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자신이 먼저 잡아놓고 스스로 놀랐는지, 글라디는 그 자리에서 멈칫했다. 그러나 잡은 그녀의 손목은 놓지 않았다.
“미안해.”
이번에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릴리스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해, 릴리스. 정말 미안해.”
연신 사과를 먼저 쏟아냈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더니, 기다렸다는 듯 말이 쉬지 않고 터져 나왔다.
“나… 릴리스가 너무 좋아
자신이 먼저 잡아놓고 스스로 놀랐는지, 글라디는 그 자리에서 멈칫했다. 그러나 잡은 그녀의 손목은 놓지 않았다.“미안해.”이번에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릴리스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미안해, 릴리스. 정말 미안해.”연신 사과를 먼저 쏟아냈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더니, 기다렸다는 듯 말이 쉬지 않고 터져 나왔다.“나… 릴리스가 너무 좋아. 아니, 사랑해. 그러니까 계속 따라다니면 안 될까? 릴리스가 나 때문에 불편해한다는 거 알아. 그래서 말대로 아는 척 안 하려고 했어. 근데… 하루라도, 아니 한 시간이라도 안 보이면 내가 살 수가 없을 것 같아. 눈앞에 있는 줄 알면서 말도 못 걸고 다가가지도 못하는 게 너무 힘들어.”말을 하는 사이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하나둘 흘러내리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펑펑 쏟아졌다.“사랑해, 릴리스! 제발 날 미워하지 마. 실망하지 마….”흐엉~ 하며 어린아이처럼 우는 그를 바라보며, 릴리스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 큰 사람이 이렇게까지 울다니…
평소의 수줍어하는 글라디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금방이라도 버림받은 사람처럼 풀이 죽은 얼굴이었다.릴리스가 자신을 바라보기라도 하면 아주 잠깐 눈에 기대가 어렸다가, 그녀가 다시 시선을 돌리면 금세 시무룩하게 가라앉았다.릴리스는 애써 모른 척했다.그러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대편에서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거의 동시에 들려왔다.무심코 바라보면 언제나 글라디도 같이 일어나고 있었다. 늘 그의 접시에는 음식이 절반도 넘게 남아 있었다.‘설마. 따라오려고?’릴리스가 카페테리아를 나섰다.잠시 뒤, 뒤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따라붙었다.처음에는 우연히 가는 방향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평소에 이용하지 않는 정원 쪽 길로 방향을 틀었다.그런데 뒤따르던 발소리도 똑같이 방향을 바꾸었다.릴리스가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계단을 오르면 계단을 따라
그날 밤, 글라디는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눈을 감기만 하면 낮에 자신을 바라보던 릴리스의 얼굴이 떠올랐다.일 년 만에 다시 만난 그녀는 기억 속에서보다 훨씬 아름다워져 있었지만, 정작 자신을 바라보던 에메랄드빛 눈동자에는 반가움 대신 차가운 실망만이 담겨 있었다.실망했어요.그 짧은 한마디가 밤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차라리 화를 냈다면 나았을지도 몰랐다. 왜 그랬느냐고 따져 묻거나,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화라도 냈다면 어떻게든 설명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릴리스는 그저 실망했다고 말한 뒤 돌아서 버렸다.글라디는 몇 번이나 침대 위에서 뒤척이다가 결국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그리고 그날부터 남학생 기숙사에는 이상한 소문이 하나 돌기 시작했다.깊은 밤만 되면 어디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흐느낌이 들려온다는 것이었다.처음에는 누군가 잠꼬대라도 하는 모양이라고 대수롭지
‘원래도 예뻤는데……사람이 일 년 사이에 이렇게까지 더 예뻐질 수 있는 건가.’글라디는 원래 아름다운 것을 볼 때마다 오래도록 눈에 담아두는 편이었다.어릴 적에는 아침 햇살도, 여름의 푸른 숲도, 황궁 정원에 핀 이름 모를 꽃들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릴리스를 알고 난 뒤부터는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것이 조금씩 평범해 보이기 시작했다.지금은 그 아름다운 것들을 전부 한곳에 모아 놓는다 해도, 눈앞의 릴리스만큼 눈부시지는 않았다.그런 릴리스가 정말 자신의 눈앞에 서 있었다.자신을 바라보면서.……아주 실망한 얼굴로.그제야 글라디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뒤늦게 현실로 돌아왔다.‘하필이면.’왜 하필 오늘이었을까. 왜 하필 아까 그 순간을 릴리스에게 들킨 걸까. 머릿속에는 당장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우성쳤다. 그런데 정작 입을 열자 전혀 엉뚱한 말이
