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도언의 시선이 이재에게 오래 머물렀다.
이재가 초조하게 그를 마주 보며 입안의 연한 살을 깨물었다.
지금 그녀는 중대한 대답을 하는 중이었다.
그를 기다리게 했던 그 대답이었다.
“그리고 또?”
“가끔은 피자나 햄버거 같은 것도 먹을 거예요. 건강에 안 좋다 그런 말 할 거면…….”
“그리고?”
“또…….”
마치 다음 말이 있는 것처럼 입술을 벙싯거렸지만, 이재는 다음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실은 그에게 더 무엇을 바라야 할지 몰랐다.
그저 제 앞에 나타난 것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휘젓는 그에게 완전히 져버렸다는 걸 인정했다.
그러니 이건 요구 사항이 아니라 패자의 항복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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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은 접시에 놓인 음식을 포크로 헤집어 놓으며 고개를 들지 않았다.이재는 말을 이었다.“도경아, 어른이 되면 좋은 게 뭔지 알아?”“……?”“용기를 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는 거야.”“뭔 소리야.”“내가 지키고 싶은 게 생기면 용기를 내야 하잖아. 그래서 나도 이번에 용기를 내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뭐래…….”도경은 투덜거렸지만 표정은 한결 누그러졌다.이럴 때 보면 키만 컸지 열다섯 살 그때와 달라지지 않았다.세상에서 가장 이재를 애먹이고 신경 쓰이게 하는 차도경 그대로였다.“도경아, 미안해.”도경이 먹지도 않고 스테이크를 짓이기던 포크를 내려놓고 눈을 들었다.“뭐가?”“그냥…… 다…….”이재는 그렇게만 말하고 웃어 버렸다.열다섯 살의 도경을 처음 보았을 때 그는 이재보다 작고 어린 소년이었다.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수줍게 다가와 마음을 내주던 아이였다.그랬던 아이가 어느새 이재의 키를 넘어가도록 크더니 선생님 대신 누나라고 부르며 귀찮도록 이재 곁을 맴돌았다.숙제를 다 해놓고 칭찬을 바라던 소년에서 술에 취해 방황하는 어른이 되는 사이 지독하게 외로웠을 그 아이를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제게 완전히 마음을 열어 주었던 순수했던 도경을 모른 체했던 건 저 역시 이름만 어른인 아직 다 크지 못한 어린애였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하지만 어느 순간에도 도경을 아꼈다는
두 사람의 애틋한 인사를 끝낸 건 도언이었다.도언이 이재의 손을 잡아 제 쪽으로 끌어오며 끼어들었다.“여긴 무슨 일로 왔어?”두 사람이 잡은 손 사이로 이재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도경의 눈에 들어왔다.“설마 형 보고 싶어서 왔겠어?”“그러니까 왜 온 건데.”이재의 반지를 빤히 보던 도경이 고개를 들었다.“아버지가 형 잡아 오래서 왔는데, 이재 누나도 같이 있는 줄은 몰랐지.”"뭐?"도언이 인상을 구겼지만 도경은 모른 채 말을 이었다."아빠도 미리 말을 해주지. 형 뻔히 이러고 있는 거 알면서 나는 왜 보낸 거야."이재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반가운 마음이 앞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여긴 도언이 묵고 있는 호텔이었다.게다가 아직 이른 시간에 도언과 함께 방에서 나왔다.그러니 누가 봐도 뻔하게 두 사람을 추측할 거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도경아, 그게 아니라......"이재가 도언의 손을 놓으려 움직여 보았지만 도언은 꿈쩍도 하지 않고 더 세게 그녀의 손을 쥐었다.이재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도경은 상관 없다는 듯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는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형 방 어디야?”“그건 왜.”“나 너무 피곤해서 한숨 자야겠다. 형 방에서 지내도 되지?”“안 돼.”단호한 대답에 도경이 삐딱한 자세로 도언을 보았다.놀란 건 이재 역시 마찬가지여서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긴장에 괜히 마음을 졸였다.&l
