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아침 햇살이 침실 커튼 틈으로 가늘게 들어왔다.
세아는 눈을 뜬 채 천장을 보고 있었다. 한숨도 자지 못했다. 새벽에 거실에서 읽은 문장들이 눈을 감을 때마다 떠올랐다. 언니. 엄마. 강태성의 서재에서 낳은 아이.
옆에서 도헌이 몸을 뒤척였다. 팔이 허리를 감아 끌어당겼다. 시트 아래 맨살에 닿는 체온이 어젯밤 그대로라서, 세아는 숨이 조금 아팠다. 그의 가슴이 등에 맞닿아 있었다. 심장이 천천히 뛰는 것이 피부로 전해졌다.
"……깼어?"
잠긴 목소리가 목덜미 위로 떨어졌다. 낮고 느린 진동이 살갗 위에서 울려, 세아의 어깨가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방금요."
"거짓말."
"네?"
"당신 숨이 안 잔 사람 숨이야. 새벽 3시에 한 번 일어났고."
세아의 어깨가 아주 조금 굳었다. 도헌은 눈을 감은 채 그녀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손바닥이 척추를 따라 내려갈 때마다 그녀의 숨이 얕아졌다. 허리 끝에서 멈춘 손이 한 번 머뭇거리다가, 다시 천천히 올라왔다.
"계약서 봤지."
"……네. 다시 한번 읽었어요. 새로 나온 건 없었고요."
반은 사실이었고 반은 거짓이었다. 입안이 썼다. 세아가 도헌에게 직접 거짓을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말해야 해. 하지만 동생이라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말하면 이 사람은.'
도헌이 눈을 떴다.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을 한 번 훑었다. 그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어깨에 입술을 눌렀다. 아주 느리게, 도장을 찍듯이. 그 입술이 어깨선을 따라 목으로 올라왔다.
"서준, 아침부터."
"아침이라서."
"출근해야 하는데."
"알아. 그래서 5분만."
"5분이 5분으로 끝난 적 있어요?"
"없지."
그가 낮게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돌려 마주 보게 했다. 아침 빛이 그의 어깨와 가슴 위를 길게 가르고 있었다. 세아의 시선이 그 위에 머물렀다. 어젯밤 자신의 손톱이 남긴 가느다란 붉은 줄이 어깨뼈 쪽에 남아 있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보지 마요."
"당신이 남긴 거잖아."
"그러니까요."
"자랑스러운데."
도헌의 손이 그녀의 뺨을 감쌌다. 엄지가 입술 가장자리를 천천히 지나갔다. 누르지 않았는데도 숨이 끊겼다. 세아가 눈을 감자 그의 입술이 내려왔다. 처음에는 가볍게, 그다음엔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고, 마지막엔 숨까지 삼키듯 깊게. 시트가 어깨에서 흘러내렸다. 그의 손이 허리에서 옆구리를 따라 올라왔고, 닿는 자리마다 열이 번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머리칼 속으로 들어갔다.
"……서준."
"응."
"그렇게 만지면 진짜 지각해요."
"지각은 내가 책임질게."
"대표님이 지각하면 비서실장이 욕먹는데요."
"그럼 같이 지각하면 되지."
그의 입술이 쇄골 위에서 멈췄다. 어젯밤 남긴 자국 위에, 같은 자리에, 한 번 더. 세아의 허리가 침대 위에서 조금 떠올랐다. 낮은 숨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도헌이 고개를 들어 그녀의 눈을 보았다. 눈동자가 이미 어두웠다.
"세아, 한 가지만 물을게."
"……뭐예요."
"어젯밤 이후로 계속 궁금했어. 당신이 먼저 사랑한다고 했을 때, 몸이 어디까지 반응했는지."
"그런 건 묻는 게 아니에요."
"그럼 확인할게."
그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가슴 위에 얹었다. 그의 심장이 거칠게 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을 천천히 아래로 이끌었다. 배, 허리선, 그리고 닿을 듯 말 듯한 곳 직전에서 멈췄다. 세아의 숨이 완전히 끊겼다.
"이만큼이야."
"……."
"당신 한마디에 이만큼 되는 사람이야, 나는."
세아의 얼굴이 불이 붙은 듯 달아올랐다. 그녀가 그의 목을 끌어당겨 입술을 덮었다. 말 대신 키스로 대답했다. 이불 속에서 두 사람의 다리가 얽혔고, 그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를 따라 천천히 올라가며 아침을 놓아주지 않았다. 5분은 한 시간이 되었다.
