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어민경은 급하게 오느라 옷을 두 벌밖에 가져오지 않아, 변영준은 그녀를 데리고 나와 옷 몇 벌을 샀다.옷과 신발을 산 뒤, 마지막에 명품 매장으로 향했다.어민경이 싫다고 변영준을 잡았지만, 변영준은 여자 친구와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온 것이니, 기념으로 보석 액세서리를 사자고 했다.변영준은 어민경을 위해 기꺼이 돈을 쓰지만, 어민경은 오히려 너무나 큰 호의가 당황스러웠다.그녀는 워낙 자신과 변영준 사이의 격차에 신경이 쓰였기에, 옷이나 신발 같은 건 샀다고 쳐도, 보석 액세서리는 귀중품이라 마냥 마음 편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어민경을 만나기 전까지 변영준은 자신의 자제력이 이렇게 약할 줄은 전혀 몰랐다.어민경의 풋풋함은 마치 성욕촉진제처럼 닿기만 하면 불이 붙었다.몸을 깨끗이 하고 욕심 없이 살아온 서른한 살의 변영준은, 남자로서의 가장 원초적인 충동을 생전 처음으로 뚜렷이 느꼈다.남자는 이런 일에 항상 스승 없이도 터득하고 주도권도 쥐기 마련이었다.경험은 없었지만 그래도 남자로서의 본능과 자신의 상식을 바탕으로 어민경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주었다.변영준의 유도 속에 어민경은 연약하고 여린 몸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입술을 꼭 깨물었지만 이미
깊이 잠들었던 어민경이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그러자 변영준이 또 그녀의 입술을 콕콕 찔렀다.어민경이 속눈썹을 떨며 천천히 눈을 떴다.“어?”잠시 멈칫하며 눈앞의 사람이 진짜인지 확인하더니 갑자기 확 정신을 차렸다.“회의 끝났어요?”또 꿈을 꾸는 줄 알았던 것이다.“응, 방금 막 끝났어.”변영준이 큰 손으로 어민경을 소파에서 번쩍 들어 올리더니 몸을 돌려 그녀를 자신의 무릎에 걸터앉혔다.잠이 확 깬 어민경은 얼굴이 화끈거렸다.변영준이 핑크빛이 감도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대학에 다시 가고
변영준은 아직 회의가 남아 있어서 어민경과의 다정한 시간을 오래 가질 수 없었다.어민경도 변영준의 일을 방해할까 봐 얼른 가서 회의하라고 재촉했다.변영준이 한마디 물었다.“밥은 먹었어?”“비행기 안에서 먹었어요.”어민경이 변영준을 밀며 말했다.“얼른 회의하러 가세요, 사람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변영준이 어민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알겠어. 그럼 방에서 기다려, 나중에 호텔에 연락해서 음식 올려보내라고 할게.”“괜찮아요. 진짜 안 배고파요.”하지만 변영준은 고집을 부렸다.“나 회의 끝나려면 두 시간은
바로 그때 금발 여자 뒤에서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뒤를 돌아본 금발 여자는 변영준에게 어깨를 한번 으쓱인 뒤 외국어로 말했다.“젊은 아가씨, 혹시 아는 사람이야?”‘젊은 아가씨?’변영준이 잠시 멈칫하더니 큰 걸음으로 문 앞까지 걸어왔다.두 눈이 마주친 순간, 한 명은 깜짝 놀랐고 다른 한 명은 원망 가득한 표정이었다.“민경아?”변영준이 어민경을 훑어보더니 그녀 곁의 사찬영도 쓱 한 번 쳐다봤다. 이내 순식간에 상황 파악을 했는지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나를 깜짝 놀라게 하려고?”어민경이 눈썹을 찌푸
안국 시간 오후 두 시 반, 비행기가 착륙했다.어민경이 공항에서 나왔다.일 처리에 빈틈이 없는 차성현은 전문 운전기사에게 연락해 어민경을 마중 가게 했다.어민경은 자신의 외국어 실력이 엉망이라 외국 땅에서 택시를 잡는 것조차 쉽지 않을까 걱정했었다.그런데 차성현이 바로 전용 차량을 보내줬다는 사실에 차성현에 대한 인상이 더 좋아졌다.어민경을 마중 나온 기사는 사실 변영준의 전용 기사이기도 한 교포로 어민경과도 말이 통했다.어민경이 물었다.“변영준 씨는 저를 마중 나온 거 모르시죠?”“네, 걱정 마세요. 차 비서가 특별
그가 휴대폰을 꺼내 보니 송해인의 전화였다.잠시 머뭇거리다 전화를 받았다.“변승현, 사람 없는 데서 받아. 지금 꼭 해야 할 중요한 얘기가 있어!”변승현은 순간 멍해졌다가 심지우를 흘깃 보고, 몸을 돌려 한쪽으로 걸어가 목소리를 낮췄다.“이제 말해.”“내 사람들 말로는 어제 수상한 놈들 몇이 입국했대.”송해인의 목소리는 심각했다.“느낌이 좋지 않아. 너 당장 돌아오는 게 나아. 그리고 지우 시랑 애들은 며칠간 절대 밖에 나가지 않게 해.”변승현의 얼굴이 굳어졌다.“알았어.”전화를 끊고 돌아온 그는 심지우 앞에 서서
하지만 심지우가 아무리 소리쳐도 문을 열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이것이 진실이었다.이것이 변승현과 송해인이 그녀의 아들을 데려간 진짜 이유였다.하늘은 어둑어둑해졌다. 폭풍이 오려는 전조였다.심지우는 문밖을 지키며 떠나지 않으려 했다.2층 서재.송해인이 노크하고 들어왔다.변승현은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 속 감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심지우는 여전히 문밖에 서 있었고 폭풍이 다가오지만 조금도 떠날 기색이 없었다.“아니면 장은희 씨에게 가서 설득하라고 할까?”“필요 없어.”변승현의 목소리는 조금 쉬어있었다.“현실을
영준이 돌아온 다음 날, 백연희와 석문호는 곧바로 북성으로 찾아왔다.이번에 영준이가 다시 살아서 돌아오자 지난 4년 동안 어른들의 마음속 깊은 상처가 치유되는 듯했다.그때 심지우가 혼자 화장실에 갔다가 변을 당한 일은 늘 석문호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었다.비록 이 4년 동안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사고 직후엔 자주 악몽을 꿨다.만약 그때 친구 부탁을 거절했더라면, 만약 심지우가 그 촬영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눈을 뜨면 늘 꿈일 뿐,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그 시절
“저는 잘 지내요, 지 선생님, 저 걱정 안 하셔도 돼요.”“그럼 언제쯤 옛 마을로 돌아올 생각이에요?”심지우는 잠시 멈칫하다가 대답했다.“저 북성에 남으려고요.”“북성에 남겠다고요?”지강은 분명 놀란 듯했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묻어났다.“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한 거예요?”심지우는 지강을 친구로 생각했기에 영준과 관련된 사정을 하나도 숨기지 않고 모두 털어놓았다.지강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꽤 오랜 침묵 끝에야 물었다.“그러니까 영준을 위해 북성에 남겠다는 거군요?”“맞아요.”심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