아카데미에 도착한 릴리스는 기숙사에 짐을 풀기도 전에 글라디를 찾았다.일 년 만이었다.마지막으로 받은 편지를 떠올리자, 릴리스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아카데미를 마치고 돌아오면 제일 먼저 편지 보낼게.‘그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얼마나 어이가 없었던지.’자신도 바로 다음 해가 되면 같은 아카데미에 입학한다는 사실을 글라디는 까맣게 잊은 모양이었다.그래서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다.졸업할 때까지 만나지 못할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을 테니,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놀라서 눈을 크게 뜰까? 아니면 예전처럼 얼굴부터 붉히고 제대로 말도 못할까?’그 모습을 상상하며 얼굴에 미소를 띠고 걷던 릴리스의 발걸음이 문득 멈췄다.퍽—!“윽&
그날 이후, 글라디의 편지는 한 달에 한 번씩 어김없이 날아왔다.처음에는 짧은 편지였다.안녕하냐고. 잘 지내냐고. 요즘 그쪽 날씨는 어떠냐고.분명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은 것 같은데, 괜히 길어지는 것이 싫은 사람처럼 문장은 언제나 짧았다. 가끔은 잉크로 무언가를 적었다가 몇 번이고 지운 흔적도 남아 있었다.어느 순간부터 릴리스는 그 편지를 읽을 때마다 작게 웃었다.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그 편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그녀가 날짜를 정확히 세는 것은 아니었다.그저 한 달쯤 지났다 싶으면 괜히 창밖으로 저택 입구를 바라보게 되고, 시종이 편지를 가져오는 날이면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봉투를 받아 들었다.어딘가 참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릴리스도 답장을 보냈다.글라디의 것보다는 조금 길게. 하지만 너무 길지는 않게.
“왜 이렇게까지 하시죠?”아티니스의 목소리에는 불편함과 억눌린 분노가 섞여 있었다.세이런은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차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는 그 이유를 알아. 그리고 도와줄 수 있어.”“그 말도... 병약하다는 것도, 전부 거짓말이죠?”아티니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전 오늘 거절하러 온 거예요. 그리고 비밀을 지켜준다고 한 말… 끝까지 지켜주세요. 전 그걸 확인하러 온 거예요.”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등을 돌렸다.이곳에 더 머무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느껴졌다.알아
생각지도 못한 큰 키에 아티니스는 고개를 살짝 들어야만 했다. 그의 가슴팍 너머로 올라간 시선 끝에서 마주한 것은 여전히 보석처럼 빛나는 짙은 자주빛 눈동자였다.‘여전히 잘생겼네… 잘생… 기면 안 되는데. 거절해야돼!’그와 시선이 딱 마주치자, 아티니스는 순간 목적을 까먹을 뻔했다.당황한 그녀는 뒷걸음치며 거리를 두었다.“청, 청혼서가 마음에 들긴요. 협박이나 마찬가지였잖아요!”말을 하려다 목소리가 꼬이고, 톤도 이상해졌다.“대공자의 청혼서를 협박이라니. 너무한걸.”당황한 그녀와 달리, 그는 장난기 어린 미소로 되물
청혼서라는 말에 아티니스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일면식 없는 대공가에서 결혼을 제안하다니. 게다가 시골 영지에 틀어박혀 살아온 자신을 어떻게 알고 보낸 건지 아티니스는 의아했다. “설마… 예전에 황실 파티에서 우리 아티를 본 건 아닐까요?”백작부인이 조심스레 말했다. “시골 영지 영애인 제게 누가 관심을 보였겠어요… 저도 관심 없었고요.”“무슨 소리야. 우리 아티의 아름다움은 태어날 때부터였단다. 세상을 밝혀주는 따스한 아침 햇살 같은 주홍색 머리카락에, 릴리스를 쏙 빼닮은 아메랄드를 담고 있는 두 눈동자. 그 무도회에
둘은 물에 흠뻑 젖은 채 서로를 바라봤다. 아티니스는 다시 넘어지지 않게 두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그 소년을 내려다보았고, 소년은 팔꿈치로 몸을 일으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서로에게서 눈을 때지 못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눈빛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ㅁ… 뭘 봐.”정적을 깨는 차가운 말투였다. 그 말에 아티니스는 눈을 깜빡였다. 잠시나마 그에게서 느꼈던 환상이 살짝 깨지는 듯했지만 그의 얼굴은 쉽게 그 환상을 깨지 못했다. 그의 목소리 또한 그랬다. “옷 다 젖어 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