오전 11시, 태성타워 52층.
출근길에 두 사람은 따로 들어왔다. 도헌이 먼저, 세아가 15분 뒤에. 제7조는 파기되지 않았다. 계약서를 찢었다고 사내 눈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대표와 한진정밀의 상속녀가 같은 층에서 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복도의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윤 실장님. 아니, 한 이사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비서실장이면 충분해요."
세아는 평소처럼 미소로 받았다. 가면은 3년 동안 쓴 물건이라 손에 익었다. 다만 오늘은 그 가면 안쪽에서 목덜미가 화끈거렸다. 블라우스 깃을 올려 가렸지만 어젯밤과 아침의 자국이 하나씩 열을 내고 있었다.
탕비실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문이 열렸다. 세아는 돌아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았다. 구두 소리의 박자가 그 사람의 것이었다.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났다.
"대표님. 여긴 사내입니다."
"알아."
"제7조 기억하시죠."
"계약서는 찢었어. 그 조항도 같이."
"그건 궤변인데요."
"재벌의 특권이야."
도헌이 그녀 뒤로 다가와 양손을 싱크대 가장자리에 짚었다. 세아가 그의 팔 사이에 갇혔다. 커피 머신의 물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의 숨이 귓가에 닿았다.
"아침에 하다 만 거, 계속 생각했어."
"……안 했잖아요, 끝까지."
"그래서 더 미치겠어."
그의 입술이 목덜미 바로 위에서 멈췄다. 닿지는 않았다. 숨결만 피부 위를 맴돌았다. 세아의 손이 컵을 쥔 채 떨렸다. 컵 안의 커피가 작게 일렁였다. 도헌의 한 손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고, 그녀의 등이 그의 가슴에 완전히 맞닿았다. 다른 손이 블라우스 단추 하나를 풀고, 두 번째 단추 위에서 멈췄다.
"서준, 문 밖에."
"여기선 도헌이야."
"도헌. 사람이."
"알아. 그래서 더."
그의 손가락이 열린 깃 사이로 들어가 쇄골 위를 가만히 눌렀다. 세아가 숨을 들이켜며 입술을 깨물었다. 소리를 내면 안 됐다. 소리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이 몸 전체를 더 예민하게 만들었다. 그가 귓가에 입술을 대고 아주 낮게 속삭였다.
"소리 내면 안 돼. 문밖에 비서실 직원들 있어."
"그럼…… 멈추세요."
"멈출까?"
"……."
"대답해."
"……멈추지 마요."
도헌의 숨이 흔들렸다. 그의 입술이 목덜미에 닿았다. 불에 데인 듯한 한 점이었다. 이어 그가 그녀의 귓바퀴를 이로 살짝 물었다. 세아의 무릎이 휘청였다. 그가 허리를 받쳐 싱크대 쪽으로 단단히 눌렀다. 손은 천천히 그녀의 허벅지 바깥쪽을 쓸어 올렸고, 스커트 자락이 손등에 걸려 조금씩 밀려 올라갔다. 문 밖에서 누군가 복사기를 돌리는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은 굳은 채 숨을 죽였다. 그의 손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 그리고 소리가 멀어지자 다시,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이게 제일 위험해요."
"뭐가."
"참아야 한다는 거요."
"나도 그래."
그가 마지막으로 그녀의 입술을 짧고 깊게 덮고, 물러났다. 손으로 그녀의 칼라를 정돈하고 단추를 다시 채워 주었다. 한 칸씩, 일부러 느리게.
"이건 이자 선금이야. 오늘 밤에 정산할 거고."
"……누가 선금을 그렇게 받아요."
"재벌이."
그가 평평한 목소리로 돌아와 문을 열고 나갔다. 세아는 싱크대를 붙잡고 숨을 골랐다. 허벅지 안쪽까지 열이 남아 있었다. 거울 속 얼굴은 귓불부터 쇄골까지 붉었다.
그때 문이 한 번 더 열렸다. 박지윤이 서 있었다.
"실장님, 얼굴이."
"아무 일도 아니에요."
"아무 일도 아닌 얼굴이 아닌데요. 아, 그리고."
지윤이 목소리를 낮췄다.