얼마나 안으면 안겨 올까 생각했던 날이 있었다.다시 안을 수 있을까 의심하던 날들이 있었다.그러나 그 의심이 무색하게 그녀가 그를 원하고 있었다.그를 가득 품어놓고도 더 가까이 와달라고 몸짓하는 그녀가 당돌하고도 미치게 사랑스러웠다.이런 날을 알았더라면 덜 아팠을까.덜 외로웠을까.널 사랑하게 될 것을 알았다면 그 시간을 견디는 게 조금은 나았을까.더는 그런 가정 따위 필요 없을 것이다.내가 너에게 왔고, 너 또한 나에게 왔으니 남은 건 함께 할 날이다.서로를 바라보며, 지금처럼 서로를 원하며 같은 시간을 공유할 것이다.이런 게 행복이라면 영원하길 바라는 게 무슨 마음인지 알 것도 같다.도언이 이재의 끝에 닿으며 절정에 이르렀다.이재가 그를 안은 채 자지러지듯 몸을 떨며 함께 절정에 올랐다.“하아, 이재…….”도언이 이재가 내뱉는 뜨거운 숨을 삼키며 두 사람을 관통하는 절정의 여운을 만끽했다.창밖으로 환하게 빛을 내는 타워 브리지가 조명처럼 방을 비추는 밤이었다.***지잉- 징-.희미하게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한참 울리던 진동은 잠깐 멈추는가 싶더니 또 시작되었다.이재는 눈을 떴다.제게 팔을 내준 채 잠든 도언의 얼굴이 보였다.한껏 흐트러진 채 서로를 탐했던 지난밤의 흔적을 고스란히 묻힌 그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문득 깨어날 때조차 서로를 안은 손을 놓지 않았던 밤이었다.고요하게 잠든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이재는 그의 눈을 덮은 머리카락을 넘겨주려 손을 들었다가 멈칫했다.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이재는 그가 저를 더 깊이 빨아들일 수 있게 고개를 들어 목을 안았다.델 듯이 뜨거운 그의 몸이 밀착해올수록 이재는 그에게 더 매달렸다.등을 만지던 그의 손이 올라와 이재의 머리를 쓸어내렸다.그리고 그 끝에 걸린 브래지어 훅을 툭 풀었다.헐거워진 브래지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달뜬 숨은 서로를 삼켰고 타액이 질척이는 사이 서로를 탐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렸다.“차도언 씨…….”입술을 뗀 이재가 헐떡이며 도언을 멈추게 하고 그를 올려다보았다.“당신이 잘하는 걸로 날 망쳐봐요.”“……!”도언이 와락 이재의 입술을 삼키며 그대로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침대로 향했다.이재를 눕힌 도언이 성급하게 이재의 바지를 벗겨내고 팬티를 끌어 내렸다.완전한 나신이 된 그녀의 다리 사이에 버티고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숨을 몰아쉬는 탓에 둥글게 퍼진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흔들렸다.작게 솟은 젖꼭지가 앙증맞도록 야해서 아래가 주체할 수 없이 불뚝였다.한껏 벌어진 다리 사이 밀부는 이미 흠뻑 젖은 걸 감출 수도 없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큰일이네”도언이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이재의 볼에 입을 대며 중얼거렸다.돌아보는 이재의 입술을 혀로 느리게 핥으며 말을 이었다.“터질 것 같은데.”“……?”“만져 줄래요?”이재가 망설이듯 입술을 물었다가 조심스레 그의 아래로 손을 뻗었다.도언이 버클 위에서 머뭇대는 그녀의 손을 가져가 제 것을 꺼냈다
도언의 시선이 이재에게 오래 머물렀다.이재가 초조하게 그를 마주 보며 입안의 연한 살을 깨물었다.지금 그녀는 중대한 대답을 하는 중이었다.그를 기다리게 했던 그 대답이었다.“그리고 또?”“가끔은 피자나 햄버거 같은 것도 먹을 거예요. 건강에 안 좋다 그런 말 할 거면…….”“그리고?”“또…….”마치 다음 말이 있는 것처럼 입술을 벙싯거렸지만, 이재는 다음 말을 찾을 수 없었다.실은 그에게 더 무엇을 바라야 할지 몰랐다.그저 제 앞에 나타난 것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휘젓는 그에게 완전히 져버렸다는 걸 인정했다.그러니 이건 요구 사항이 아니라 패자의 항복일 뿐이었다.“그건 살면서…… 생각날 때마다 말할게요. 한두 개가 아니라서 지금 다 말할 수 없어요.”빤하게 바라보던 도언이 하하, 소리를 내어 웃었다.청혼의 승낙치고는 꽤나 도전적이었다.언제는 신경질을 부리다가 엉엉 울더니 떡볶이 따위를 같이 먹어주면 결혼하겠단다.도대체 이 여자를 어찌해야 할지 도언은 난감했다.“한이재.”“네.”“이재야.”“……응.”다감하게 감겨오는 그 짧은 대답에 도언은 그게 무엇이든 다 들어주겠다고 그 순간 다짐했다.대신 너는 그대로 내게 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온갖 변덕을 부려도 너는 한이재라서 내가 사랑하는 거라고.그 무엇도 달라
