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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Penulis: 정대천
신수빈은 제 귀를 의심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은보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했느냐? 방금 한 말… 다시 한 번 말해 보거라!”

은보는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잡은 뒤, 그대로 다시 말했다.

“왕야께서… 앞으로는 마님께서 주시는 어떤 사사로운 물건도 받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님께서도 스스로 몸가짐을 잘 삼가시라고 하셨습니다.”

“하… 하하… 하하하.”

신수빈은 그대로 웃음을 터뜨렸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끝내 웃음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자중하라니. 그 말을 그 개 같은 인간이 어떻게 입에 올릴 수 있단 말인가?

한바탕 웃고 나자 머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도현이 왜 이런 태도를 취했는지, 왜 굳이 사람을 통해 이렇게 모욕적인 말을 전하게 했는지 하나씩 짚기 시작했다.

그와 지낸 세월이 짧지는 않았다. 열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어도 일곱 여덟은 읽어낼 수 있었다.

이런 식의 대응은 이성적인 단절이 아니라 분노가 치밀어 오른 순간에 내뱉는 독한 말에 가까웠다.

곰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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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38화

    “저희가 이러는 것도 다 좋은 뜻에서 그런 겁니다. 평양후부의 작위를 지키기 위해서지요. 작년 양양후는 적자가 없고, 종친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아 양자를 들이지 않았다가 결국 조정에 작위를 빼앗기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괜히 고집부리지 마십시오.”평양후는 그들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그들이 무슨 속셈을 품고 있는지 모를 리 없었다.결국은 자식을 잃은 신수빈이 빈틈을 보이자, 그 틈을 타 자기 집 아이를 밀어 넣으려는 것뿐이었다.“보름 전, 의원 하나가 찾아왔다. 윤서원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하더구나. 비록 예전처럼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건 어렵겠지만, 자식을 보는 데에는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신수빈은 아직 젊고, 아이 하나 잃었을 뿐이다. 앞으로 다시 낳을 수 있어. 그런데 지금 이렇게 양자를 들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윤서원이 죽기를 바라는 거나 다름없는 게 아니냐?”평양후가 이쯤까지 말하자, 종친 어른들도 더는 입을 열지 못했다.물론 모두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윤서원이 사실상 남자로서 기능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 말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신수빈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미묘한 의문이 일었다.평양후가 윤서원을 따로 떼어 별채에 두고, 심복을 붙여 돌보게 한 것은 정말로 그를 치료할 의원을 찾았기 때문일까?신수빈은 이 일을 마음속에 새겨두었다.종친들이 체면을 구긴 채 물러나고 셋째 마님 일가도 떠나려 할 때, 신수빈이 그들을 불러 세웠다.“셋째 숙모.”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그 유모, 아주 처참하게 죽었어요. 데리고 온 자들에게 입막음 당한 채 배가 갈라지고, 창자가 쏟아져 나와 바닥에 널려 있었죠.”그녀의 말은 너무도 생생해서 듣는 이로 하여금 그 장면을 눈앞에 보는 듯하게 만들었다.셋째 마님은 그녀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더는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황급히 말했다.“무슨 헛소리인지 모르겠구나!”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37화

    셋째 마님은 마치 약점을 찔린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기세등등하게 외쳤다.“증거가 있느냐? 내가 너에게 독을 쓰고 사람까지 시켜 죽이려 했다는 증거. 있다면 당장 내놓거라!”신수빈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증거가 있었다면, 지금쯤 숙모께서는 경조부의 옥중에 있어야 했겠지요.”그 말에 방 안의 몇 사람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곧 분노를 터뜨렸다.“허튼소리 그만해라! 내 손자를 양자로 들이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하면 될 일이지, 어찌 이런 모함까지 하는 것이냐!”신수빈은 막 들고 있던 찻잔을 탁 소리가 나도록 세게 내려놓았다.찻잔이 산산이 부서지며 깨졌고, 그 소리에 셋째 마님은 순간 움찔했다.“이 일은 숙모께서도 알고, 저도 압니다. 모함인지 아닌지는, 누구보다 숙모께서 잘 알겠지요. 제가 증거가 없어 숙모님을 당장 어찌할 수는 없지만… 제 불쌍한 아이에게는 반드시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셋째 마님, 아이를 제게 들이려 하셨지요? 좋습니다. 숙모껫 정말로 제게 맡길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받겠습니다.”신수빈의 차가운 눈빛에 셋째 마님의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그 말의 뜻은 분명했다.셋째 마님이 어떤 아이를 내놓든 그 아이의 끝이 결코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졌다.“너… 너 감히… 어린아이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냐! 어른들이 가만있을 것 같으냐!”신수빈은 차갑게 되물었다.“그 말씀을 하시면서 본인이 저지른 일은 잊으신 건가요?”그녀의 시선이 방 안 사람들을 훑었다.“오늘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양자를 들일 수 있습니다. 헌데 삼방의 아이는 절대 받지 않겠습니다. 제 아이를 해치려던 사람이, 이제 와서 이 집안 작위를 노리다니요. 그건 제가 아무런 기반도 없다고 생각해서,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겠지요?”종친 어른들은 이 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나 신수빈의 표정은 너무도 단호했고 거짓으로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최근 셋째 마님이 유난히 후계 문제에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36화

