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반죽하는 사람: 새벽 네 시에 알바생이 와요. 이어폰을 꽂고 와요. 뭘 듣는지 물어보면 안 알려 줘요. 요즘 애들은 다 비밀이 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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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 토요일 새벽 네 시. 반달빵집 뒷문.
윤미소는 뒷문 손잡이를 잡고 이어폰 한쪽을 뺐다. 열아홉. 재수생. 높이 묶은 머리가 찬바람에 흔들렸다. 패딩 주머니에 영어 단어장이 꽂혀 있었다. 이 빵집 새벽 알바를 한 지 두 달. 네 시부터 여덟 시까지. 시급이 다른 데보다 오백 원 높았다. 사장님이 말이 없어서 단어 외우기 좋았다.
뒷문을 열었다. 빵 냄새가 확 쏟아졌다.
“사장님, 왔어요.”
“…왔어. 손 씻어.”
사장님이 작업대 앞에서 크루아상 반죽을 밀고 있었다. 버터를 켜켜이 접어 넣은 반죽. 밀대가 지나갈 때마다 반죽이 얇게 펴졌다. 미소는 앞치마를 매며 그걸 봤다. 두 달 동안 봐도 신기했다. 사장님 손은 크고 투박해 보이는데, 반죽 위에서는 이상하게 조심스러웠다.
계산대 옆 낡은 라디오가 켜져 있었다. 「두 시의 편지」가 끝나 가고 있었다. 마지막 곡.
미소는 남은 이어폰 한쪽도 마저 뺐다. 사장님 라디오와 미소 이어폰에서 한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미소는 혼자 웃었다. 소리 없이.
미소도 「두 시의 편지」를 들었다. 재수 학원 끝나고 독서실, 독서실 끝나고 새벽 알바. 그 사이 두 시에서 네 시는 독서실 책상에 엎드려 라디오를 들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열아홉이 새벽 라디오를 듣는다고 하면 친구들이 웃을 테니까.
≈
다섯 시. 빵집 문이 열렸다.
미소가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첫 손님은 매일 그 사람이었다. 3층 사는 언니. 목도리를 코까지 올리고, 품에 종이 뭉치를 안고, 눈 밑이 어두운.
딸랑.
“어서 오세요!”
미소가 크게 말했다. 사장님은 말을 안 하니까 미소가 대신 했다.
언니가 들어와 소금빵 칸으로 갔다. 늘 그 칸. 그런데 오늘은 진열대 앞에서 멈칫했다. 식빵 칸. 「반 근 2,800원」 비닐이 여섯 개 놓여 있었다. 칼 자국이 모두 반듯했다.
“어? 반 근이 많네요.”
언니가 말했다. 계산대 쪽으로.
사장님이 계산대 뒤에서 고개를 들었다. 표정 없이.
“…찾는 사람이 있어서요. 요즘.”
“칼질 반듯해졌어요.”
“…연습했어요. 식빵 여섯 개로.”
언니가 웃었다. 반 근 하나를 집었다. 소금빵도. 계산하고 나갔다. 나가면서 미소에게 고개를 까딱했다.
문이 닫혔다. 딸랑.
미소는 사장님을 봤다. 사장님은 언니가 나간 문을 보고 있었다. 3초. 그리고 다시 영수증을 정리했다. 이미 정리된 영수증을.
‘뭐야.’
미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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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시. 언니가 다시 왔다.
이번엔 목도리가 없었다. 세수를 한 얼굴. 손에 노트북 가방. 창가 탁자에 앉았다. 노트북을 열었다.
“크루아상 하나랑 우유 따뜻한 거요.”
미소가 크루아상을 접시에 담고 우유를 데웠다. 탁자에 가져다주었다. 언니 노트북 화면이 보였다. 한글 파일. 맨 위에 「두 시의 편지 — 10월 27일 월요일 원고」.
미소는 접시를 내려놓다가 멈췄다.
‘두 시의 편지.’
“저기, 언니.”
“응?”
“혹시… 그 라디오 작가예요?”
