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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주지 않는 것도 답일까요

Author: 유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3 21:54:23

황궁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평소와 같은 아침이었다.

복도를 오가는 시종들.

정원에서 가지를 다듬는 정원사.

멀리서 들려오는 기사들의 훈련 소리.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아 보였다.

그런데도 엘라는 느꼈다.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전하.”

“응?”

테오도르가 책에서 고개를 들었다.

“오늘 황제 폐하께서 안 오셨습니다.”

“원래 아침 수업에는 안 오시잖아.”

“하지만 복도를 지나가실 때 한 번쯤은 보십니다.”

“그랬나?”

“네.”

엘라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황제의 집무실이 있는 본궁 쪽.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창문 여러 개에 불이 켜져 있었다.

밤새 꺼지지 않은 것처럼.

“그리고 기사님들도 많아졌습니다.”

테오도르도 그제야 창밖을 보았다.

평소보다 경비 인원이 많았다.

본궁과 동쪽 별궁 사이.

둘을 연결하는 회랑 곳곳에 황실 기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무슨 일 있나?”

“모르겠습니다.”

엘라는 책상 위에 놓인 신성력 기록 수첩을 바라보았다.

지난 며칠 동안 검은 점은 다시 나타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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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기에 잠식된 대공》   알려주지 않는 것도 답일까요

