔도 내밀었다.

목연은 새로 찬 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보내드린 향은 영안공께서도 피워보셨는지요. 막 회복하신 터라 혹 짙게 느끼시지는 않을까 했습니다."

"아직 피우지는 못했습니다. 자리를 보아 두려던 참입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꽃놀이에서는 오래 앉아 계셨는데, 돌아오셔서 힘들어하시지는 않았습니까."

"별말씀은 없으셨습니다. 요즘은 바깥일도 조금씩 보고 계십니다."

목연은 찻잔 너머로 서리를 몇 번 살폈다. 처음 눈을 떴을 때를 말하면서도, 지금의 안부를 전하면서도 목소리는 담담했다. 영안공의 이야기를 꺼냈다고 말끝에 날이 서거나 잠깐 굳는 일도 없었다. 선물을 고른 마음을 더 묻지도, 부부 사이의 일을 길게 늘어놓지도 않았다.

'아직 그리 깊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목연은 새로 따른 차에 입술을 대었다.

잠시 뒤, 서리가 문득 말했다.

"아까 옷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난 것이 있습니다. 하나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제가 아는 것이라면요."

서리는 시비를 불러 함을 들이게 했다. 뚜껑을 열자 짙은 남빛 비단이 곱게 개어져 있었고, 흰 꽃송이가 그 위에 수놓여 있었다.

"꽃놀이 뒤에 왕후께서 내려주신 것입니다. 무얼 지어야 격에 맞을지 잘 모르겠어서요."

목연은 잠시 예를 갖추어 손을 닦고 나서야 비단에 손을 댔다. 자수 위로 손끝을 지나가게 하고, 창 쪽으로 각도를 돌려 빛을 받게 했다. 그 동작이 익숙했다.

"저고리보다는 겉옷 쪽이 나을 듯합니다. 이런 바탕에 수가 이만큼 들어가면, 자잘하게 마르는 것보다 폭을 살려 쓰는 편이 아깝지 않지요."

목연은 그렇게 말하고도 한동안 비단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그런데 이 수실이……"

"실이 어떻습니까."

"드문 것입니다."

목연이 비단을 조금 기울이자, 흰 꽃잎을 따라 옅은 윤기가 흘렀다.

"여기서 나는 실은 이런 빛이 잘 안 납니다. 저도 이런 걸 본 게 몇 번 없어요."

서리는 찻잔을 내려놓지 않은 채 물었다.

"어디서 보셨습니까."

"태자 전하께서 쓰시던 손수건입니다."

목연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수에 쓰인 실이 빛을 받으면 꼭 이렇게 은은하게 윤이 났습니다. 그때도 참 귀한 것이다 싶었지요."

"그것이 언제쯤입니까."

"연택례 전, 궁의 자리에서 몇 차례 보았습니다."

목연은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하다가 어깨를 가볍게 폈다.

"언제부터 쓰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그 손수건을 본 기억이 없군요. 물건이야 바꾸기도 하시겠지요."

서리는 비단을 다시 개켜 넣으며 고맙다는 뜻을 표했고, 화제는 곧 봄옷 짓는 시기로 옮겨갔다.

이겸이 들어선 것은 다과가 반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바깥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손님이 들었다는 말을 들은 모양이었다. 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 뒤, 안으로 들어 예를 갖췄다.

"목가 아가씨께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보내주신 향은 잘 받았습니다."

"몸은 좀 어떠하신지요."

목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것으로 인사는 끝이었다. 이겸은 옛 인연을 꺼내지도, 특별히 기억한다는 기색을 보이지도 않았다. 무례하지 않았고, 반가워하지도 않았다.

자리에 앉은 이겸의 시선이 서리 앞의 찻잔에 잠깐 머물렀다.

"차가 식었군요."

이겸이 시비를 향해 짧게 일렀다.

"새로 들이거라."

그러고는 서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덧붙였다.

"아침부터 문서를 붙들고 계셨으니, 오늘은 다과라도 제대로 드시지요."

"곧 들겠습니다."

"아까 그 회신이 왔습니다."

"어느 쪽입니까."

"먼저 보낸 쪽입니다."

"알겠습니다. 이따 보겠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간 것은 그것뿐이었다. 무엇에 관한 회신인지, 어느 쪽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는데도 서로 알아들었고, 그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목연은 침착하게 찻잔을 들어 입술에 가져갔다. 하지만 두 사람이 짧은 말만으로 자연스럽게 서로의 뜻을 주고받는 것을 바라보는 동안, 손끝에는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견제하는 기색이 없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다만 아무 말 없이도 서로의 뜻을 알아듣는 사이가 마음이 얕은 사이인지는, 목연도 답할 수 없었다.

목연은 찻잔을 내려놓고 옷자락을 바로잡았다. 그 생각은 그쯤에서 덮어두었다.

목연이 돌아간 뒤, 서리는 곧장 이겸을 찾았다.

서안 위에 임가에 관해 정리해둔 종이를 펼쳐놓고, 서리는 그 옆에 목연에게서 들은 것을 짚어나갔다.

"태자 전하의 손수건에도 이 실과 비슷한 것이 쓰였다고 합니다. 목가 아가씨께서 연택례 전 궁의 자리에서 몇 번 보셨는데, 요즘은 보지 못했다고요."

이겸의 시선이 종이 위를 훑었다.

"임가의 딸이 실을 들고 바느질방에 간 것이 반년쯤 전이라 했지요."

