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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8화

Author: 초향
강병주가 이를 악문 채 물었다. 묻는다기보다는 원망에 가까운 말이었다.

“지율이는 그의 친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무정할 수 있죠?”

강수로는 미동도 없이 담담하게 답했다.

“연태훈이 낳은 자식이 한둘도 아니고... 하물며 지율 양은 어릴 적부터 곁에 둔 적도 없지, 정이 깊을 리 없어. 게다가 상류층 가문 대부분은 감정보다 이익을 먼저 본다. 연태훈 같은 사람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고.”

그의 입가에 다시금 비웃음이 스쳤다.

“하이현이 회사를 위해 버티던 시절을 기억하느냐. 기억을 되찾은 연태훈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제 한 몸 바쳐 연경 그룹을 일으키려 한 그녀를 회사에서 밀어내는 거였어.”

강병주는 말끝을 잇지 못했다.

강수로의 말은 잔혹하지만 모두 사실이었다.

잠시 시선을 떨군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너를 부른 건 지율 양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달라 하려는 게 아니다. 지금 네 위치로는 도와주고 싶어도 손쓸 방법이 없지.”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무엇보다 지율양은... 당장은 네 도움이 필요 없다.”

강병주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율을 떠올린 강수로가 흐뭇한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율 양은 아주 잘해주었어. 대가문의 가주들과 맞섰는데도 움츠러들긴커녕 대응도 정확했다, 타이밍도 완벽했고. 이 일로 연경 그룹의 주가가 크게 출렁이겠지만 오히려 지율 양이 내부로 들어갈 완벽한 발판이 되어주겠지. 만약 연태훈과 그 아들들이 지금처럼 무능하지 않았다면 지율 양이 친딸이어도 결국 외부인 취급을 받았을 거다. 회사 사람들도 한마음으로 그녀를 배척했을 거야.”

강병주는 숨을 들이켰다. 하지율이 안쓰러운 동시에 너무도 대견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연경 그룹 부자의 무능이 세상에 낱낱이 드러났다. 지율 양이 회사에 영향을 준 건 맞지만 정작 제대로 처리 하나 못한 건 그들이다.”

강수로의 목소리가 낮고 단단하게 가라앉았다.

