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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새벽 네 시 반, 단팥빵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8 21:36:43

『택시 오 기사: 새벽 네 시 반에 단팥빵 하나 사 먹으려고 30년 택시 몰았나 봐요. 그 빵집 할머니 계실 때부터. 이 방송도 그때부터.』

≈

10월 17일 금요일 새벽 네 시 칠 분. 생방송이 끝나고 칠 분 뒤였다.

한도윤 PD가 부조정실 문을 닫았다. 평소엔 열어 두는 문이었다. 다온은 작가석에서 원고를 정리하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문 닫히는 소리가 이상하게 컸다.

“다온 작가. 잠깐 들어와.”

부조정실은 좁았다. 콘솔 하나, 의자 둘, 모니터 넷. 스튜디오 유리창 너머로 금정란이 헤드폰을 걸어 두고 앉아 있었다. 금정란도 이쪽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아는 얼굴이었다.

한도윤이 서류철을 열었다. 종이 한 장을 꺼내 콘솔 위에 놓았다.

「편성 조정 안내」.

다온은 그 제목만 읽고 다음 줄을 읽지 않았다. 읽지 않아도 알았다. 방송국에서 이런 종이는 한 가지 뜻이었다.

“12월 마지막 주까지야.”

한도윤이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청취율 0.3%. 국장님이 어제 회의에서 정했어. 새벽 두 시 자리는 재방송으로 돌린대. 광고가 안 붙으니까.”

“…30년인데요.”

“알아. 나도 말했어. 30년이라고. 국장님이 그러더라. 30년이라서 더 못 끈대. 듣는 사람이 30년 전 사람들뿐이라고.”

다온은 종이를 봤다. 「12월 31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 그 아래 국장 도장.

“선생님은요?”

다온이 유리창 너머를 봤다. 금정란이 의자에서 일어나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천천히.

부조정실 문이 열렸다. 금정란이 들어왔다. 다온 옆에 섰다. 종이를 내려다봤다.

“30년 했으면 됐지.”

금정란이 웃었다. 늘 하던 낮고 따뜻한 목소리로. 그런데 종이를 집으려던 손이 떨렸다. 다온은 그 손을 봤다.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진 예순넷의 손. 그 손이 종이 귀퉁이를 잡았다 놓았다.

“다온 작가는 젊으니까 다른 데 가면 돼. 낮 프로에 작가 자리 많아.”

“선생님.”

“나는 이제 쉬지 뭐. 목도 아프고.”

금정란이 종이를 콘솔 위에 반듯이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온 어깨를 두 번 두드렸다. 부조정실을 나갔다.

다온은 그 종이를 봤다. 12월 31일까지 열한 주. 일요일 빼고 육십육 번의 방송.

≈

같은 시각. 반달빵집.

태오는 단팥빵 앙금을 둥글게 빚고 있었다. 저울에 하나씩 올렸다. 오십 그램. 정확히. 할머니는 저울 없이 손으로 쟀다. 태오는 아직 저울이 필요했다.

라디오에서 「두 시의 편지」 마지막 곡이 끝나고 다시듣기 안내가 나왔다. 태오는 그 사이 휴대폰을 봤다. 반달FM 홈페이지. 청취자 게시판.

게시판 맨 위에 새 글이 올라와 있었다. 제목 「두 시의 편지 폐지된다는 거 진짜예요?」. 작성 시각 3시 58분. 방송 중에 올라온 글이었다.

태오는 앙금을 쥔 채로 멈췄다.

댓글이 세 개. 「설마」, 「광고 안 붙어서 그런가」, 「금정란 선생님 30년인데」.

태오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앙금을 저울에 올렸다. 오십이 그램. 이 그램을 떼어 냈다. 손이 정확하지 않았다.

‘폐지.’

할머니가 30년 들은 방송. 할머니가 30년 사연을 보낸 방송. 태오가 1년 사연을 보낸 방송. 그리고 3층 302호 사람이 일하는 방송.

태오는 앙금을 하나 더 빚었다. 사십팔 그램.

≈

새벽 네 시 사십 분. 다온은 반달FM 건물을 나왔다.

오늘은 걷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없었다. 건물 앞 계단에 잠깐 앉았다. 차가웠다. 시멘트 계단의 냉기가 바지를 뚫고 올라왔다.

휴대폰을 꺼냈다. 친구 나보람에게 문자를 썼다. 한 방송국 교통 캐스터. 아침 여섯 시 방송이라 지금쯤 출근 준비 중일 것이다.

「보람아 우리 프로 폐지래」

답장은 바로 왔다.

「뭐??? 언제?」

「12월 말」

「미쳤나 봐 국장님. 너 괜찮아?」

다온은 「괜찮아」라고 쓰려다 지웠다. 「몰라」라고 썼다. 보냈다.

