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금요일 청소 시간.
수돗가에서 대걸레를 빨고 있던 내 어깨를 누군가 툭 치고 지나갔다. 김태호였다. "야, 빵셔틀. 너 내일 오후 1시까지 남문 로얄극장 앞으로 튀어 와라." "어? 영화관? 갑자기 왜?" "어. '맨 온 파이어'라고 좆되는 액션 영화 표 3장 겨우 구했거든. 시은이도 부를 거니까 셋이서 보자. 늦으면 뒤진다." 태호는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콧노래를 부르며 앞문 쪽에 있던 시은이에게 다가가 통보하고 있었다. 나 같은 빵셔틀까지 챙겨서 주말에 영화를 보여준다는 게 몹시 의아했지만, 주말에 사복을 입은 시은이와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내 가슴은 남몰래 쿵쾅거렸다. . . 다음 날, 토요일 오후 1시. 남문 로얄극장 앞. 약속 시간 20분 전에 도착해 기다리던 나는, 멀리서 걸어오는 익숙한 실루엣을 보고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사복을 입은 시은이의 모습은 낡은 교복이나 오버핏 셔츠를 대충 걸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몸에 딱 붙는 얇은 검은색 반팔 티셔츠에 청 스키니진. 그리고 살짝 웨이브를 넣은 머리까지. 평소의 거친 일진이라기보다는, 거리를 지나가면 누구나 한 번쯤 뒤돌아볼 만큼 눈부시게 예뻤다. "야. 김태호는?" 시은이가 미간을 찌푸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직 안 왔어. 늦잠 자나? 내가 전화해 볼게." 내가 폴더폰을 열어 태호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시은이의 주머니에서 먼저 징징- 하고 문자 진동이 울렸다. 폰을 열어 화면을 확인한 시은이의 미간이 무섭게 구겨졌다. "아, 미친 김태호. 장난해 진짜?" "왜? 태호 무슨 일 있대?" 시은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 폴더폰 화면을 내 쪽으로 휙 돌려 보여주었다. [야 나 어제 먹은 게 잘못됐는지 장염 걸려서 응급실 감 ㅡㅡ 똥 싸다 뒤질 듯하니까 기다리지 말고 니들끼리 봐라. 예매번호 0000 ㅈㅅ] "지가 보자고 불러놓고 장염? 아오, 진짜 죽여버릴라." 그녀가 짜증스럽게 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나 역시 몹시 당황했지만, 동시에 묘하고 아찔한 떨림이 혈관을 타고 번져갔다. 김태호가 빠졌다는 건, 지금 이 자리에 나와 시은이, 단둘만 남았다는 뜻이니까. "저… 시은아. 그럼 영화는 어떡할까? 너 혼자 보기도 뻘쭘할 텐데… 그냥 갈까?" 내 조심스러운 질문에 시은이는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미쳤냐? 기껏 준비하고 여기까지 나왔는데 그냥 가게? 그리고 쟤가 표 두 장은 이미 결제해 놨다는데 안 보면 돈 아깝잖아." 그녀가 먼저 영화관 입구 쪽으로 휙 돌아서며 덧붙였다. "빨리 안 따라와? 김태호 없으니까 팝콘 셔틀은 네가 해라. 카라멜 팝콘 대짜리랑 콜라 두 개 살 거니까 빨리 와서 들어." "어, 응! 알았어!" 상영관 안은 어두웠다. 좁은 좌석에서 어깨가 살짝 스칠 때마다 묘한 어색함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영화가 절정으로 치달으며,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스크린에서 거대한 화염이 터져 나왔다. 순간이었다. 팔걸이 위에 올려둔 내 오른손 위로, 서늘한 손바닥 하나가 훅 포개어졌다. 시은이의 손이었다.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그녀는, 갑작스러운 굉음에 놀란 것인지 아니면 영화에 과몰입한 것인지 내 손등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총탄이 빗발치는 스피커의 굉음 속에서도, 내 머릿속은 오직 내 손등을 덮어온 그녀의 부드러운 손바닥과 미세하게 땀 밴 체온의 감각으로만 터질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행여나 내 심장 소리가 들릴까 봐 뻣뻣하게 굳은 채 숨을 참았다. . 영화를 보고 나와 우리가 향한 곳은 시내 외곽에 있는 산 꼭대기의 성곽길 공원이었다. 시내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곳이었다. 선선한 여름 저녁 바람이 불어오고, 성곽을 따라 켜진 은은한 조명이 어두운 산책로를 비추고 있었다. "야경 예쁘지? 가끔 답답할 때 혼자 오던 곳인데… 넌 빵셔틀이니까 특별히 데려와 준 거다." 