“세상이란 게 그래. 모든 걸 다 가지려고 하면 결국 아무것도 못 가지는 거다. 지율 양은 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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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아들도 평소에는 그럭저럭이어서 눈감아줬는데, 이번에 보니 위기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군요. 아무리 그래도 일단은 하지율을 진정시키는 게 1순위였습니다. 하지율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요.”“세 분도 아직은 더 배워야 하겠네요. 아직은 연경 그룹을 물려받기에는 너무 미숙합니다.”사람들이 말을 짧게 보탰다.그 말인즉슨 연씨 가문의 세 형제가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이었다.세 사람은 그 말을 들으면서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그러면서 이게 하지율이 파놓은 함정이라고 생각했다.하지율이 세 사람이 그런 말을 하게 유도해서 이미지에 먹칠하게 만들었다고 말이다.이때 다른 사람이 또 얘기했다.“내가 봤을 때는 하지율도 좋은 사람은 아니에요. 집안일을 외부에 폭로해서 연경 그룹이 욕 먹게 했으니, 얼마나 독한 사람입니까.”하이현을 따르는 임원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죠. 손형원이 하지율을 납치하고 손까지 망가뜨렸는데, 가족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작은 이익을 위해 딸의 억울함을 무시하고 그 사건을 이용해 초기 지분까지 빼앗으려고 했으니... 부처가 와도 못 참을 겁니다. 사람이라면 참는 데 한계가 있는 법이니까요. 그래도 하이현 씨의 딸로서, 어머니 얼굴에 먹칠하지는 않았네요.”그렇게 말한 뒤 연태훈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이렇게 패기 있는 사람이 회사를 경영해야죠.”그 말에 연씨 가문 삼 형제의 표정이 확 굳었다.다른 사람이 거들었다.“연태훈 씨, 하지율은 언제 회사로 들어오는 겁니까? 10%의 초기 지분을 갖고 있으니 이 자리에 함께할 자격이 있는 거 아닙니까?”연태훈은 이제 하지율의 입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율은 아직 경영에 관해 배우고 있습니다. 아마 월말에 입사할 수 있을 겁니다.”그 말에 하이현을 지지하는 주주들의 표정이 많이 유순해졌다.연태훈이 이어서 얘기했다.“하지율이 제 딸인 것처럼 연정미도 제 딸입니다. 지금 연재영, 연상진, 연상준, 모두 연경 그룹에서 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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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튿날.손형원과 연씨 가문의 사건이 폭발적인 화제를 끌었다.손씨 가문의 손화 그룹 주가는 예상대로 바닥을 찍었다.이어서 손형원이 하지율을 납치하고 괴롭힌 사실도 밝혀지며 손형원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괴롭혔는지 밝혀지게 되었다.얼굴을 망가뜨린 적도 있고 사지를 잘라버린 적도 있으며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가둔 적도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손형원의 수단이 얼마나 극악무도한지 온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된 것이다.게다가 손형원이 처리한 여자들은 대부분 연정미와 원수거나 연정미를 괴롭혔던 사람들이다.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억울한 사람들이었다.손형원은 그런 사람들까지 빼놓지 않고 모조리 처리해 버렸다.거기에 손형원이 가주의 자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친형제까지 잔인하게 처리한 소문도 퍼졌다.손씨 가문의 차기 후계자였던 사람은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눈까지 멀었는데, 그게 모두 손형원이 한 짓이라는 것이었다.손형원이 해온 별의별 악행이 인터넷에 퍼졌다.거기에 연정미도 엮여서 같이 욕을 먹었다.인간이라고 보기 어려운 악마 같은 사람과 친하게 지내니 연정미도 좋은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게다가 손형원의 대부분 악행은 다 연정미를 위해서 저지른 것이었다.“연정미가 그렇게 고상하고 우아한 사람이라면서? 그런데 손형원이 연정미를 위해 다른 여자들을 처리할 때는 말리지 않고 지켜보기만 한 거야? 이 정도면 손형원 덕분에 최고의 명문가 영애라는 타이틀을 얻은 거 아니야?”“손형원이나, 연정미나, 모두 사생아잖아. 더러워. 역시 사람은 끼리끼리 논다더니. 저 두 사람, 참 잘 어울리네.”“손화 그룹 불매 운동 시작한다! 저런 악마가 돈을 버는 꼴은 못 봐! 저렇게 막 나가는 사람은 나중에 우리한테도 저럴 수 있는 거잖아!”M국은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 분위기를 갖고 있는 나라기에, 손화 그룹 빌딩 아래서 시위를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회사에도 수만 통의 연락이 쏟아지고 있었다.손화 그룹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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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형원이 지율이를 다치게 한 건...”연태훈은 잠시 멈칫했다가 말을 이었다.“절대로 눈감아줄 수 없다. 경찰에 신고하고 모든 증거를 경찰에게 넘겨 법대로 처리하게 할 예정이다.”연태훈의 말은 그럴듯해 보였지만 사실 다들 알고 있었다.M국의 경찰이 손형원을 처벌할 리가 없었다.아마 대충 체포만 하고 결국은 풀어줄 것이다.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하지율의 목적은 거의 달성한 것이다. 라이브 방송만으로 낼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이다.연씨 가문 사람이나 하지율이나, 사람들 앞에서 사적인 복수를 대놓고 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집사는 연태훈의 말대로 경찰에 신고했다.연태훈은 더 이상 라이브 방송과 관련된 얘기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라이브 방송을 신경 쓰듯, 본인의 이미지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연태훈과는 다르게, 연재영은 자존심을 굽히기 싫었다.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방법이 없었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연씨 가문의 이미지와 연경 그룹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가문 내부의 일로 비즈니스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연상진과 연상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연정미는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으나 결국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경찰이 손형원을 체포해 갔다.손형원은 반항하지도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손형서는 떠나기 전에 주용화를 바라보더니 이내 손형원의 뒤를 따랐다.하지율은 경찰이 도착했을 때 라이브 방송을 껐다.연씨 가문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하지율이 몰래 녹음을 하거나 라이브 방송을 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손형원의 사건이 일단락된 후, 연씨 가문 사람들은 더 이상 하지율을 밀어붙이지 않았다.연태훈이 하지율에게 얘기했다.“지율아, 시간이 늦지 않았으니 얼른 돌아가서 쉬어라.”하지율은 거절하지 않았다.“네. 그럼 먼저 돌아갈게요.”하지율이 떠난 뒤 연태훈도 서재로 돌아왔다.연씨 가문의 세 형제와 연정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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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병주가 이를 악문 채 물었다. 묻는다기보다는 원망에 가까운 말이었다. “지율이는 그의 친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무정할 수 있죠?”강수로는 미동도 없이 담담하게 답했다.“연태훈이 낳은 자식이 한둘도 아니고... 하물며 지율 양은 어릴 적부터 곁에 둔 적도 없지, 정이 깊을 리 없어. 게다가 상류층 가문 대부분은 감정보다 이익을 먼저 본다. 연태훈 같은 사람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고.”그의 입가에 다시금 비웃음이 스쳤다.“하이현이 회사를 위해 버티던 시절을 기억하느냐. 기억을 되찾은 연태훈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제 한 몸 바쳐 연경 그룹을 일으키려 한 그녀를 회사에서 밀어내는 거였어.”강병주는 말끝을 잇지 못했다.강수로의 말은 잔혹하지만 모두 사실이었다.잠시 시선을 떨군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오늘 너를 부른 건 지율 양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달라 하려는 게 아니다. 지금 네 위치로는 도와주고 싶어도 손쓸 방법이 없지.”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무엇보다 지율양은... 당장은 네 도움이 필요 없다.”강병주의 눈빛이 흔들렸다.하지율을 떠올린 강수로가 흐뭇한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율 양은 아주 잘해주었어. 대가문의 가주들과 맞섰는데도 움츠러들긴커녕 대응도 정확했다, 타이밍도 완벽했고. 이 일로 연경 그룹의 주가가 크게 출렁이겠지만 오히려 지율 양이 내부로 들어갈 완벽한 발판이 되어주겠지. 만약 연태훈과 그 아들들이 지금처럼 무능하지 않았다면 지율 양이 친딸이어도 결국 외부인 취급을 받았을 거다. 회사 사람들도 한마음으로 그녀를 배척했을 거야.”강병주는 숨을 들이켰다. 하지율이 안쓰러운 동시에 너무도 대견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연경 그룹 부자의 무능이 세상에 낱낱이 드러났다. 지율 양이 회사에 영향을 준 건 맞지만 정작 제대로 처리 하나 못한 건 그들이다.”강수로의 목소리가 낮고 단단하게 가라앉았다.“세상이란 게 그래. 모든 걸 다 가지려고 하면 결국 아무것도 못 가지는 거다. 지율 양은 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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