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토요일 오전 10시 34분.은서율은 침실 화장대 앞에서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연한 장밋빛 립스틱을 바른 뒤 거울을 확인하고, 머리카락을 느슨하게 묶었다.오늘은 최태혁과 약속한 승부가 있는 날이었다.먼저 웃는 사람이 지는 게임.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우스운 말을 하거나 표정을 흉내 낼 생각이 없었다.서율은 작은 종이봉투를 들고 거실로 내려갔다.태혁은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주인님.”“응?”“준비되셨어요?”태혁이 책을 덮었다.“벌써 시작이야?”“네. 오늘은 제가 먼저 도전할게요.”“방법이 다르다며.”서율은 봉투를 흔들었다.“오늘은 상대방이 시키는 행동을 하면서 웃음을 참는 거예요.”태혁이 눈썹을 올렸다.“시키는 행동?”“네. 하기 싫은 건 거절할 수 있고요. 먼저 웃으면 지는 거예요.”“좋아.”서율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주인님, 오늘은 정말 각오하세요.”오전 11시 02분.서율은 테이블 위에 종이 세 장을 펼쳤다.첫 번째에는 ‘상대방 칭찬하기’.두 번째에는 ‘상대방 흉내 내기’.세 번째에는 ‘평소 하지 않던 말 하기’라고 적혀 있었다.태혁은 첫 번째 종이를 집었다.“칭찬하기부터?”“네. 주인님이 먼저요.”태혁은 서율을 똑바로 바라봤다.“오늘 예쁘네.”서율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매일 하시잖아요.”“매일 예쁘니까.”서율의 입꼬리가 움찔했다.태혁이 바로 지적했다.“은서율. 웃을 뻔했지?”“아니거든요.”“그럼 네 차례.”서율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주인님은요.”“응.”“평소에 굉장히 멋있으신데 가끔 너무 진지하셔서 귀여우세요.”태혁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고맙습니다.”서율은 눈을 가늘게 떴다.“주인님, 너무 잘 참으시는데요?”“아직 시작이잖아.”오후 1시 16분.점심을 먹은 뒤 두 사람은 두 번째 종이를 펼쳤다.‘상대방 흉내 내기.’서율은 자신만만하게 일어났다.“제가 먼저 할게요.”그녀는 팔짱을 끼고 태혁을 똑바로 바라봤다.그리고 목소리를 낮췄다.“은서
금요일 오전 9시 17분.은서율은 작업실에서 원고를 정리하다가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했다.최태혁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서율아. 오늘 오후 일정 취소됐어.서율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무슨 일 있으세요, 주인님?아니. 자문사 쪽에서 다음 주로 미루자고 하네.그럼 오늘 일찍 오세요.벌써 집인데?서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 순간 작업실 문이 열렸다.“은서율 작가님.”태혁이 문틀에 기대어 서 있었다.“주인님! 언제 오셨어요?”“10분 전.”“말씀하시지.”“일하고 있길래.”서율은 자리에서 일어나 남편에게 다가갔다.“그럼 오늘 하루 쉬시는 거예요?”“응. 생각지도 못한 휴가네.”서율은 그의 팔을 잡았다.“그럼 저도 오늘 일찍 끝낼래요.”태혁이 웃었다.“원고는?”“오전 분량은 다 썼어요.”“그럼 점심부터 같이 보내자.”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주인님.”오후 12시 36분.두 사람은 집 근처의 작은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서율은 크림색 블라우스에 짙은 갈색 플리츠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목에는 가느다란 금색 목걸이를 걸었다.태혁은 그녀를 바라보다 말했다.“오늘 예쁘게 입었네.”“주인님이랑 데이트하잖아요.”“갑자기 잡힌 약속인데도?”“그럴수록 더 좋죠.”서율은 와인잔 대신 탄산수를 들어 올렸다.“주인님의 뜻밖의 휴가를 축하합니다.”태혁도 잔을 들었다.“은서율 작가님의 뜻밖의 조기 퇴근도.”두 사람은 잔을 가볍게 부딪쳤다.식사를 마칠 무렵 태혁이 물었다.“오후에 하고 싶은 거 있어?”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주인님, 오늘은 제가 계획해도 돼요?”“물론이지.”“대신 목적지는 비밀이에요.”태혁은 웃었다.“또 나한테 기다리라는 거야?”“네. 오늘은 제가 모실게요.”오후 2시 08분.서율이 태혁을 데려간 곳은 도심의 작은 실내 양궁장이었다.태혁은 간판을 올려다봤다.“양궁?”“네. 예전에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그걸 기억했어?”“당연하죠.”두 사람은 안