    황궁은 이상하게 조용했다.평소와 같은 아침이었다.복도를 오가는 시종들.정원에서 가지를 다듬는 정원사.멀리서 들려오는 기사들의 훈련 소리.모든 것이 평소와 같아 보였다.그런데도 엘라는 느꼈다.무언가 다르다는 것을.“전하.”“응?”테오도르가 책에서 고개를 들었다.“오늘 황제 폐하께서 안 오셨습니다.”“원래 아침 수업에는 안 오시잖아.”“하지만 복도를 지나가실 때 한 번쯤은 보십니다.”“그랬나?”“네.”엘라는 창밖을 바라보았다.황제의 집무실이 있는 본궁 쪽.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창문 여러 개에 불이 켜져 있었다.밤새 꺼지지 않은 것처럼.“그리고 기사님들도 많아졌습니다.”테오도르도 그제야 창밖을 보았다.평소보다 경비 인원이 많았다.본궁과 동쪽 별궁 사이.둘을 연결하는 회랑 곳곳에 황실 기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무슨 일 있나?”“모르겠습니다.”엘라는 책상 위에 놓인 신성력 기록 수첩을 바라보았다.지난 며칠 동안 검은 점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그런데 황궁의 분위기는 점점 무거워졌다.북부에서 전령조가 온 뒤부터였다.“전하께서는 아무것도 못 들으셨습니까?”테오도르가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조금.”“무엇을요?”“북부가 안 좋대.”엘라가 고개를 들었다.“어떻게요?”“거기까진 몰라.”“왜요?”“아버지가 지금은 그것만 알면 된다고 했어.”엘라는 잠시 테오도르를 바라보았다.예전의 테오도르라면 분명 화를 냈을 것이다.‘왜 나는 못 알아?’‘황태자인데?’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조금 답답해 보이긴 했지만.그것을 억지로 숨기지도 않았다.“괜찮으십니까?”엘라가 물었다.“뭐가?”“궁금하지 않습니까?”“궁금하지.”“그런데 안 물어보십니까?”“물어봤어.”“그런데요?”“지금보다 상황이 나빠지면 알려준대.”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기다리시는군요.”테오도르는 책 모서리를 만지작거렸다.“응.”“잘하십니다.”“근데 싫어.”“무엇이요?”“기다리는 거.”엘라가 피식 웃었다.“저도 잘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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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제가 수업을 맡습니까?”엘라는 교실 앞에 서서 에드먼드 교수를 바라보았다.교수는 평소처럼 책을 펼친 채 대답했다.“절반만.”“절반이요?”“문제를 내는 것은 제가 합니다.”“그럼 저는요?”“아이들이 해결하도록 돕는 겁니다.”엘라는 잠시 생각했다.“지난번과 비슷하군요.”“비슷하지만 다릅니다.”“어떻게요?”“오늘은 아이들마다 다른 문제가 주어질 테니까요.”엘라의 눈이 조금 커졌다.교실 안에는 지난번보다 많은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노아.세드릭.에런.그리고 새로 들어온 아이들까지.총 여덟 명.테오도르는 맨 뒤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이번에도 관찰자였다.정확히는 황태자 교육의 일부라는 이유로 빠져나가지 못한 상태였다.그는 턱을 괴며 작게 중얼거렸다.“또 엘라가 선생이네.”엘라가 뒤를 돌아보았다.“전하께서도 학생입니다.”“나는 황태자야.”“그 말로 빠져나갈 수 있는 수업은 없는 것 같습니다.”에드먼드 교수가 지휘봉으로 책상을 두드렸다.“두 분.”둘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교수는 아이들 앞에 여덟 개의 작은 상자를 내려놓았다.“오늘의 수업은 간단합니다.”아이들의 시선이 상자로 향했다.“각자 한 개씩 선택하십시오.”세드릭이 가장 먼저 상자를 집었다.노아는 조금 뒤에.에런은 모두가 고른 뒤 남은 것을 조심스럽게 가져갔다.엘라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교수가 말했다.“상자를 열어보십시오.”딸깍.아이들이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서로 다른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세드릭의 상자에는 짧은 밧줄.노아의 상자에는 작은 나침반.에런에게는 여러 크기의 나무 조각.한 영애에게는 빈 유리병.다른 아이에게는 작은 종.테오도르가 눈썹을 찌푸렸다.“이걸로 뭘 하라는 겁니까?”교수가 칠판에 문장을 적었다.자신의 물건을 이용해 정원 반대편의 깃발에 도착할 것.아이들이 창밖을 바라보았다.별궁 뒤편 정원.그 끝에 붉은 깃발 하나가 꽂혀 있었다.하지만 그 사이에는 작은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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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요?”엘라는 자신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에드먼드 교수는 아주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제가 저 아이들을 가르칩니까?”“정확히는 도와주는 겁니다.”“같은 말 아닙니까?”“다릅니다.”“어떻게요?”“가르치는 사람은 답을 줄 수도 있지만.”노교수의 시선이 훈련장 한쪽으로 향했다.“도와주는 사람은 스스로 답을 찾게 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엘라는 교수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황궁 동쪽 별궁의 작은 정원.그곳에는 다섯 명의 아이가 앉아 있었다.황실과 가까운 귀족가의 자제들.아카데미 입학 전 황궁 예비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었다.나이는 아홉 살에서 열한 살 사이.그중에는 익숙한 얼굴도 있었다.노아.세드릭.그리고 얼마 전 기사단 식당에서 엘라를 보고 인사했던 두 명의 귀족 영애.마지막 한 명은 처음 보는 소년이었다.엘라는 다시 교수에게 물었다.“왜 제가 해야 합니까?”“오늘 수업은 ‘협력’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그래서요?”“공녀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엘라는 조금 의심스러운 얼굴로 교수를 바라보았다.“저를 시험하시는 겁니까?”에드먼드 교수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왜 그렇게 생각합니까?”“교수님께서는 그냥 시키지 않으십니다.”“…….”“항상 나중에 질문하십니다.”“관찰력이 좋아졌군요.”“역시 시험이군요.”교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게 답이었다.조금 떨어진 벤치에 앉아 있던 테오도르가 피식 웃었다.“걸렸네.”엘라가 그를 노려보았다.“전하께서는 안 하십니까?”“나는 관찰자래.”“편하시겠습니다.”“황태자니까.”“요즘 그 말을 자주 쓰십니다.”“쓸 수 있을 때 써야지.”엘라는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아이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정원 중앙으로 걸어갔다.다섯 명의 아이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공녀님을 뵙습니다.”“앉으셔도 됩니다.”아이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엘라는 그 앞에 섰다.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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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점은 사라졌다.엘라는 손바닥을 펴 보았다.아무것도 없었다.평소와 똑같은 손.며칠 전 훈련하다 까진 자국과, 목검을 오래 잡아 생긴 작은 굳은살만 남아 있었다.엘라는 손바닥을 뒤집었다.그리고 다시 폈다.“뭐 해?”옆에서 테오도르가 물었다.“확인하고 있습니다.”“뭘?”“손을요.”“손이 어디 갔다 왔어?”“아닙니다.”엘라는 다시 한번 손끝을 살폈다.정말 없었다.검은 점.분명히 본 것 같았다.설응의 전령통에서 보았던 검은 얼룩처럼.아주 작았지만.금빛 신성력 사이에 검은 점 하나가 섞여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잘못 본 걸까.온실이 어두워서.차가운 곳에 오래 있어서 눈이 피곤했던 걸지도 모른다.“엘라.”“네.”“아까부터 이상해.”테오도르가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무슨 일 있어?”엘라는 입을 열었다가 멈췄다.확실하지 않은 일이었다.괜히 말했다가 사람들을 걱정시키는 건 아닐까.특히 아버지가 알게 되면.당장 신관 열 명은 불러올 것이다.황제까지 알면 더 귀찮아질지도 몰랐다.‘별일 아닐 수도 있잖아.’엘라는 손을 주먹 쥐었다.그리고.어제 에드먼드 교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해야 배울 수 있다.레온은 말했다.힘든 것을 모두 숨기면 손을 내밀 사람도 알 수 없다고.엘라는 천천히 손을 다시 폈다.“전하.”“응.”“아까 제 손에서 이상한 것을 봤습니다.”테오도르의 표정이 바로 진지해졌다.“뭘?”“검은 점이요.”“검은 점?”“신성력을 썼을 때 아주 잠깐 보였습니다.”테오도르의 시선이 엘라의 손으로 향했다.“지금은?”“없습니다.”“아팠어?”“아닙니다.”“뜨겁거나 차갑거나?”“그것도 아닙니다.”테오도르는 잠시 생각했다.그러더니 곧바로 말했다.“아버지한테 가자.”엘라는 예상했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역시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왜?”“조금 더 지켜봐도 될 것 같아서요.”“왜?”“사라졌잖아요.”“그래도 이상한 거 봤

