مشاركة

18.비밀은 없어

مؤلف: 지호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7-31 07:31:11

시간은 흘러 어느덧 지호와 만난 지 1년이 흘렀다.

봄기운이 완연한 오후, 캠퍼스 안은 평소보다 한적했다.

수업을 마친 지호는 강의실을 나서는 내내 휴대전화를 든 손에 땀이 차는 걸 느꼈다.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조금 남아 있었지만, 벌써 심장이 콩닥거렸다.

복잡한 감정으로 얽혀 있던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이제는 망설임 없이 휘웅에게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문 근처에 다다르자,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연청 데님 셔츠에 짙은 청바지를 맞춰 입은 남자가 느긋한 걸음으로 캠퍼스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큰 키와 넓은 어깨는 멀리서도 단번에 눈에 띄었다. 오후 햇살을 받은 얼굴선은 유난히 또렷했고, 무심하게 걷는 모습마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휘웅이 지나갈 때마다 학생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여학생들이 슬쩍 고개를 돌렸고, 벤치에 앉아 있던 학생들도 한 번쯤은 뒤를 돌아봤다.

“누구야?”

“우리 학교 사람 아니지?”

작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지호는 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휘웅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상 사람 같았다. 잘생기고, 다정하고,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사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돌아보는 남자가 지금 자신을 만나러 왔다.

그리고 잠시 후면, 자신과 함께 밥을 먹고 웃고 떠들며 하루를 보낼 사람이었다.

'저 남자가 내 남자친구야.'

속으로 생각하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간질간질해졌다.

유치하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어깨가 조금 펴졌다.

그때, 휘웅이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지호를 발견했다.

무표정하던 얼굴에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

주변의 시선 따위는 처음부터 보이지 않았다는 듯, 그는 곧장 지호에게 걸어왔다.

지호 역시 더는 가만히 서 있을 수 없었다.

활짝 웃으며 그의 앞으로 달려갔다.

“오래 기다렸어요?”

숨이 살짝 차오른 채 묻자, 휘웅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방금 왔어.”

그는 자연스럽게 지호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오늘 수업 늦게 끝났어?”

“네. 교수님 질문이 너무 많으셔서요.”

둘은 학교 안쪽 벤치로 향했다.

나란히 앉자마자 지호는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늘 있었던 수업 이야기, 친구들과 먹은 점심 이야기, 최근 시작된 단편 드라마 제작 이야기까지.

“아, 오늘 진짜 웃겼다니까요.”

지호가 깔깔 웃었다.

“선배들이랑 회의하는데 외국인 교수님이 갑자기 '저는 연어를 좋아합니다' 이러시는 거예요.”

휘웅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그래서 다들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니까요.”

지호는 교수 흉내까지 내며 웃다가 휘웅의 팔을 장난스럽게 쳤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했을 행동이었다.

한마디를 꺼내는 것도 조심스럽고,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어려웠던 자신이었는데.

언제부턴가 휘웅 앞에서는 웃음이 많아졌다.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괜히 장난을 치기도 하고, 시시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했다.

“오빠는 왜 그렇게 말이 없어요?”

“듣고 있잖아.”

휘웅이 지호를 바라보며 웃었다.

“네 얘기 듣는 거 재밌는데.”

너무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에 지호의 귀가 금세 빨개졌다.

“그런 말 아무렇지 않게 하지 마세요.”

“왜?”

“...몰라요.”

지호가 괜히 시선을 돌리자 휘웅이 낮게 웃었다.

봄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렸다.

지호는 문득 깨달았다.

강의가 끝나면 가장 먼저 보고 싶은 사람. 별것 아닌 일도 제일 먼저 들려주고 싶은 사람. 아무 이유 없이 옆에 있고 싶은 사람.

어쩌면 사랑이라는 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조금씩 자라는 건지도 몰랐다.

해가 완전히 저물 무렵, 두 사람은 학교 근처의 오래된 떡볶이집으로 향했다.

작은 분식집 안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어묵 국물 냄새와 매콤한 양념 냄새가 가게 안을 가득 채웠다.

지호는 평소처럼 재잘거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목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포크로 떡볶이를 괜히 뒤적이던 지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오빠.”

