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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대관 종료 통보

Auteur: Jino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18 12:04:10

[채이]

"우리가 세 들어 사는 줄은 알았지?"

원장님이 물었다. 몰랐다. 오 년 동안 이 건물이 봄빛 건 줄 알았다. 간판이 예순한 해를 버텼으니까. 간판 주인이 건물 주인인 줄 알았다.

"삼층짜리 이 건물. 우리 시어머니가 처음 세를 얻었어. 그때 주인은 쌀가게 하던 영감님. 그 영감님 아들이 물려받았고, 그 아들이 이번에 판대. 나이가 들어서 정리한다고."

"임대 계약은요."

"올해 12월 말까지."

"그다음은요."

원장님이 봉투를 봤다. 도원개발.

"새 주인이 정하겠지."

나는 도원개발이 누구 담당인지 몰랐다. 그날 밤 알았다.

[재헌]

"작은아버지 라인입니다. 실무는 형이 봅니다."

그녀가 식탁에서 봉투를 내려다봤다. 반찬통 옆에 서류 봉투. 우리 식탁엔 이제 별게 다 올라온다.

"역 앞 재개발 구역에 걸쳐 있습니다. 봄빛 자리가 모서리입니다. 형이 이 년 전부터 그 블록을 모으고 있었어요. 봄빛 건물이 마지막 조각입니다."

"우연이에요?"

"반은요. 모으던 건 원래 계획입니다. 지금 산 건 계획이 아닙니다. 시기가."

그녀가 봉투를 덮었다. 손바닥으로.

단추를 돌렸다. 한 바퀴. 말할 준비.

"내가 사겠습니다."

"……네?"

"개인 돈으로. 도원개발보다 높게. 원래 주인한테 직접. 아직 잔금 전이면 가능합니다."

"안 돼요."

빨랐다. 우리 둘 사이에서 안 돼요, 는 늘 빠르다.

"당신 돈 말고요."

"왜입니까."

"재헌 씨 돈으로 사면요, 봄빛은 그날부터 부사장 부인 예식장이에요. 원장님은 평생 재헌 씨한테 월세 내는 사람이 되고요. 원장님은 그거 못 견뎌요. 예순한 해 동안 누구한테 신세 진 적 없는 홀이에요."

"……"

"그리고 전무님이 돈으로 산 걸 재헌 씨가 돈으로 다시 사면, 그건 두 형제가 돈으로 싸우는 거예요. 봄빛은 그 사이에 낀 물건이 되고요."

맞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 제일 불편하다.

"그럼 뭘로 지킵니까."

"봄빛 걸로요."

"봄빛 거가 뭡니까."

그녀가 대답하지 못했다. 아직 모르는 얼굴이었다. 모르는데 안 된다고 하는 얼굴. 예식장에서 저 얼굴로 사고를 몇 번 막았을지 짐작이 갔다. 모르는 채로 막고, 막으면서 찾는 사람이다.

"……찾을게요."

"같이 찾죠."

"돈은 빼고요."

"돈은 뺍니다."

그녀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우리는 종이 대신 말로 약속한다. 오늘은 말에 손가락이 붙었다. 약속이 한 단계 진화했다.

[채이]

월요일. 등기우편이 왔다. 내용증명. 새 건물주 명의. 12월 31일 임대 종료. 이후 재건축 예정. 재계약 의사 없음.

세 줄이었다. 우리 홀 예순한 해가 세 줄로 정리됐다. 도원호텔 입장문도 세 줄이었다. 이 그룹은 세 줄을 좋아한다.

저녁에 직원 회의를 했다. 로비 의자 여섯 개. 원장님, 은비, 준수, 탁 실장님, 폐백 이모님, 나.

은비가 제일 먼저 울었다.

"나 11월 22일에 여기서 식 하는데. 도경 오빠랑. 예약 벌써 했는데."

"그건 해. 12월 말까지는 우리 홀이야."