"어젯밤 소식 들었어요. 새 계약서요. 종이 출처를 찾았어요. 옛 한진정밀 본사 8층 문서고에 있던 특수지예요. 키는 딱 세 사람만 가지고 있었대요. 한도식 회장님, 은서 여사님. 그리고."
"그리고요."
"최진우 이사님이요."
세아의 손이 컵 위에서 굳었다.
밤 10시, 옛 한진정밀 본사 8층.
건물은 3년 전 그대로 비어 있었다. 복도의 비상등이 초록빛으로 길게 깜빡였다. 도헌이 앞서 걸었고, 세아가 그의 소매를 쥔 채 뒤따랐다. 민재와 최 이사는 1층 로비에서 대기했다.
문서고 문은 열려 있었다. 책상 위에 스탠드 하나가 켜져 있었다. 그 앞에 서른 안팎의 여자가 등을 보인 채 서 있었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 회색 정장.
여자가 돌아섰다.
세아의 숨이 멎었다. 눈매는 이은서와 같았고, 입꼬리가 올라가는 각도가 자신과 똑같았다. 웃음인지 칼날인지 알 수 없는 각도.
"오셨네요, 세아 언니."
"……당신이."
"이서윤이에요. 나이로는 제가 한 살 위지만 언니라고 부르게 해 주세요. 저를 찾아 준 사람이 언니니까요."
도헌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 세아를 반쯤 가렸다. 서윤이 그 동작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안심하세요. 두 분은 피 한 방울 안 섞였어요. 그건 제가 이 건물에서 가장 먼저 확인한 서류예요."
세아가 낮게 물었다.
"왜 지금이죠. 왜 이런 방식으로."
"제가 28년 동안 숨어 있었으니까요. 엄마가 저를 보냈어요. 강태성의 서재에서 태어난 아이는 그 사람 소유가 된다는 제0조가 있었으니까. 엄마는 저를 한 사람에게 맡겼어요."
"누구예요."
서윤이 시선을 문 쪽으로 돌렸다. 최 이사가 서 있었다. 1층에서 올라온 것이었다. 얼굴이 잿빛이었다.
"……이사님."
"아가씨. 죄송합니다. 은서 여사님이 이 아이를 맡기시던 밤, 제 목숨을 걸고 약속했습니다. 세아 아가씨가 스스로 판을 뒤집을 만큼 자랄 때까지 숨기겠다고."
도헌의 눈빛이 굳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세아는 오랫동안 서윤을 보았다. 적일 수도 있었고, 평생 몰랐던 가족일 수도 있었다.
"그럼 제3조는요."
서윤이 책상 위의 계약서를 펼쳤다. 세 번째 장이 열렸다.
[제3조. 계약자 둘 중 한 사람은, 오늘 밤 12시까지 상대에게 감춰 온 비밀 하나를 말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발신인이 대신 읽는다.]
도헌이 천천히 세아를 돌아보았다.
세아의 입술이 바싹 말랐다. 새벽에 읽은 문장, 아침에 나눈 거짓말, 그의 부드러운 웃음.
"세아. 나한테 아직 말 안 한 게 있지."
"서준, 그건."
"괜찮아. 당신 입으로 듣고 싶어."
서윤이 시계를 보았다. 11시 48분.
"12분 남았어요, 언니. 그리고 그게 정말 언니의 비밀인지, 아니면."
서윤의 시선이 도헌에게 옮겨 갔다.
"그 사람이 먼저 말할 비밀이 있는지도요."
도헌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표정이 사라졌다.
