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강우주는 방금 도착한 메세지를 확인하고는 잠시 숨을 멈췄다.
화면에 뜬 단호한 문장들을 천천히 곱씹던 그의 입가에, 이내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가 터져 나왔다. 회사 앞으로 오라고?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아이돌인 자신에게? 그는 소리 내어 웃으며 침대에서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아 진짜 사람 미치게 하네. 이걸 오라고?" 보통의 여자라면 어떻게든 연락을 이어가려 안달이었을텐데, 그녀는 오히려 철벽을 치다 못해 아예 불가능할 것 같은 미션을 던져 버렸다. 골치 아픈 게 싫다는 말은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자. 대 놓고 회사 앞으로 오라는 저 배짱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그는 화면을 껐다가 다시 켜며 방금 본 문장이 진짜인지 재차 확인했다. "재밌네, 이거. 빚 갚을 기회는 준다 이건가. 내가 진짜 못 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러나 그 도발은 오히려 강우주의 승부욕에 불을 지폈다. 그의 머릿속은 벌써 내일의 스케줄과 그녀의 회사 위치를 대조하며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짜기 시작했다. 불가능? 그의 사전에 없는 단어였다. 그는 화면을 내려다보며 마지막 문장을 타이핑했다.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 하면서, 교묘하게 다음 만남에 쐐기를 받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알았어요. 거기로 가죠, 뭐. 대신 동생 계정은 밥 먹고 나서 차단할게요.' 아무리 피곤해도 하늘은 회사에 지각하는 법이 없다. 정신없이 버스를 타고 출근한 하늘이 바쁘게 회사 일을 하다 보니 벌써 밖이 어둑어둑 했다. 어제도 야근했으니, 오늘은 절대 야근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쉴 새 하나 없이 일했지만 어느새 시계는 퇴근 시간보다 1시간이 지난 7시를 가르 키고 있었다. "그래, 이 정도면 선방이지." 하늘은 슬리퍼를 신고 있던 발을 구두로 갈아 신었다. 가방을 대충 챙겨 고개를 드니, 불 꺼진 팀장실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잠깐 회사에 들른 그는 서류 더미를 가지고 외근을 나갔다. 어제 저녁과 택시비 감사하단 말을 전하려 했지만 하루 종일 바쁜 그와 사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하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내려왔다. "택시 타고 싶다." 뻐근한 어깨를 그녀가 작은 주먹으로 콩콩 두드린다. 하루 종일 서류 더미에 쌓였던 그녀의 피로함이 어깨에 짓눌러져 내려왔다. 회사 출입구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그녀의 눈앞에 익숙한 정장차림의 남자가 서 있다. 날 보고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팀장님?" 하늘은 어깨를 두드리던 손길을 멈추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지은우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앞에 선 은우는 이제 퇴근해요? 하며 웃었다. 그의 눈길은 방금 전까지 피곤한 듯 어깨를 두드리던 그녀의 어깨에 잠시 시선을 멈추었다. "외근 나갔다 바로 퇴근하는 거 아니었어요?" 하늘의 말에 은우는 눈썹을 바짝 지켜 올리며 시선을 돌린다. "퇴근하려고 했는데, 발길이 여기로 왔네요. 아직 서하늘씨, 퇴근 안했을 거 같아 와봤는데 역시." 은우는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저녁 7시, 마지막 화보 촬영을 마친 우주는 지친 기색으로 밴에 올라탔다. 시끄러웠던 스튜디오 조명과 소음에서 벗어 나자마자 무거운 피로가 몰려왔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오히려 어젯밤의 대화로 인해 선명하게 깨어 있는 듯 했다. 회사앞으로 오라던, 그녀의 황당하고 대담한 메세지가 자꾸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보낸 메세지에 답장은 없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강남으로 가. 볼 일 있어." 운전석에 앉은 매니저 성민은 우주의 말에 피곤하다는 듯 인상을 작게 썼지만 강우주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정말로 그곳에 나타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 할 그녀의 놀란 얼굴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피로가 가시는 듯 했다. 