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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하민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22 14:15:47

네리나의 입술이 댓발 튀어나왔다. 조세르가 그녀의 아랫입술을 검지로 튕겼다. 네리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기며 입술을 안쪽으로 말아 숨겼다.

오염으로부터 보호해주고 보온에 도움이 되는 로브는 모든 일행이 구입했다.

“이런, 이 몸에게 필요없는 것을.”

조세르가 투덜거렸지만, 네리나가 로브를 보며 기쁘고 신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것을 보자 자연스레 입을 다물었다.

“왕국으로 들어가기 전 여기서 하루 묵으며 재정비하시죠.”

존재감이 없던 톰이 나서서 말했다. 그 역시도 전설 속의 엘프와 엘프 시장을 보게 되어 기분이 퍽 고조되어 보였다.

일행들은 덩달아 신나는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리석 뒷편, 가장 가까운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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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31

    톰과 에녹까지 가세해 싸움이 커질 기세였다.“사, 사람이 조금 미칠 수도 있죠!”“미친놈도 반성하고 있다.”“너희들….”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르하는 이들이 자신의 편을 들었다는 것 자체에 감동을 받은 눈치였다.네리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머리를 짚었다. 벤자민이 지금 이 순간에도 멀어지고 있었다. 그때 조세르가 그녀에게 속삭였다.“진심을 담아서 외쳐봐.”“무엇을?”“네리나 그대가 하고 싶은 말을.”조세르가 윙크하고는 네리나의 정수리에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든 기분에 눈 앞의 상황에 다시 몰입하기 시작했다.“다들 그만해!”그녀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쩌렁쩌렁 울렸다. 순간 돌풍이라도 분 듯 바람이 일행의 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엘프 남매와 병사들마저도 움직임을 멈추고 네리나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네리나라고 했나?”남매 중 남자아이, 리민루가 말했다. 네리나가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여자아이, 리리나가 말했다.“그대의 말에는 힘이 있어. 나를 도와주게.”“돕다뇨? 제, 제가요?”갑작스럽게 불린 자신의 이름에 네리나가 기겁하며 말했다. 인형처럼 아름다운 엘프를 마주하니 눈이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31

    “용이랑 벤자민이랑 친해 보이는 것 같아요.”“기분 탓이다.”에녹이 드물게 네리나를 위로하며 나섰다.“벤자민은 용과 계속 지내고 있어. 그에게 계속 반기를 들어봤자, 그의 손해다.”“그런 거겠죠…? 자기가 떠나고 싶어서 떠난 건 아니겠죠?”“그래. 지금의 너를 봐. 집을 떠나고 싶어서 떠난 게 아니잖나.”“네에….”조세르가 불퉁한 표정으로 에녹을 바라보고는 네리나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그래서,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저주의 치료일세.”“물의 신은 어쩌고 인간들에게 도움을 청하는거지? 리르라의 왕이여.”왕은 조세르의 비아냥거리는 말에도 꿈쩍하지 않았다.“오래된 것의 약속이 이 아이에게 있지 않은가. 치료만 되면, 용의 정보에 대해 내 더 공유하도록 하지.”“대체 저한테 무슨 약속이 있다는 거예요? 그런 말을 여러 번 들었어요. 왕, 왕님, 왕, 그, 폐하.”“조세르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도 더 할 말이 없네.”네리나가 휙 돌아 조세르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난처한 얼굴로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일단은 쉬시게. 이 몸의 왕국에서는 모든 것이 안전하노니.”왕은 일행들에게 숙소를 배정해주었다.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30

    조세르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 그에 대해 더 말하지 않고 품에서 비늘을 꺼냈다.“우리는 그저 약속을 이행하러 왔을 뿐이야.”“조세르, 나의 오랜 친구여. 그대의 말이 나를 청년으로 되돌아가게 만드는구나.”왕은 일행을 왕궁으로 초대했다. 물론 오르하에게 경고의 말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머리뼈를 박살내어 오크의 먹이로 던져줄 것이다.”오르하는 입술을 함 다물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긴이 그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와아….”네리나와 톰이 동시에 탄성을 내지르다가 서로를 마주보고 깔깔 웃었다. 왕궁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 자리를 그대로 활용하여 지어진 왕궁이었다.대리석으로 만든 왕궁 군데군데 거대한 나무의 뿌리가 그대로 박혀 있었다. 넓은 창으로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있었다. 하늘하늘한 갈대잎을 엮어 만든 커튼이 펄럭일 때마다 고향에 온듯한 냄새가 풍겼다.“여기로 앉으시게. 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보여줄 것이 있어.”왕이 그들을 접견실 한 켠에 있는 테이블로 이끌었다. 푸른빛이 나는 흰 돌로 만들어진 테이블이었다.“리리나, 리민루, 이리로 오거라.”왕의 말에 곧 10대 쌍둥이처럼 보이는 남매가 접견실로 들어섰다. 동그란 눈에 오똑한 코, 기름을 바른 듯한 붉은 입술까지 인형처럼 아름다운 엘프였다.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29