사진 속 여자의 입꼬리는 세아가 매일 거울에서 보던 각도였다."……이 사진, 어디서 찍은 거예요.""병실 천장 모서리에 달려 있던 구형 카메라예요. 3년 동안 아무도 열어 보지 않은 저장 장치에서 제가 꺼냈어요."서윤은 아침 일찍 안가 거실에 와 있었다. 최 이사가 문을 열어 주었다고 했다. 잠을 못 잔 얼굴이었지만 목소리는 담담했다. 도헌은 세아 옆에 앉아 말없이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이 세아의 손을 감싸 쥔 채 놓지 않았다."그날 저는 스물여섯 살 간호사였어요. 최 이사님이 넣어 준 자리였고요. 맡은 일은 하나였어요. 한도식 회장님 곁에서 이상한 일이 생기면 막는 것.""그래서 막았어요?""반만요."서윤이 사진 속 링거대를 손끝으로 짚었다."쓰러지신 직후 회장님 링거에는 이미 약이 들어 있었어요. 홍기범의 사촌이 처방한 거였고, 오래 투여하면 심장이 멈추는 종류였어요. 저는 그걸 알아챘고, 밤 2시에 병실 불을 껐어요. 그런데."그녀가 말을 멈추고 세아를 보았다."그 어둠 속에서 회장님이 제 손목을 잡으셨어요."세아의 숨이 얕아졌다."의식이 있으셨어요. 말은 못 하셨고요. 눈으로, 손가락 힘으로 저한테 신호를 보내셨어요. 약을 빼지 말라고. 빼면 홍기범이 알아챈다고. 대신 심장을 멈추지 않을 만큼만, 수치를 낮춰서 계속 흘려 보내라고.""……왜요.""죽은 사람처럼 누워 있어야 살 수 있다고 판단하셨으니까요. 강태성이 한진정밀을 삼키는 동안 딸이 먼저 위험해지지 않도록, 가장 약한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고."도헌이 낮게 숨을 삼켰다. 세아의 손이 그의 손 안에서 떨렸다."그러니까 아버지가 직접.""링거를 바꾸라고 시킨 사람은 한도식 회장님이에요. 저는 3년 동안 그 약의 양을 조절하면서, 회장님이 깨어날 날을 기다렸어요.""그 3년 동안 아무도 몰랐다는 거죠. 은서 어머니도요.""은서 여사님은 알고 계셨어요. 제가 아니라 회장님께 직접 들으셨대요. 눈을 뜨고 처음 하신 말씀이, 세아한테는 아직 말하지 말라는 거였고요.
11시 48분.문서고의 스탠드 불빛이 서윤의 얼굴 반쪽을 비췄다. 초침 소리가 방 안을 천천히 갉아 먹었다. 세아는 입술이 마르는 것을 느끼며 도헌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재촉하는 눈이 아니었다. 무슨 말이 나와도 받아 내겠다는 눈이었다."서준.""응.""저, 오늘 아침에 거짓말했어요."도헌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계약서에 새로 나온 건 없다고 했는데, 있었어요. 새벽에 혼자 거실에 나가서 읽었어요. 어머니가 강태성의 서재에서 낳은 아이가 있다는 문장이요. 그게 이 사람이라는 걸, 저는 이 문을 열기 전부터 짐작하고 있었어요.""…….""말하지 못한 건, 당신이 또 혼자 감당하려 할까 봐서예요. 당신 삼촌의 핏줄이 얽힌 일이니까. 제가 먼저 정리하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게 잘못인 줄 알면서도."말을 끝내자 가슴이 텅 비었다. 도헌은 한참 그녀를 보다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화난 숨이 아니었다. 오래 참았던 것이 빠져나가는 소리였다."고마워.""……네?""말해 줘서. 그리고 나를 지키려고 거짓말했다는 거, 알아. 그래도 다음엔 같이 정리하자. 나는 당신이 혼자 짊어지는 게 제일 무서워.""그럼 서준 차례예요."세아가 그의 소매를 놓지 않은 채 말했다."서윤 씨가 그랬잖아요. 당신이 먼저 말할 비밀이 있다고."도헌이 시선을 내렸다. 시계는 11시 55분을 가리켰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3년 동안 잠을 못 잤다는 말, 사실이야. 그런데 한 가지를 빼고 말했어. 당신이 입사하기 전 3년 동안, 나는 한 달에 두세 번 당신 집 앞에 차를 세웠어."세아의 숨이 멎었다."가까이 가진 않았어. 올려다보기만 했어. 4층 창문에 불이 켜져 있다가 꺼지면, 그때서야 눈을 조금 붙일 수 있었어. 당신이 어디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버지를 되찾으려고 어떤 얼굴로 3년을 버텼는지, 전부 알고 있었어. 그러면서도 나는 당신 앞에 나서지 못했어.""……그럼 처음 만난 날 저를 알아본 게.""
