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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Author: 꽃미소
쾅!

이경의 그 약한 주먹은 앞으로 내뻗을 기회조차 없었다.

이내 탁하는 소리와 함께, 윤신무는 알 수 없는 장력에 의해 멀리 날아가게 됐고 늘씬한 그의 몸은 벽에 부딪혀 땅에 떨어지게 됐다.

이경은 눈을 치켜뜬 채, 그 틈을 타 눈 앞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은침을 들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검은 옷의 남자는 가볍게 소매를 걷고는, 은침을 쓸어 떨어뜨렸다.

곧이어 그는 고개를 돌려 이경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웃음기만 보였다.

“내가 널 구했는데, 넌 또 나를 다치려 하는 거냐?”

이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사람이 왜 선의로 자신을 구하려 한 건지?

아무 조건 없이 구해줬다는 건 필연적으로 자신을 이용하는 거라 생각했다.

“허, 이렇게 경계심이 강할 줄이야. 누가 보면 네가 정말 전사인 줄 알겠어.”

하지만 그녀는 그저 궁에서 자라난 공주일 뿐이다.

검은 두루마기의 사내는, 윤신무가 땅에 떨어뜨린 장검을 주워들었다. 검을 내려다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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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세현은 정말로 그들의 손에 생포당하게 됐다.탁서우는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는데, 그의 손에 쥐어진 긴 검에서는 방금 전 윤세현의 장력에 의해 생긴 불로 인해 여전히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그 한 번의 장풍에, 탁서우 역시 내상을 입었다.탁서우는 입가의 핏자국을 닦아 내며 재빨리 다가가, 긴 검을 들어 윤세현의 심장을 겨누었다.마침내 붙잡았다. 비록 다수로 소수를 이긴 상황이라 떳떳하지는 못하지만.그러나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일대일로 붙으면 자신은 도저히 윤세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주변에 쓰러진 창랑족 전사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시체들은, 윤세현 한 명을 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하, 윤세현. 남진 병사들이 당신을 버리고 도망칠 줄은 생각도 못했겠지?”탁서우는 그가 자신의 무수한 형제들을 죽인 것을 원망하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냉정함을 유지하였다.필경 윤세현이 이끈 건 남진 대군이지, 초나라의 군대가 아니었기에.만약 그가 비룡군을 이끌었다면, 마지막 한 명이 전사할 때까지 병사들은 목숨 바쳐 자신들의 세자를 지켰을 것이다.윤세현은 그저 차갑게 탁서우를 바라보았다. 목에는 여러 자루의 긴 검이 겨눠져 있고, 온몸은 온통 핏자국투성이였지만 우뚝 선 그의 패기는 여전했다.“순순히 패배를 받아들이마. 굳이 할 말은 없어.”“나리, 먼저 저놈의 무공부터 무너뜨리시죠!”곁에 있던 부장군이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그 말을 하면서도, 부장군은 윤세현의 얼굴을 조심스레 흘깃 훔쳐볼 뿐이었다.왜인지 모르게, 윤세현이 이미 자신들의 손에 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이 엄습하였다.게다가 윤세현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한 순간, 부장군은 마치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듯, 그는 자기도 모르게 탁서우의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창랑 전사들은 적 앞에서 한 번도 움츠러든 적이 없다.그런데 전설적인 윤세현을 마주하게 되자, 다들 용기를 잃게 됐다.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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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을 들고 잔뜩 흥분해서 뛰쳐나가는 아들의 모습에, 탁서수는 불안감을 느꼈다.“폐하, 혹시 세자의 안위가 걱정되시는 겁니까?”그러자 곁에 있던 장로가 그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제가 나가서 살펴보겠습니다.”“자네 나이가 지긋한데 함부로 움직이지 말게.”탁서수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길장로는 답답해하며 말했다.“폐하, 제가 알기로는 저와 폐하의 나이가 비슷합니다만.”그 말에 탁서수는 웃음을 터뜨렸지만, 여전히 마음속은 걱정으로 가득했다.윤세현이 이번에 남진의 전하와 함께 출정한 사실은,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였다.게다가 정보원의 소식대로라면, 윤세현은 정예병 3천 명을 이끌고 창랑 대군을 포위하러 갔다고도 한다.다행히 탁서의 쪽은 이미 맞서 싸울 준비를 마친 상황이고, 3천 명의 정예병들이 스스로 덫에 걸려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이 정예병들은 연란관에서 성을 나간 뒤, 그대로 종적을 감춰 버렸다.그리고 지금까지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이제 보니, 윤세현의 목표는 북란관 밖의 창랑 대군이 아니라 창랑 대군의 본거지였던 것이다.“폐하, 혹시 세자가 윤세현의 상대가 되지 못할까 봐 걱정하시는 겁니까?”전설과도 같은 윤세현의 존재에 대해서는, 전장에 뛰어든 병사들이라면 모르는 자가 없었다.많은 이들의 평생 소원이 바로 윤세현과 한 번 제대로 싸워 보는 것이었다. 비록 전사하게 된다 하더라도 죽음에 여한이 없을 것이라고들 생각했다.