    “오, 오늘은 그만 잘래요.”“당신의 뜻대로.”네리나는 밤새 조세르를 생각하느라 벤자민을 걱정할 겨를이 없었다.다음날, 엘프왕국의 입구에 선 네리나 일행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황홀한 절경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네리나는 고향에 온 듯한 포근함에 눈물이 맺힐 지경이었다. 왕국의 양 옆을 거대한 숲이 감싸고 있었고, 서쪽으로는 거대한 폭포가 흐르고 있었다. 햇빛은 축복하듯 왕국에 내려앉아 있었다.“여기가 바로….”“엘프왕국, 리르라입니다.”오르하가 다정하게 네리나의 말을 받았다. 톰과 긴도 황홀한 표정으로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녹마저도 눈을 크게 뜨고 눈 앞의 광경을 열심히 눈에 담고 있었다.일행은 오르하의 안내를 받아 왕궁으로 향했다. 오르하는 연신 눈치를 살피며 로브를 동여맸다.그런 그들의 앞을 엘프 병사들이 가로막았다.“더 이상 진입은 불가능합니다.”“왜죠?”긴이 병사에게 물었다. 아름다운 엘프의 모습에, 따지듯 물으려다 순수한 물음이 튀어나왔다.“오르하는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습니다.”“오르하! 대체 넌 무슨 짓을 한거야!”긴이 오르하에게 따져 물었다. 오르하의 외모에는 적응을 한 모습이었다.“별 건 아냐.”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28

    “행복해보이더군.”거짓말.네리나가 속으로 생각했다. 노인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다시 가게 안에는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행들을 힐끔대는 시선은 여전히 따라붙은 채였다.오르하가 네리나의 눈치를 보며 살갑게 말했다.“우리 왕국에 오기를 잘했죠, 네리나양? 용의 흔적을 빨리 발견했네요.”조세르가 한껏 차가워진 네리나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첫번째 엘프의 왕국이 아니라 두번째 엘프의 왕국이라 다행이군.”다행히 네리나는 그 말에 관심을 보였다. 조세르가 가슴을 쓸어내렸다.“무슨 차이예요?”“첫번째 엘프의 왕국에 가려면 키스키리고스 산맥을 넘어야 하는데, 그건 인간에게 죽으러 가는 길이나 마찬가지거든.”“와, 키스키리고스 산맥…. 책에서만 봤던 이름인데.”“생각보다 일이 잘풀리는데? 네리나에게는 행운의 여신이 따르나봐.”“별말씀을 다하시네요, 조세르.”“그대에게 난 항상 진심이야.”네리나가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해도 자신을 놀리고, 또 홀리려는 말 같았다. 정말 자신을 좋아한다면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어린 네리나는 생각했다.“네리나, 기분이 안좋아 보인다.”불쑥 에녹이 말했다. 그는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눈을 하고 있어서, 괜히 네리나의 심금을 자극했다.“괜찮아요, 에녹. 조금 피곤해서 그래요.”“그래? 얼른 올라가서 자.”네리나가 조세르의 눈치를 힐끔 살폈다. 그는 그저 네리나를 주시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리나는 괜히 쿵쾅대는 소리를 내며 자러 가겠다고 말했다.“어 잘가, 아가씨.”“내일 봐요 네리나양.”슬슬 취하기 시작한 일행들이 기분좋게 네리나를 배웅했다. 네리나는 자신이 왜 이렇게 심술이 나는지 몰라서 더 갑갑하기만 할뿐이었다.어둠 속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조세르의 목소리가 들렸다.“나의 네리나.”“뭐, 뭐예요?”“갑자기 그대의 마음에 근심이 생긴 걸 알아. 그건 혹 나 때문인가?”조세르는 곁에 다가올 뿐, 그녀를 끌어안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27

    “절대 아냐 아가씨. 그 부분만큼은 안심해도 돼.”“네리나, 나에게도 관심을 좀 가져 주겠어?”조세르가 툭 끼어들었다. 그는 네리나의 옆자리를 꿰차고 있는 참이었다.“맞다, 조세르 궁금한 게 있어요.”“뭐지, 내 사랑?”네리나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크게 움찔했다. 조세르는 그저 킬킬대며 웃을 뿐이었다. 네리나는 이제 헷갈리기 시작했다. 조세르는 그저 자신을 놀릴 마음만 있는 게 아닐까, 자신을 정말 좋아하지는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맴돌았다.“왜 하프엘프들만 여기서 시장을 열고 있는 거예요?”“바깥세상을 보고 결정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그렇다기에는 너무 외지잖아요.”“아직 그들의 절반은 왕국에 속해 있기에.”조세르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는 술을 쭉 들이켰다. 일행들은 옆에서 각자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네리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조세르는 나 좋아하는 거 맞아요?”“응? 어엉, 당연하지.”“….”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조세르를 보고 네리나는 더욱더 확신을 얻었다.‘저 남자는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하긴 무덤에서 부활한지 얼마나 됐다고 사랑이겠어.’네리나가 속으로 투덜댈 때였다. 조세르가 무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깨닫고 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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