밤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시은이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성곽에 나란히 기대어 선 그녀의 어깨가 내 어깨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했다. "응… 진짜 예쁘다." 내 시선은 반짝이는 시내의 불빛이 아니라, 은은한 조명을 받은 그녀의 옆얼굴에 오롯이 머물러 있었다. 쿵, 쿵. 귓가에는 내 요란한 심장 박동 소리만 들려올 뿐,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것처럼 고요하고 몽글몽글한 찰나였다. 찌이익- 득! 바로 그때, 둔탁한 쇳덩이가 시멘트 바닥을 소름 끼치게 긁어대는 소리가 우리의 등 뒤를 파고들었다. "오호, 이게 누구야? 우리 동네 짱 드시는 이시은 님 아니셔?" 어두운 산책로 너머에서 짝짝 껌을 씹는 소리와 함께 날아든 비열한 목소리. 조금 전까지 따뜻하게 달아오르던 공원의 공기가, 일순간 날카로운 유리창처럼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교복 바지를 줄여 입은 폼이, 예전 폐공장 사건 때 엮였던 태성공고 녀석들과 한통속인 것 같았다. "야, 저번에 독사 형님 소년원에 들어간 게 저년 때문이잖아. 오늘 아주 날을 제대로 잡았네." 시은이는 짧게 혀를 차더니, 이내 내 앞으로 훌쩍 나섰다. 방금 전까지 나를 보며 미소짓던 소녀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다시 서늘하고 독기 품은 일진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쓰레기 새끼들. 쪽수 믿고 깝치냐?" "하! 저년 입 찢어버려!" 녀석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우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야, 윤태경!!" 시은이가 내 가슴팍을 거칠게 밀치며 소리쳤다. "빨리 산 밑으로 뛰어가서 사람 불러와! 넌 싸움도 못 하니까 여기서 알짱거리지 말고 꺼져!" 사람을 불러오라는 건 핑계임이 분명했다. 폐공장 때처럼, 또 나를 밀어내고 혼자 피를 뒤집어쓸 작정이었다. "안 돼! 나도 같이…" "내 말 안 들려?! 빵셔틀 주제에 어디서 말대꾸야! 빨리 가!!" 시은이는 각목을 들고 달려드는 첫 번째 녀석의 턱에 발차기를 날리며 내게 악을 썼다. 나는 이를 꽉 깨물고 어두운 산책로 밑을 향해 달렸다.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까 공원 입구를 지나쳐 올 때 보았던 공중화장실. 그리고 그 앞에 비치되어 있던 붉은 소화기. 나는 쇳덩어리 같은 무거운 소화기를 품에 부서져라 안아 들고, 턱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헐떡이며 다시 성곽길 오르막을 미친 듯이 기어올랐다. 앞에서 들려오는 둔탁한 타격음에 심장이 찢어질 것 같았다. "이 미친년이…! 야, 다구리 쳐!"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시은이는 이미 두 명을 눕혔지만 수적 열세에 밀려 어깨를 한 대 맞고 성곽 벽에 몰려 있었다. 녀석들이 그녀를 향해 야구 빠따를 치켜드는 순간이었다. "다 떨어져 이 개새끼들아!!!" 푸아아아아아악-!!! 굉음과 함께 안전핀을 뽑은 소화기 분말이 하얀 안개처럼 쏟아지며 순식간에 산책로를 매캐하게 집어삼켰다.5월의 끝자락. 초여름의 끈적한 열기가 교정에 내려앉은 오후였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구관 복도를 순찰하던 내 곁으로, 아이들과 매점을 다녀오던 시은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걸음을 나란히 했다. 그녀는 다른 녀석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것을 확인하더니, 뾰족한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야. 오늘 무슨 날인지 알지?" 기대감이 잔뜩 서린 까만 눈동자. 하지만 나는 애써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창밖으로 던졌다. "오늘? 목요일이잖아. 분리수거 하는 날." 내 건조한 대답에 시은이의 미간이 확 좁혀졌다.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집어삼키더니, 입술을 삐죽 내밀며 내 셔츠 소매를 꼬집듯 틀어쥐었다. "그래, 분리수거나 실컷 해라, 윤태경. 재활용도 안 되는 인간아." 시은이는 뾰루퉁한 얼굴로 휙 돌아서서 교실을 향해 쿵쿵거리며 걸어갔다. 나는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애써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 눌러 참아야만 했다. .. [시은아, 나 오늘 교무실에 급한 업무가 좀 남아서. 도어록 비밀번호 치고 먼저 들어가 있어.] 시은이에게 거짓말 문자를 남겨둔 나는, 지금 내 자취방 한가운데서 앞치마를 두른 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형광등은 끄고 구석의 노란 스탠드 조명들만 켜두어 방 안을 제법 그럴싸한 무드로 꾸며놓은 참이었다. 가스레인지 위에는 아침부터 푹 끓인 미역국과 갈비찜 냄새가 달큰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테이블 중앙에는 단맛이 적고 묵직한 바디감이 일품인 레드 와인의 코르크를 따서 열어두고, 얇고 유려한 곡선의 크리스털 와인잔 두 개를 나란히 세팅했다. 평소 같으면 늘어난 반바지에 티셔츠 차
