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099현장대장이 보호구역으로 찾아왔다. 0팀이 그를 맞이했다.현장대장은 자료를 넘기며 강조했다.“다시 말하지만 일반, 구조, 전투 길드원들은 통제망의 실체를 몰랐습니다. 알고 있는 건 소수의 윗선뿐입니다.”준우는 그걸 믿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으나, 우선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봉투로 시선을 내렸다.0팀은 곧바로 자료를 확인했다.
116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과거 성심 통제망의 잔여 오염이었다.준우가 곧바로 단검을 쥐고 나서려 하자, 재범이 그의 어깨를 잡고 멈춰 세웠다.“아까 브리핑한 거 벌써 잊었어?”“아, 맞다. 몸이 먼저 나갔네.”준우는 숨을 가다듬고 차례를 기다렸다.팀은 브리핑대로 민간인 대피부터 시작해 제압과 정화를 순서대로 수행했다.덕분에 폭주자는 이성을 잃지 않은 상태로 멀쩡히 의료진에게 들려갔다.이전과 완전히 다르고 명확해진 제압 절차에 준우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도 여태까지 안 했다고? 미치겠군.’준우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그때 그는 불에 타서 뼈와 근육만 남아 있었다.
115몇 달간은 서로 떨어진 채 바쁜 시간을 보냈다.광고 모델로 일하거나 막노동, 알바로 번 돈을 차근차근 모았다. 그렇게 넷이 모은 자금으로 겨우 리모델링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마침내 이들은 컨테이너 박스 정리를 시작했다.우선 준우가 박스를 정화하고 재범이 박스를 모았다. 혜진이 박스 내부 벽을 잘라 큰 공간을 확보했고, 전기와 수도는 기사를 불러서 마련했다.채은은 재빠르게 방들을 꾸몄으며, 각각 장비와 자신들의 물건을 올려둘 곳 역시 마련했다.준우는 자신의 책상 서랍에 카페 쿠폰과 생체에너지 보충제를 넣었다.책장 위에는 책 몇 권과 피규어 몇 개를 대충 놓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각자의 책상을 둘러보니 고스란히 취향이 드러났다.재범의 자리는 칼같이 각이 잡혀 있었고, 혜진은 카메라나 렌즈가 많았으며, 채은은 아기자기하고 분홍빛이 돌았다.현수는 경찰 형사 같은 책상이었고, 승아는 이전에 봤던 책상 모습과
1140팀은 카페에서 길드의 조건을 정하기로 했다.다만 이들은 예약실을 따로 잡아야 했다.이전에 일반 테이블에 앉았다가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인과 사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어딘가 비공식 연예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안 되겠다. 다음번에는 예약실을 잡자.”그렇게 해서 들어온 예약실이었다.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대화하고 토론한 끝에, 이들은 다음 조건들을 정리해 냈다.- 비영리 운영- 폭주자 구금 권한 없음- 정화와 구조만 담당- 출동 기록과 회계 공개- 피해자 신병은 의료/복지기관에 인계- 관리청의 부당
113추가적으로 새로운 폭주 대응 체계가 발표되었다.- 관리청과 경찰청의 상층부 교체- 경찰, 소방, 의료진, 능력자 합동 출동 강제- 현장 지휘관에게 긴급 판단 권한 부여- 약물 및 원격 조종 여부 우선 검사- 폭주자를 우선 구조 대상으로 분류- 정화 가능성 확인 전 사살 금지- 대응 기록 외부 감사- 피해자 가족과 의료진의 이의제기 절차 마련현수는 신설된 폭주대응본부의 현장지휘관 자리를 제안받았다.준우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이 정도 변화면 나름 개선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김진서
112며칠 뒤, 국회의사당.성심과 경찰청, 능력자관리청의 결착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되었다.증인으로는 현수와 승아, 의료진, 성심 현장대장, 구조된 능력자들이 나와 차례로 증언했다.현수는 차분하지만 단단한 어조로 말했다.“저는 현장 보고를 꾸준히 올렸습니다. 하지만 경찰청은 성심의 자료만 받아들이고 제 보고는 무시했습니다.”승아는 시선을 내리깐 채 말을 이어갔다.“절대로 성심 전체가 알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상층부, 그중에서도 소수만이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구조된 능력자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준우 님 아니었으면 저희는 전부 폭주해서 괴물이 되거나 버려져 죽었을 겁니다.”마지막 순서로 준우가 증언대에 섰다.준우는 제도에 대한 비판 대신 자신이 직접
111김진서의 체포가 확정되자, 정부는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자신들은 다르다는 외침이었다.어찌 보면 손바닥 뒤집기였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자신들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상징성을 지우기 위함이었다.경찰 특수본은 성심 길드는 물론 능력자관리청과 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특수본에 들어간 현수와 경찰 실무자들 역시 제0관제센터를 공식 압수수색하고 모든 기록을 확보했다.체포된 일부를 제외한 성심 현장대원들은 피해자 구조에 참여했다.그 수가 워낙 많아 성심 전체가 달라붙어도 힘에 부쳤다.준우는 정화의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휘청였지만, 곁으로 다가온 혜진의 어깨를 빌려 겨우 걸음을 옮겼다.관제센터를 벗어나 바깥으로 나오니 이미 수많은 카메라와 생존자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준우는 시선을 내리깐 채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기자 중 하나가 마이크를 밀어 넣으며 급하게 물었다.
019산길을 수 차례 돌아 들어간 끝에야 차가 멈춰 섰다. 사방이 가파른 능선으로 가로막혀 지도상으론 그저 험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은밀한 은거지나 비밀 시설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정면에는 'OOO 연구원'이라는 투박한 현판이 대놓고 걸려 있었다. 오히려 너무 당당해서 더 이질적인 광경이었다.차 문을 열고 내리던 채은이 미간을 좁혔다. 건물 외벽은 이미 세월에 깎여 나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그녀의 감각은 전혀 다른 신호를 읽어내고 있었다.“이상해. 왜 아직도 전력이 흐르고 있지?”“전력?”혜진이 되물으며
018소독차 냄새가 밴 공기는 이제 폐 깊숙한 곳까지 익숙하게 스며들었다. 준우는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무심하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이 정도면 집을 병실로 옮기는 게 아니라, 병실을 집으로 등기 이전해야 할 수준이었다. 창밖으로 저무는 노을이 병실 안쪽까지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병상 한편에는 재범과 채은, 혜진이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앉아 저마다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맞은편, 현수만이 유일하게 노트북 화면의 푸르스름한 빛에 얼굴을 파묻은 채 손가락을 바삐 움직였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규칙
017서울의 외곽, 간판조차 없는 건물의 지하 연구소. 낮은 웅성거림이 가득한 공기 속으로 날 선 대화가 섞여 들었다. 모니터 속에서는 준우가 움직이는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결국, 저놈을 확보해야 한단 소리군.”연구원 한 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화면 속 준우의 몸짓 하나하나를 뜯어보던 다른 연구원이 건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저 친구의 정화 능력만 있으면 약의 결함을 억제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소거할 수 있어. 이론상으론 완벽해지겠지.”“협력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이는데. 난감하군.”“그럼 협력하게 만
016집을 나선 준우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번에 쓰러지면 다시는 관리청의 의료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경고가 귓가를 맴돌았지만, 그건 나중 일이었다. 지금 제 발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영원히 괜찮지 않을 것 같다는 직감이 그를 움직였다.현수는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