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황궁의 심장부 지하 수십 미터 아래 납과 티타늄으로 겹겹이 밀봉된 특수 벙커의 차가운 공기는 살을 에어낼 듯이 서늘하고 무거웠다.지상에서는 수천 명의 반란군이 황후를 죽이겠다며 군홧발로 대리석을 짓밟고 벼락을 동반한 폭풍우가 세상을 집어삼킬 듯 포효하고 있었지만 이 깊고 단절된 공간 안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팽팽한 긴장감과 기괴한 적막만이 무겁게 감돌고 있었다.창백한 비상조명의 푸른 불빛이 벙커의 금속 벽면에 부딪혀 스산한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그 한가운데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은 시은은 자신의 하얀 무릎을 베고 까무러치듯 깊은 수면에 빠져든 민혁의 피투성이 얼굴을 애달프게 내려다보고 있었다.짐승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의 몸은 온통 찢기고 터져 성한 곳이 없었다.어깨와 등을 칭칭 감은 하얀 붕대 위로는 쉴 새 없이 검붉은 피가 배어 나와 시은의 핏빛 드레스를 더욱 짙고 축축하게 물들이고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의식중에도 시은의 옷자락을 꽉 쥔 채 결코 놓지 않고 있었다.마치 지옥의 늪에 빠져서도 주군만은 건져 올리겠다는 처절한 본능 같았다.시은의 가늘고 서늘한 손가락이 민혁의 피 묻은 뺨과 흐트러진 칠흑 같은 앞머리를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황궁의 지하 수십 미터 아래, 납과 티타늄으로 밀봉된 서늘한 안가(安家)지상에서는 황후를 반역자로 몰아세운 조작된 뉴스와, 그에 선동되어 눈이 뒤집힌 수천 명의 군화 발소리가 황궁의 대리석 바닥을 짓밟고 있었지만 이 깊은 지하 벙커 안은 폭풍의 눈처럼 기괴하리만치 고요했다."한비서 놈들의 통신망을 역추적할 수 있겠느냐."시은이 벙커 중앙에 놓인 전술 테이블로 다가가며 차갑게 물었다.그녀의 핏빛 드레스 자락에서 떨어진 핏물이 바닥에 붉은 궤적을 남겼다."저들이 민석의 메인 서버를 해킹하여 딥페이크 영상을 송출했다면 분명 그 역방향의 데이터 송출 기록이 우회망 어딘가에 파편처럼 남아있을 것이다.놈들이 이 제국의 눈과 귀를 가렸다면, 우리는 놈들의 심장부에 직접 바이러스를 꽂아 넣어 그 잘난 조작질의 실체를 만천하에 까발려야 해.""마마 현재 민석의 정규 인트라넷은 놈들의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DDoS)과 양자 해킹으로 완전히 마비된 상태입니다."한비서가 피 묻은 안경을 밀어 올리며, 키보드를 부서질 듯 두드렸다. 그의 열 손가락이 홀로그램 키보드 위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었다."하지만! 제가 이럴 줄 알고 3년 전 민석 타워 지하에 메인
그 시각, 무장 병력들이 폭풍처럼 쓸고 지나간 VIP 접견실의 아수라장 속,가슴을 쥐어뜯으며 죽어가던 신아리의 곁으로, 혼란을 틈타 검은 망토를 두른 사내 하나가 소리 없이 다가왔다.혈랑회의 수장, 김태혁이었다."살…… 살려줘…… 심장이…… 타들어가…… 제발……."아리가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향해 피 묻은 손을 처절하게 뻗었다.태혁은 바닥에 널브러진 시신들을 넘어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정체불명의 푸른 액체가 담긴 주사기 하나를 꺼내어 아리의 목덜미에 거칠게 꽂아 넣었다."끄아아아악!"강력한 해독제 겸 초고농축 아드레날린이 혈관을 타고 짐승처럼 퍼지며, 멈춰가던 아리의 심장을 강제로 박동시켰다.시은이 발랐던 독은 심장을 터뜨리는 맹독이 맞았으나, 과거 선황제의 살수단으로 활동하며 천하의 온갖 독을 제 몸으로 다루었던 태혁에게는 해독하지 못할 수준의 독이 아니었다."푸하아아! 헉, 헉.. 커헉!"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호흡을 되찾은 아리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핏물을 토해냈다.태혁이 아리의 턱을 군홧발 끝으로 툭 차며 조롱했다."내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 기분이 어떠냐 이 천박하고 멍청한 년아 꼴좋게 황후 년에게 당하고 자빠져 있군.""수... 수령님. 당신이 나를..."
