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원래도 예뻤는데……사람이 일 년 사이에 이렇게까지 더 예뻐질 수 있는 건가.’
글라디는 원래 아름다운 것을 볼 때마다 오래도록 눈에 담아두는 편이었다.
어릴 적에는 아침 햇살도, 여름의 푸른 숲도, 황궁 정원에 핀 이름 모를 꽃들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릴리스를 알고 난 뒤부터는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것이 조금씩 평범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아름다운 것들을 전부 한곳에 모아 놓는다 해도, 눈앞의 릴리스만큼 눈부시지는 않았다
그날 밤, 글라디는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눈을 감기만 하면 낮에 자신을 바라보던 릴리스의 얼굴이 떠올랐다.일 년 만에 다시 만난 그녀는 기억 속에서보다 훨씬 아름다워져 있었지만, 정작 자신을 바라보던 에메랄드빛 눈동자에는 반가움 대신 차가운 실망만이 담겨 있었다.실망했어요.그 짧은 한마디가 밤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차라리 화를 냈다면 나았을지도 몰랐다. 왜 그랬느냐고 따져 묻거나,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화라도 냈다면 어떻게든 설명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릴리스는 그저 실망했다고 말한 뒤 돌아서 버렸다.글라디는 몇 번이나 침대 위에서 뒤척이다가 결국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그리고 그날부터 남학생 기숙사에는 이상한 소문이 하나 돌기 시작했다.깊은 밤만 되면 어디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흐느낌이 들려온다는 것이었다.처음에는 누군가 잠꼬대라도 하는 모양이라고 대수롭지
‘원래도 예뻤는데……사람이 일 년 사이에 이렇게까지 더 예뻐질 수 있는 건가.’글라디는 원래 아름다운 것을 볼 때마다 오래도록 눈에 담아두는 편이었다.어릴 적에는 아침 햇살도, 여름의 푸른 숲도, 황궁 정원에 핀 이름 모를 꽃들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릴리스를 알고 난 뒤부터는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것이 조금씩 평범해 보이기 시작했다.지금은 그 아름다운 것들을 전부 한곳에 모아 놓는다 해도, 눈앞의 릴리스만큼 눈부시지는 않았다.그런 릴리스가 정말 자신의 눈앞에 서 있었다.자신을 바라보면서.……아주 실망한 얼굴로.그제야 글라디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뒤늦게 현실로 돌아왔다.‘하필이면.’왜 하필 오늘이었을까. 왜 하필 아까 그 순간을 릴리스에게 들킨 걸까. 머릿속에는 당장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우성쳤다. 그런데 정작 입을 열자 전혀 엉뚱한 말이
아카데미에 도착한 릴리스는 기숙사에 짐을 풀기도 전에 글라디를 찾았다.일 년 만이었다.마지막으로 받은 편지를 떠올리자, 릴리스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아카데미를 마치고 돌아오면 제일 먼저 편지 보낼게.‘그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얼마나 어이가 없었던지.’자신도 바로 다음 해가 되면 같은 아카데미에 입학한다는 사실을 글라디는 까맣게 잊은 모양이었다.그래서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다.졸업할 때까지 만나지 못할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을 테니,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놀라서 눈을 크게 뜰까? 아니면 예전처럼 얼굴부터 붉히고 제대로 말도 못할까?’그 모습을 상상하며 얼굴에 미소를 띠고 걷던 릴리스의 발걸음이 문득 멈췄다.퍽—!“윽&
그날 이후, 글라디의 편지는 한 달에 한 번씩 어김없이 날아왔다.처음에는 짧은 편지였다.안녕하냐고. 잘 지내냐고. 요즘 그쪽 날씨는 어떠냐고.분명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은 것 같은데, 괜히 길어지는 것이 싫은 사람처럼 문장은 언제나 짧았다. 가끔은 잉크로 무언가를 적었다가 몇 번이고 지운 흔적도 남아 있었다.어느 순간부터 릴리스는 그 편지를 읽을 때마다 작게 웃었다.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그 편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그녀가 날짜를 정확히 세는 것은 아니었다.그저 한 달쯤 지났다 싶으면 괜히 창밖으로 저택 입구를 바라보게 되고, 시종이 편지를 가져오는 날이면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봉투를 받아 들었다.어딘가 참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릴리스도 답장을 보냈다.글라디의 것보다는 조금 길게. 하지만 너무 길지는 않게.