원장님이 말했다. 목소리가 평평했다. 원장님이 목소리를 평평하게 할 때가 제일 무섭다.

"그럼 그다음 예약은요?"

준수가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내년 봄 예약이 벌써 열두 건 들어와 있었다. 김 씨 댁 신부 친구들, 무전 녹음 듣고 온 사람들.

탁 실장님이 팔짱을 끼고 있다가 말했다.

"이십 년 전에 우리 둘 식 망쳤을 때도 원장님이 안 쫓아냈어. 이번엔 우리가 원장님 안 쫓겨나게 해야지."

폐백 이모님이 탁 실장님 팔을 툭 쳤다. 그 둘이 서로 건드리는 걸 처음 봤다. 이십 년 된 부부의 한 줄짜리 대화.

"채이야. 너 뭐 생각 있지."

원장님이 나를 봤다. 모두가 나를 봤다. 입장 신호를 기다리는 얼굴들.

"……아직요. 근데 하나는 알아요. 이 홀에서 결혼한 사람들이 몇 명인지. 그 사람들이 지금 어디 사는지. 그걸 모으면 뭔가 돼요."

"그걸 어떻게 모아."

"몰라요. 찾을게요."

모르는 채로 막고, 막으면서 찾는다. 오늘도 그 방식이다.

[채이]

화요일. 자문 날. 직원식당. 제육 없는 주. 오늘은 된장찌개였다.

엄하늘 부주방장이 식판을 들고 내 맞은편에 앉았다. 부주방장이 직원식당에서 밥 먹는 건 처음 본다고 지호가 옆 테이블에서 속삭였다.

"개관 연회 메뉴. 찾으셨습니까."

"아직요. 호텔 기록실엔 개관 사진만 있고 메뉴판은 없대요."

"……그렇군요."

그가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떴다. 그리고 한 줄을 더 보탰다.

"찾으면, 제가 할 수 있습니다. 총주방장님 안 계셔도."

안 계셔도. 이상한 말이었다. 총주방장님은 멀쩡히 계신데. 묻기 전에 그는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한 줄짜리 사람은 한 줄만 두고 간다.

반장님이 그 자리에 앉았다. 내 얼굴을 보더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무슨 일 있지. 봄빛?"

실 라인은 호텔 지하까지 뻗어 있다.

"건물이 팔렸대요. 12월 말까지만."

반장님이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내 식판에 계란말이를 하나 얹었다.

"나도 거기서 결혼했어."

"……네?"

"봄빛. 삼십일 년 전. 유나 아빠랑. 그때 원장님이 새댁이었어. 원장님 시어머니가 원장이셨고. 나 드레스 밑단 밟아서 넘어질 뻔했는데 그 새댁이 잡아 줬어. 지금 원장님."

숟가락이 멈췄다.

"반장님이 봄빛 신부였어요?"

"우리 층 이순옥이도. 이십칠 년 전. 벨 데스크 지호 엄마도 봄빛에서 돌잔치 했다더라. 지호 돌잔치."

지호가 옆 테이블에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저요? 저 봄빛에서 돌잡이 했어요? 뭐 잡았대요?"

"마이크. 그래서 네가 그렇게 시끄러운 거야."

식당에 웃음이 번졌다. 나는 웃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뭔가가 딸깍, 맞아 들어갔다. 봄빛 거. 그가 물었던 것. 봄빛 거가 뭡니까.

이 사람들이었다. 봄빛에서 결혼하고, 봄빛에서 돌잡이 한 사람들. 도원호텔 지하 식당에만 셋. 서울 전체엔 몇 명일까.

[채이]

수요일. 22층. 약속 없이 갔다. 전무실 앞 비서가 나를 막으려다 방준기 과장을 봤다. 방 과장이 비켜섰다. 흰 이어폰을 빼고 있었다. 처음 봤다. 귀가 생각보다 작았다.

민혁은 창가에 서 있었다. 커피를 들고. 늘 커피를 들고 있다. 저 사람은 커피를 방패처럼 쓴다.