「출근해서 커피 사 줄게. 아 너 커피 못 마시지. 우유 사 줄게.」

다온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일어났다. 걸었다. 25분.

가로등이 다온을 비췄다 놓았다. 편의점, 약국, 꽃집. 어제 그 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길이 길었다.

≈

다섯 시 칠 분. 반달빵집.

딸랑.

다온이 들어왔다. 태오는 계산대 뒤에서 고개를 들었다. 다온 얼굴을 봤다. 목도리를 코까지 올리지 않았다. 내려와 있었다. 눈이 조금 빨갰다.

‘들었구나.’

다온은 진열대 앞에 섰다. 소금빵 칸을 봤다. 오늘은 스물네 개가 다 있었다. 오늘은 태오가 숨기지 않았다. 다온은 소금빵을 하나 집었다. 그리고 멈췄다. 옆 칸 단팥빵을 봤다. 한참.

“단팥빵도 하나 주세요.”

다온이 말했다. 처음이었다. 3년 동안 다온은 소금빵만 샀다.

“…그래요.”

태오가 단팥빵을 하나 집었다. 봉투에 넣었다. 소금빵도. 그리고 계산대에 올렸다.

“사천오백 원이요.”

다온이 카드를 내밀었다. 태오가 결제했다. 영수증이 나왔다.

태오는 봉투를 건네기 전에 진열대 쪽을 한 번 봤다. 그리고 단팥빵 하나를 더 집어 봉투에 넣었다. 말없이.

다온이 봉투를 받다가 무게가 다른 걸 알았다. 봉투 안을 봤다. 단팥빵이 둘.

“하나만 샀는데요.”

“…어제 거예요.”

다온은 단팥빵을 봤다. 윤기가 났다. 겉에 뿌린 깨가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어제 것이 아니었다.

“어제 거 아닌데요.”

태오가 계산대 위 영수증을 정리했다. 이미 정리된 영수증을.

“…드세요.”

다온은 태오를 봤다. 태오는 다온을 보지 않았다. 영수증만 봤다. 표정이 없었다. 손만 이미 반듯한 영수증 귀퉁이를 또 맞추고 있었다.

다온은 봉투를 꼭 쥐었다.

“감사합니다.”

“그래요.”

≈

다온이 나가고 문이 닫혔다. 딸랑.

태오는 계산대에 손을 짚었다. 숨을 길게 내쉬었다.

‘어제 거라니.’

거짓말을 못 하는 편이었다. 할머니가 늘 그랬다. 「너는 거짓말하면 영수증만 만지작거려.」 태오는 계산대 위를 내려다봤다. 영수증 뭉치가 귀퉁이까지 반듯했다. 세 번은 맞춘 모양이었다.

다섯 시 십오 분. 문이 열렸다. 딸랑.

“총각! 단팥빵 둘!”

오 기사님이었다. 모자를 벗어 탁탁 털며 들어왔다. 진열대로 가다가 계산대 앞에서 멈췄다.

“총각, 들었어? 두 시의 편지 없어진대.”

“…들었어요.”

“아까 방송 끝나고 게시판에 난리야. 나 택시에서 라디오 켜 놓고 운전하는데, 그거 없어지면 새벽 두 시에 뭐 들어. 재방송? 재방송이면 아는 얘기잖아.”

오 기사님이 단팥빵 둘을 집게로 집었다. 봉투에 넣으며 계속 말했다.

“순례 누님 계실 때부터 들었어. 누님이 그 방송에 사연 보냈잖아. 반죽하는 할머니. 그거 누님인 거 이 동네에서 나만 알걸. 누님이 말하지 말라 했거든.”

태오는 손을 멈췄다.

오 기사님은 몰랐다. 「반죽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할머니가 「반죽하는 할머니」였다는 건 알면서, 손자가 그 뒤를 잇고 있다는 건 몰랐다. 그건 할머니도 모르고 돌아가셨다.

“아까 작가 아가씨 봤어. 정류장에서. 눈이 퉁퉁 부었더라.”

“…….”

“그 아가씨가 이 방송 혼자 쓴대. 메인 작가 그만두고. 금정란 선생님 사연 고르는 거 다 그 아가씨가 한대.”

오 기사님이 계산대에 단팥빵 봉투를 올렸다.

“총각, 사천 원이지?”

태오는 결제를 했다. 손이 느렸다.

≈

다온은 302호 책상에 앉아 있었다. 외투도 벗지 않고.

봉투에서 단팥빵 두 개를 꺼냈다. 책상 위에 나란히. 소금빵은 봉투에 그대로.