"예. 그 집안이 사라진 것도 그 무렵입니다."

서리는 종이에서 눈을 들었다.

"다만 전하께서 그 손수건을 언제부터 쓰셨는지는 목가 아가씨도 모른다고 합니다."

이겸은 한동안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전하께 직접 여쭙는 편이 빠르긴 합니다만."

"그렇게 하면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부터 알려주는 셈이 되겠지요."

"예. 그리고 전하께서 그 물건의 내력을 알고 계신지부터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서리는 종이를 접어 서안 한쪽에 밀어두었다.

"먼저 그 손수건이 어디서 온 물건인지부터 알아보아야겠습니다. 이만한 실이 오갔다면, 그 길에 손을 댄 사람이 어딘가에는 남아 있을 테니까요."

진유의 서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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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안내 《다시 고른 낭군》은 고려풍 가상 왕조를 배경으로 한 여성향 회귀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실제 역사·인물·제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냐." 이헌의 목소리가 낮았다. 앞에 엎드린 자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송구합니다. 친척 되는 이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물었으나, 그 뒤로 얼굴을 본 사람이 없다 합니다. 연고가 있다는 고을 두 곳도 사람을 보내 살폈습니다만—" "없더냐." "예." 이헌은 서안 위에 놓인 종이를 손끝으로 밀었다. 몇 달째 같은 자리에 같은 내용이 적혀 오는 종이였다. "관청 기록은." "이주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어디로 간다는 신고도, 호적을 옮긴 흔적도 없습니다." "집은." "그대로 비어 있습니다. 다만—" 사내가 잠시 말을 골랐다. "이웃들 말이, 어느 날 보니 사람이 없더랍니다. 짐을 싣는 것도, 나가는 것도 본 사람이 없다고요." 이헌의 손이 종이 위에서 멎었다. "온 집안이 나가는데, 아무도 못 봤다는 게 말이 되느냐." "저희도 그것이 이상하여 몇 번을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답만 돌아옵니다." 사내가 조심스레 덧붙였다. "그 집에 셈이 남아 있던 상인이 둘 있었는데, 받으러 갔더니 이미 비어 있었다 합니다. 빚을 떼먹고 야반도주를 했다기엔, 집이 너무 깨끗했다더군요." "깨끗했다." "예. 쓰던 세간까지 정갈하게 치워져 있었다고요." 이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죽었다는 소문도, 도망쳤다는 소문도 없었다. 몰락했다는 말조차 없었다. 그런 일이면 도성 안에 반드시 말이 돌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아무 말도 돌지 않았다. 담장 너머로 웃던 얼굴이 잠깐 스쳤다가 흩어졌다. "내가 태자다." 이헌이 말했다. "태자의 사람들이 반년을 뒤졌는데, 집 한 채가 통째로 어디로 갔는지를 모른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면목이 없습니다." "다시 가라." 이헌이 종이를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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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안내 《다시 고른 낭군》은 고려풍 가상 왕조를 배경으로 한 여성향 회귀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실제 역사·인물·제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감씨는 빗을 들기 전에 서리의 무릎 위에 놓인 문서부터 보았다."그것은 내려놓으세요.""읽고 있지 않아.""제가 들어올 때까지는 읽고 계셨지요."서리가 문서를 접었다. 감씨는 그것을 받아 거울 옆에 놓고,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등 뒤로 모았다.빗이 머리 끝에서 잠깐 걸렸다. 감씨가 손가락으로 엉킨 곳을 풀었다."어젯밤에는 언제 누우셨어요.""그리 늦지 않았어.""궁에 다녀오셨으면 좀 쉬셔야지요. 옷만 갈아입고 곧장 문서를 찾으셨다면서요.""기다리던 것이 와 있어서.""그 기다리던 것들 때문에 저녁상도 두 번이나 데워 올렸습니다."서리는 거울 속 감씨를 보았다."먹기는 했다.""얼마나 드셨는지도 물어보았어요."빗질이 다시 이어졌다. 서리가 옆에 놓인 문서로 손을 뻗자 감씨는 팔꿈치로 가볍게 막았다."머리 다 빗을 때까지만이라도 가만히 계세요."서리는 손을 무릎 위로 돌려놓았다."아침은 다 먹을게.""그 말씀은 기억하겠습니다."감씨는 빗에 걸린 머리카락을 걷어내고 다시 목덜미부터 천천히 빗어 내렸다."한집에 계셔도 두 분 다 각자 일만 붙들고 계시니, 누가 누구더러 쉬라고 하겠어요. 영안공께서는 탕약이라도 드시지요. 이러다 마님께서 먼저 앓아누우시겠습니다.""걱정도 많네.""앓기 전에 하는 말씀입니다."서리는 더 대꾸하지 않았다. 감씨가 머리를 한데 모으는 동안 거울 옆의 문서 모서리만 손끝으로 눌렀다.감씨가 빗질을 마저 하며 낮게 말을 얹었다."영안공께서 기력을 많이 되찾으셨다 들었어요. 그러면 마님께서도 이제 슬슬, 앞날을 생각하셔야—""그래서 박가 객주에게 사람을 보낸 것이 아니냐."서리가 담담히 받았다."가문의 앞날이라면, 이미 생각하고 있어."감씨의 손이 잠시 멈췄다."……제가 말씀드린 앞날은, 그 앞날이 아닙니다.""그럼 무슨 앞날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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