언니가 고개를 들었다. 놀란 얼굴. 그리고 웃었다.
“어, 어떻게 알았어?”
“화면에 써 있어서요. 저 그거 들어요.”
“진짜? 몇 살이야?”
“열아홉이요. 재수해요. 독서실에서 몰래 들어요.”
언니 얼굴이 환해졌다. 노트북을 조금 밀고 미소를 봤다.
“열아홉이 우리 방송 들어? 처음 봐. 게시판에 열아홉은 없거든.”
“게시판은 안 써요. 쑥스러워서. 친구들한테도 말 안 했어요. 새벽 라디오 듣는다고 하면 할머니냐고 놀려요.”
미소는 크루아상 봉투를 하나 집었다. 포장용 종이봉투. 계산대에서 볼펜도.
“사인해 주세요.”
“사인? 나 작가인데. DJ도 아니고.”
“작가님이 사연 고르잖아요. 반죽하는 사람 사연도 작가님이 고른 거죠?”
언니 손이 볼펜을 받다가 멈췄다.
“…반죽하는 사람 알아?”
“그분 사연 제일 좋아요. 저번에 손이 외롭다는 거.”
언니가 웃었다. 크게. 그리고 크루아상 봉투에 사인했다. 「서다온. 두 시의 편지. 미소 씨 합격 기원!」 이름표를 보고 미소 이름을 적었다.
계산대 뒤에서 소리가 났다. 사장님이 밀대를 내려놓는 소리. 쿵.
≈
태오는 주방 입구에 서서 그 장면을 봤다.
미소가 「반죽하는 사람」 이름을 말했다. 3층 사람이 웃었다. 크게. 1년 동안 그 사람이 이 빵집에서 그렇게 웃는 건 처음이었다. 「반죽하는 사람 알아?」 하고 묻는 목소리가 반가웠다.
태오는 라디오 쪽을 봤다. 계산대 옆 할머니 라디오. 다시듣기가 켜져 있었다. 볼륨이 작았지만 들렸다. 금정란 목소리.
“…반죽하는 사람님 사연 하나 더 왔어요. 이분이 그러시는데, 작가님 아래층 빵집 사장님이랑 칼질이 비슷하대요.”
태오는 성큼 걸어가 라디오 전원을 껐다.
딸깍.
빵집이 조용해졌다. 오븐 돌아가는 소리만.
미소가 돌아봤다. 3층 사람도 돌아봤다.
“…시끄러워서요. 일하는데.”
태오가 말했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층 사람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다시 노트북을 봤다.
미소는 태오를 봤다.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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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시. 다온이 노트북을 덮고 나갔다. 「잘 먹었어요, 미소 씨. 사장님도요.」 사장님은 「그래요」 했다.
미소는 탁자를 치웠다. 크루아상 부스러기를 행주로 쓸었다. 그러다 계산대 쪽을 봤다.
사장님 휴대폰이 계산대 위에 엎어져 있었다. 진동이 울렸다. 사장님은 주방에 있었다. 미소는 그냥 지나가려다 휴대폰이 진동으로 조금 미끄러지는 걸 봤다. 계산대 끝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미소는 휴대폰을 집어 바로 놓았다. 화면이 위로.
화면이 켜져 있었다. 알림이 아니라 메일 앱. 쓰다 만 메일. 받는 사람 칸에 「두 시의 편지 사연함」. 보내는 사람 이름 칸에.
「반죽하는 사람」.
미소는 휴대폰을 든 채로 굳었다.
본문 첫 줄이 보였다. 「알바생이 오늘 작가님한테 사인을 받았어요. 저는 그 옆에서 라디오를 껐어요.」
미소는 휴대폰을 계산대에 내려놓았다. 화면을 엎었다. 숨을 한 번 쉬었다.
그리고 주방을 봤다. 사장님이 크루아상 반죽을 다시 밀고 있었다. 등을 보인 채로. 크고 투박한 손이 반죽 위에서 조심스러웠다.
‘손이 외롭다는 거.’