    “아아, 모두 제 탓입니다. 아이를 지켜내지 못해 부군의 혈통이 여기서 끊기고 말았으니… 종친 어른들께서는 어떤 의견이 있으신지요?”“우리 조정에서는 봉후제도가 생긴 이래로 적서의 구분을 엄격히 두어 왔네. 후작의 작위는 반드시 적자만이 계승할 수 있도록 되어있지. 지금 그대 시아버지께 아들이 둘 있긴 하나, 윤수혁은 서출이니 작위를 이을 자격이 없고, 윤서원은 지금 몸이 불편하네. 게다가 그대 또한 아직 자식이 없지 않은가. 이 평양후부의 작위를 이어가려면 그대가 반드시 후사를 두어야 하네. 앞으로 정식 후작 부인은 그대가 될 테니, 그대의 아들이어야 비로소 정당하게 이 집안을 잇게 되는 법이지.”조정의 규정은 분명했다. 오직 적자만이 계승할 수 있었다.물론 적통에 후사가 끊기면, 허점을 파고들어 숙부나 형제의 자식을 양자로 들이는 일도 없지 않았고 조정 또한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았다.그래서인지 셋째 마님은 이미 그쪽으로 마음을 굳힌 모양이었다.신수빈은 잃은 자식을 떠올리는 듯한 표정만 지었을 뿐, 그들의 말을 굳이 막지 않았다.그저 조용히 그들이 계속 입을 열도록 내버려 두었다.“헌데 제게는 이제 더 이상 아이가 없습니다…”셋재 마님은 종친 어른들과 눈빛을 주고받았고, 이내 한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그게 뭐가 어렵겠는가. 우리 윤 가는 자손이 번성하네. 윤수혁은 아직 혼인도 하지 않았으니 아이를 줄 수는 없겠지만, 자네 둘째 숙부와 셋째 숙부 집안에는 적당한 나이의 아이들이 여럿 있지 않은가. 자네만 승낙한다면, 우리가 가장 알맞은 아이를 골라 자네 명의로 양자로 들이도록 하겠네. 그리하면 자네도 이 집에서 의지할 기반이 생길 것이네.”형제는 아무리 가까워도 자식만큼은 아니었다.평양후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동생들의 손자라 한들, 결국 자신의 손자는 아니었다.손에 들어올 작위를 정말로 동생들의 후손에게 넘겨줘야 한단 말인가?신수빈은 방 안에 앉은 이들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보고 있었다.하지만 굳이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체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35화