"제수씨. 무슨 일로."

"봄빛이요."

"아, 그거요. 개인적인 거 아니에요. 역 앞 블록 개발은 이 년 전부터 계획이었어요. 봄빛 자리가 모서리라 꼭 필요하고."

"그럼 왜 지금이에요. 이사회 끝나고 삼 주 만에."

민혁이 웃었다. 오늘은 웃음이 얇았다.

"타이밍이 좋았죠. 원래 주인이 급하게 팔고 싶어 했거든요."

"원장님 예순셋이에요. 그 홀에서 사십 년 일했어요."

"알아요. 보상은 법대로 할 거예요. 넉넉히."

넉넉히. 돈으로 넉넉한 사람이 쓰는 말이다.

돌아서려는데 민혁이 말했다.

"제수씨네 식구는 좋겠네요."

"……네?"

"아버님도 둘째시잖아요. 한복집 둘째. 그런데도 큰집이랑 싸우면 옷 한 벌 지어 주고 풀리고."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우리 집 둘째는 예비예요. 예비는 뭘로 버티는지 알아요? 숫자로요. 숫자는 배신을 안 하거든요."

계단참에서 들은 목소리가 겹쳤다. 우린 어차피 둘째잖아요, 아버지.

무슨 뜻인지 몰랐다. 묻지 않았다. 대답은 짧게. 이 사람한테는 그게 규칙이다.

"숫자도 배신해요. 예약 장부 보면 알아요. 빨간 줄 일곱 개."

민혁이 돌아봤다. 처음으로 웃음 없는 얼굴이었다.

[재헌]

목요일 저녁. 할머니 댁. 대청마루.

"봄빛 일에 제가 나서도 되겠습니까."

할머니가 찻잔을 들었다. 기다렸다. 오래.

"그건 채이 싸움이다."

찻잔이 내려놓였다.

"네가 끼면 네 형 싸움이 된다. 형제 싸움에 봄빛이 끼는 거다. 채이는 그걸 알아서 네 돈을 거절한 거야."

"……어떻게 아십니까. 제가 돈 얘기를 한 걸."

"네 처가 소율이한테, 소율이가 나한테."

이 집은 이제 그렇게 돌아간다. 정보망 이름을 지어야겠다. 실 라인.

"그럼 저는 뭘 합니까."

"네 처한테 물어라. 나한테 묻지 말고."

그날 밤 물었다. 식탁에서. 새끼손가락 걸었던 자리에서.

"그럼 저는 뭘 하면 됩니까. 돈 빼고."

그녀가 수첩을 덮고 나를 봤다. 오래 생각하는 얼굴. 그러다 웃었다.

"토요일 밤에 시간 돼요?"

"됩니다."

"창고 정리요. 봄빛 지하 창고. 먼지 엄청 많아요. 셔츠 말고 버려도 되는 옷 입고 오세요."

버려도 되는 옷. 내 옷장에 그런 옷이 있는지 생각했다. 채훈 씨 앞치마가 있었다. 이름에 줄이 두 개 그어지고 강, 이라고 적힌.

[재헌]

금요일 오후. 봄빛 원장실. 혼자 갔다. 작은 상자 하나를 들고. 하가네 무명 버선 한 켤레. 장인어른이 손으로 지은 것. 장모님이 싸 주셨다. 장모님은 내가 어디 가는지 묻지 않았다. 실 라인은 묻지 않고 안다.

원장님이 버선 상자를 받고 나를 봤다.

"부사장님 혼자요."

"네. 사과드리러 왔습니다. 도원개발은 저희 집안 회사입니다."

원장님이 차를 두 잔 탔다. 그녀가 늘 마신다는 찻잔. 이가 조금 나간 흰 잔이었다.

"부사장님이 사과할 일 아니에요."

"그래도."

"우리 채이가 돈 받지 말라고 했죠."

대답하지 않았다. 원장님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전부 안다.