‘새벽 두 시에 반죽을 시작해요.’
‘반 근.’
미소는 계산대 앞에 서서 잠깐 생각했다. 두 달 동안 본 것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사장님이 새벽 네 시에 미소가 들어올 때마다 라디오 볼륨을 줄이던 것. 미소가 「뭐 들으세요?」 하면 「아무거나」 하던 것. 다섯 시 첫 손님이 오기 전에 소금빵 하나를 진열대 오른쪽 귀퉁이로 옮겨 놓던 것. 그 언니가 나가면 문을 3초 동안 보던 것.
미소는 앞치마 끈을 다시 묶었다. 꽉. 그리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사장님 옆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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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는 밀대를 밀고 있었다. 미소가 옆에 와서 섰다. 평소엔 계산대에 있을 시간이었다.
“사장님.”
“…응.”
미소가 목소리를 낮췄다. 주방에 둘뿐인데도.
“사장님, 반죽하는 사람이죠?”
태오의 밀대가 멈췄다.
반죽 위에서. 버터가 비치는 얇은 반죽. 밀대를 쥔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뭐라고?”
“휴대폰 봤어요. 일부러 본 거 아니에요. 떨어질 뻔해서. 메일 쓰다 만 거 떠 있었어요.”
태오가 밀대를 내려놓았다. 미소를 봤다. 미소는 태오를 똑바로 봤다. 열아홉의 눈. 촉이 좋은.
“알바생이 작가님한테 사인 받았다고. 그거 저잖아요.”
태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짓말을 못 했다. 영수증을 찾았다. 주방에는 영수증이 없었다.
“…일해.”
태오가 말했다. 그게 다였다. 그리고 밀대를 다시 들었다. 반죽을 밀었다. 너무 세게. 반죽 끝이 찢어졌다.
미소가 그걸 봤다. 그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손으로 입을 막고.
“사장님, 반죽 찢어졌어요. 크게.”
“…알아.”
“작가님은 알아요?”
태오가 찢어진 반죽을 손가락으로 붙였다. 꾹꾹.
“몰라. 아무도 몰라. 너 빼고.”
“왜 말 안 해요?”
“…일해.”
미소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계산대로 돌아가면서 말했다. 문 앞에서. 돌아보지 않고.
“사장님 바보예요?”
≈
302호. 다온은 크루아상 봉투를 책상에 놓았다. 사인한 봉투가 아니라 빈 봉투. 사인한 건 미소가 가져갔다.
노트북을 열었다. 월요일 원고를 마저 쓰려다가 메일함을 열었다. 버릇이었다.
「반죽하는 사람」. 새 메일. 아침 여덟 시 십이 분.
다온은 열었다.
「작가님, 오늘 우리 빵집 알바생이 아끼는 라디오 작가님한테 사인을 받았대요. 자랑을 엄청 하더라고요. 저는 옆에서 일하다가 라디오를 꺼 버렸어요. 시끄러워서는 아니었어요. 이유는 비밀이에요.」
다온은 그 메일을 읽고 멈췄다.
‘알바생이 라디오 작가한테 사인.’
오늘 아침 다온은 미소에게 사인을 해 줬다. 아래층 빵집에서. 크루아상 봉투에.
다온은 메일을 다시 읽었다. 「우리 빵집 알바생」.
‘우리 빵집.’
반죽하는 사람도 빵집이었다. 오 기사님 말이 맞았다. 그리고 그 빵집 알바생이 오늘 라디오 작가에게 사인을 받았다. 바로 그날.
다온은 노트북 앞에서 웃었다. 소리 내서.
‘세상에, 오늘 사인한 작가가 나 말고 또 있나 보네.’
반달FM에 작가가 열 명. 다른 지역 라디오도 많았다. 「두 시의 편지」 작가는 다온 혼자였지만, 알바생이 사인을 받았다는 작가가 꼭 「두 시의 편지」 작가라는 말은 없었다. 다른 방송 작가일 수도 있었다. 알바생이 여러 프로를 들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웃음이 났다. 신기한 우연이었다.
