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바쁘게 움직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현승은 어느새 자리를 비운 뒤였다.그 후에도 연미혜는 며칠 동안 밤낮없이 바쁘게 일에 매달렸고 모든 작업을 마친 뒤에는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통째로 깊은 잠에 빠졌다.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지만, 여전히 얼굴에는 기운이 없어 보였다.기술 센터에 들어오기 전보다 피부톤은 훨씬 더 창백해져 있었다.이틀 가까이 잠만 자며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한 탓이었다.밤이 되자 허기가 몰려왔던 그녀는 간단하게 빵이라도 먹으려고 식당으로 향하던 길에 마침 맞은편 숙소에서 나오는 지현승과 마주쳤
그 말을 들은 임지유는 잠시 포크를 내려놓았다.잠시 정적이 흐른 뒤 도지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진심이야. 외모나 분위기, 차분한 성격까지...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더라고. 거기다 그렇게 유능한 사람은 처음 봤어. 미혜 씨 같은 사람이 현실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야. 내가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니까...”아직 연미혜와의 이혼이 정식으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경민준은 차마 ‘잘해보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도지욱의 고백에 경민준은 그저 가볍게 미소만 지었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도지욱
경민준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지금도 여전히 관심 많아.”임지유는 그가 넥스 그룹의 CUAP 프로그래밍 언어에 얼마나 깊은 흥미가 있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작년에 그녀가 넥스 그룹 입사를 준비할 당시에도 경민준은 적극적으로 응원해 줬다.넥스 그룹이라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기회만 된다면 꼭 들어가 보라고 권했다.그의 관심은 단순히 기술적인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았고 그 기술을 설계하고 구현한 사람에게 느낀 호감 또한 큰 영향을 미쳤다.그래서 김태훈이 연미혜와의 문제로 차갑게 대하더라도, 경민준은
제이이노텍과의 협업이 시작된 이후, 연미혜는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자 그녀는 더욱 정신없이 일에 몰두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일주일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왔을 때 경다솜은 이미 잠든 상태였다.그동안 경다솜은 연씨 가문에 머물고 있었지만, 정작 연미혜와 마주한 시간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커다란 침대 한쪽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든 딸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연미혜는 한참이 지나서야 욕실로 향해 씻었다.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 경다솜은
하지만 아무도 더는 묻지 않았다.그때 임지유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이렇게 우연히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밥 한 끼 어때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염성민은 곧장 호응하려 했다.그러나 그보다 먼저 구진원이 입을 열었다.“전 괜찮아요. 볼 일이 있어서요. 그러면 다음에 봬요.”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지현승도 덧붙였다.“저도요. 오늘은 일정이 있어서... 다음에 뵙죠.”염성민은 지현승과 함께 온 터라 잠시 당황했지만 상황에 맞춰 대꾸했다.“그럼... 다음에 보시죠.”임지유는 염성민의 반응에 유독 신경을 많이
일요일 점심 무렵, 구진원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정신없이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었다.그때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슬쩍 화면을 들여다보더니 머리를 짚으며 툴툴댔다.“야, 오늘 주말이잖아. 황금 같은 일요일에 뭐 하는 짓이야! 넥스 그룹에서 받는 연봉이 주말까지 반납할 만큼 대단한 건 아니잖아? 연미혜 씨랑 데이트 코스 짜느라 머리 싸매고 있는 줄 알았더니...”구진원이 주말에도 쉬지 못하는 건 회사 일 때문이 아니라 연미혜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친구의 농담에도 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솔직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