봄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오후였다.릴리스는 아버지를 따라 응접실에 들어섰다. 아버지의 오랜 지인인 세레스니타 백작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릴리스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앉아 있었다.릴리스의 아버지는 세레스니타 백작을 반갑게 맞이하고는 이내 릴리스에게 시선을 돌렸다.“릴리스, 인사하렴. 이 아빠의 친구 세레스니타 백작님의 아들, 글라디 영식이란다.”릴리스의 눈앞에는 자신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며 수줍어하는 영식이었다. 귀까지 빨개진 채 시선을 바닥에 두고 있었다.‘왜 저렇게 쑥스러워하지?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릴리스는 그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아직 어린아이니까.릴리스는 허리를 곧게 펴고 단정하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릴리스입니다.”어린 나이에도 우아한 자태를 잃지 않는 인사였다. 어른들이 흐뭇한 눈빛을 교환하는 사이, 글라
“그 소설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한 것처럼 편지를 써서 보냈어.”이사벨라의 눈이 반짝였다. 어떤 답장이 왔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그래서요? 답장이 왔어요?”“왔으니까 여기까지 왔겠지.”세이런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층 낮았다. 묘하게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이사벨라는 편지를 받아 펼쳤다.[이토록 분별없이 행동하시는 분인 줄은 미처 알지 못하였습니다.호의라기보다 무례에 가깝게 느껴지는군요.더 이상의 초대도, 서신도 받고 싶지 않습니다.이쯤에서 그만두시는 것이 서로의 체면을 위해서도 좋을 듯합니다.부디 더는 저를 곤란하게 하지 마시고, 앞으로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으로 지냈으면 합니다.— 아티니스 세레스니타]“…….”
“왜 이렇게까지 하시죠?”아티니스의 목소리에는 불편함과 억눌린 분노가 섞여 있었다.세이런은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차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는 그 이유를 알아. 그리고 도와줄 수 있어.”“그 말도... 병약하다는 것도, 전부 거짓말이죠?”아티니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전 오늘 거절하러 온 거예요. 그리고 비밀을 지켜준다고 한 말… 끝까지 지켜주세요. 전 그걸 확인하러 온 거예요.”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등을 돌렸다.이곳에 더 머무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느껴졌다.알아
생각지도 못한 큰 키에 아티니스는 고개를 살짝 들어야만 했다. 그의 가슴팍 너머로 올라간 시선 끝에서 마주한 것은 여전히 보석처럼 빛나는 짙은 자주빛 눈동자였다.‘여전히 잘생겼네… 잘생… 기면 안 되는데. 거절해야돼!’그와 시선이 딱 마주치자, 아티니스는 순간 목적을 까먹을 뻔했다.당황한 그녀는 뒷걸음치며 거리를 두었다.“청, 청혼서가 마음에 들긴요. 협박이나 마찬가지였잖아요!”말을 하려다 목소리가 꼬이고, 톤도 이상해졌다.“대공자의 청혼서를 협박이라니. 너무한걸.”당황한 그녀와 달리, 그는 장난기 어린 미소로 되물
청혼서라는 말에 아티니스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일면식 없는 대공가에서 결혼을 제안하다니. 게다가 시골 영지에 틀어박혀 살아온 자신을 어떻게 알고 보낸 건지 아티니스는 의아했다. “설마… 예전에 황실 파티에서 우리 아티를 본 건 아닐까요?”백작부인이 조심스레 말했다. “시골 영지 영애인 제게 누가 관심을 보였겠어요… 저도 관심 없었고요.”“무슨 소리야. 우리 아티의 아름다움은 태어날 때부터였단다. 세상을 밝혀주는 따스한 아침 햇살 같은 주홍색 머리카락에, 릴리스를 쏙 빼닮은 아메랄드를 담고 있는 두 눈동자. 그 무도회에
둘은 물에 흠뻑 젖은 채 서로를 바라봤다. 아티니스는 다시 넘어지지 않게 두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그 소년을 내려다보았고, 소년은 팔꿈치로 몸을 일으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서로에게서 눈을 때지 못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눈빛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ㅁ… 뭘 봐.”정적을 깨는 차가운 말투였다. 그 말에 아티니스는 눈을 깜빡였다. 잠시나마 그에게서 느꼈던 환상이 살짝 깨지는 듯했지만 그의 얼굴은 쉽게 그 환상을 깨지 못했다. 그의 목소리 또한 그랬다. “옷 다 젖어 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