창고 밖에서는 김 선생의 구두 발소리가 멀어졌다 가까워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정적 속,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어둠 속에서도 나를 똑바로 올려다보는 시은이의 까만 눈동자와 끈질기게 시선이 얽혀들었다.시은이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는 순간, 나는 그녀의 얇은 허리를 감아안으며 그대로 입술을 덮었다."읏…."시은이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려던 놀란 숨을 내가 깊게 삼켰다.그녀의 두 팔이 자연스럽게 내 목을 감아왔다.문밖에서 김 선생이 창고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는 덜그럭 소리가 들려왔지만, 조심스럽던 입맞춤은 그 위태로운 긴장감 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짙고 거칠어졌다.서로의 숨이 얽히는 소리만이 좁은 창고 안을 뜨겁게 채우고 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밖으로 갔나…."김 선생의 중얼거림과 함께 구두 발소리가 계단 아래로 완전히 멀어지고 나서야, 우리는 천천히 입술을 떼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어둠 속에서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는 시은이의 어깨를 가볍게 쥐고 물었다."어쩌자고 애들하고 술을 마셨어. 들키면 어쩌려고."내 물음에 시은이는 손등으로 젖은 입술을 스윽 닦아내며 작게 헛기침을 했다."수아가 가방에 몰래 챙겨왔더라고. 안 마시려고 했는데… 옛날 생각도 좀 나고, 오늘 기분도 좋아서 나도 모르게 반 병이나 마셔버렸네."시은이의 대답에 내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10년 전, 우리의 수학여행 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10년 전 그날 밤도 그랬다.방에서 비밀리에 술자리가 벌어지고 있을 때, 복도 끝에서 '미친개' 학생주임의 서슬
고등학교 시절의 꽃, 수학여행. 목적지는 탁 트인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동해 바다였다. 숙소인 해변가 리조트에 짐을 풀고 백사장으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멀찍이 그늘에 서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은이는 28살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파도를 피해 도망치며 쉴 새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있던 시은이가 나를 발견했다. 그녀의 까만 눈동자가 장난기로 반짝이더니, 옆에 있던 민재와 아이들을 불러모아 무언가를 속닥거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야! 호랑이 쌤 덮쳐!!" 시은이의 외침과 함께, 예닐곱 명의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어, 어? 야, 너희들 뭐 하는… 으아악!" 반항할 새도 없이 녀석들에게 팔다리가 들린 나는 그대로 얕은 바닷물 속으로 속절없이 내동댕이쳐졌다. 짠물이 코로 훅 들어왔다. 물기를 털어내며 기가 막혀 허우적거리자, 내 코앞에서 배를 잡고 숨이 넘어가게 웃고 있는 시은이가 보였다. 젖은 앞머리가 이마에 달라붙은 채 나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호랑이 선생님! 바닷물 시원하죠?!" 나는 겉옷을 대충 벗어 던지고 물장구를 치며 아이들 틈으로 뛰어들었다. 시은이는 내 물세례를 피하며 비명을 지르고 도망쳤고, 나는 그런 그녀의 뒤를 쫓으며 원 없이 웃었다. 선생의 체면 같은 건 이미 파도에 휩쓸려간 지 오래였다. .. 문제는 저녁 장기자랑을 불과 몇 시간 앞둔 때 터졌다. "아악!" 리조트 로비 계단에서 장난을 치며 뛰어내려 오던 민재가 발목을 심하게 접질린 것이다.
