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86화 마지막 인사(2)다음 날 저녁. 영등포역 인근의 어두운 골목길.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노숙자들의 거리에 고급 세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고, 명품 코트를 입은 지안이 내렸다. 그녀의 비서와 경호원들이 주위를 경계하며 뒤를 따랐다.지안이 향한 곳은 무료 급식소 뒤편의 더러운 쓰레기 더미 옆이었다.그곳에 악취를 풍기며 낡은 박스를 덮고 누워 있는 사내가 있었다.강민우였다.그는 구치소에서 구속 정지로 풀려났다. 하지만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회사는 상장 폐지되어 공중분해 되었고, 사채
두 사람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채로 한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태경이 천천히 성기를 빼내자, 하얀 액체가 지안의 매끄러운 다리를 타고 질척하게 흘러내렸다.태경이 지안의 입술에 깊게 키스하며 속삭였다."다녀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지안은 상기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몸은 녹아내릴 듯이 노른해졌지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서늘했다.이제, 진짜 마지막 인사를 건넬 시간이었다.서울 구치소 접견실.차가운 아크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서유라가 걸어 들어왔다.불과 몇 주 전까지 서그룹의
85화 마지막 인사(1)차태경의 펜트하우스 침실.두꺼운 암막 커튼 사이로 흐릿한 아침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침대 위에는 뜯겨 나간 지안의 속옷과 헝클어진 이불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지안은 전신거울 앞에 서서 수트 재킷을 걸치려다 멈칫했다. 목덜미와 쇄골 라인을 따라 진하게 남은 붉은 울혈들이 선연했다."그렇게 가려봤자 다 티 나."뒤에서 들려온 낮고 거친 목소리.어느새 다가온 태경이 지안의 맨허리를 뒤에서 감싸 안았다. 단단하고 뜨거운 맨가슴이 지안의 등에 밀착되자, 지안은 저절로 몸을 잘게 떨었다."태경 씨, 옷
84화 몰락(2)강민우는 푸른색 수의를 입은 채 넋이 나간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가슴팍에 적힌 수인 번호 '4028'. 그것이 현재 그의 유일한 이름이었다.머리는 덥수룩하게 자랐고, 얼굴은 반쪽이 되어 있었다.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고, 손톱은 초조함에 다 물어뜯어 피가 맺혀 있었다."4028번. 접견."교도관의 무뚝뚝한 부름에 민우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유라인가? 아니, 유라 그 미친년도 옆 사동에 갇혀 있을 텐데. 그럼 변호사? 그래, 국선 변호사가 항소심 준비 때문에 온 걸 거야.'
83화 몰락(1)검찰청에서의 살벌한 대질심문이 끝난 지 일주일 후.서그룹의 오너 일가가 연루된 초대형 스캔들은 대한민국의 경제 경제 면을 도배하며 핵폭탄급 파장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파편의 한가운데, 가장 먼저 잿더미가 된 것은 바로 강민우의 벤처기업 '이노베이션 테크'였다.[속보] 한국거래소, '이노베이션 테크' 상장 폐지 최종 결정… 코스닥 퇴출 확정! [단독] 강민우 대표, 서그룹 횡령 공모 및 페이퍼 컴퍼니 설립 혐의로 구속 수감. 회사 부채만 500억 육박!오전 10시. 태경의 저택 거실.지안은 태블릿 PC에
82화 배신(2)대검찰청 제1종합조사실.넓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강민우와 서유라가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의 손목에는 여전히 무거운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서로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실내의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듯했다.검사가 가운데 앉아 서류를 펼쳤다."양측의 진술이 완전히 엇갈리고 있습니다. 강민우 피의자는 서유라 씨가 주범이라 주장하고, 서유라 피의자는 강민우 씨가 모든 것을 기획했다고 주장하네요. 자, 대면한 자리에서 확실하게 가려봅시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유라가 침을 튀기며 기선제압에 나섰다."강민우 이
24화 흔들림(1)서울 도심을 내려다보는 최고급 호텔의 최상층 펜트하우스 연회장.서그룹의 블루문 프로젝트 단독 수주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프라이빗 파티는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였다. 정재계 인사들과 서그룹의 핵심 임원들이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뿜어내는 열기는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뜨거워졌다.그리고 오늘, 이 화려한 무대의 완벽한 주인공은 단연 서지안이었다."서 본부장, 아니, 이제 부사장 승진도 머지않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정말 대단합니다." "하하, 맞습니다. 그 깐깐한 국토부 심사위원들의 기립박수를 끌어내다니요.
"벌써 이렇게 젖어서 물을 흘리고 있군. 강민우 밟아버린 쾌감이 여기로 다 몰렸나 봐?"태경이 비스듬히 조소하며 긴 손가락 두 개를 지안의 젖은 계곡 사이로 푹 찔러 넣었다.찌걱-!"아아악-!"예고 없는 침입에 지안이 허리를 활처럼 튕기며 비명을 질렀다. 좁고 뜨거운 내벽이 태경의 손가락을 미친 듯이 물고 늘어졌다."하아…… 씹, 엄청 조이네. 복수할 때 쓰던 독기는 어디 가고, 내 밑에서는 이렇게 천박하게 울어대고.""아앗! 하앙! 그런 말…… 흣! 아, 태경 씨, 손가락…… 더, 더 깊이……!"지안이 눈물이 맺힌 눈
22화 완벽한 승리(1)오후 2시. 국토교통부 대강당.블루문 프로젝트 최종 사업자 선정을 위한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이 진행 중이었다. 단상은 고요했지만, 장내를 채운 수백 명의 관계자들 사이에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맴돌았다.서그룹 전략기획본부장 서지안. 그녀는 단상 중앙에 서서 레이저 포인터로 대형 스크린을 가리키며 완벽한 브리핑을 이어가고 있었다."서그룹 컨소시엄은 이번 블루문 프로젝트의 핵심인 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위해, 기존 설계안에서 탄소 배출량을 30% 이상 절감하는 신공법을 도입했습니다. 또한……."막힘없는 지안
21화 악몽(2)지안은 태경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남은 눈물을 닦아냈다."태경 씨……."지안이 고개를 들어 태경을 올려다보았다. 젖은 눈망울과 발갛게 달아오른 뺨, 그리고 아까 긁어서 살짝 붉어진 목덜미.그 처연하고도 애처로운 모습에 태경의 심장 한구석이 낯설게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지금껏 살아오며 누군가에게 동정이나 유대감 따위는 느껴본 적 없는 그였다. 하지만 품 안에서 파들파들 떠는 이 여자를 볼 때마다, 이성이 마비되고 짐승 같은 보호 본능이 끓어올랐다.지안 역시 마찬가지였다.악몽의 냉기에서 벗어나자, 태경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