다온은 답장 버튼을 눌렀다.
「반죽하는 사람님. 저도 오늘 사인했어요! 아래층 빵집 알바생한테요. 열아홉 살인데 우리 방송 들어요. 반죽하는 사람님 사연 제일 좋아한대요. 오늘 우리 둘 다 빵집에서 사인한 날이네요. 신기하죠?」
보냈다.
≈
여덟 시 삼십 분. 반달빵집.
태오 휴대폰이 진동했다. 계산대 위에서. 미소가 먼저 봤다. 메일 알림. 「두 시의 편지」.
미소가 휴대폰을 사장님 쪽으로 밀었다. 화면을 위로. 말없이.
태오가 메일을 열었다. 읽었다.
「오늘 우리 둘 다 빵집에서 사인한 날이네요. 신기하죠?」
태오는 계산대에 이마를 댔다. 쿵.
미소가 옆에서 앞치마를 벗으며 말했다. 퇴근 시간이었다.
“사장님.”
“…응.”
“작가님 바보예요?”
태오는 이마를 계산대에 댄 채로 대답하지 않았다. 미소가 웃으며 뒷문으로 나갔다. 이어폰을 꽂으면서. 다시듣기를 틀면서.
빵집에 혼자 남은 태오는 고개를 들었다. 라디오를 다시 켰다. 할머니 라디오. 테이프 붙은 다이얼. 「두 시의 편지」 다시듣기.
“…작가님 아래층 빵집 사장님이랑 칼질이 비슷하대요.”
금정란 목소리가 웃었다.
태오는 이번엔 끄지 않았다.
(4화 끝)
『반죽하는 사람: 내일도 반죽할게요. 내일도 라디오 켤게요. 내일 그 자리에 다른 게 나와도 다이얼은 안 돌릴게요. 테이프 붙어 있으니까.』≈12월 31일 수요일 새벽 한 시 오십 분. 반달FM 4층.다온은 스튜디오 문 앞에 서 있었다. 원고 뭉치를 안고. 마지막 원고였다. 「두 시의 편지」 30년 마지막 방송. 사흘 밤을 새워 쓴. 30년 동안 사연을 보낸 사람들 이름을 다 넣고 싶었는데 다 넣을 수가 없었다. 게시판에 남은 이름만 이천 개가 넘었다.복도가 이상하게 붐볐다. 평소 새벽 두 시면 다온과 한도윤과 금정란, 셋이 전부였다. 오늘은 보도국 야간 기자, 교통 캐스터 나보람, 엔지니어 둘, 그리고 낮 프로 PD 몇이 복도에 서 있었다. 다들 종이컵을 들고. 30년 마지막 방송을 보러.보람이 다온에게 다가와 우유 종이컵을 내밀었다.“작가님, 괜찮아?”“몰라. 진짜 모르겠어.”“울지 마. 방송 중에 울면 사고야.”“선생님이 지난번에 팔 초 울었어.”“그러니까 둘이 울면 십육 초야.”다온이 웃었다. 보람도 웃었다. 그리고 보람이 다온 팔을 꽉 잡았다.스튜디오 안에서 금정란이 헤드폰을 쓰고 있었다. 빨간 머플러. 크리스마스이브 때 했던. 「마지막 날엔 이거 해야지.」부조정실에서 한도윤이 콘솔 앞에 앉아 있었다. 손에 서류철. 그런데 열지 않았다. 무릎 위에 올려 둔 채로.≈같은 시각. 반달빵집.태오는 반죽기를 돌리지 않았다. 작업대 앞에 서서 라디오를 보고 있었다. 할머니 라디오. 다이얼 위 테이프.오늘이 마지막이었다. 내일부터 새벽 두 시 이 주파수에선 재방송이 나온다고 했다. 낮 프로
『반죽하는 사람: 크리스마스이브엔 밤을 새워요. 슈톨렌에 슈가파우더를 뿌리면 눈 온 것 같아요. 올해는 누가 옆에서 리본을 묶어 주면 좋겠어요. 혼자 묶으면 자꾸 풀려요.』≈12월 23일 화요일 밤 열한 시. 반달FM 4층 작가석.다온은 달력을 봤다. 책상 옆 벽에 붙은 탁상 달력. 12월 장. 31일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한도윤 PD가 그어 놓은. 그 옆에 작게 「마지막 방송」.여드레.일요일 빼고 일곱 번의 방송.다온은 동그라미에서 눈을 떼고 원고를 봤다. 크리스마스이브 특집.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 크리스마스에도 일하는 당신에게」. 