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도르트 후작가의 화려한 살롱에는 가르나르 영지의 치유의 꽃이 무려 천 송이가 만개해 있었다.
살롱 가득 퍼지는 꽃향기는 단순한 후각적 즐거움을 넘어, 마치 태고의 신비가 깃든 온실에 발을 들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스틸이 가져온 꽃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맑아질 만큼 청량한 기운을 내뿜었다. 탐스럽게 피어난 형형색색의 꽃송이들은 엄격한 귀족 남성들조차 무장해제 시킬 정도로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이미 제국 전역에 꽃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상태였다. 한 송이에 5실버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예고된 터라, 살롱의 음악회에 모인 귀빈들은 실물을 영접한 감동에 젖어 연신 찬사를 터뜨렸다.
“이토록 대단한 광경이라니. 참으로 경이롭군요.”
“과찬이십니다, 후작 부인.”“듣기로는 꽃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던데, 정말 이 가격에 주시오호, 오스카는 직진으로 그리 물으면서 기브엔 테이크 주고받고에 대한 계산기를 두드리는 듯한 말을 건넸다.스틸은 지니와 눈을 마주하고 환히 웃었다.‘드디어, 협상 시작이군.’스틸은 오스카가 직설적인 사람이라 오히려 대화가 잘 통할 것 같아 흥미진진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이 자를 위해 뭘 해주면, 그 역시 캔도르를 위해 뭔가를 내어 줄 건 같았다.옆을 보니 스펙터도 흥미롭게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네가 제일 잘하는 담벼락 좀 쌓아 주지 그래?”담벼락이라.스틸은 피식 웃으며 주변 상황을 살폈다.어쨌든 공간 지배 스킬을 쓰니 벤시를 비롯하여 듀라한도 그렇고 플로럴스피릿까지 모두를 잘 거느릴 수도 있어 현재는 든든했다.그러나 자신이 떠나고 난 다음 오스카의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해안가 이기는 한데.”그때 지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여기 담을 쌓으면 좀 이상할 것 같은데. 배는 못 들어오기는 하겠다.”그때 스펙터가 껄껄거리는 웃는 소리를 내더니 한마디 툭 하고 내뱉었다.“그러니 필요하지. 높은 곳에서 공격을 감행하면 모래밭에서 싸우는 것보다 낫지 않겠어?”그런가. 하긴 방파제 같은 것을 쌓으면 나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전직 군인의 조언은 적재적소에서 쓰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들 상상이 되지 않는지 의아한 듯 고개만 갸우뚱거렸다.“션, 의견 좀 줘 봐.”그러자 마지션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전 전하의 영상 구현화 스킬을 발현된 상황을 확인하였
오스카는 한숨을 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우리가 너무 정보에 어두웠군. 바르트 경!”그때 뒤에 그림자처럼 서 있던 기사 하나가 오스카 곁으로 다가왔다.위아래로 검은색 밀착복을 입었고 자객처럼 매우 날렵하게 순식간에 오스카 뒤에 자리를 잡았다.이동하는 순간에도 인기척조차 일지 않을 만큼 은밀하게 존재감을 공기처럼 투명하게 조절하는 자였다.“네. 전하.”“황성에 도는 소식지를 다 쓸어와. 그리고 스틸 대공에 대한 정보도 좀 구해오고.”“알겠습니다.”오스카가 제 최측근 호위 기사 바르트에게 명을 내리는 순간.라이엔의 탄식이 크게 흘러나왔다.“어머, 전하! 마법사 군대도 너무 대단하네요. 아직 끝이 아닌가 봐요.”그때 스틸이 아닌 지니의 인벤토리 안에서도 얼굴을 가릴 정도로 모자를 푹 눌러쓴 불사조 문양의 망토를 휘날리는 마법사들이 허공을 떠서 줄을 맞추어 나오고 있었다.세시르 영지에서 그 모습을 보던 오스카와 그의 군대를 비롯한 가신들은 다시 탄식만 뱉어내었다.***어이없는 힘자랑이 이어지고 나서야 레투카 제국의 대공이 만나 평화로운 식사 시간을 맞이했다.20대 후반의 미남 오스카 헤세 본 루카스크는 그의 21살 사랑스러운 아내 라이엔과 손님을 극진하게 대접하고자 만전을 기했다.“저희가 어리석었습니다.”“멀리서 온 손님께 무례했네요.”이제는 의젓하게 옆에서 마지션이 참모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스틸과 지니도 그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식사를 즐겼다.“주인님, 해산