약속을 지키는 남자라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강남에 사람 많은데. 뭐하게?" 매니저의 물음에 그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차는 우주가 말한 목적지 근처에 서서히 멈춰섰다. 강우주는 평소보다 더 깊게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익숙하게 차에서 내렸다. 그녀가 급하게 뛰어 들어간 회사 건물 옆, 어둠이 내린 가로수 그림자 아래에 몸을 숨긴 채, 그는 빌딩의 회전문을 끈질기게 응시했다. "빚은 갚아야지, 뭘로 갚든." 하늘은 팀장과 함께 회사 회전문을 돌아 나왔다. 왜 회사로 왔냐는 나의 말에 나랑 밥을 먹겠다고 왔다고 한다. 의아해 하는 내 표정을 살핀 팀장님은 어울리지 않게 능글 맞은 대답을 했다. "외근은 끝났고, 배는 고픈데. 같이 밥 먹을 친구가 없어서요." 대답을 마친 은우가 하늘을 바라보며 싱긋 웃자 하늘은 같이 작게 따라 웃었다. 어제 얻어먹었으니, 오늘은 내가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감사하단 인사도 전하려 했으니. "그럼 오늘은 제가 살께요. 뭐 드시고 싶으신데요?" 가로수 그늘에서 강우주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키가 큰 누군가와 함께 나오는 모습의 그녀의 말투는 '팀장님'이라고 불리는 그와 친근해 보였다. 어제 자신을 대했던 단호함과는 전혀 다른. 그는 이를 살짝 물었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매니저가 차에서 내리며, "우주야, 뭐해?" 하고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그는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내가 여길 어떻게 왔는데. 그녀가 다른 남자와 저녁 약속을 잡는 것을 지켜보고 만 있을 수는 없었다. 어제의 도발적인 메세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그의 승부욕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 만으로도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며 걸음을 내딛었다. "서하늘씨. 약속 어기는 거에요? 밥은 나랑 먹기로 했는데." 그들의 곁에 불쑥 끼어든 그를 보며 지은우팀장의 눈은 순간 불쾌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서하늘씨 라고?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는 지은우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졌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다 가린 모습이었지만, 휘적휘적 걸어오는 긴 다리와 후들후들한 티셔츠안으로 드러나는 탄탄한 몸은 주변의 시선을 빼앗기엔 충분했다. 하늘은 낯선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익숙하게 부르며 다가오는 모습에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구.." 하늘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의 눈을 마주쳤다. 어디서 많이 본 눈매다. 어? 저 눈.. "진짜..온 거에요???여길?" 마스크 위로 드러난 그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반가움을 숨기지 않고 눈썹을 으쓱 들어 올린 그는, 주변 사람들의 힐끗 거리는 호기심 어린 시선에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하늘의 앞에 성큼 다가와 멈춰 섰다. 꽁꽁 싸맸어도 숨겨지지 않은 그의 특유의 아우라는 주변 공기마저 다르게 만들고 있었다. "그럼 진짜 오지. 오라고 당당하게 말한 건 그쪽이잖아." 말을 내뱉은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서 있는 정장 차림의 남자를 훑고 지나갔다. 꽤나 흥미로운 상황이라는 듯 신발 앞코를 바닥에 까딱까딱 부딪치는 움직임에서 묘한 여유가 묻어 났다. 겉으로는 아이돌 특유의 매끄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의 마스크 속 턱선은 미세하게 굳어있는 상태였다. 다시 고개를 돌려 아직 당황한 채 서 있는 그녀를 쳐다본다. "아 오늘 스케줄 진짜 빡셌는데. 그 쪽이 밥먹어준다는 말 하나 믿고 사람 많은 이 곳에 달려왔거든? 설마 하룻밤 새 까먹은 건 아니죠?" 조금 더 간격을 좁혀선 그는 고개를 살짝 비스듬히 기울였다. 모자 챙 아래로 뻗어 나온 짙은 시선이 흔들림 없이 한 방향 만을 올곧게 응시하고 있었다. 