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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Auteur: CHUE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5-29 23:02:14

주하는 그날의 일을 떠올리려다가 시무룩해하는 도혁을 보며 회상을 멈추었다. 솔직히 차단까지 했는데 다른 번호로 연락할 정도로 집요할 것이라곤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적당히 바쁘다고 무시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기어코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니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더 단호하게 거절해야만 했다. 

"글쎄, 아저씨랑 더 만날 일 없다니까요."

"어떻게 사람을 한 번 먹고 버릴 수가 있어!"

이 아저씨가 진짜 미쳤나.

주하는 주변을 휙 휙 둘러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아무도 여기에 관심은 없었지만, 누구라도 들으면 오해할 소지가 다분한 말이었다. 대체 누가 누굴 먹고 버렸다는 건지. 

"나이도 드실 만큼 드신 분이 왜 이러실까? 예? 대딸 한 번 해준 것 가지고... 다른데 가서 노세요. 저 졸업반이라 바빠요."

"너무해. 난 이제 주인님이 아니면 쌀 수 없는 몸이 되었단 말이야. 책임져!"

앙칼진 목소리나 새침한 얼굴 같은 건 다 그렇다 치더라도, 저 '주인님' 호칭은 뭔지 주하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누구 마음대로 주인이라는 거냐고, 도대체.

주하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도혁이 다 알아들었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지만, 내 좆이 주인님이 아니면 반응을 안 하니까 그게 주인님이 아니고 뭐겠어? 내 몸의 주인이 되어버린 거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주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 남자를 떼어낼 방법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왜 술에 취해서 모르는 남자 대딸을 해줬냐고. 주하는 자신을 원망하면서도 골똘히 생각했다.

"주인님?"

"좋아요. 확인해 보러 가요."

"뭘?"

"진짜 내가 아니면 쌀 수 없는지, 확인해 보고 진짜면 주인님인지 뭔지 할게요."

"진짜?"

"대신, 내가 아니어도 쌀 수 있으면 다신 안 보는 거예요."

도혁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하가 무슨 생각인지는 정확하게 몰라도, 그녀를 놔줄 생각은 없었다. 주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정말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싶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녀도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 일이었기에 자신이 해결하기로 했다. 어떻게든. 도혁은 주하가 자신을 볼 수 없는 각도에서 서서 살짝 웃으며 그녀를 뒤따라갔다.

며칠간 연락도 답장도 없던 게 괘씸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그런 것은 바로 다 잊어버렸다.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만 봐도 발기가 될 정도였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

"벗어요."

"넵, 주인님!"

덩치에 맞지 않게 해맑은 대답과 목소리였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어 산만한 사람이 저런 소릴 하니 기가 막혔다. 솔직히 말하면 얼굴과도 안 어울렸다. 지나가는 사람을 다 쫄아버리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 차가운 얼굴이었다. 뭐... 이런 얼굴로 주인님이라고 부르면 쫄 필요도 없긴 하지만.

"다 벗을까?"

"아껴놨다가 뭐하게요? 이미 볼 거 다 본 사이에."

"역시 우리 주인님이 화끈하셔."

도혁은 웃으며 옷을 모두 벗었다.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말투로 말하면서, 정돈된 정장은 주름 하나 없이 가지런히 놓여있어서 왠지 위화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주하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다 벗은 도혁의 몸을 훑어보았다. 다시 봐도 신기한 몸이었다. 근육이 하나하나 큰 건 아니었는데 그런 건 잘 모르는 주하가 봐도 짜임새 있어 보였다. 거의 아물긴 했지만, 이런저런 상처들도 보이는 몸이었다. 등 뒤에 작지 않게 그려진 문신은 왜 어울리고 난리인지. 앞에서 봐도 옆구리까지 삐죽 튀어나온 검은 선들이 보였다. 그날은 술에 취해서 그렇게 자세히는 보지 않았었는데 새삼스레 훑어보게 되었다.

"이런 복근은 몇 달 운동해야 만들어져요?"

"이거? 글쎄? 난 PT로 만든 건 아니어서. 아, 물론 지금은 PT하고 있긴 한데."

그럼 뭘 해야 만들어지는 거냐고, 주하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냥 궁금하지가 않았다. 주하는 쓸데없는 소리는 이만 됐다며 그를 침대에 걸터앉게 했다. 대실 2만 원짜리 싸구려 모텔은 그녀가 다니는 대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조명은 왜인지 희끄무레했고 이불도 깨끗한 건지 조금은 의심이 들 정도의 색깔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확인할 거야?"

"딸 쳐요. 지금부터. 안 싸면 주인님 해드릴게요."

도혁은 조금 예상하지 못한 얘기를 들어서 잠시 멈칫거렸다. 하지만 어렵진 않았다. 그는 자신의 성기를 냉큼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선 주하를 올려다보며 눈웃음을 쳤다. 지금껏 잘생겨봤자 쓸모없었던 이 망할 놈의 얼굴이, 오주하에게는 잘 먹힌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이렇게 경계심 많은 사람이 술을 먹었다곤 해도 모텔까지 따라온 것엔 분명히 이 얼굴이 유효했을 것이었다. 주하는 요망하게 웃는 얼굴을 애써 모른 척하며 태연한 얼굴을 가장하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서 있으면 정말 태산같이 크게 느껴져서 올려다보기가 목이 아플 정도였는데 침대에 앉아 있으니 바라보기가 한결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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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의 은밀한 비밀   009.