"아아아아악! 살려줘! 내 심장! 내 심장이 터질 것 같아!!"화려했던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산산조각 나 파편이 흩뿌려진 VIP 접견실의 대리석 바닥, 신아리는 제 목과 가슴을 짐승처럼 박박 긁어대며 피거품을 물고 발악했다.그녀의 핏발 선 두 눈은 공포로 튀어나올 듯 팽창해 있었다.시은이 무표정하게 내린 '1시간 뒤에 심장이 터져 죽는 맹독'이라는 사형 선고는 아리가 14년 동안 황궁 바닥을 구르며 쌓아 올렸던 얄팍한 이성과 지독한 생존 본능을 단 몇 분 만에 완벽하게 붕괴시켜 버렸다.성대가 끔찍하게 녹아내려 피를 토하며 경련하는 전 황제 유종석,그리고 살기 위해 그 황제를 독살하려다 도리어 자신이 죽음의 공포에 짓눌려 짐승처럼 발버둥 치는 악녀 신아리,14년 동안 황실을 제집 안방처럼 농락하며 권력의 정점에서 탐욕을 채우던 두 괴물의 최후는, 그 어떤 삼류 비극보다 처참하고 기괴한 코미디였다."마마 1시간을 기다려 저 더러운 숨이 끊어지길 지켜볼 것도 없이 지금 당장 제 손으로 저 계집의 숨통을 마저 끊어놓겠사옵니다."민혁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티타늄 대검을 거머쥔 채 서늘하게 다가섰다.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는 과거 고아원 시절부터 이어진 지독한 악연을 제 손으로 종결짓겠다는 맹렬하고도 흉포한 살의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종석이 눈알이 튀어나올 듯한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어디서 다 뒤진 개자식이 황제 행세를 하고 지랄이야"태혁이 종석의 멱살을 쥐고 테이블 위로 끌어당기며 화상으로 일그러진 눈동자를 부라렸다."네놈은 지금 황제가 아니라 내 발밑을 기는 벌레다.지장을 찍으면 우리 혈랑회의 5백 정예 살수들이 10분 뒤 이 연회장의 모든 출입문을 완벽하게 걸어 잠그고 밑에서 희희낙락 춤을 추고 있는 저 오만한 황후 년과 그년의 사냥개 김민혁, 그리고 배신자 귀족들의 목을 모조리 따서 네놈을 다시 저 화려한 옥좌에 앉혀줄 것이니, 네놈은 그저 피나 짜내어 지장만 찍으면 된단 말이다."방 한구석 짙은 검은색 실크 드레스를 입고 요염한 검은 고양이 가면을 쓴 신아리가 그 끔찍한 광경을 보며 비릿하고 서늘한 웃음을 흘렸다."아직도 배가 덜 고프고 살만하신 모양이네 폐하? 어젯밤 지하 감옥에서 썩은 흙탕물을 개처럼 핥아먹던 그 비참한 기억을 벌써 다 잊으셨어? 살인 교사범으로 황후에게 잡혀 광화문 단두대에서 원장처럼 목이 댕겅 잘리고 싶지 않거든 군말 말고 피나 묻혀 지장이나 찍으시지"아리의 지독한 조롱과 뼛속을 파고드는 단검의 고통에, 종석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를 부득 갈았다.'그래 일단 목숨을 부지하고 옥좌부터 되찾는 게 우선이다. 황후 그 끔찍한 독부 년의 숨통부터 먼저 끊어놓고 나면 그때 가서 황실 근위대를
시은의 너무나도 서늘하고 평온한 대답에 분노로 핏대를 세우던 한비서와 살기를 뿜어내던 민혁이 동시에 경악으로 물든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은은 우아한 손길로 협탁에 놓인 백자 찻잔을 들어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천천히 음미했다. "어젯밤 김태혁이 내의전 창문을 깨고 후원으로 도주할 때 놈이 어디로 튀어 황궁의 어느 지하 배수로로 스며들지 김비서가 이미 황궁의 오래된 지하 도면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경로를 예측해 두었다. 내명부 지하 감옥의 경비를 평소의 절반 이하로 대폭 줄여서 놈이 아주 수월하게 폐황제 유종석의 독방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길을 열어준 것도 모두 이 황후의 은밀한 지시였지" "마... 마마! 어찌하여 그런 위험천만한 짓을...! 어찌하여 그 끔찍한 살귀들과 원수들을 제 발로 도망치게 살려 보내셨사옵니까!" 민혁이 애가 타는 듯 상처가 벌어지는 것도 잊은 채 침상에서 몸을 앞으로 숙이며 다급하게 물었다. 그의 눈에는 오직 주군의 안전에 대한 맹목적인 공포만이 서려 있었다. 쥐새끼는 구석에 몰렸을 때 가장 치명적으로 고양이를 무는 법 아무리 병력을 잃었다 한들 궐 바깥에는 아직 김태혁의 피에 굶주린 5백 명의 살수들이 숨죽여 대기하고 있었다. 시은은 찻잔을 내려놓고 피가 배어 나오는 민혁의 커다란 두 손을 자신의 가녀린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