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다시 폐창고.
지안과 율, 그리고 시우의 삼자대면이 이어졌다.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율은 지안의 결연한 눈빛을 읽고 침착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지안아!! 저 새끼는 내가 상대할게. 넌 윤 시우랑 일 봐.”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한 율의 배려에 지안은 옅은 미소를 띠었다. 피식- “고맙다. 율아.” 지안은 바닥에 쓰러져 있던 시우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저벅- 저벅- 지안은 상의를 탈의한 채 떨고 있는 시우를 내려다보다가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에게 무심하게 던졌다. “입어라. 그 꼴로 너랑 마주하기 싫으니까.”“지안이가 그러더라. 쥐새끼도 도망갈 구멍은 있어야 재밌다고.” 율이 한 걸음 다가서자 서희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율의 목소리는 낮고 낮았지만 창고 전체를 압도하는 무게감이 있었다. “대신 오늘부터 똑똑히 지켜봐. 네가 가진 그 알량한 권력들이 어떻게 하나씩 썩어 문드러지는지. 그리고 한 비서가 깨어나는 날.” 율의 입술 끝이 비릿하게 올라갔다. “그날이 네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날이 될 거야.” 율은 그대로 뒤를 돌아 창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서희는 차가운 창고 바닥에 주저앉아 멀어지는 율의 뒷모습을 보며 이를 갈았다.하지만 전신을 휘감는 원초적인 공포에 몸은 이미 덜덜 떨리고 있었다. ***병원 복도는 새벽 특유의 가라앉고 서늘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기계음만이 정적을 깨뜨리는 가운데 수술실의 붉은 등은 마치 멈추지 않는 상처처럼 복도 바닥을 길게 물들이고 있었다.복도 끝에서 급박한 구두 소리가 정적을 깼다.율에게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온 보롬이 지안의 앞에 멈춰 섰다. “선배… 지안 선배! 별이는요? 수술 들어갔다는 말만 듣고 왔는데, 별이 지금 어때요?” 보롬의 목소리는 이미 눈물에 젖어 있었다.지안은 대답 대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뿐이었다.별이가 그 끊어진 사원증을 쥐고 나타났을 때의 그 참혹한 모습이 자꾸만 눈앞을 가려 지안은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말 좀 해봐요, 선배… 별이, 괜찮은 거죠? 별이 그렇게 강한 애니까… 금방 털고
준휘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지안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준휘를 쏘아보았다.서희가 그토록 갈구했던 남자, 그리고 그 집착 때문에 별이가 피를 흘리게 만든 장본인.지안의 눈에 서린 건 혐오에 가까운 증오였다. “형이 수습하려고 들지 마. 이번엔 절대 그냥 안 넘어가. 강서희가 저지른 짓, 내가 내 방식대로 되돌려줄 거니까.” 지안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선언은 명확했다.후계 싸움이고 뭐고 이번 일을 빌미로 준휘를 아예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위협이었다. “한 번만 더 내 눈앞에 나타나서 상황 덮으려고 들면… 내가 가진 모든 걸 동원해서 형부터 무너뜨려 버릴 거야.” 지안의 서늘한 눈동자가 준휘의 시선을 짓눌렀다. “그동안은 돌아가신 큰아버지 봐서라도 선은 안 넘으려고 했어. 형이 형편없이 굴어도 그게 내 마지막 예우였으니까. 근데 이제 그딴 거 없어. 내 눈엔 형도 그냥 강서희랑 똑같은 공범일 뿐이야.” 준휘는 반박할 수 없었다.중학교 시절부터 지안을 발밑에 두려 했던 오만함도, 천지그룹의 적통이라는 자부심도, 자신과 한배를 탔던 강서희가 별이를 사지로 몰았다는 사실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결국 서희의 폭주를 방치한 건 자신의 방심이었고 그것이 자신이 연모하던 별이의 생명을 갉아먹었다는 자책감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준휘를 베어냈다.준휘는 벽에 몸을 기댄 채, 처음으로 지안 앞에서 처참하게 고개를 숙였다. “…알아. 수습하러 온 거 아니야. 수습할 수도 없는 일이고.” 준휘가 억지로 마른 침을 삼키며 비릿한 갈증을 삼켰다.
“안 돼!!” 지안의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6년 전처럼 또다시 눈앞에서 소중한 것을 잃을 수는 없었다.지안이 제 몸이 부서지는 것조차 잊은 채 바닥을 박차고 서희를 향해 몸을 날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챙그랑—!정적을 찢어발기는 굉음과 함께 머리 위 환기구 창문이 박살 났다.깨진 유리 파편들이 달빛을 머금고 사방으로 흩날렸고 그 파편의 비를 뚫고 검은 그림자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지안이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창고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차가운 살기로 치환되었다. “강서희, 멈춰!” 낮게 깔리는 단호한 명령과 함께 별이의 숨통을 조이려던 서희의 손목을 억센 손길이 낚아챘다. 율의 조직원들이었다.그들은 지안의 신호 따위는 기다리지 않았다.오직 제 주인의 명령에 따라 상황이 임계점에 도달하자마자 기계적으로 개입해 판을 짓눌러버렸다. “아악! 놓으라고! 이거 놔! 죽여버릴 거야, 다 죽여버릴 거라고!” 서희가 짐승 같은 비명을 지르며 발악했지만 이미 건장한 사내들이 그녀의 팔다리를 무자비하게 꺾어 시멘트 바닥에 메친 뒤였다.바닥에 처박힌 서희의 얼굴 위로 먼지가 내려앉았고 광기에 번들거리던 눈동자는 경악과 수치심으로 일그러졌다.그 난장판 속에서 지안은 구르듯 별이에게 달려갔다.지안의 시야는 온통 결박된 채 창백하게 질린 별이로 가득 찼다.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별이를 의자째로 감싸 안았다. “별아, 한별...!” 지안의 목소리는 형편없이 갈라져 있었다.