타인이 우리 대화에 개입할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그의 태도는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고 불도저 같았다. "분명히 회사 앞으로 오면 밥 먹어준다고 했으니까. 오늘은 나랑 먹죠? 일행 분한테는 좀 미안하게 됐지만. 선약은 내가 먼저 한 것 같은데?"강우주는 모자 챙 아래로 시선을 내리 깔며 짧게 헛웃음을 스쳤다.우연 치고는 지나치게 절묘한 타이밍에 마주친 상황이 우습기도 했지만,무엇보다 눈 앞에 있는 두 사람의 묘한 분위기가 거슬렸다.아침 출근길에 누가 봐도 함께 있다가 출근한 모양새로 나타난 그들의 모습에알 수 없는 불쾌감에 휩싸인 강우주는 습관처럼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며벽에 비스듬히 기댔던 몸을 바로 세웠다."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10시까진데."하늘이 말없이 서있던 강우주에게 조심스레 말했지만강우주는 그녀의 말에 대답할 생각이 없다는 듯 고개를 반대쪽으로 까딱 거릴 뿐이었다.그의 행동에 옆에 있던 매니저가 작게 헛기침을 하더니 하늘을 향해 말했다."아, 저희 스케줄 때문에 미팅 시간 앞 당겨도 되냐고 아침에 회사로 전화 드렸습니다."하늘은 매니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그의 뒷모습에 시선을 두었다.아침부터 기분을 종잡을 수 없는 그의 모습에 하늘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런 하늘을 바라보던 지은우가 그녀를 향해 말했다."마감 서류는 내가 하늘 씨 노트북으로 들어가서 나한테 보내기만 하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말고 오늘 미팅만 신경 써요."그는 그의 손에 들려있던 하늘의 노트북 가방만 빼고, 나머지 그녀의 가방을 손에 쥐어주었다.그리고는 자신의 커피를 하늘의 손에서 빼어가며 말했다."커피가 다 식었네. 처음 받았을 때, 뜨거웠는데.."은우는 힘을 주어 말하며 싱긋 웃었다.그의 말과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개발팀인 6층에 멈추자 은우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강우주가 서 있는 곳을 잠시 바라보았다.그와 눈이 마주친 강우주의 눈썹이 있는 대로 올라 가있었다.역시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 지은우는 짧게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으며하늘을 향해 말했다."미팅 끝나고, 점심 같이 먹게 내 방으로 와요."여유로운 그의 태도에 강우주는 심사가 뒤틀리는 듯한 기분에 인상이 더 할 나위 없이 찌푸려졌다.결국 내 뜻대로 맞춰준다는 그녀의 회사와 계약서에
하늘은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냈다.결국 윗 선에서 강우주에게 전적으로 맞춰주라는 통보에 하늘이 그의 홍보 스케줄을 전담하기로 했고,그와 관련된 일과 더불어 프로젝트 일까지 마무리 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하늘 씨가 부탁한 자료 가지고 집 앞에 있어요. 준비 천천히 하고 내려와요."오늘 프로젝트를 마감해야 하는 날이다.어젯밤, 잠들기 전까지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던 하늘은 급하게 필요한 자료를 받기 위해지은우 팀장에게 연락했다. 이런 적이 없는데, 일이 많다 보니 잘 하지 않는 실수를 한 게 맘에 들지 않는다.그는 내 연락에 일단 늦었으니 자고 내일 연락 주겠다고 하고선 오늘 아침 일찍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그의 전화를 받고 창밖을 내다 본 하늘은 지은우 팀장의 차가 눈에 들어왔다.하늘은 급하게 출근 준비를 마치고는 서둘러 짐을 챙겨 내려갔다."왔어요?"후다닥 내려온 하늘의 모습에 지은우 팀장은 차에서 내려 그녀를 향해 웃어 보였다."아니..어떻게 여길. 그냥 회사에서 주셔도 되는데."아직 채 마르지 않은 하늘의 머리카락에 잠시 눈을 둔 은우가 차의 보조석 문을 열었다."일단 타요."하늘은 그를 잠시 쳐다보다가 이내 서둘러 그의 차 보조석에 몸을 실었다.차 안은 이미 한참이나 그녀를 기다린 듯, 따뜻했다.하늘을 따라 운전석에 올라탄 그는 이미 갈 데가 있다는 듯, 자연스레 핸들을 돌려 골목을 빠져나갔다.무슨 상황인지 몰라 운전하는 지은우의 옆모습을 쳐다보던 하늘의 시선을 느꼈는지지은우 팀장은 고갤 돌려 하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이내 소리 없이 웃으며 다시 앞을 바라본다."근처에 24시 카페가 있더라구요. 거기서 일 마무리해요."지은우의 말에 하늘은 그를 바라보던 시선을 멈추고는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는 항상 친절하지만 묵묵하다. 웃고 있지만 그은 선이 확실하다.회사에서 그는 항상 젠틀한 남자로 비춰지지만 그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없다.그를 몰래 좋아하는 회사 여직원들은 내가 아는 사람만 해도 한 손