  • 《마기에 잠식된 대공》   봄날에 도착한 겨울

    “아무도 나가서는 안 됩니다.”시종장의 단호한 목소리가 황궁 동쪽 별궁에 울렸다.복도를 오가던 시종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창문을 닦던 하녀도.꽃병을 옮기던 시녀도.간식 쟁반을 들고 있던 어린 시종도.모두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한 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엘라도 교실 문 앞에서 멈춰 섰다.한 손에는 역사 교재를.다른 손에는 아직 먹지 못한 작은 사과를 들고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엘라가 물었다.옆에서 나오던 테오도르가 먼저 대답했다.“또 누가 사고 쳤나 봐.”엘라가 그를 바라보았다.“왜 저를 보십니까?”“안 봤어.”“방금 보셨습니다.”“그냥 옆을 본 거야.”“제가 옆에 있었습니다.”“그러니까 옆을 본 거지.”엘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사고를 친 적이 여러 번 있었으므로 완전히 억울한 의심은 아니었다.그래도 이번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아직은.“두 분께서는 교실로 돌아가 주십시오.”시종장이 빠르게 다가왔다.평소에도 엄격한 얼굴이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표정이 굳어 있었다.테오도르가 물었다.“무슨 일인데?”“확인 중입니다.”“그러니까 뭘 확인해?”“전하께서 신경 쓰실 일은 아닙니다.”테오도르의 눈썹이 올라갔다.시종장이 저런 말을 할 때마다, 대개 자신과 아주 밀접한 일이었다.“내 별궁에서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해놓고?”“곧 해결하겠습니다.”“뭐가 없어졌어?”시종장은 잠시 침묵했다.그 짧은 망설임만으로도 테오도르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말해.”어린아이의 목소리였지만 황태자의 명령이었다.시종장은 결국 허리를 숙였다.“전령조 한 마리가 사라졌습니다.”“전령조요?”엘라가 물었다.“편지를 나르는 새 말입니까?”“그렇습니다.”“창문으로 날아간 것 아닙니까?”“날아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시종장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오늘 새벽 북부에서 도착한 전령조입니다.”북부.엘라는 처음 듣는 이름이 아니었다.제왕학 수업에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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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나가서는 안 됩니다.”시종장의 단호한 목소리가 황궁 동쪽 별궁에 울렸다.복도를 오가던 시종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창문을 닦던 하녀도.꽃병을 옮기던 시녀도.간식 쟁반을 들고 있던 어린 시종도.모두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한 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엘라도 교실 문 앞에서 멈춰 섰다.한 손에는 역사 교재를.다른 손에는 아직 먹지 못한 작은 사과를 들고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엘라가 물었다.옆에서 나오던 테오도르가 먼저 대답했다.“또 누가 사고 쳤나 봐.”엘라가 그를 바라보았다.“왜 저를 보십니까?”“안 봤어.”“방금 보셨습니다.”“그냥 옆을 본 거야.”“제가 옆에 있었습니다.”“그러니까 옆을 본 거지.”엘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사고를 친 적이 여러 번 있었으므로 완전히 억울한 의심은 아니었다.그래도 이번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아직은.“두 분께서는 교실로 돌아가 주십시오.”시종장이 빠르게 다가왔다.평소에도 엄격한 얼굴이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표정이 굳어 있었다.테오도르가 물었다.“무슨 일인데?”“확인 중입니다.”“그러니까 뭘 확인해?”“전하께서 신경 쓰실 일은 아닙니다.”테오도르의 눈썹이 올라갔다.시종장이 저런 말을 할 때마다, 대개 자신과 아주 밀접한 일이었다.“내 별궁에서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해놓고?”“곧 해결하겠습니다.”“뭐가 없어졌어?”시종장은 잠시 침묵했다.그 짧은 망설임만으로도 테오도르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말해.”어린아이의 목소리였지만 황태자의 명령이었다.시종장은 결국 허리를 숙였다.“전령조 한 마리가 사라졌습니다.”“전령조요?”엘라가 물었다.“편지를 나르는 새 말입니까?”“그렇습니다.”“창문으로 날아간 것 아닙니까?”“날아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시종장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오늘 새벽 북부에서 도착한 전령조입니다.”북부.엘라는 처음 듣는 이름이 아니었다.제왕학 수업에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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