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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형수님이 된 첫사랑

작가: 미미안
last update 게시일: 2026-11-03 21:43:13

구청 민원실은 이상하리만큼 평범했다.

옆 창구에서는 아이를 안은 부부가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아이가 칭얼거리자 남자가 익숙하게 품을 바꿔 안았고, 여자는 웃으며 서류를 마저 채웠다.

그 평범한 풍경 한가운데서 여울과 강건은 나란히 혼인신고서를 내밀었다.

“두 분 배우자 맞으시죠?”

강건이 먼저 답했다.

“네.”

여울은 아주 잠깐 그를 바라봤다.

연애하지 않았다. 좋아한다는 말도 없었다. 손 한 번 제대로 잡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부터 부부였다.

“……맞아요.”

탁.

도장이 찍혔다.

“처리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둘 다 아무 말이 없었다.

직원의 미소가 어색하게 굳었다.

밖으로 나온 여울은 접수증을 내려다봤다.

배우자 강건.

종이 한 장으로 가족이 생겼다.

한때는 십 년을 함께 살고도 끝내 가족이 되지 못했는데.

오늘은 몇 시간 만에 남편이 생겼다.

지독한 농담 같았다.

“진짜 해버렸네요.”

“후회합니까?”

“후회할 거였으면 서명 안 했어요.”

“다행이군요.”

강건이 그녀를 내려다봤다.

“첫날부터 이혼당할 뻔했으니까.”

여울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감정은 계약에 없잖아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강건의 시선이 잠깐 머물렀다.

“그건 조금 아쉽군요.”

여울이 고개를 돌렸다.

뭐가 아쉽다는 건지 묻기도 전에 강건은 이미 앞서 걷고 있었다.

마치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사람처럼.

차가 출발하자 강건이 태블릿을 넘기며 말했다.

“오늘 가족 모임이 있습니다.”

여울의 고개가 돌아갔다.

“……오늘이요?”

“네.”

“혼인신고한 지 한 시간도 안 됐어요.”

“그래서 더 늦출 이유가 없죠.”

여울은 어이가 없어 창밖을 봤다.

도시는 평소와 똑같았다.

신호가 바뀌고,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버스가 정류장에 멈췄다.

자기 인생만 오늘 하루에 너무 많이 바뀌었다.

한참 뒤 여울이 물었다.

“……변석진 상무도 와요?”

태블릿을 넘기던 강건의 손이 멈췄다.

아주 잠깐이었다.

“가족이니 오겠죠.”

여울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손끝이 차가워졌다.

강건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묻지 않았다.

딸깍.

히터 온도가 한 칸 올라갔다.

그게 전부였다.

여울은 말없이 손가락을 말아 쥐었다.

따뜻한 바람이 손등을 스쳤다.

이상하게 그제야 숨이 조금 내려갔다.

*

차가 멈췄다.

여울은 내리자마자 고개를 들었다.

높은 담장 너머로 태강가의 저택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밝게 켜진 창과 반듯한 정원, 지나치게 정돈된 진입로.

다섯 해 전.

석진이 자신을 버리고 들어간 세계였다.

그때 여울에게 남은 건 청첩장 한 장뿐이었다.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오늘은 달랐다.

강건의 아내가 되어 그 문 앞에 서 있었다.

“못 들어가겠습니까?”

옆에서 강건이 물었다.

“아뇨.”

여울은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올렸다.

“여기까지 왔는데요.”

강건이 먼저 걸음을 옮겼다.

여울은 그의 뒤를 따르지 않았다.

한 걸음 빨리 움직여 나란히 섰다.

강건이 곁눈질로 그녀를 한번 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직한 문이 열렸다.

따뜻한 조명이 길게 뻗은 다이닝룸을 비췄다.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변석진이었다.

그 옆에는 강솔이 앉아 있었다.

석진이 강솔의 말을 들으며 웃었다. 그녀 앞에 놓인 접시를 자연스럽게 당겨주고, 와인잔을 들었다.

익숙한 부부의 모습.

지독하게 자연스러웠다.

여울의 걸음이 아주 잠깐 멎었다.

한때 자신의 식탁에서도 저 남자는 저렇게 앉아 있었다.

그 생각은 거기서 잘랐다.

더는 필요 없었다.

강솔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오빠?”

그러다 강건 옆에 선 여울을 발견했다.

낯선 여자를 보는 눈이었다.

“근데 이분은 누구야?”

석진도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와인잔을 들고 있던 손이 그대로 멎었다.

시선이 맞닿았다.

“……여울아.”

그 이름이 식탁 한가운데 떨어졌다.

이번에는 강솔의 시선이 남편에게 돌아갔다.

“뭐야.”

석진을 한번 보고, 다시 여울을 봤다.

“둘이 알아?”

여울이 대답하기도 전에 강건이 반걸음 앞으로 나섰다.

“인사해.”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내 아내야.”

식탁의 공기가 단번에 얼어붙었다.

“……뭐?”

강솔의 표정이 굳었다.

강건은 아무렇지도 않게 의자를 빼 여울 앞에 놓았다.

“오늘 혼인신고 했어.”

탁.

석진의 와인잔이 테이블 위에 내려앉았다.

여울은 그제야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다섯 해 전 자신을 버리고 이 집안을 택한 남자.

한마디 설명도 없이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된 남자.

그리고 지금은,

그 남자의 형과 결혼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이상하게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

아니.

들지 않는 척하는 건 이제 아주 잘했다.

석진의 시선이 강건에서 여울로 천천히 움직였다.

입꼬리가 비틀렸다.

웃고 있었지만 눈은 서늘하게 굳어 있었다.

“그래?”

낮은 목소리.

여울의 얼굴에 시선이 박혔다.

“그럼 이제…….”

잠깐의 정적.

“형수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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