목요일 오전 8시 46분.은서율은 주방에서 커피를 내리다가 거실 쪽을 바라봤다.최태혁은 식탁에 앉아 태블릿 화면을 확인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아침부터 농담 한마디쯤 건넸을 텐데 오늘은 유난히 조용했다.“주인님, 무슨 일 있으세요?”“아니. 괜찮아.”서율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어젯밤 태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내가 괜찮다고 말해도 가끔은 한 번 더 물어봐 줘.서율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정말 괜찮으세요?”태혁이 화면에서 눈을 뗐다.“왜?”“어제 저한테 한 번 더 물어봐 달라고 하셨잖아요.”태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태블릿을 내려놓았다.“오늘 자문사에서 연락이 왔어.”“문제가 생겼어요?”“계약에 없는 회의를 추가하자는 요청이야. 이번 달만 세 번 더.”서율이 눈썹을 찌푸렸다.“원래 추가 업무는 별도로 협의하기로 하셨잖아요.”“맞아. 그래서 거절했어.”“그럼 잘하셨네요.”태혁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그런데 담당자가 조금 난처해하더라고. 내가 예전 같았으면 그냥 맡았을 일이니까.”서율은 남편의 손등에 손을 올렸다.“주인님, 예전처럼 모든 일을 책임지실 필요는 없잖아요.”태혁은 그녀를 바라봤다.“그렇지.”“오늘은 제가 주인님 편 들어드릴게요.”그제야 태혁이 웃었다.“든든하네.”오후 1시 18분.서율은 작업실에서 새 미스터리 소설의 원고를 수정하고 있었다.주인공이 수리된 손목시계를 다시 차려다가 멈추는 장면이었다.그녀는 시계 뒷면의 흠집을 새로운 단서로 사용하는 대신, 주인공이 그 시계를 마지막으로 찼던 날을 떠올리는 방향으로 바꿨다.17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보다 그 시간을 되찾는 일이 왜 두려운지가 중요했다.수정한 문장을 저장하고 일어서려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태혁이었다.“네, 주인님.”“서율아.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당연히 있죠.”“그럼 나랑 잠깐 나갈래?”“어디요?”“차 타고 좀 돌아다니려고.”서율은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주인님, 기분 전환하고 싶으세요?”“응. 오
수요일 오후 4시 42분.은서율은 작은 도서관에서 연극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수정 대본을 읽고 있었다.제작팀에서 보내온 무대 사진에는 테이블과 의자 한 개가 놓여 있었다. 지난번 의견을 반영해 의자의 위치를 조정한 모습이었다.서율은 사진을 확대했다.서이강이 차보배의 권유를 받고 앉는 장면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는 위치였다.그녀는 만족스럽게 답장을 보냈다.그때 최태혁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은서율. 어제 네가 이겼으니까 오늘은 내 차례야.서율은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주인님, 오늘은 무슨 대결인데요?저녁에 알려줄게.저 쉽게 안 져요.잠시 뒤 답장이 왔다.알아. 그래서 기대 중이야.서율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우리 주인님, 오늘은 정말 자신 있으신가 보네.”오후 7시 06분.저녁 식사를 마친 서율은 거실로 들어왔다.태혁은 테이블 위에 작은 상자를 올려놓고 있었다.“주인님, 그게 뭐예요?”“오늘 사용할 물건.”서율은 상자 안을 들여다봤다.검은색 카드 세 장과 작은 모래시계가 들어 있었다.“또 카드예요?”“오늘은 카드에 적힌 대로 하는 게 아니야.”“그럼요?”태혁은 카드 세 장을 뒤집어 놓았다.“네가 하나를 고르면 내가 질문할 거야. 대답을 피하지 않으면 네 승리.”서율은 팔짱을 꼈다.“너무 쉬운데요?”“그럴까?”태혁은 모래시계를 세웠다.“대답은 30초 안에. 싫은 질문은 넘겨도 돼. 대신 승부에서는 지는 거야.”서율은 눈을 반짝였다.“좋아요. 시작해요, 주인님.”첫 번째 카드를 뒤집자 ‘처음’이라는 글자가 나왔다.태혁이 물었다.“나한테 처음으로 반했던 순간, 정확히 언제였어?”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처음 만났을 때는 아니에요.”“알아.”“주인님이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셨을 때요.”“언제?”“제가 원고 때문에 속상해서 한참 떠들었는데, 주인님이 중간에 해결책부터 말씀하지 않으셨잖아요.”태혁은 미소 지었다.“그때였어?”“네. 그날 집에 돌아가면서 계속 생