5월 15일, 스승의 날. 출근길, 평소라면 무거운 공기만 감돌았을 교무실 복도였지만 오늘만큼은 내 발걸음도 미세하게 가벼웠다. 하지만 그 소박한 기대는 2층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산산조각이 났다. "이지안! 전학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남의 학교 애들을 패고 다녀?!" 복도 한가운데서 생활지도부장 김 선생이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그 앞에는 코피가 터진 채 훌쩍이는 민재, 잔뜩 겁에 질려 눈물을 훔치는 수아, 그리고 짝다리를 짚고 선 시은이가 있었다. 나는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시은이의 상태부터 살폈다. 찢어진 셔츠와 긁힌 뺨.하지만 빳빳하게 든 그녀의 고개엔 일말의 반성 대신 차가운 냉기만이 서려 있었다. "김 선생님. 아침부터 무슨 일입니까." 내가 다가가 앞을 막아서자, 김 선생이 삿대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선생 마침 잘 왔소. 이 전학생 녀석이 등굣길 골목에서 옆 학교 애들 셋을 피떡으로 만들어 놨어!놈들 다 구급차 실려 가게 생겼다고!" "선생님, 아니에요!" 김 선생의 호통에 수아가 눈물을 훔치며 소리쳤다. "그 새끼들이 먼저 민재 때리고 제 머리채까지 잡았단 말이에요!지나가던 3학년 선배들은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지안이가 뛰어들어서 저희 살려준 거예요!" 수아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내 시선이 복도 끝으로 향했다. 며칠 전 점심시간, 시은에게 담배를 건넸던 3학년 무리가 창틀에 기대어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중 우두머리 격인 녀석이 시은과 눈이 마주치자 씩 웃으며 짧게 고개를 까닥이고는 계단 밑으로 사라졌다. "이유가 어찌 됐든 폭력은 폭력이야! 당장 징계위원회 열어서…."
좁은 자취방에서 서로의 온기를 확인했던 그 뜨거웠던 밤 이후, 학교에서의 우리는 전보다 훨씬 더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줄타기를 시작했다. 겉으로는 여전히 무자비한 '호랑이 담임'과 '구제 불능 전학생'이었지만, 교차하는 시선 속에는 오직 둘만이 아는 은밀한 열기가 맴돌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복도 순찰을 돌던 나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복도 저편에서 걸어오는 시은이의 모습 때문이었다. 나는 멈칫하며, 그녀의 짙은 립스틱과 지나치게 짧은 치마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복장 불량. 학생부 문서보관실로 따라와." 나는 차갑게 명령하고는 앞장서서 걸었다. 시은이는 아이들이 보는 앞이라 작게 콧방귀를 뀌었지만, 이내 묵묵히 내 뒤를 따랐다. 창문 하나 없이 캐비닛만 빼곡하게 들어찬 좁고 어두운 문서보관실. 시은이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철컥, 소리가 나도록 문을 잠가버렸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서서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뒷걸음질 치던 시은이의 등이 차가운 캐비닛에 닿았다. 나는 양팔을 뻗어 캐비닛을 짚고, 그녀를 내 넓은 어깨와 가슴팍 사이의 그림자 안에 완벽하게 가두어버렸다. 시은이가 얼굴을 들려던 찰나,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에 발린 짙은 립스틱을 스윽, 거칠게 문질러 닦아냈다.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이런 진한 화장에 치마를 줄여." 나의 짙고 억눌린 목소리가 좁은 방 안을 울렸다. "아무리 수사 때문이라도, 내 눈 돌아가는 꼴 보고 싶어?"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온 시은이가 어이없다는 듯 따져 물었다. "아니, 왜 10년 전하고 비밀번호가 똑같아? 1204. 설마 하고 눌러봤는데 덜컥 열려서 소름돋았네. 어쩌려고 비번도 안 바꾸고 살아, 위험하게." 그녀의 타박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어깨를 으쓱했다. "너 언제든 들어오라고 안 바꾼 건데." 내 무심한 대답에 시은이의 잔소리가 뚝 끊겼다. 그녀는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이내 붉어진 귀끝을 숨기려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바닥으로 피했다. 나는 그 틈을 타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손 씻고 와. 밥 해줄게." 도마 위에서 양파와 소고기를 써는 동안, 시은이는 식탁에 턱을 괴고 앉아 내 뒷모습을 빤히 구경했다. "야, 고기 냄새 장난 아니다. 근데 우리 이 좋은 안주에 술은 없어?" 시은이가 짓궂은 눈웃음을 지으며 묻자, 나는 프라이팬의 불을 줄이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우리 진짜 알코올 중독인 거 아니냐. 만날 때마다 술이네." "뭐 어때. 형사가 흉악범들 상대하려면 알코올 소독은 필수야." 뻔뻔한 대답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주방 구석의 작은 와인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가장 안쪽에 눕혀두었던 레드와인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내왔다. "그래, 뭐 내일 주말이니까." 내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묵직한 와인병을 보며 시은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오, 뭔가 좀 비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