사연 열둘. 응급실, 소방서, 편의점, 택시, 경비실, 물류 센터. 그리고 반죽하는 사람.반죽하는 사람 사연은 맨 마지막에 놓았다.『올해는 누가 옆에서 리본을 묶어 주면 좋겠어요. 혼자 묶으면 자꾸 풀려요.』다온은 그 문장에 형광펜을 그었다. 두 줄. 그리고 생각했다. 리본. 슈톨렌. 반달빵집도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신 슈톨렌을 팔았다. 할머니 때부터. 진열대 앞에 「슈톨렌 예약 받습니다」 종이가 일주일째 붙어 있었다. 미소 글씨로.다온은 고개를 저었다. 크리스마스에 슈톨렌 파는 빵집은 많다.≈12월 24일 수요일 새벽 한 시. 반달빵집.태오는 셔터를 반만 올리고 들어왔다. 평소보다 반 시간 일찍. 오늘은 밤을 새워야 했다.작업대 위에 슈톨렌 반죽이 줄지어 있었다. 어젯밤 열 시까지 빚어 둔 것. 서른 개. 예약이 스물여섯, 매장용 넷. 할머니 때는 마흔 개였다. 태오는 서른 개가 한계였다.오븐 두 대를 예열했다. 첫 판 열 개를 넣었다. 타이머를 맞췄다. 사십 분.라디오를 켰다. 할머니 라디오. 테이프 붙은 다이얼. 「두 시의 편지」까지 한 시간.
『택시 오 기사: 비 오는 새벽에 작가 아가씨를 태워다 줬어요. 빵집 앞에 내려 줬는데 빵집 총각이 유리문 안에서 나를 째려보더라고요. 30년 택시 몰면서 그런 눈은 처음 봤어요. 총각, 나 기사야.』≈12월 5일 금요일 오후 네 시. 반달FM 4층 회의실.한도윤 PD가 공문 한 장을 탁자에 놓았다. 이번엔 마케팅팀 중간 집계가 아니었다. 방송국 공식 청취율 조사 결과. 11월분.「두 시의 편지 — 0.6%」.다온은 그 숫자를 오래 봤다. 0.3에서 0.6. 두 배였다. 두 배인데 1%의 절반을 겨우 넘었다.“국장님이 이거 보시고 뭐라고 하셨는지 알아?”한도윤이 의자에 몸을 던지듯 앉았다.“「두 배네. 근데 0.6이네.」 끝.”금정란이 보온병 뚜껑을 열며 웃었다.“국장님 말 잘하시네.”“선생님, 웃을 일이 아니에요.”“웃어야지. 0.3이 0.6 됐는데. 30년 동안 이렇게 오른 적 없어.”금정란이 다온을 봤다. 안경 너머로.“다온 작가가 한 거야.”다온은 고개를 저었다.“청취자분들이 한 거예요. 사연 보내 주신 분들이. 게시판에 쓰신 분들이. 오 기사님이 택시 손님들한테 다 틀어 준대요.”“그 오 기사님 사연은 언제 읽어?”“…다음 주요. 월요일에.”다온은 대답하면서 서류철 안 오 기사님 사연을 생각했다. 「택시 오 기사」라는 이름으로 일주일에 두 통씩 오는. 손님 얘기, 새벽 도로 얘기, 반달빵집 단팥빵 얘기. 오 기사님은 사연마다 단팥빵이 나왔다.≈12월 6일 토요일 새벽 네 시 십 분. 반달FM 건물 1층 현관.비가 왔다. 겨울비. 차가운. 다온은 현관 유리문 안쪽에 서서 밖을 봤다. 빗줄기가 가로등 불빛에 하얗게 보였다. 큰길이 젖어 번들거렸다.우산이 없었다. 가방 안에 접이식 우산이 있었는데 지난주에 살이 부러져 버렸다. 새로 사야지 하면서 일주일이 지났다.25분. 걸으면 다 젖을 것이다. 첫차는 다섯 시 십 분. 한 시간을 현관에서 기다릴 수도 없었다.다온이 목도리를 머리에 뒤집어쓰려는데 큰길에서 경적이