지안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서렸다. 준휘였다.그 역시 평소의 여유로운 모습은 간데없이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친 채 창고 안쪽을 살피고 있었다.지안을 발견한 준휘의 미간이 깊게 일그러졌다. “천지안, 네가 왜 여길…” “별이 어디 있어. 형이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지안이 쏘아붙이며 다가갔다.준휘는 서희가 저지른 미친 짓을 수습하기 위해 혹은 그 뒤틀린 집착의 끝을 막기 위해 이곳으로 달려온 듯했다.준휘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서희가 기어이 사고를 쳤더군. 강 회장 쪽 라인으로 위치 따서 온 거니까 넌 나서지마. 내가 알아서 수습할 테니까.” 준휘의 말에 지안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빗줄기보다 더 서늘한 냉소가 지안의 입가에 머물렀다. “수습? 별이가 저 안에서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형한테 맡기라고?” 지안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그는 준휘를 벌레 보듯 밀쳐내며 창고 문을 향해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준휘 역시 지안을 막아서는 대신, 죄책감과 당혹감이 뒤섞인 복잡한 눈빛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콰앙—!철문이 비명 같은 굉음을 내며 열리고 지안이 창고 안으로 들이닥쳤다.그런데 지안의 바로 뒤, 서늘한 그림자 하나가 더 따라붙었다.칼날을 만지작거리며 지안의 절망을 감상할 준비를 하던 서희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떠졌다. “…준휘 오빠?” 칼을 쥔 서희의 손등이 파르르 떨렸다.지안에게 분명 혼자 오라고 못 박았고 이 장소는 아무
지안의 안색이 순식간에 귀신처럼 창백해졌다.26세의 냉철한 이성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순간 지안의 휴대폰으로 발신번호 표시 제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 “여보세요? 부총지배인님? 지금쯤이면 사라진 비서님 찾느라 아주 정신이 없겠네?” “강서희.” 지안의 목소리에서 핏기가 완전히 가셨다. - “어머, 목소리 무서워라. 지금 네 개인 메일로 아주 재미있는 사진 하나 보냈는데, 확인해 봐.” 지안이 확인한 메일함에는 어두운 차 안 입이 테이프로 막힌 채 겁에 질린 별이의 사진이 있었다. - “한 비서, 지금 내 옆에서 아주 벌벌 떨고 있어. 부총이 우리 아버지 장부로 장난질만 안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장부 들고 혼자 와. 장소는 문자로 보낼게.” 뚝, 전화가 끊겼다. 지안은 박살 낼 듯 휴대폰을 움켜쥐었다. 지안은 아무 말 없이 책상 위의 장부 가방을 낚아채듯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은 채 핏발이 서 있었고 전신에서는 6년 전 망나니 시절보다 훨씬 더 서늘하고 살벌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지안아!” 율이 불렀지만 지안은 들리지 않는 듯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쾅, 문이 부서질 듯 닫히는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율은 지안이 나간 문을 잠시 응시하다가 곧바로 책상 위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지안이 시키지 않아도 율은 이미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그의 눈빛 역시 친구의 분노에 동조하듯 차갑게 가라앉았다. “
“별아, 오늘 저녁에 간만에 데이트 좀 할까? 내가 근사한 곳 예약해 뒀는데.” 지안이 서류를 덮으며 살짝 미소 띤 얼굴로 물었다.6개월간의 피 말리는 일정을 마치고 비자금 장부까지 손에 넣은 참이었다.이제 별이와 오붓하게 승전보를 나누고 싶었다.하지만 돌아온 별이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어… 지안 선배, 정말 미안해요. 어쩌죠? 저 오늘 보롬이랑 선약이 있어서요.보롬이가 안 좋은 일이 있다고 꼭 좀 와달라고 해서 일찍 퇴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보롬이랑?” 별이가 안절부절못하며 지안의 눈치를 살폈다. 지안의 눈썹이 살짝 꿈틀했다.6개월 만에 공들여 잡은 데이트가 친구와의 약속에 밀리다니.지안의 미간이 좁아지는 걸 본 별이가 얼른 그의 책상 앞으로 다가와 지안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많이 기다렸을 텐데 정말 미안해요. 오늘 지안 씨 진짜 고생 많았잖아요. 내일은 제가 지안 씨 좋아하는 거 다 해줄게요. 알았죠?” 지안은 별이의 다정한 위로에 결국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후다닥 가방을 챙기면서도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던 별이가 집무실을 나갔다. 지안은 허탈한 듯 헛웃음을 삼켰다. “누구는 목숨 걸고 장부 따왔더니… 하, 내가 보롬이한테 밀리다니.” 지안은 투덜대면서도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는 곧장 자켓을 챙겨 들고 휴대폰을 꺼내 율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율아. 지금 회사지?” - “응. 아직 서류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