"잘했어요, 그 애. 부사장님 돈으로 이 건물 사 주면 난 그날로 문 닫아요. 사십 년 일한 홀을 남의 사위 돈으로 지키는 건 못 해요."

찻잔이 내려놓였다. 할머니와 같은 결론 방식이었다.

"대신 부탁 하나 할게요."

"말씀하십시오."

"창고 먼지 좀 털어 줘요. 우리 채이가 내일 밤에 들어간대요. 예순한 해 먼지야. 그 애 혼자 털다가 기침하면 안 되니까."

"……그러려고 왔습니다. 버려도 되는 옷도 챙겼습니다."

원장님이 처음으로 웃었다. 그녀가 말한 그대로였다. 원장님은 허락도 농담처럼 한다.

[채이]

토요일 오후. 은비가 청첩장 견본을 들고 휴게실로 뛰어왔다.

"봐 봐. 인쇄소에서 왔어."

흰 카드. 금박 글씨. 11월 22일 토요일 오후 한 시. 봄빛웨딩홀 그랜드홀.

"건물 팔려도 12월 말까지는 우리 홀이잖아. 나는 여기서 할 거야. 도경 오빠도 그러재. 자기가 여기서 사진 찍은 신부가 삼백 명이 넘는대. 그 사람들 다 초대할 거래."

"삼백 명을?"

"청첩장은 다 보낼 거래. 올 사람은 오겠지."

은비가 청첩장을 내 손에 쥐여 줬다. 첫 번째 견본.

"너 첫 번째. 너 없었으면 나 이 홀에서 결혼 못 했어. 반지 발견하고 사십 일 동안 버틴 것도 너 보면서 버틴 거야."

청첩장을 봤다. 봄빛웨딩홀. 그 여섯 글자가 금박으로 반짝였다. 12월 31일 이후에도 이 글자가 청첩장에 찍힐 수 있을까.

청첩장 삼백 장. 올 사람은 온다. 머릿속에서 또 딸깍, 소리가 났다.

[채이]

토요일 밤 아홉 시. 마지막 예식이 끝나고 로비 불을 반쯤 껐다. 원장님이 열쇠 꾸러미를 들고 나를 불렀다.

"채이야. 이 홀에서 결혼한 사람들 모은다고 했지."

"네."

"그럼 지하로 가."

원장님이 녹슨 열쇠 하나를 골라 내 손에 쥐여 줬다.

"창고에 예순한 해치 장부가 있다. 우리 시어머니 때부터. 거기 다 있어. 누가 이 홀에서 뭘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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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타 신부   38화. 청첩장 재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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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타 신부   37화. 사십 주년 기념 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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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헌]목요일 밤 열한 시 오 분. 식탁. 그녀가 안전핀을 한 번 여닫은 뒤로 오 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치도만 봤다.나는 백 실장 흉내를 냈다. 수첩 대신 냅킨. 볼펜으로 적었다."뭐가 남아 있는지부터."그녀가 고개를 들었다."실내 공간. 그랜드볼룸. 밤 갈라 세팅이 금요일부터 들어갑니다. 형 쪽. 로즈룸, 백 명. 스카이라운지, 팔십 명. 로비, 서서 이백 명.""낮 잔치 하객이 몇이에요.""삼백 이십.""그럼 볼룸밖에 없어요.""볼룸은 형 겁니다. 밤 갈라. 샹들리에, 샴페인 타워, 외국 연주단. 금요일 오후부터 세팅."그녀가 배치도를 뒤집었다. 뒷면에 볼펜으로 선을 그었다. 시간표였다. 열두 시부터 세 시, 낮 잔치. 세 시부터 여섯 시, 전환. 일곱 시, 갈라."같은 방을 두 번 써요. 봄빛은 토요일마다 그랜드홀 하나로 식을 세 번 해요. 식 끝나면 사십 분 만에 꽃이랑 의자 다 바꿔요. 호텔은 세 시간이면 돼요.""형이 허락할까요.""물어봐야죠."그녀가 휴대폰을 들었다. 건물주, 라고 저장된 번호. 밤 열한 시 십 분.[채이]신호가 한 번 가고 받았다."매니저님.""전무님. 태풍이요.""봤어요. 지금 볼룸 배치도 보고 있었어요."이 사람도 안 자고 있었다. 형제가 같은 시간에 같은 배치도를 보고 있었다."낮 잔치를 볼룸으로 옮기고 싶어요. 열두 시부터 세 시까지. 세 시부터 여섯 시까지 전환하고, 일곱 시에 갈라. 갈라 세팅이 세 시간 늦어져요."전화 너머가 조용했다. 삼 초."……그래요.""그래요요?""샹들리에는 원래 늦게 켜는 거예요. 해 지고 나서. 낮에 켜면 촌스러워요."웃음이 났다. 그도 웃었다. 전화 너머로."갈라 세팅팀 금요일 출근 취소할게요. 토요일 세 시에 들어가라고 하고. 그리고 매니저님.""네.""전환 세 시간. 우리 팀 인력 다 쓰세요. 내 갈라 인력이지만 낮에도 쓰세요. 복주머니 나르게."전화를 끊었다. 그가 나를 보고 있었다. 냅킨을 든 채."……형이 뭐라