하늘은 일단 그의 번호를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했다.그리고 동생의 핸드폰은 쇼파 의자 사이에 끼워두었다."뭐야, 나 분명히 잠들 때 까지 핸드폰 보다 잤는데.."동생의 혼잣말에 하늘은 어색하게 '그, 그러게..왜 그게 거기 있지..' 대꾸하며 서둘러 출근길에 나섰다.덜컹거리는 버스 안. 출근길에 하늘은 오랜만에 버스 창가 자리에 앉았다.일찍 눈뜨는 바람에 평소보다 이르게 나선 이유였다.핸드폰에 저장한 그의 번호를 바라봤다.휴대폰을 급하게 찾는 동생의 목소리에 다급했던 하늘은 그의 이름을 뭐라고 저장해야 할 지 몰라 그냥 급한 대로 점 하나 찍어둔 게 다였다.전화를 해봐야 하나. 전화를 한다고 뭐가 달라지긴 할까?하늘은 회의실에서 어이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기만 했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그가 보내준 번호로 덜컥 전화를 하려니, 뭔가 내키는 기분은 아니었다.조용히 현생을 열심히 살고, 돈을 벌고. 동생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낼 수 있게 하는 것만이하늘이 해야 하고 바라는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골치 아픈 일은 얽히고 싶지 않다고 늘 생각했다.하늘은 그가 보내 준 번호를 한참 바라보다, 이내 결심한 듯 통화 버튼을 눌렀다.그러다 문득, 휴대폰에 현재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am8:02어제 강우주가 메세지를 보낸 시간은 새벽4시가 다 되어가던 시간.어지간히 스케줄이 늦게 끝났는 지, 한참 늦은 시간에 메세지를 보내었던 게 생각난 하늘은아직 그가 자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차 싶어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 했다."네."종료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하늘은 급히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대었다."여보세요..?"아직 그가 자고 있을 거란 하늘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른 아침임에도 전화기 너머가 시끌시끌했다."말씀하세요""아, 저..그 강우주씨 핸드폰 맞나요?""누구신데요?"경계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던 그의 전화기 너머로,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군데?""몰라, 모르는 번호야..
강우주가 하늘을 콕 집어 자신의 홍보 스케줄을 전담하라고 한 소식은곧 하늘의 회사에도 빠르게 퍼져나갔다."강우주가 직접 따라다니라고 했다고? 하늘씨를?""아니, 홍보 팀 직원도 아니고 무슨 자기 스케줄 매니저를 제품 개발 직원 보고 전담 하래?""소문대로, 유별나네 강우주"직원들의 작게 수근 거리는 소리는 지은우 팀장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리 없었다.지은우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한 동안 끓어오르는 작은 분노가 쉽게 사그라 들지 않았다.첫 만남부터 불쾌했던 그와의 만남을 떠올린 지은우는 그가 하늘을 향한 호기심과 묘한 경쟁심으로말도 안되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 상당히 거슬렸다."홍보 스케줄을 하늘씨가 따라다니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홍보 팀이 하는 일이 뭐야 그럼."늘 평정심을 유지하고, 미소를 잃지 않던 지은우는 흥분을 가라앉지 못한 채 현태수 팀장을 찾아가 말했다."나라고 하늘 씨한테 그런 일 시키고 싶었겠어? 근데 어떡해? 강우주가 하늘 씨를 이 손가락으로 콕 집었는데."현태수도 어쩔 수 없었다는 듯, 억울하게 대답했다."내가 홍보팀이 다 총괄하고 제품 개발 팀 사람도 무조건 붙여준다고 했는데, 강우주가 아주 단호하더라고.사람 바뀌는 거 싫다고..! 내가 살다 살다 직원까지 지정하는 연예인은 또 처음 봤다니까?"어쩔 도리가 없던 현태수 팀장은 단호한 강우주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해보도록 노력하겠다는최선의 답을 전했고, 그의 대답을 들은 강우주는 그제서야 만족스럽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갔다.엔터이사뿐 아니라, 직원들 또한 그의 태도에 당황한 눈치였지만 곧 일제히 그를 따라 나섰고,엔터 회사의 한 직원이 회의실을 나가기 전, 현태수 팀장에게 살짝이 긔뜸을 해주었다."강우주씨가 해 달라는 거 안 하면 계약 엎어질 가능성 커요..웬만하면 맞춰주세요."그의 성격을 잘 아는 엔터 직원의 조심스러운 조언에 현태수 팀장은 난감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수월하게 모든 브리핑을 마치고, 분위기 좋게 회의가 마무리