『반죽하는 사람: 누가 저한테 사연을 써 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써요. 원래 쓰고 있었다는 말은 못 했어요. 반죽이 다 부풀면 말할게요.』≈11월 29일 토요일 오전 열한 시. 반달FM 4층 회의실.한도윤 PD가 종이 한 장을 탁자 위에 놓았다. 손가락으로 숫자를 짚었다.“마케팅팀 중간 집계야. 공식 아니고. 0.5%.”다온은 그 숫자를 봤다. 0.5. 두 달 전 0.3이었다.“올랐어요.”“올랐지. 0.2. 두 달 만에.”“국장님은요? 뭐라세요?”“국장님은 1%가 아니면 다 똑같대.”한도윤이 종이를 접었다. 그런데 버리지 않고 서류철에 넣었다. 다온은 그걸 봤다.“그래도 게시판은 하루 오십 개 넘어.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코너 사연이 매일 열 통씩 와. 물류 센터, 응급실, 경비실, 편의점. 지난주엔 소방서에서도 왔어.”한도윤이 서류철을 덮었다.“다온 작가. 0.5로는 안 돼. 근데 0.5까지 온 건 네가 한 거야. 그건 알아 둬.”다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만 끄덕였다. 목이 조금 메었다.≈열두 시. 반달빵집.다온은 밤샘 회의를 마치고 바로 빵집으로 왔다. 잠을 못 자 눈이 따가웠다. 창가 탁자에 앉아 메뉴판을 봤다. 낮 메뉴. 샌드위치 세 가지. 햄치즈, 에그마요, 감자.“감자 샌드위치랑 우유요.”계산대에서 미소가 「네!」 했다. 주방에서 태오가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식빵 두 장, 으깬 감자, 오이, 햄 한 장. 반으로 잘라 접시에 담았다. 칼질이 반듯했다. 한 달 동안 반 근 식빵을 자른 손.태오가 접시를 들고 직접 왔다. 미소 대신.“드세요.”“감사합니다, 사장님.”다온은 샌드위치를 집었다. 감자가 부드러웠다. 오이가 아삭했다. 후추가 조금.태오가 접시를 내려놓고 돌아서려다 멈췄다. 다온 얼굴을 봤다.“…안 주무셨어요?”“밤샘 회의요. 청취율 중간 집계 나왔어요.”“…어떻게 나왔어요?”태오 목소리가 조금 빨랐다. 평소보다.“0.5%요. 0.3에서 올랐어요. 근데 1% 돼야 안 없어진대요.”태오가
『택시 오 기사: 30년 전에 빵집 누님이 그러더라고요. 비밀은 반죽 같은 거라고. 너무 치대면 질겨진대요. 그래서 저는 안 치대요. 근데 입이 근질근질해요.』≈11월 22일 토요일 새벽 다섯 시 십이 분. 반달빵집.다온은 소금빵 봉투를 받아 들고도 나가지 않았다. 계산대 옆 벽. 할머니 사진 앞에 섰다. 일주일째였다. 7일 동안 매일 아침 다온은 그 사진 앞에서 1분씩 서 있었다.태오는 계산대 뒤에서 그걸 보고 있었다. 일주일째.“사장님.”“…네.”“할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태오가 영수증을 쥔 채로 멈췄다.“…왜요?”“그냥요. 3년 전에 이사 왔을 때 소금빵 공짜로 주셨거든요. 인사도 제대로 못 했어요. 그해 겨울에 돌아가셨잖아요. 이름도 모르고.”다온이 사진을 보며 말했다. 태오를 보지 않고. 목소리가 담담했다. 너무 담담했다.태오는 영수증을 내려놓았다. 할머니 이름을 말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동네 사람 절반이 알았다. 그런데 다온이 그걸 묻는 이유를 태오는 알았다. 일주일 전 금정란 선생님 방송. 반죽하는 할머니.이름을 말하면 다온은 어떻게 할까. 금정란 선생님한테 전할까. 할머니가 30년 동안 숨긴 이름을.태오가 입을 열었다. 그 전에 문이 열렸다. 딸랑.“총각! 단팥빵 둘!”≈오 기사님은 모자를 벗어 털며 들어왔다. 찬바람이 같이 들어왔다. 