“응?”

“나... 오빠한테 진작 말했어야 했는데.”

휘웅의 시선이 천천히 지호에게 향했다.

지호는 한참 동안 입술만 깨물다가 어렵게 말을 이었다.

“이거 다 먹고, 내 얘기 좀 들어줄래요?”

평소보다 훨씬 조용한 목소리였다.

휘웅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지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한마디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

식당을 나왔을 때는 어느새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둘은 자연스럽게 한강 쪽으로 걸었다.

강바람이 차갑게 볼을 스쳤다.

커플들이 삼삼오오 벤치에 앉아 있었고, 멀리서는 자전거 벨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휘웅은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지호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옆을 걸었다.

한참을 걷던 지호가 마침내 발걸음을 멈췄다.

강물 위로 도시의 불빛이 반짝였다.

지호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사실은... 저번에 엄마 병원에 갑자기 실려 갔던 날 있잖아요.”

작게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날 엄마 아빠가 이혼 얘기 때문에 크게 싸웠어요.”

휘웅은 아무 말 없이 지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결국... 이혼하게 됐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지호는 강물을 바라본 채 겨우 말을 이어갔다.

“아빠가 다른 여자랑 외도를 했대요.”

휘웅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

“그 사람이... 여배우 송경숙이에요.”

한 문장을 내뱉을 때마다 목이 메었다.

지호는 애써 웃으려 했지만, 목소리는 점점 떨려왔다.

“...”

“그리고 아직 이혼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데, 두 사람은 결혼식까지 올렸어요.”

차갑게 식은 손끝이 떨렸다.

휘웅은 말없이 지호의 손을 감쌌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그 온기에 기대어 지호는 계속 이야기했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제대로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

텅 빈 집과 병실 냄새, 밤새 혼자 울던 시간들.

휘웅은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놓지 않았다.

이야기가 끝났을 때쯤, 지호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휘웅은 천천히 그녀를 품에 안았다.

넓은 어깨와 익숙한 향이 지호를 감쌌다.

지호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지호가 겨우 진정해 고개를 들었다.

“미안해요.”

휘웅이 고개를 저었다.

“왜 미안해.”

“괜히 분위기 망쳤잖아요.”

그 말에 휘웅이 지호의 눈가를 손끝으로 닦아주었다.

“다 괜찮아.”

낮고 다정한 목소리였다.

“지호는 혼자가 아니잖아.”

그 말에 지호는 또다시 울컥했다.

그녀는 말없이 휘웅의 품에 다시 안겼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부르르.

휘웅의 주머니 안에서 진동이 울렸다.

한 번이었다.

휘웅은 못 들은 척 지호의 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잠시 뒤.

부르르.

다시 진동이 울렸다.

이번에는 조금 길었다.

지호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전화 안 받아도 돼요?”

“...괜찮아.”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낮았다.

진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 번호로 몇 차례 더 전화가 걸려왔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보며 웃고 있던 얼굴이 서서히 굳어지는 게 보였다.

마침내 진동이 멈췄다.

곧이어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휘웅은 한동안 휴대폰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 천천히 지호를 품에서 떼어내고 화면을 확인했다.

순간,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미안해.”

“무슨 일이에요?”

휘웅은 잠시 망설이다가 길가로 나가 택시를 세웠다.

“오늘은 집까지 못 데려다줄 것 같아.”

갑작스러운 말에 지호가 눈을 깜빡였다.

“갑자기요?”

“응. 급한 일이 생겼어.”

휘웅은 대답 대신 지호의 손을 꼭 잡았다.

“...미안.”

지호는 더 묻지 못했다.

무슨 일인지는 몰랐지만, 휘웅의 얼굴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휘웅은 택시 문을 열어 지호를 먼저 태웠다.

그리고 몸을 숙여 안전벨트를 채워 주었다.

평소처럼 다정한 손길이었지만, 어딘가 조급함이 묻어 있었다.

“도착하면 연락해.”

“오빠도요.”

휘웅은 대답 대신 지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택시 문이 닫히고 차가 천천히 출발했다.

지호는 창문 너머로 휘웅을 바라봤다.

가로등 아래 홀로 선 그의 모습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잠시 후.