  • 대타 신부   35화. 예비일 지정

    [채이]"조건이요?"민혁이 원장님 찻잔을 내려놓았다. 두 손으로. 이 사람은 오늘 모든 걸 두 손으로 했다."토요일 연회. 식순에 제 순서 하나 넣어 주세요.""……무슨 순서요.""삼 분이요. 할머니 앞에서. 직접 말할 기회. 기자 없이, 이사 없이. 매니저님이 식순 짜시잖아요."매니저님. 제수씨가 아니었다.수첩을 폈다. 연회 식순. 낮 열두 시 개회, 할머니 인사말, 개관 연회 메뉴 소개, 봄빛 사진전, 직원 가족 소개, 복주머니 나눔. 빈칸이 없었다."식순은요, 원래 양가 합의가 필요해요. 신랑 측, 신부 측.""……농담이죠.""반은요. 반은 진짜예요. 할머니 인사말 앞에 넣을게요. 할머니가 말씀하시기 전에. 할머니가 대답하실 수 있게."민혁이 나를 봤다. 그리고 원장님을 봤다. 원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순은 매니저 권한이다. 원장님이 오 년 전에 그렇게 정했다."삼 분이면 되겠어요?""……모르겠어요. 삼십 년 치 말이라.""그럼 사 분 드릴게요. 예비로 일 분."예식장에서는 늘 예비를 둔다. 예비일, 예비 부케, 예비 안전핀. 사람 말에도 예비 일 분이 필요하다.[재헌]수요일 오후 세 시. 할머니 전화. 이번엔 본론이 늦게 나왔다."재헌아.""네."오 초. 할머니가 오 초 넘게 말을 안 하는 건 드물다. 결혼식 날 이후 두 번째."네 작은아비가 왔다 갔다. 아침 일곱 시에. 혼자 운전해서.""……네. 형한테 들었습니다.""쉰다섯 해 만에 물었다. 어머니, 제 돌잔치를 하셨습니까."할머니 목소리가 흔들렸다. 두 번째로 듣는 흔들림."그래서 말해 줬다. 했다고. 영감 몰래 봄빛 작은 방에서. 내 혼례 치마를 뜯어 입혔다고. 한복집 새댁이 돌복 삯을 안 받았다고. 지갑에서 사진을 꺼내 줬다. 쉰다섯 해 만에 주인한테 갔다.""……작은아버지는요.""울더구나. 쉰여섯 살짜리가. 내 앞에서. 그리고 버선을 한 켤레 얻어 신고 갔다. 네 처가 두고 간 무명 버선. 발에 꼭 맞는다더라."전화 너머에서 찻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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