그리고 계산대 옆 벽 앞에 선 다온을 봤다.“어, 작가 아가씨. 순례 누님 사진 보고 있어?”다온이 돌아봤다.“순례 누님이요?”“그래, 순례 누님. 여기 할머니. 반달빵집 순례 누님이지. 이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 없어.”오 기사님이 단팥빵 칸으로 가며 말을 이었다.“30년 전에 내가 택시 처음 몰 때부터 여기서 단팥빵 사 먹었어. 새벽 네 시 반에 오면 누님이 문 열기 전인데도 뒷문으로 줬어. 「기사 양반 배고프지」 하고.”태오가 계산대 뒤에서 오 기사님을 봤다. 오 기사님은 그 눈빛을 못 봤다. 아니, 봤는데 무시했다.“누님이 라디오를 그렇게 좋아했어.
『반죽하는 사람: 할머니는 반죽을 치대면서 혼잣말을 했어요.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물으면 라디오한테 한다고 했어요. 라디오가 대답은 안 해도 다 듣는다고.』≈11월 15일 토요일 새벽 두 시 이십팔 분. 반달FM 4층 스튜디오.다온은 작가석에서 유리창 너머를 보고 있었다. 금정란이 마이크 앞에 앉아 원고를 넘겼다.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코너 차례. 오늘 사연은 반죽하는 사람. 다온이 맨 앞에 놓았다.코너를 시작한 지 4주. 게시판 글이 하루 서른 개를 넘었다. 청취율은 아직 몰랐다. 다음 달 첫 주에 나온다고 했다. 한도윤 PD는 매일 새벽 게시판 숫자를 세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금정란이 원고를 들었다. 큐 사인. 다온이 부조정실 쪽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도윤이 노래 볼륨을 내렸다.“두 시 반이에요.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오늘은 다시 반죽하는 사람님이에요. 이분 사연 기다리시는 분들 많죠. 게시판에 「반죽하는 사람 언제 나와요」가 제일 많대요.”금정란이 웃었다. 그리고 읽었다.“할머니는 반죽을 치대면서 혼잣말을 했어요.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물으면 라디오한테 한다고 했어요. 라디오가 대답은 안 해도 다 듣는다고.”금정란이 거기서 멈췄다.다온은 원고를 따라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다음 문장이 있었다. 「그래서 저도 반죽하면서 라디오한테 말해요. 할머니처럼.」 금정란은 그 문장을 읽지 않았다.유리창 너머 금정란이 원고를 쥔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이크가 켜져 있었다. 숨소리가 들렸다. 한 번. 두 번.부조정실에서 한도윤이 몸을 일으켰다. 손이 콘솔 위 페이더로 갔다. 노래를 올릴까 말까.삼 초. 사 초. 라디오에서 삼 초 침묵은 사고였다. 오 초는 큰 사고.금정란이 고개를 들었다.“…죄송해요, 여러분.”목소리가 젖어 있었다.“이 사연 읽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요. 30년 전부터 우리 방송에 사연 보내 주시던 분이 계셨어요. 이분도 반죽하는 분이셨어요. 반죽하는 할머니. 그분도 라디오한테 혼잣말한다고 쓰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