깊은 잠을 잔 것 같았다.눈을 떴지만 어두운 방 안은 잘 보이지 않았다.조명이 문제였다.어 어두컴컴한 방의 조명은 이 플랫의 수많은 단점 중 하나였다.이재는 다음번에 잊지 말고 밝은 전구를 사야지 생각하며 일어나려 뒤척였다.“어……?”불쑥 제게 얼굴을 드리운 사람은 도언이었다.놀란 것도 잠시,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이 떠올랐다.그가 플랫에 왔던 것, 그에게 안겨 눈물을 터트렸던 것까지.그런데 어째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걸까 혼란스러웠다.“괜찮아요?”도언이 이재의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이마를 짚어 열을 체크했다.“뭐, 뭐예요?”그의 손길에 멈칫거리자 도언이 손을 거두고는 몸을 일으켜 이재를 내려다보았다.“그건 내가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얼빠진 이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도언이 한숨을 내쉬었다.조금 화가 난 것 같기도 한 그의 표정에 이재의 입이 다물렸다.“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했어야지.”"......네? 아......"그제야 쓰러졌던 기억이 났다.쓰러진 저를 안고 제 이름을 부르던 도언의 목소리도 띄엄띄엄 생각이 나는 것도 같았다.하필 오늘 같은 날.잔뜩 찡그린 그를 올려다보며 이재가 작게 중얼거렸다.“……이제 안 아파요.”“제대로 먹긴 했어요?”“그냥…… 뭐…….”도언이 한숨이 또 이어졌다.눈
이재는 그의 맨몸을 볼 수 없어 눈을 돌렸다.하지만 그의 몸이 이미 눈에 들어온 뒤였다.'이런 게 남자의 몸인가?'이재는 저도 모르게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입술을 깨물었다.도언은 옷을 입고 있을 때도 울룩불룩 탄탄한 몸이라는 것을 짐작할 만 했다.그런데 벗은 몸은 짐작했던 것 이상이었다.단단하게 뻗은 직각 어깨.그 아래 떨어지는 기다란 팔과 알맞게 붙은 근육.적당하게 오른 가슴은 탄탄함을 넘어 매끈한 나머지 혹시 랩이라도 씌워놓은 건 아닌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그리고 음영을 그려 넣은 것처럼 여섯 개로 쫙 갈라진
셔츠에 번진 김치 국물을 보니 쌍방 과실 같은 말은 꺼낼 수도 없었다. 명백한 자신의 과실이 맞았다.이재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죄송합니다.”“따라와요.”“네……. 네?”이재가 고개를 번쩍 들자 이미 돌아선 도언이 2층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었다.이재가 허둥대며 그의 뒤를 따라가자 도언이 걸음을 멈추고 휙 돌아보았다.“그건 두고.”도언이 이재가 들고 있던 김치 그릇을 턱짓으로 가리켰다.“아.”이재는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가 테이블 조리대 위에 접시를 올려두었다. 나가려고 보니 접시를 들고 있던 손이 김
도언은 별채로 가는 정원 모퉁이에 서서 담배를 물었다.“후우…….”길게 빨아들였다가 내뱉는 연기가 갈증을 풀기라도 하는 듯 길게 이어졌다.도언이 흩어지는 연기 사이로 고개를 들었을 때 멀리서 반짝하고 불이 켜지는 것이 보였다.호명가 고용인들이 머무는 숙소동이었다.1층, 2층, 3층…….3층.도언은 어둠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숙소동을 보며 불이 켜진 방의 층수를 헤아렸다.지금 막 불이 켜진 방은 그녀의 방일 것이다.“한이재.”도언은 그녀의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며 풀썩 웃음을 내뱉었다.아직도 그녀가 호명 가에 있
이재는 홀린 듯 도언을 보았다.반듯한 이마와 짙은 눈썹 밑에 길게 난 눈은 도경을 향한 웃음으로 반쯤 감겨 있었다.오뚝하게 솟은 코 아래 선이 짙은 입술은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그러니까 한마디로 그는 참 잘생긴 남자였다.도경이 제 형이 잘생겼다고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그러려니 했던 게 미안할 지경이었다.“차도경, 이제 컸다고 술을 마시고 다닌다, 이거지?”“왜 이래? 나 이제 스무 살이야.”“아, 그러세요? 스무 살?”형제의 웃음소리가 호명 가 안채를 울렸다.그 소리에 이재의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