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그 말을 들은 심윤영이 웃으며 말했다.“지금쯤 미래 장인어른 댁에 가 있을걸?”위준하는 꽤 놀란 얼굴이었다.“영준이 연애해?”“이번엔 아마 진짜 시작될 것 같아.”심윤영은 그렇게 말하며 심지우를 바라봤다.“엄마, 제 작전 괜찮았죠?”심지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넌 네 오빠를 잘 알아. 위기감 좀 안 주면 절대 먼저 움직일 사람이 아니잖아. 그런데 송현이 그 애한텐 조금 미안하긴 하네.”“뭐가 미안해요!”심윤영이 폭로하듯 말했다.“송현이는 존경이랑 좋아하는 감정도 구분 못 하는 꼬맹이예요. 맨날 어민경
어민경이 막 설명하려 하자, 변영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민경이 제가 호텔 예약했는지 물어본 거예요.”어민경은 홱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듯 변영준을 노려봤다.“우리 같은 시골에 무슨 호텔이 있겠어요. 읍내에 있는 제일 좋은 모텔도 오늘은 아마 사람 없을 텐데. 아이고! 설인데 무슨 호텔이에요. 민경아 너도 철이 없어. 우리 집에 손님방 있으니까 이따 변영준 씨 방 하나 치워드리면 돼요. 하룻밤 그냥 편히 자고 가요.”어민경은 말을 더듬었다.“아니, 저는...”변영준은 술잔을 들고 임정우를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
임정우는 어민경을 내려다보며 드물게 엄한 얼굴로 물었다.“똑바로 말해. 이 사람이 너랑 무슨 사이야?”어민경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변영준이 먼저 말했다.“아저씨, 저와 어민경은 교제 중입니다.”변영준의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갑작스럽게 찾아와 실례했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남자친구?’임정우는 변영준을 바라봤다.속으로는 선뜻 믿기 어려웠지만, 변영준의 떳떳한 눈빛을 보니 또 함부로 뭐라 말하기도 어려웠다.그는 원래 말주변도 없는 사람이인지라 괜히 한마디 잘못해서 딸에게 피해 갈까 걱정되었다.수많
게다가 사실 그녀에게는 변영준이 설날에 고향에 나타난 것 자체가 이미 가장 크고 최고의 새해 선물이었다.변영준이 준비한 선물은 정말 너무 많았다.두 사람은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있었다.어민경은 오늘이 설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시간엔 마을 사람들이 전부 집에서 가족 식사를 하고 있어서, 골목을 따라 들어오는 내내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아니었으면 변영준의 이 차림과 분위기는 분명 엄청난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작은 시골 마을이란 원래 그런 곳이었다. 이웃끼리는 다 서로 알고 지내고, 마주치면 꼭 인사하고, 낯선 사람이
어민경은 곧장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두꺼운 분홍색 패딩을 입고 있었지만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발에는 캐릭터 털 슬리퍼 그대로였다.마을 곳곳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불꽃놀이 소리조차 지금 그녀의 북처럼 뛰는 심장 소리를 덮을 수 없었다.손에 꼭 쥔 휴대폰은 아직 통화 중이었다.그녀는 집마다 새어 나오는 불빛 사이를 지나, 큰 나무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백 미터 남짓한 골목, 어민경은 평생 수없이 걸어온 길이었지만, 오늘만큼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골목을 빠져나오면 마을 순환도로가 나왔다.가로등 불빛이 어민경의
어민경은 할 말을 잃었다.‘얼굴만 안 때리면 원칙 있는 건가...’“그래도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어요. 어쨌든 민경 씨는 우리 회장님이 직접 연줄 써서 부탁한 케이스잖아요. 길해경 선생님도 회장님 체면을 봐서 민경 씨한테 조금은 너그러우실 거예요.”은가람의 위로를 들은 어민경은 어색하게 웃었다.“그랬으면 좋겠네요...”하지만 다음 날이 되어서야 어민경은 깨달았다.자기들이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걸.길해경 선생은 누구 체면도 봐주지 않았다.어민경은 첫날부터 매를 맞았다.짝! 짝!회초리가 손바닥을 때릴 때마다 소리가 힘
“내가 듣기론 변 변호사는 웬만해선 사건을 맡지 않는다던데. 그런데 5년 전에 그 사람이 갑자기 나서서 내 변호를 맡았잖니. 그냥 좀 궁금해서 그래.” 한명화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랑 그 사람은...” 심지우는 마음속으로 찔렸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척하며 말했다. “저희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 아니에요. 그땐 제 지도교수님이 소개해 줬고 변 변호사는 교수님 체면 봐서 도와준 거예요.” 그 말에 한명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나. 난 그냥 나 이제 나왔으니까 조만간 정중히 인사드리러 가야 하나 싶어서. 예의는 갖춰
심지우는 변현민의 날 선 말들을 들으면서도 마음이 무감각했다.‘그래. 이렇게 된 거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몰라. 난 변현민의 친모도 아니잖아. 그래... 오히려 잘된 일이야. 나만 물러나면 모든 게 제자리도 돌아갈 수 있겠지.’심지우는 시선을 거두고 단호하게 몸을 돌려 현관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심지우!”“콜록, 콜록...”변승현의 얼굴이 굳어졌다.“현민아?”변현민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가슴을 움켜잡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무너지듯 쓰러졌다.“현민아!”변승현은 잽싸게 아이를 안아 들고 심지우를 향해 외쳤다.“천식이
심지우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역시 현민이가 제일 착해.” 변현민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예요! 저 엄마 정말 사랑해요!” 심지우는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아이의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었다. 한편, 변승현은 옆에서 말없이 그들 모자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얼굴과 검고 깊은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변현민을 재운 뒤, 심지우는 시계를 보았다. 이미 밤 11시 30분이었다. 가정 법원은 이미 퇴근한 시간이었다. 그녀는 한숨
“현민아, 엄마가 너한테 꼭 해줘야 할 말이 있어.”변현민은 손에 들린 숟가락을 멈췄다.아직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왔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변승현도 무언가 예감한 듯 조용히 수저를 내려놓고 심지우를 응시했다.변현민이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엄마, 무슨 말 하려고요?”“현민아, 엄마랑 아빠는 이미 이혼했어.”심지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엄마랑 아빠는 이제 가족이 아니야. 여긴 더 이상 엄마의 집도 아니고, 그래서 앞으로 엄마는 여기 오지 않을 거야.”“심지우.”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