스틸이 여유롭게 웃으며 잠시 생각을 가다듬었다.제 감각을 키워 사람들과 벤시들, 그리고 오스카의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뭐 군사력은 보여주면 되지.”“주인님, 그러게. 하데스 님의 호의는 다 이유가 있었네.”아쳐가 중간에 농간을 피워서 일이 꼬이다니.하긴 반년 전이면 스틸은 그런 대접을 받을 수준이기는 했다.하지만 이리 떵떵거리면서 위세를 떨칠 정도라면 뭐 어려운 가문에 나라를 지킨 스틸에게 밥 한번 줄 수 있는 것 아닌가?그때 옆에 있던 마지션은 한숨을 흘리며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대공 전하가 얼마나 위상이 높아졌는지 이 지역 소식지는 별로 안 다뤘나 봅니다.”“아쳐가 만든 소문만 믿는다면 앞으로 곤란할 거라는 것을 알려 주십시오.”마지리안의 말도 옳았다.오스카 대공과 저 대공비는 눈 막고 귀 닫고 살았나.하지만 레투카는 대지가 넓었고, 이곳 사람들에게 황성의 일은 관심 밖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소문이 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환경이기도 하니 말이다.지니는 저 멀리 스틸의 첫사랑과 닮은 여자를 바라보았다. 라이엔이라고 했던가. 저 여자는 무슨 생각으로 스틸을 바라보고 있을까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그때 라이엔은 오스카 귓가에 대고 뭐라고 속삭이자, 오스카는 쐐기를 박듯 스틸을 향해 더 소리를 쳤다.“우리 영지는 제국을 수호하느라 바쁘니 이만 가시오! 어제 오전에 국지전이 있었소!”그리 오스카가 호통을 치듯 말하자 갑자기 이곳의 수천 기사들은 여기저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우린 제국을 지키느라 바쁜데, 스틸 대공이 여기에 놀러 온 거야?
해변가에 대공가 마차를 이끌고 오스카 대공이 있는 곳으로 가던 그 순간..갑자기 마차는 멈추게 되었다.“······이런!”“윽! 전하······?”그런데, 역시.스틸 제 인생이 그렇지.강철신 인생에서도 뭐 놀랄 일도 아니고.“······주 주인님! 이게 뭐야?”그런데 조금 전까지 밝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이 땅을 밟았지만, 현재는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세상일이 술술 풀릴 리가 없지.”스틸도 자조하듯 그리 웃음을 흘리고는 눈앞에 펼쳐진 충격적인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세시르 영지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으로 치자면 부산처럼 대규모 항구도시다.바다 내음이 한껏 나는 거대한 해안가에 자리 잡은 발전된 영지라 배도 상당하고 사람들 역시 곳곳에 활력도 넘쳤다.그런데, 이런 풍경 따위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갑작스러운 시커먼 수 천의 군사들이 스틸을 오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게 아니던가.분명 식사를 하고 즐겁게 담소를 나누자는 분위기가 아닌 건가?리노가 배신했나? 아니면 무슨 덫에 걸렸나? 잠시 만나자고 했더니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한 거 아니었나?-스틸, 뒤통수를 맞았군.스펙터도 덤덤하게 그런 말을 내뱉었다.케르베로스도 아주 살판났다고 들떠 있었다.-인간들의 검은 속내는 알 수가 없군. 허허. 흥미진진해.-이런 볼만하겠어. 우리도
일단 도착한 세시르 영지.순간이동으로 해안가에 발을 내딛는 순간.스틸은 잊고 있었던 광활한 바다를 눈에 품자 기분이 고양되어 절로 탄성을 뱉게 되었다.은빛 갈매기들이 파도 위로 날아올라 햇살을 가르며 푸드덕거렸고, 발밑의 모래가 파도의 속삭임에 맞춰 일렁거렸다.짭조름하면서 비릿한 바다 냄새도 가슴을 수런거리게 하였고, 무엇보다 이세계에도 바다가 있다니 너무 좋아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어머! 주인님! 너무 좋아!”지니는 양팔을 벌리고 한껏 웃었고 스틸 역시 그 모습을 보며 잔잔히 미소 지었다.“속이 뻥 뚫리는군.”해안가에서 바라본 파도의 풍경은 마치 꿈속의 낙원 같았다.스틸의 목소리가 오랜 피로를 녹여 내듯 평온하게 울리자, 옆에서 낯선 목소리들이 귓가를 스쳤다.“스틸 대공 전하, 순간이동 능력도 대단하시군요.”“와- 이곳은 축복받은 땅이네요. 너무 멋있어요.”그런데 지금 스틸 옆으로는 마지션과 마지리안도 따라온 상태다.그렇게 거리를 두고 생각을 하려 했는데, 그 틈을 주지 않고 이리 밀어붙이다니.일단 오스카 대공을 만나기 전, 상황 정리를 하게 되었다.***광활한 바다 앞에서 어지간히도 마지션과 마지리안은 간절하게 스틸에게 마음을 들쑤셔 놓았다.자꾸 옆에서 살살 위기를 넘겨주겠다, 복수에 힘을 보태겠다, 지니를 지켜 주겠다 기타 등등.각오가 흔들릴 정도로 그리 말을 하니 실험도 할 겸 우선 다시 쫓아 보낼 수는 없었다.“참, 고민이 되는군요.”“모습과 냄새가 바뀌어서 본능적으로 거부감은 안