아침 햇살이 침실 커튼 틈으로 가늘게 들어왔다.세아는 눈을 뜬 채 천장을 보고 있었다. 한숨도 자지 못했다. 새벽에 거실에서 읽은 문장들이 눈을 감을 때마다 떠올랐다. 언니. 엄마. 강태성의 서재에서 낳은 아이.옆에서 도헌이 몸을 뒤척였다. 팔이 허리를 감아 끌어당겼다. 시트 아래 맨살에 닿는 체온이 어젯밤 그대로라서, 세아는 숨이 조금 아팠다. 그의 가슴이 등에 맞닿아 있었다. 심장이 천천히 뛰는 것이 피부로 전해졌다."……깼어?"잠긴 목소리가 목덜미 위로 떨어졌다. 낮고 느린 진동이 살갗 위에서 울려, 세아의 어깨가 저절로 움츠러들었다."방금요.""거짓말.""네?""당신 숨이 안 잔 사람 숨이야. 새벽 3시에 한 번 일어났고."세아의 어깨가 아주 조금 굳었다. 도헌은 눈을 감은 채 그녀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손바닥이 척추를 따라 내려갈 때마다 그녀의 숨이 얕아졌다. 허리 끝에서 멈춘 손이 한 번 머뭇거리다가, 다시 천천히 올라왔다."계약서 봤지.""……네. 다시 한번 읽었어요. 새로 나온 건 없었고요."반은 사실이었고 반은 거짓이었다. 입안이 썼다. 세아가 도헌에게 직접 거짓을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말해야 해. 하지만 동생이라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말하면 이 사람은.'도헌이 눈을 떴다.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을 한 번 훑었다. 그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어깨에 입술을 눌렀다. 아주 느리게, 도장을 찍듯이. 그 입술이 어깨선을 따라 목으로 올라왔다."서준, 아침부터.""아침이라서.""출근해야 하는데.""알아. 그래서 5분만.""5분이 5분으로 끝난 적 있어요?""없지."그가 낮게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돌려 마주 보게 했다. 아침 빛이 그의 어깨와 가슴 위를 길게 가르고 있었다. 세아의 시선이 그 위에 머물렀다. 어젯밤 자신의 손톱이 남긴 가느다란 붉은 줄이 어깨뼈 쪽에 남아 있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보지 마요.""당신이 남긴 거잖아.""그러니까요.""자랑스러운데."도헌의 손
새 계약서의 표지는 가죽 냄새가 났다.세아는 거실 불을 켠 채로 한참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현관문은 잠겨 있었다. 창문도 닫혀 있었다. 샤워를 하러 들어가기 전까지 책상 위는 분명 비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한가운데에, 누군가 자를 대고 놓은 것처럼 반듯하게 계약서가 앉아 있었다.젖은 머리칼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목덜미를 타고 내려갔다. 세아는 그 서늘함이 소름인지 물기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손끝이 차가웠다. 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도헌의 번호를 눌렀다.신호음이 한 번 울리기도 전에 그가 받았다."세아.""자고 있었어요?""3년 만에 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밤이야. 무슨 일이야.""새 계약서가 왔어요. 제 집에요."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그 짧은 정적 안에서 세아는 그의 표정을 보았다. 눈썹이 내려앉고, 턱이 굳고, 이미 몸이 문 쪽으로 돌아서 있는 사람의 얼굴을. 이어 의자 끌리는 소리, 열쇠 소리, 구두 소리가 빠르게 겹쳤다."문 열지 마. 15분.""대표님 집에서 여기까지 10분이잖아요.""7분.""신호는요.""신호는 내 사정이야."전화가 끊겼다. 세아는 휴대폰을 쥔 채 웃음을 삼켰다. 무서운 와중에도 웃음이 나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어깨에 걸려 있던 무게의 절반이 내려앉은 것도 사실이었다.그는 정말 7분 만에 왔다.인터폰 화면에 비친 그는 코트도 걸치지 않은 셔츠 차림이었고, 머리칼은 바람에 흐트러져 있었다. 문을 열자 도헌이 숨을 몰아쉬며 서 있었다. 세아의 시선이 그의 가슴께에서 멈췄다."……단추가 한 칸씩 어긋났어요.""지금 그게 중요해?""중요해요. 대표님이 얼마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그게 제일 확실한 증거니까요."도헌은 대답 대신 집 안으로 들어서 창, 베란다, 욕실, 옷장을 차례로 열어 확인했다. 발소리가 낮고 빨랐다. 모든 곳을 본 뒤에야 그가 그녀 앞에 돌아와 두 어깨를 붙잡았다. 손바닥이 뜨거웠다."다친 데 없지.""없어요. 계약서만 있어요.""만