    지난달부터 장안성 안에서는 거의 집집마다 상을 치르고 있었다.그 포위전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성 안의 장정들은 절반 이상이 죽거나 다쳤고 그 속에서 윤씨 큰 마님의 죽음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수명을 다한 것에 가까워 유난히 비통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윤 가의 친족들이 장례에 참석한 것은 물론이지만 조정의 권귀들과 그 가족들까지 몰려든 것은 모두 ‘호국부인 신수빈’을 보기 위해서였다.불과 반년 전만 해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이었다.그때만 해도 사람들은 신수빈과 엮이는 것조차 꺼려했다. 괜히 상인 집안의 냄새가 묻을까 두려워서였다.상가 출신 여인이 후작가에 시집간 것만으로도 이미 큰 영광이었고, 앞으로 의지할 것은 오로지 부군의 집안뿐일 거라 여겼다.그런데 지금은 신 가 전체가 영광을 얻었고, 출가한 딸인 신수빈마저 호국부인에 봉해졌다.그러나 장안이 포위되었던 그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신 가와 신수빈이 해낸 일들은 모두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 바였다.그들은 이 영광에 대해, 그리고 신수빈의 봉작에 대해 불복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윤씨 큰 마님의 장례가 끝났을 즈음에는 이미 연말이 다가와 있었다.예년 같았으면 이 시기에는 집집마다 등을 밝히고 장식을 걸며 새해를 맞을 준비로 들떠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올해의 장안은 달랐다. 도시는 여전히 가라앉아 있었고, 마치 아직도 그 포위전의 그림자 속에 갇혀 있는 듯했다.그런 가운데 윤 가에서는 보이지 않는 물결이 은밀히 일렁이고 있었다.신수빈이 윤 가로 돌아온 뒤에야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윤서원이 더 이상 창란원에 머물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그녀가 출산 중 습격을 당했을 때는 동쪽 별채에 있던 윤서원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그는 평양후가 따로 마련해준 별도의 뜰로 옮겨져 있었다.돌아온 뒤로도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그를 다시 데려올 틈조차 없었는데, 그때 종친 어른들이 찾아와 평양후부의 후계 문제를 꺼내 들었다.신수빈은 이미 산후 한 달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34화

    ‘그래, 내가 왕야를 너무 높게 본 거였네.’이도현은 아이를 안고 있으니 검을 드는 것보다 더 힘이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아이를 다시 유모에게 넘기며 말했다.“잘 돌봐라. 필요한 게 있으면 관가에 말하면 된다.”“예.”이도현은 후원을 떠난 뒤, 딱히 할 일도 없는 김에 다시 근정전으로 향했다.이리저리 생각하던 끝에, 사람을 시켜 조서를 하나 작성하게 하고, 도장을 찍은 뒤 내시를 시켜 윤 가로 보내게 했다.신수빈이 윤 가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녀는 막 큰 마님의 영전 앞에서 종이를 태우고 있었는데, 뜰 밖에서 내관이 조서를 전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외원 관사가 들어와 아뢰었다. 궁에서 조서가 내려왔으니 부인은 나가 받아야 한다고 했다.신수빈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외원으로 나가 조서를 받으러 갔다.마침 곧 산후 한 달이 되는 시기라, 추위도 크게 두렵지 않았다.신수빈과 윤 가 사람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조서를 받았다.조서에서 자신을 ‘호국부인’으로 봉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신수빈은 한동안 멍하니 굳어 있었다.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지, 몇 번이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내시가 조서를 끝까지 읽고 나서야 사람들은 하나둘 정신을 차리고 신수빈을 바라보았다.신수빈 역시 이도현이 자신에게 이런 봉상을 내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어젯밤에도 그는 이 이야기를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게다가 이 ‘호국부인’이라는 작위는 일반적인 고명과는 차원이 달랐다.역사적으로도 그 영예를 받은 이는 극히 드물었고 국가에 지대한 공을 세우지 않고서는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칭호였다.“부인, 조서를 받으시지요.”“신첩, 성지를 받들며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신수빈은 머리를 조아려 조서를 받았다.내시는 이도현의 심복 중 하나였기에 신수빈에게도 각별히 예를 갖추었다. 그는 조서를 건네며 축하 인사를 덧붙였다.“부인께서 조정과 사직을 위해 기울이신 공은 장안 백성들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장차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33화