화요일 오전 10시 26분.은서율은 작업실에서 새 미스터리 소설의 원고를 수정하고 있었다.주인공이 잃어버린 17분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수리점에 맡긴 손목시계가 돌아오는 장면이었다.수리된 시계는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뒷면에 없던 흠집이 생겨 있었다.서율은 그 흠집을 단서로 사용할지 고민하다가 문장을 지웠다.단순히 새로운 단서를 늘리는 것보다 주인공이 시계를 되찾고도 선뜻 손목에 차지 못하는 이유가 중요했다.그때 최태혁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은서율. 어제 한 말 기억하지?서율은 웃으며 답장했다.제가 쉽게 안 웃겠다고 한 거요?응. 오늘 저녁에 확인할게.주인님, 자신 있으세요?잠시 뒤 답장이 왔다.오늘은 내가 먼저 웃을 일 없을 거야.서율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어머, 우리 주인님 단단히 벼르셨네.”오후 6시 38분.서율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거실로 들어왔다.태혁은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주인님.”“응.”“오늘은 뭐 하실 거예요?”태혁은 책을 덮었다.“어제 약속한 거.”서율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저 안 웃을 자신 있어요.”“그래?”“네. 주인님이 무슨 말씀을 하셔도요.”태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그럼 시작하자.”그는 테이블 위에 휴대전화를 올려놓았다.“3분 동안 서로 웃지 않기. 먼저 웃는 사람이 상대 소원 하나 들어주기.”서율이 눈을 반짝였다.“소원은 어떤 거요?”“서로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범위에서.”“좋아요.”태혁은 휴대전화의 타이머를 켰다.“준비됐어?”서율은 등을 곧게 폈다.“네, 주인님.”“시작.”처음 30초는 조용했다.서율은 태혁을 똑바로 바라봤다.태혁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1분이 지나자 서율이 먼저 입을 열었다.“주인님, 이렇게 계속 쳐다보기만 해요?”“응.”“재미없는데요.”“그럼 웃어.”서율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싫어요.”태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잘 참네.”그 말투가 지나치게 진지해서 서율은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태혁
월요일 오전 9시 24분.은서율은 작은 도서관에서 연극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초청 리딩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제작팀에서 새로운 이메일이 도착했다.이번에는 무대 동선이 아니라 소품에 관한 의견이었다.차보배가 마지막까지 손에 쥐고 있는 책갈피를 관객에게 더 잘 보여주기 위해, 마지막 장면에서 책갈피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서율은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책갈피를 내려놓는 순간, 보배가 자신의 선택을 정리하고 관계를 끝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서율이 의도한 결말은 달랐다.그녀는 책갈피를 손에 쥔 채 이강에게 차를 권한다. 과거를 버리지도, 과거에 붙잡히지도 않은 채 새로운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었다.서율은 답장을 작성했다.마지막 장면에서 책갈피는 보배가 계속 들고 있는 방향으로 유지하고 싶습니다. 관객에게 보이는 각도는 리딩 현장에서 조정하겠습니다.전송 버튼을 누르자 문이 열렸다.“서율아.”최태혁이었다.“네, 주인님.”“잠깐 시간 있어?”“네. 무슨 일이세요?”태혁은 작은 봉투를 내밀었다.“이번 주에 같이 가볼 곳이 있어.”오전 9시 41분.봉투 안에는 공연 초대권 두 장이 들어 있었다.서율은 제목을 읽었다.《겨울의 방》대사보다 배우의 움직임과 침묵을 중심으로 구성한 실험극이었다.“주인님, 이 공연 어떻게 아셨어요?”“지난번 사진 전시관에서 안내지를 봤어. 네가 관심 있어 할 것 같아서.”서율은 공연 소개를 살폈다.“관객이 무대 양쪽에 앉는 방식이네요.”“응. 같은 장면을 서로 다른 방향에서 보게 된대.”“재미있겠다.”태혁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어.”서율이 고개를 들었다.“조건이요?”“공연 보는 동안 작품 분석하지 않기.”서율은 곧바로 웃었다.“주인님, 그건 불가능한데요?”“속으로 하는 건 괜찮아.”“그럼 뭘 하지 말라는 거예요?”“공연 끝나자마자 제작 방식부터 따지지 말고, 먼저 네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이야기해줘.”서율은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