택시가 모퉁이를 돌기 직전, 휘웅은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댄 채 어둠 속으로 빠르게 걸어 들어갔다.

استمر في قراءة هذا الكتاب مجانا
امسح الكود لتنزيل التطبيق

أحدث فصل

  • 첫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20.평소와 다름없이

    장례식이 끝난 뒤에도 지호와 휘웅의 사이는 겉으로 보기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여전히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을 주고받았고, 시간이 맞으면 함께 밥을 먹었다.지호는 학교에서 있었던 시시한 일들을 쉴 새 없이 떠들었고, 휘웅은 늘 그랬듯 말없이 듣다가 가끔 짧게 웃었다.누가 봐도 평범한 연인의 모습이었다.달라진 것이 있다면 단 하나, 휘웅의 휴대전화가 이전보다 훨씬 자주 울리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처음엔 지호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형의 장례와 관련된 일들이 아직 끝

  • 첫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19.낯선 온기

    한강에서 속마음을 다 쏟아낸 그날 이후, 봄이 무르익어 가는 동안에도 지호의 시간은 이상하리만큼 느리게 흘렀다.그날 이후로, 휘웅과는 제대로 얼굴을 보지 못했다.연락이 끊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휘웅은 틈날 때마다 짧게 메시지를 남겼다.[밥 먹었어?][오늘 날씨 좋더라.][집 갈 때 조심하고.]

  • 첫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18.비밀은 없어

    시간은 흘러 어느덧 지호와 만난 지 1년이 흘렀다.봄기운이 완연한 오후, 캠퍼스 안은 평소보다 한적했다.수업을 마친 지호는 강의실을 나서는 내내 휴대전화를 든 손에 땀이 차는 걸 느꼈다.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조금 남아 있었지만, 벌써 심장이 콩닥거렸다.복잡한 감정으로 얽혀 있던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이제는 망설임 없이 휘웅에게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정문 근처에 다다르자,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연청 데님 셔츠에 짙은 청바지를 맞춰 입은 남자가 느긋한 걸음

  • 첫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17.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마스이브의 명동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화려했다.거리 곳곳에 걸린 전구들이 반짝였고, 쇼윈도마다 커다란 리본과 금빛 장식들이 빼곡했다.광장 한가운데에는 사람 키의 몇 배는 되는 거대한 트리가 세워져 있었고, 캐럴 소리가 겨울 공기를 타고 천천히 번져 나갔다.지호는 명동성당 앞 난간에 기대 선 채 목도리를 코끝까지 끌어올렸다.입김이 하얗게 흩어졌다.원래는 네 사람이 함께하기로 한 자리였다.

  • 첫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16. 헷갈리게 하지 마

    캠핑장에서 돌아온 날 밤, 지호는 평소보다 훨씬 일찍 침대에 누웠다.며칠째 이어진 병간호와 낯선 환경 때문이었는지, 몸은 녹초가 되어 있었다. 따뜻한 이불을 끌어당겼는데도 어딘가 으슬으슬했다.눈을 감자마자 잠은 금세 쏟아졌다.그런데 이상했다.분명 피곤해서 쓰러지듯 잠들었는데, 꿈속은 이상할 만큼 선명했다.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 첫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15.기억나지 않는 밤

    다음 날 아침, 지호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지끈거리는 숙취와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이었다.낯선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아니, 정확히는 낯설지 않은 천장이었다. 어젯밤 유진과 함께 텐트에 들어와 잠들었던 기억은 어렴풋하게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뒤의 기억이 통째로 잘려 나간 것처럼 흐릿했다.지호는 눈을 감은 채 이마를 꾹 눌렀다.머리가 무거웠다.텐트 천 사이로 스며드는 겨울 아침 공기가 차갑게 뺨을 스쳤다. 멀리서 새 우는 소리와 누군가 장작을 정리하

فصول أخرى
استكشاف وقراءة روايات جيدة مجانية
الوصول المجاني إلى عدد كبير من الروايات الجيدة على تطبيق GoodNovel. تنزيل الكتب التي تحبها وقراءتها كلما وأينما أردت
اقرأ الكتب مجانا في التطبيق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