"와..역시 아스트릭스 스케일. 회사가 도대체 몇 층이야.."아이돌 아스트릭스의 회사 로그' 의 건물은 으리으리했다.건물의 메인에는 아스트릭스의 자켓 사진이 큼지막하게 걸려있었다.끝 없이 올려진 건물들을 올려다 보던 김 주임이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고,현 팀장은 김 주임을 따라 건물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자, 늦겠다. 들어가자. 서류 잘 들 챙겼지?' 하며앞 장 섰다.하늘은 노트북을 들고 있던 손에 한 번 더 힘을 주어 잡고는 그들을 따라 들어갔다.엔터 회사 직원은 그들을 회의실로 안내했고,그들은 테이블 위에 준비한 자료들과 노트북을 빠르게 셋팅했다.언제나 완벽한 준비를 해내는 하늘은 부족함 없이 준비했다고 확신했지만묘하게 떨리는 긴장감에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반복했다."그, 강우주씨가 진짜 예민하다고 하더라구요. 조그만 실수도 꼭 짚고 넘어간다고..""아이돌이면 앞에서 춤 잘 추고 노래만 잘하면 되지..뭘 그렇게 완벽 하려고 해? 거리감 느껴지게..""팀장님..이미 팀장님이랑은 거리가 많이 멀거든요..""이 짜식이..!"셋팅을 마친 그들이 앉아 잡담을 떠들고 있을 때,회의실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문을 열고 회사 관계자들로 보이는 여럿과 함께 길쭉한 누군가가 걸어 들어왔다."헙.."광고 팀 김 주임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는 소리를 내며 그를 바라봤다.방금 막 스케줄을 끝내고 온 탓인지 깔끔하면서도 화려하게 셋팅 되어 있는 영락없는 연예인의 모습이었다.그는 회의실을 들어오자마자 큰 키로 꾸벅-하고 인사했다.그들의 감탄하는 눈빛 들은 너무나도 익숙하단 듯, 그는 아무렇지 않게낮은 목소리로 작게 인사를 하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그러고는 각 자리마다 놓여 있는 서류들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그의 행동에 현 팀장을 비롯 해, 직원들이 일제히 정신을 차리고는 자리에 착석했다.하늘은 그가 자신 쪽으론 눈길조차 주지 않는 모습을 보고는 한편으론 다행인가 하는 생각에 내심 안심을 하고는노트북에 저장 된 파일을 클릭했다.불을
하늘의 회사 여러 브랜드 중, 스포츠 계열 광고 모델이 강우주가 되었다는 소식은 회사 안에서 작은 화제가 되는 중이었다.여러 계열 중, 회사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종목이자 핵심 역할인 곳이었다.하늘이 속한 제품 개발팀은 6개월 동안 잦은 출장과 끝도 없는 업무로 개발에 열을 올렸었다.마침 내, 하늘이 잠을 아껴가며 공을 들였던 제품들을 처음 입고 처음 쓰는 사람이 강우주가 된 것이다.그와의 말도 안되는 첫 만남이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될 줄 알았던 운명 같다는 생각이 머릿 속에 스치는 하늘이었다.물론 운명 같은 건 애초에 관심도 없는 하늘이었지만 말이다."네? 제가요??"광고1팀은 아직 전속 계약 기간이 남은 타 배우의 스케줄로 인해 손쓸 틈 없이 바빴다.회사에서 무조건적으로 급하게 강우주와의 계약을 서두른 댓가의 피해는 고스란히 애꿎은 광고 팀의 몫.광고팀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한 후, 강우주의 회사에 제시했던 조건은 강우주 측에서 보류했다.강우주의 스케줄에 전적으로 맞춰 준비해주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하지만 광고팀은 전 계약 모델과의 계약이 끝나지 않는 이상 손이 없는 상황이었으며,머리를 쥐어뜯던 광고팀의 현 팀장이 결국 하늘에게 손을 한번 더 벌렸다."아니..전 지금 일도 많은.."하늘이 현 팀장의 부탁에 당황하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그 때 현 팀장의 부탁으로 하늘은 광고 팀과 협력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하늘은 모든 게 수월하고 완벽하게 끝날 수 있도록 협력했고,그 때 또다시 하늘은 회사에서 꼭 필요한 인재로 눈 도장을 찍는 기회가 되었었다.현 팀장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며 하늘의 바짓 가랑이를 붙잡고 부탁했다."하늘 씨가 우리 안 도와주면 우리 이번 건 엎어져..! 아우 이런..망할 놈의 회사는 왜 욕심을 부려 가지고.."현 팀장은 깊은 한숨을 내 뱉으며 말했다."내가 부탁할 사람이 진~짜 하늘 씨 밖에 없다. 김 대리도 지금 출장 가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