지하 서재에 가스 냄새가 번졌다. 달큰하고 낯선 냄새가 코끝을 타고 올라와 머리를 천천히 무겁게 눌렀다."창은 없고 환기구는 위로만 열려 있어. 30분이야."도헌이 철문을 어깨로 밀었다. 한 번, 두 번.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문 너머에서 열쇠가 한 번 더 돌아가는 소리가 났고, 이어 구두 소리가 계단 위로 멀어졌다."강태성은 이미 올라갔어.""그럼 여기 있는 건 우리 셋뿐이네요."세아는 책상 위 서류 더미를 뒤지다가 어머니의 손목을 잡았다. 은서의 손은 차가웠지만 떨리지 않았다."엄마. 이 방에 20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죠.""한 번. 그때는 문을 잠근 쪽이 나였다."“……엄마가요?”"강태성을 가두려고 했어. 실패했지만."은서가 서류함 맨 아래 칸의 바닥판을 들어 올렸다. 그 아래에 녹슨 철제 손잡이가 숨어 있었다. 은서의 입가에 오래 묵은 웃음이 번졌다."그 사람이 못 믿은 게 딱 하나야. 이 계약서에는 제100조가 없다. 끝이 없는 계약이었으니까. 나는 20년 전에 제100조를 따로 써서 여기 숨겨 두었다."세아가 손잡이를 당겼다. 얇은 비상 환기 덕트가 열렸다. 한 사람이 겨우 기어 나갈 폭이었다. 위쪽에서 희미한 바람이 내려왔다.“20분 안에 셋이 나가야 해요.”"남은 건 25분이야."도헌이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 그가 덕트 입구에 손을 짚어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어깨가 걸려. 나는 마지막이야.""안 돼요.""세아.""같이 나가는 거예요. 순서는 엄마, 저, 당신.""당신 먼저 올라가라고 하면 안 듣겠지.""알면서 왜 물어요."도헌이 낮게 웃었다. 이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오는 사람이었다. 은서가 먼저 덕트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철제 벽을 타고 무릎과 팔꿈치가 긁히는 소리가 위로 올라갔다. 어둠 속에서 은서의 목소리가 울려 내려왔다."세아야. 계약서 원본을 챙겨라. 그게 있어야 강태성이 빠져나가지 못해.""알아요."세아가 책상 위의 서류철을 집었다. 마지막 장에는 오래전 은서가 남긴 빈칸이 있었다
새벽 4시 40분, 강태성의 저택 뒷담."엄마는 여기로 가셨어요."세아가 가리킨 곳은 정원 끝의 낡은 와인 저장고 문이었다. 도헌이 낮게 물었다."어떻게 알아.""어릴 때 엄마가 자주 그린 그림이 있었어요. 계단 아래 문이 하나 있는 집. 그때는 상상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민재가 건넨 마스터키가 자물쇠에 들어가자 둔탁한 소리가 났다. 문 안쪽은 석조 계단이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폭이었다. 도헌이 먼저 내려가고 세아가 그의 셔츠 자락을 쥐고 뒤따랐다. 열 계단쯤 내려갔을 때 위에서 구두 소리가 났다. 경비였다.도헌이 돌아서서 세아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은 계단 옆 오목한 벽감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서로의 몸이 빈틈없이 맞닿았다.“……숨 쉬지 마.”"쉬어야 사는데요.""작게."세아의 등이 서늘한 돌벽에 닿았고, 앞은 그의 체온이 눌렀다. 도헌의 숨이 이마 위로 떨어졌다. 그녀의 손이 갈 곳을 잃고 그의 가슴 위에 얹혔다. 심장이 손바닥 아래서 거칠게 뛰었다. 불빛이 계단 위를 한 번 훑고 지나갔다. 두 사람은 굳은 채 서로의 숨소리만 들었다.“……서준.”"조용히.""심장 소리가 너무 커요.""당신 거야, 내 거야.""모르겠어요. 겹쳐서."경비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그런데도 도헌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의 엄지가 그녀의 턱선을 따라 아주 느리게 움직였다. 어둠 속에서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 머물렀다."지금 이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 알아?""알아요.""어머님이 저 아래 계신데.""그러니까 더, 지금 아니면 못 할 것 같아서요."세아가 먼저 입술을 올렸다. 소리를 죽인 입맞춤이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 뒤에서 위로 올라와 블라우스 아래 맨살 위에 닿았다. 손바닥이 등을 따라 천천히 오르내리자 세아의 숨이 목에서 끊겼다. 그가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소리 내면 안 돼."“……그럼 막아 줘요.”그가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억눌린 숨이 서로의 입안에서 섞였다.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