단팥빵 하나를 반으로 갈랐다. 팥앙금이 꽉 차 있었다. 가장자리까지. 다온은 그걸 한 입 먹었다. 달았다. 너무 달지 않게 달았다.

먹으면서 휴대폰을 봤다. 청취자 게시판. 글이 스무 개로 늘어 있었다.

「폐지 반대합니다」 「새벽 근무자는 어쩌라고」 「30년 들었어요」 「간호사입니다. 야간 근무 때 이거 없으면 못 버팁니다」 「택시 오 기사입니다. 국장님 택시 타면 내가 할 말 있음」.

다온은 웃음이 나왔다. 오 기사님. 그리고 눈물이 났다. 웃으면서.

스무 개. 청취율 0.3%. 국장 말대로 적은 숫자였다. 그런데 이 스무 명은 새벽 네 시에 깨어 있었다. 이 방송 때문에.

다온은 단팥빵을 다 먹었다. 두 번째 것도 반으로 갈랐다. 앙금이 똑같이 꽉 차 있었다.

‘어제 거라니.’

다온은 혼자 웃었다. 그 사장님은 거짓말을 정말 못 했다.

≈

다온은 노트를 펼쳤다. 원고 노트. 표지에 「두 시의 편지」라고 쓰인.

새 장을 펼치고 맨 위에 적었다.

「살리기.」

그 아래에 줄을 그었다. 그리고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1. 청취자 게시판 → 사연 늘리기」

「2.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코너?」

「3. 국장님 설득 자료 — 청취율 말고 다른 숫자」

「4. 반죽하는 사람 —」

다온은 네 번째 줄에서 멈췄다. 「반죽하는 사람」 다음에 뭘 쓰려고 했는지 몰랐다. 그냥 그 이름이 손에서 나왔다.

1년 동안 마흔세 통. 그 사람 사연이 방송에 나가면 게시판에 댓글이 달렸다. 「반죽하는 사람 오늘도 왔네요」 「이분 사연 기다려요」. 다른 사연보다 많이.

다온은 네 번째 줄 끝에 물음표를 붙였다.

≈

새벽 한 시 사십 분. 10월 18일 토요일.

태오는 반죽기를 돌리지 않았다. 작업대 앞에 서서 휴대폰을 봤다. 메일 창. 받는 사람 「두 시의 편지 사연함」.

무엇을 써야 할지 몰랐다. 1년 동안 사연은 쉬웠다. 반죽 얘기, 새벽 얘기, 할머니 라디오 얘기, 오 기사님 얘기. 오늘 있었던 일을 쓰면 됐다.

오늘 있었던 일은 하나였다. 폐지. 그리고 눈이 빨간 3층 사람.

라디오 앞으로 갔다. 할머니 라디오. 다이얼 위 테이프. 태오는 그 테이프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누렇게 바랬다. 할머니가 몇 년 전에 붙였는지 몰랐다. 태오가 기억하는 한 늘 붙어 있었다.

「이거 왜 붙여 놨어요?」 열 살 때 태오가 물었다.

「딴 데로 안 가게.」

「라디오가 어디 가요?」

「사람 마음이 가지. 다른 거 듣고 싶을 때가 있어. 근데 이거 붙여 두면 안 돌리게 돼.」

태오는 휴대폰으로 돌아왔다. 썼다.

「폐지된다는 얘기 들었어요. 이 프로 없어지면 새벽에 반죽할 이유가 하나 줄어요. 할머니가 라디오 다이얼에 테이프를 붙여 놨어요. 딴 데로 안 가게. 저는 그 테이프를 아직 못 떼요. 앞으로도 안 뗄 거예요. 그러니까 없어지지 마세요.」

다 쓰고 읽었다. 너무 길었다. 「그러니까 없어지지 마세요」는 지울까 했다. 지우지 않았다.

보내기를 눌렀다.

두 시. 시그널 음악. 금정란 목소리.

“새벽 두 시예요. 「두 시의 편지」, 금정란입니다.”

목소리가 평소 그대로였다. 낮고 따뜻하게. 어제 폐지 통보를 받은 사람 같지 않게.

태오는 반죽기를 켰다. 웅웅. 밀가루 이십 킬로.

지금 방송국 작가석에서 그녀가 그의 메일을 열고 있을 것이다. 「없어지지 마세요」를 읽을 것이다. 형광펜을 들 것이다. 몇 줄을 그을까.

태오는 반죽을 꺼내 작업대에 올렸다. 손바닥으로 눌렀다. 힘을 주어.