    주하는 그날의 일을 떠올리려다가 시무룩해하는 도혁을 보며 회상을 멈추었다. 솔직히 차단까지 했는데 다른 번호로 연락할 정도로 집요할 것이라곤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적당히 바쁘다고 무시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기어코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니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더 단호하게 거절해야만 했다."글쎄, 아저씨랑 더 만날 일 없다니까요.""어떻게 사람을 한 번 먹고 버릴 수가 있어!"이 아저씨가 진짜 미쳤나.주하는 주변을 휙 휙 둘러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아무도 여기에 관심은 없었지만, 누구라도 들으면 오해할 소지가 다분한 말이었다. 대체 누가 누굴 먹고 버렸다는 건지."나이도 드실 만큼 드신 분이 왜 이러실까? 예? 대딸 한 번 해준 것 가지고... 다른데 가서 노세요. 저 졸업반이라 바빠요.""너무해. 난 이제 주인님이 아니면 쌀 수 없는 몸이 되었단 말이야. 책임져!"앙칼진 목소리나 새침한 얼굴 같은 건 다 그렇다 치더라도, 저 '주인님' 호칭은 뭔지 주하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누구 마음대로 주인이라는 거냐고, 도대체.주하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도혁이 다 알아들었다는 얼굴로 말했다."그렇지만, 내 좆이 주인님이 아니면 반응을 안 하니까 그게 주인님이 아니고 뭐겠어? 내 몸의 주인이 되어버린 거지."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주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 남자를 떼어낼 방법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왜 술에 취해서 모르는 남자 대딸을 해줬냐고. 주하는 자신을 원망하면서도 골똘히 생각했다."주인님?""좋아요. 확인해 보러 가요.""뭘?""진짜 내가 아니면 쌀 수 없는지, 확인해 보고 진짜면 주인님인지 뭔지 할게요.""진짜?""대신, 내가 아니어도 쌀 수 있으면 다신 안 보는 거예요."

  • 보스의 은밀한 비밀   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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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주하. 만 23세. 생일은 11월 17일. 현재 한서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 2학기 재학 중. 9학기 중의 6학기는 과에서 1등. 전액 장학금. 졸업 후에 취업 예정. 가족은 부모님, 그리고 고등학생인 여동생 한 명. 가족들은 지방 거주. 그래서 서울에 혼자 자취 중이고, 위치는 학교 앞 원룸. 부모님은 평범한 회사원.별다를 것 없는 정보의 나열이었는데 읽는 내내 자꾸만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감정이 끼어들 틈 같은 것은 없는 종이 한 장이었는데도, 심드렁하던 주하의 얼굴이 어른거리는 듯했다."오주하."그는 입 밖으로 그녀의 이름을 내뱉어보았다. 심장이 쿵 떨어지기라도 한 듯, 기분이 이상해서 주먹을 꽉 쥐었다 놓으니 피가 그제야 손끝까지 통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무언가가 가슴 안쪽을 긁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왜 이렇게 마음이 요동치는지, 아직도 정답을 찾지 못해서 도혁은 조금 마음이 답답했다. 주하를 떠올리니 숨이 한 박자씩 어긋나는 듯했다. 그게 불편한 것 같기도, 불쾌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동시에 떨리는 것 같기도 했다. 뭐가 떨리는지는 모르겠어도."...하..."종이를 읽고 또 읽어도 주하는 평범하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도혁이 살아온 인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니까 언감생심 쳐다도 보지 않는 게 맞는 일이었다. 이대로 잊어버리면 그만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쭉 그렇게 생각했는데도, 종이에서 손이 떨어지질 않았다. 미친 게 아니고서야. 도혁은 그렇게 생각했다가 이제 그만 인정하기로 했다. 그냥 미친 것으로 하자고. 도대체 언제인지는 몰라도 건너서는 안 될 강을 이미 건넌 게 틀림이 없었다. 그는 되돌아가는 방법 같은 건 알지 못했다. 그냥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했다. 우선은, 오주하의 경계심을 무너트릴 방법부터 찾아야만 했다. 앙큼하게 가자마자 전화번호를 차단했을 것이 틀림없는, 그녀에게 다가갈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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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철아.""예, 형님."성철은 갑작스러운 부름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성철은 그저 씩씩하고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정리는 어떻게 되어가냐.""그... 게..."그러나 이어지는 질문에 성철은 당황해서 옆 사람을 보았다. 그는 무슨 정리냐고 묻지도 못하고, 무슨 대답이든 하긴 해야 해서 말꼬리를 길게 늘였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눈으로 SOS를 보냈다. 하지만 모인 이들 중에 그 누구도 '정리'라는 단어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성철은 어쩔 수 없어 도혁에게 되물었다."형님, 어떤 정리인지 자세히 말씀해주시면...""노친네가 하던 일, 다 정리하라고 했잖아."성철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도혁이 말하는 '노친네'는 그의 할아버지였다. 그러니까 처음 이 조직을 만든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도혁은 제 아버지가 2년 전쯤 일선에서 물러나며 조직을 그에게 물려줄 때부터 조직에서 하던 일을 전부 정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세상이 변하고 있으니까. 그는 언제까지나 그런 일만 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년 전쯤, 부하들에게 그런 명령을 내리긴 내렸다. 그사이에 한 번도 진척 상황을 물어보지 않았을 뿐이었다. 단 한 번도. 그러니까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까먹었을 정도로."아, 그, 그 정리, 말씀입니까? 당연히, 예, 되고 있습니다...! 하하!"성철은 아주 과장되게 웃었다.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또 물어보지 않을 텐데 여기서 멍청하게 그런 건 안 하고 있다고 실토할 필요는 없는 법이었다. 도혁은 성철의 대답을 듣고 다른 사람 이름을 불렀다."태규야.""예, 형님...!!"성철과 태규는 도혁의 할아버지가 조직을 만들 때부터 있었을 정도로 오래된 부하였고, 지금도 도혁의 양팔을 맡고 있었다. 처음엔 막내였어도 많은 시간이 흘러 지금은 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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