    왕부 전청에서는 신병문이 직접 나와 맞이하고 있었다.관사는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 없어, 결국 이 일은 후원까지 전해졌다.신수빈은 오라버니를 보자마자 먼저 그의 상처를 물었다.신병문의 부상은 이미 다 나은 상태였다.그는 잠시 시선을 내려, 동생 품에 안긴 아이를 바라보다가 물었다.“왕야께서는… 이 아이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걸 알고 계시느냐?”요즘 밖에서는, 왕야가 성으로 돌아온 날 하늘에서 길조가 내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고, 뒤늦게 사정을 아는 이들이 퍼뜨리길 그 길조라는 것이 사실은 왕야부에 어린 공자가 태어난 일이었다고 했다.신수빈은 고개를 저었다.“저는 막 깨어났을 때, 왕야께서 이 아이의 출생을 문제 삼아 해를 가하거나 내쫓을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이성을 잃은 채 왕야에게 이 아이가 그의 아이라고 말해버렸죠. 헌데 왕야께서는 그때 제가 지나치게 불안해 허튼소리를 한다고 여겼는지, 일부러 속이려는 말이라 생각했는지 믿지 않았어요. 당시 이 아이의 출생 월을 바꾸기 위해 약을 써서 태의를 속였는데, 지금은 그가 직접 태의에게 확인까지 마친 터라 믿을리가 없죠.”신병문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나는 처음엔… 그가 이 아이를 신 가로 보내버릴 줄 알았다. 헌데…”그는 고개를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그가 너를 위해 이 정도까지 양보할 줄은 나도 몰랐다. 지금 상황이야말로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흘러가든, 너는 결국 윤 씨 집안의 사람이니… 만약 이 아이가 네가 낳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의 혈통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헌데 지금처럼 이도현이 대외적으로 이 아이가 자신의 장자라고 밝히고, 생모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면 너에게도, 이 아이에게도 좋은 것이다.”신수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문득 오라버니가 찾아온 이유를 떠올리고 물었다.“윤 씨 집안에 무슨 일이 생겼나요?”“윤씨 큰 마님께서 별세하셨다. 그 집안에서 부고를 전하러 신 가에 사람을 보냈더구나. 그래서 너를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86화

    신수빈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이도현을 올려다보았다.“저는 왕야의 장난감이 아니란 말입니까?”이도현의 얼굴에 금세 노기가 스쳤다.“본왕은 분명 네게 남으라 했다. 그럼에도 네가 굳이 윤 가로 돌아가겠다 한 것 아니더냐!”신수빈은 오히려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물은 그렁그렁 매달려 속눈썹 끝에서 매혹적이게 흔들렸다."잠깐 동안의 장난감이든 아니면 영연한 장난감이든 결국은 같은 것이지요.”이도현의 입술이 단단히 다물어졌다. 그의 각진 턱선에 힘줄이 도드라지며 노기가 점차 뚜렷해졌다. 그가 진노하기 전에, 신수빈은 두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85화

    신수빈은 손을 들어 그 지도 위를 쓰다듬었다. 정교하게 그려진 모양은 산세의 굴곡까지 붉은 흙으로 입체적으로 빚어 올려져 있었다. 관문과 관문이 서로 호응하며 이어지고 또 적을 깊숙이 유인하는 형세였다. 신수빈은 나지막이 감탄을 흘렸다.“왕야께서 전장에 나섰을 때, 틀림없이 정확한 전략으로 천리 밖에서도 적들을 제압하셨을 것입니다.”그것이 진심인지 아닌지 이도현은 분별할 줄 알았다. 분명했다. 이 말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그녀가 앞서 수없이 늘어놓던 아부의 말들과는 달리 이 한마디가 그의 가슴을 훨씬 더 시원히 적셔 주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81화

    두 미친 것들이 한 쌍을 이루니 제법 어울렸다. 제발 서로 방생하지 말고 서로 꼭 끌어안고 있길.섭정왕부는 궁궐에서 멀지 않았기에 향 한 자루가 탈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그들은 왕부 앞에 도착했다. 마차는 왕부로 들어와 외서재 앞에 멈춰 섰다.“왕야, 도착했습니다.”마차 밖에서 전해지는 목소리에 이도현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신수빈 또한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어둡고 음울한 기운이 맴돌았다. 모친께서 돌아가시기 전 가장 원하셨던 것은 자신이 장은지를 왕비로 맞이하는 일이었다. 그때 그는 다른 뜻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92화

    신수빈의 귀에는 그 말이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이도현의 눈빛은 더욱 매서워졌고 그 안에는 사람을 압도하는 강압이 번뜩였다.“너는 이제 본왕의 것이다. 네 모든 것이 본왕의 것이니 본왕은 네 배가 저 불경스러운 씨앗으로 점점 불러오는 꼴을 눈뜨고 볼 수 없구나. 지금은 아직 달수가 적으니 없애기도 쉽다. 하나 만약 본왕이 그가 점점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면… 어느 날, 본왕이 직접 그 애의 목숨을 끊을지도 모른다!”신수빈의 눈동자에는 점점 공포가 번져갔다. 이도현은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낳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또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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