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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잔상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8 22:05:16
안미래가 다녀간 후였다.

유진희는 진료실 의자에 깊숙이 앉아 차트를 내려다봤다.

안미래. 43세.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자꾸만 오늘 진료실에서 마주했던 그 환한 얼굴이 잔상처럼 떠올랐다. 소독약이 닿을 때마다 아아, 하고 자그맣게 소리를 내면서도 꿋꿋하게 참아내던 순한 얼굴. 모범 환자라는 칭찬 한마디에 눈꼬리를 부드럽게 휘어트리며 짓던 웃음. 유리문에 콩 부딪히는 소리에 아이처럼 깔깔대며 웃던 그 청량한 목소리.

43세.

저 투명한 얼굴이 마흔셋이라니, 몇 번을 곱씹어도 비현실적이었다.

창밖을 내려다보니 하이팰리스가 거대한 성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유난히 오늘따라 그곳만 홀로 반짝이는 것처럼 눈이 부셨다. 진희는 무언가를 떨쳐내듯 서둘러 차트를 덮었다.

그때 타이밍 좋게 핸드폰이 진동했다. 화면에 뜬 이름은 조민희. 잠시 망설이던 진희는 차분하게 수화기를 귀에 댔다.

"네, 민희 씨."

"진희 씨, 오늘 저녁 시간 괜찮으세요? 친구랑 한 달 전부터 어렵게 예약해 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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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의 웃음이 들리는 곳에 있고 싶었다. 이 사람이 물속에서 숨차게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는 곳에 있고 싶었다. 그냥 이 거리에 있고 싶었다.그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미래가 한번 더 해요." 유진희가 말했다. "시합이요?" 미래가 웃었다. "이기면 제가 뭔가 사드려야 하나요?" "지면 되죠." 미래가 풀 사이드로 걸어갔다. 유진희도 따라 일어났다. 나란히 레인 앞에 섰다. 미래가 고개를 돌렸다."준비됐어요?" "네." 둘이 동시에 입수했다. 출발했다. 유진희가 전력으로 팔을 저었다. 첫 바퀴는 나란했다. 팔꿈치가 스칠 것 같은 거리였다. 물속에서 미래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리드미컬했다. 흐트러지지 않았다. 턴. 두번째 바퀴였다. 미래가 반 박자 앞서기 시작했다. 유진희는 속도를 올렸다. 그런데 물속에서 이상했다. 미래와 나란히 수영하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이 거리. 이 온도. 물속에서 느껴지는 미래의 움직임. 그때였다. 잡생각이 들었다. 물속이었다. 조명이 번지는 물속. 미래와 나란히 있는 이 공간. 유진희는 수영하면서 생각했다. 지금 이 거리라면. 지금 이 물속이라면. 상상이 들어왔다. 미래를 멈춰 세우는 상상. 물속에서. 미래가 고개를 돌리는 상상. 그 달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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