(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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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 오 기사: 30년 전에 빵집 누님이 그러더라고요. 비밀은 반죽 같은 거라고. 너무 치대면 질겨진대요. 그래서 저는 안 치대요. 근데 입이 근질근질해요.』≈11월 22일 토요일 새벽 다섯 시 십이 분. 반달빵집.다온은 소금빵 봉투를 받아 들고도 나가지 않았다. 계산대 옆 벽. 할머니 사진 앞에 섰다. 일주일째였다. 7일 동안 매일 아침 다온은 그 사진 앞에서 1분씩 서 있었다.태오는 계산대 뒤에서 그걸 보고 있었다. 일주일째.“사장님.”“…네.”“할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태오가 영수증을 쥔 채로 멈췄다.“…왜요?”“그냥요. 3년 전에 이사 왔을 때 소금빵 공짜로 주셨거든요. 인사도 제대로 못 했어요. 그해 겨울에 돌아가셨잖아요. 이름도 모르고.”다온이 사진을 보며 말했다. 태오를 보지 않고. 목소리가 담담했다. 너무 담담했다.태오는 영수증을 내려놓았다. 할머니 이름을 말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동네 사람 절반이 알았다. 그런데 다온이 그걸 묻는 이유를 태오는 알았다. 일주일 전 금정란 선생님 방송. 반죽하는 할머니.이름을 말하면 다온은 어떻게 할까. 금정란 선생님한테 전할까. 할머니가 30년 동안 숨긴 이름을.태오가 입을 열었다. 그 전에 문이 열렸다. 딸랑.“총각! 단팥빵 둘!”≈오 기사님은 모자를 벗어 털며 들어왔다. 찬바람이 같이 들어왔다. 그리고 계산대 옆 벽 앞에 선 다온을 봤다.“어, 작가 아가씨. 순례 누님 사진 보고 있어?”다온이 돌아봤다.“순례 누님이요?”“그래, 순례 누님. 여기 할머니. 반달빵집 순례 누님이지. 이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 없어.”오 기사님이 단팥빵 칸으로 가며 말을 이었다.“30년 전에 내가 택시 처음 몰 때부터 여기서 단팥빵 사 먹었어. 새벽 네 시 반에 오면 누님이 문 열기 전인데도 뒷문으로 줬어. 「기사 양반 배고프지」 하고.”태오가 계산대 뒤에서 오 기사님을 봤다. 오 기사님은 그 눈빛을 못 봤다. 아니, 봤는데 무시했다.“누님이 라디오를 그렇게 좋아했어.

  • 새벽 두 시의 사연은 아래층 빵집에서 온다   7화. 새벽 두 시 반, 생방송

    『반죽하는 사람: 할머니는 반죽을 치대면서 혼잣말을 했어요.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물으면 라디오한테 한다고 했어요. 라디오가 대답은 안 해도 다 듣는다고.』≈11월 15일 토요일 새벽 두 시 이십팔 분. 반달FM 4층 스튜디오.다온은 작가석에서 유리창 너머를 보고 있었다. 금정란이 마이크 앞에 앉아 원고를 넘겼다.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코너 차례. 오늘 사연은 반죽하는 사람. 다온이 맨 앞에 놓았다.코너를 시작한 지 4주. 게시판 글이 하루 서른 개를 넘었다. 청취율은 아직 몰랐다. 다음 달 첫 주에 나온다고 했다. 한도윤 PD는 매일 새벽 게시판 숫자를 세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금정란이 원고를 들었다. 큐 사인. 다온이 부조정실 쪽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도윤이 노래 볼륨을 내렸다.“두 시 반이에요.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오늘은 다시 반죽하는 사람님이에요. 이분 사연 기다리시는 분들 많죠. 게시판에 「반죽하는 사람 언제 나와요」가 제일 많대요.”금정란이 웃었다. 그리고 읽었다.“할머니는 반죽을 치대면서 혼잣말을 했어요.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물으면 라디오한테 한다고 했어요. 라디오가 대답은 안 해도 다 듣는다고.”금정란이 거기서 멈췄다.다온은 원고를 따라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다음 문장이 있었다. 「그래서 저도 반죽하면서 라디오한테 말해요. 할머니처럼.」 금정란은 그 문장을 읽지 않았다.유리창 너머 금정란이 원고를 쥔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이크가 켜져 있었다. 숨소리가 들렸다. 한 번. 두 번.부조정실에서 한도윤이 몸을 일으켰다. 손이 콘솔 위 페이더로 갔다. 노래를 올릴까 말까.삼 초. 사 초. 라디오에서 삼 초 침묵은 사고였다. 오 초는 큰 사고.금정란이 고개를 들었다.“…죄송해요, 여러분.”목소리가 젖어 있었다.“이 사연 읽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요. 30년 전부터 우리 방송에 사연 보내 주시던 분이 계셨어요. 이분도 반죽하는 분이셨어요. 반죽하는 할머니. 그분도 라디오한테 혼잣말한다고 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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