거봐 거봐. 역시. 현자 맞네.스틸은 상태창의 능력을 보고 의미를 두고 살펴보았다.“주인님! 수명이 55년이래!”기타 능력이 올라간 동시에 수명은 더 늘어 있었다.“그렇군. 그리고 엘릭서는 진짜 효과는 맞는 것 같지만 마물에 가까워진다니. 웃기는 군.”스틸도 내심 스테이터스를 보고 만족스러운 듯 환한 표정을 지었다.저번에 봤을 때 50년이었는데 그새 5년이 늘었다. 수명이 55년이라면 이제 살 만큼 살 수 있다는 것에 가까워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최소한 강철신이라는 요절한 사람의 못다 이룬 삶을 스틸로써 한평생은 살 수 있다는 것이기에 반가운 수치가 아닐 수 없었다.“대단하군요! 스틸 대공!”그때, 마지션과 마지리안도 뭘 봤는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제 옆으로 와서 탄식을 흘렸다.그들 눈에도 상태창이 보이는 건가.스틸은 지금 그 점이 제일 놀라웠다.***스틸은 일단 그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하게 되었다.곧 오스카가 있는 영지로 떠나야 했지만 좀 더 검증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였다.능력자 아군은 많을수록 좋고, 심지어 요정력이 발휘되는 스테이터스를 읽어낸 사람을 만난 것도 최초라 적으로 두기엔 더 신경이 쓰였다.‘일단 마지션은 지니가 엘프라는 것을 알고 고문까지 했으니 잘 알 텐데. 마지리안은 어떨지. 과연 입이 가볍지는 않을 런지.’그녀는 아쳐를 사모한 여인이었다.어쩌다 그런 쓰레기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외모가 대단하고 황태자라는 신분이 남달랐나?아니면 몸정이 들어서 마음이 어찌 안 되는 건가.지니에 대한 정보가 여기저기 발설
30대 중반의 노련한 호위 기사단장, 세도르는 한쪽 눈을 가린 검은 안대를 거칠게 휘감은 채 말을 달리던 중이었다. 묵직한 말발굽 소리를 뚫고 은발의 젊은 부하 기사가 다급하게 다가와 앞을 가로막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고삐를 홱 잡아챘다. “세도르 단장님! 방금 이스트 마구간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이런 황당할 데가. 세도르는 황망함에 굵은 어깨를 움찔거렸다. 황실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아카데미 안에서 화재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이버 경, 지금 뭐라고 했나?” “진화는 방금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인명 피
자신이 알고 있는 ‘소원을 말해 봐!’라고 하는 램프의 요정이 그건가?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어서 빨리 이 소녀를 전문가에게 보여줘야 하는데.“어이, 내가 나이가 많아 보이니 말은 좀 편히 할게. 엘프야, 일단 내가 눈 떠보니 다른 세상에 소환되어 환생한 것 같아서 얼른 적응해야 하거든? 그러니 그쪽도 정신 차려.”넋두리하듯 그리 스틸이 말을 내뱉고 몸을 돌리라 하자, 엘프는 제 두 어깨를 꼭 부여잡더니 밝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어머!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 초월자인가? 나 횡재했잖아? 초월자를 주인님으로 맞이하다니!”
주인님은 무슨. 불이 난 연기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스틸은 우선 잠시 목걸이를 들여다보았다.3초 잠깐 고민한 그였다. 누가 봤나? 참 CCTV는 없는 세상이지? 하지만 목숨까지 내던지며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던 천하의 파일럿 강철신이 이런 목걸이 하나의 움찔하다니.게다가 망한 영지기는 해도 고위 귀족 대공 인생에 뭘 주워서 넙죽- 꿀꺽할 수 없는 법.일단 이 화재부터 진압하고 주인이나 찾아줘야겠다 싶어 주변을 훑었다.강철신은 일단 구유통이 아닌 우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불길에 쫓겨 물을 찾던 그의 눈에 목걸이가 들어
스틸은 군중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카데미 광장을 둘러싼 대리석 건물들은 마정석의 푸른 빛으로 반짝였고, 학생들은 걸어서 이동하는 반면 귀족들은 마차에 올라탄 채 지나갔다.이곳 건물은 현대 건축 양식처럼 꽤 잘 정비된 데다가 전기라는 개념은 없는 대신 마정석이라는 마력을 이용하여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확실히 자신이 기억하는 전생의 레투카 제국과는 차이가 있었다. 눈앞의 풍경에서 낯선 위화감을 느꼈다.현생의 이 몸이 지닌 기억 따윈 전혀 없었기에 스스로 이 상황을 살펴야 하니 그건 머리가 복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