방금 자신의 아들이 잔뜩 흥분한 채 뛰쳐나간 모습을 돌이켜보니, 아마 그 역시 윤세현을 평생토록 갈망해 온 것 같았다.“그나저나 윤세현은 고작 수백 명만 데리고 왔을 뿐인데...”그 말인즉, 남은 2천여 명의 병사들은 여전히 대군 주변에 잠복해 있다는 뜻이었다.2천여 명의 병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한, 그들은 언제나 잠재적 위험이라 볼 수 있다.혹시 폐하가 모습을 나타낸 후, 그들 역시 모습을 드러낸다면...“폐하! 동남쪽에 남진 병사 한 무리가 침입하였습니다! 우두머리는 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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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알몸이라니... 이 시대에도 이런 단어가 있었다고?설마 내가 무심코 했던 말을 기억해 둔 건가?윤세현의 배려에 이경은 마음이 따뜻해졌지만, 여전히 걱정이 가득했다.이내 그녀는 말을 몰아 언덕 위로 올라가서는, 망원경을 꺼내 들고 계속해서 관찰하였다.수만 명이 주둔한 군영은, 크다고 할 수도 없고 작다고 할 수도 없는 규모였다.언덕 위에 서 있으면 한눈에 경계가 보이긴 하지만, 세부 상황까지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곧이어, 그녀는 갑자기 휘파람을 세게 불었다.그러고 나서는 뒤돌아 남은 모든 병사들을 바라보며,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출발하자!”...한편 군영 안에는, 어느새 백여 명의 병사들이 침입하여 곳곳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창랑왕은 여전히 자신의 장막 안에서 지형도를 살펴보고 있었다.밖은 혼란으로 아수라장이었지만, 그는 평온함을 유지하였다.막내아들인 탁서우가 전체 상황을 진두지휘하고 있었기에, 그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었다.“폐하, 동쪽에 수백 명의 적군이 침입하였습니다. 그중 한 명은 무공이 매우 뛰어난 것 같습니다.”“누구야?”창랑왕은 손에 든 지형도를 내려놓았다.바로 그때, 막 돌아온 탁서우가 입을 열었다.“아마 또 다른 유인책인 듯합니다. 아버님, 제가 가서 살펴보겠습니다.”탁서수는 행동력이 좋은 자신의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괜찮아. 고작 수백 명일 뿐인데. 그쪽에서 알아서 처리하게 내버려 둬.”그는 손짓하며 웃었다.“서우야, 이리 와서 이 강산도를 봐봐.”탁서우는 재빨리 아버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의 얼굴에는 아직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아버님, 이 지도는...”“이건 북란관과 연란관 밖의 지형도야. 이 지역은 땅이 비옥하고 사람이 살기에도 매우 적합한 곳이지.”“남진 부대는 저희가 이곳에서 편히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탁서우 역시 전부터 이곳을 주의 깊게 봐 왔다.푸른 산과 맑은 물, 온화한 기후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기에는 좋은 곳이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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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밤, 창랑 대왕을 유인해 내어 단번에 생포하지 못하면, 북란관에 있는 형제들이 위태로워질 거야.”이번에 창랑 군대를 이끌고 성을 공격하게 된 주장은 바로 창랑왕의 큰아들인 탁서의였다.소문에 따르면 그는 매우 사납고 용맹한 데다가, 폭력적이고 잔혹하다고도 한다.일단 그들이 북란관을 함락시키게 되면 미처 철수하지 못한 북란관 백성들은 반드시 화를 입게 될 것이다.과연 남백훈 일행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이경은 망원경을 들고 계속해서 창랑 군영을 관찰하였다.누군가 다시 부대를 이끌고 달려와 불을 끄려 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수많은 병사들에게 에워싸여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한편 창랑왕은 여전히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공주 마마, 놈들은 마마의 유인 작전을 알아챘을 겁니다. 창랑왕은 오늘 밤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청지가 나지막이 말했다.그러나 이경은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내가 던진 미끼가 충분히 무겁지 않아서 그가 낚이지 않은 것뿐이야.”“마마, 설마 다른 계획이라도 있으신 겁니까?”청사의 눈이 반짝였다.그는 요즘 들어, 구공주가 하는 말을 듣는 게 몹시 즐거웠다.겨우 열다섯, 열여섯 살 나이의 소녀일 뿐이지만, 전장에서의 작전 방침은 항상 예상을 뛰어넘었다.“반드시 큰 미끼를 던져야 해.”이경은 망원경을 거두었다.이상하게도 망원경은 보면 볼수록 다소 흐릿했다. 아무래도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다음에는 남백훈에게 더욱 정밀하게 다시 만들라고 당부하기로 마음먹었다.물론, 남백훈이 계속해서 그녀의 곁에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다.이내 그녀는 몸을 돌려, 곁에 선 형제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녀의 차가운 얼굴에는 한 줌의 온기도 없었다.“지금 나한테는 백 명의 결사대가 필요해.”결사대라!구공주는 굳이 이 단어의 의미를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모두 알아들었으니까.아마도,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런 부대일 거라 짐작하였다.“제가 가겠습니다.”냉전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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