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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황제 앞의 거절

ผู้เขียน: 설월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11-04 22:42:59

황제의 앞에서 혼인을 결정할 시간을 달라고 청하는 여자는 윤서화 하나뿐이었다.

건휘는 고개를 숙인 서화의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 열여덟의 서화는 아직 자신이 어떤 남자의 눈앞에 서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에게 건휘는 황제였고, 종묘에서 느닷없이 끌어안아 놓아주지 않았던 두려운 사내였을 뿐이다.

그러나 건휘에게는 달랐다. 저 가느다란 목덜미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곳이 처형장이었다는 사실을, 그곳에서 그녀 살려 달라는 울음이 터졌는데도 자신이 끝내 형을 거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오직 그뿐이었다.

“소녀는 폐하의 뜻을 가볍게 여기지 않사옵니다. 다만 혼인은 남은 평생을 결정하는 일이니, 법도에 따라 숙고할 시간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서화의 목소리는 끝까지 또렷했다. 하지만 두 손은 소매 안에 깊숙이 감추어져 있었고, 그녀가 한 번 숨을 삼킬 때마다 얇은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건휘는 그 떨림을 놓치지 않았다. 손을 뻗어 어깨를 감싸고 싶었다. 겁먹을 것 없다고,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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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조에서 돌아온 보고 가운데 건휘의 시선을 붙잡은 것은 윤정록이 관청 앞에서 무릎을 꿇은 시간이었다. 보고관은 그가 해가 기울 때까지 기다렸다고 적었다.추위 때문에 손을 비비면서도 자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관리가 나오기만 하면 집안에 먹을 것이 떨어졌다고 반복했다는 내용이었다. 건휘는 그 문장을 읽으며 윤정록의 얼굴을 떠올렸다.딸을 황제에게 보내지 않으려던 아비였다. 그가 자존심을 꺾고 무릎을 꿇었는데도 자신은 그를 만나 주지 않았다.“윤정록이 무릎을 꿇었을 때 누가 보았느냐?”“호조의 문지기와 몇몇 관리가 보았다고 하옵니다. 행인들도 있었으나 자세한 인원은 확인되지 않았사옵니다.”건휘는 보고관을 물러나게 한 뒤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윤정록이 굴욕을 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서화도 알게 될 것이다.그가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에, 그 사실을 듣는 순간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황제에게 청한 숙고 기간이 아버지의 무릎을 대가로 요구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녀가 알게 된다면, 자신을 더 두려워할지도 몰랐다.그는 그 두려움마저 이용하고 있었다.윤정록의 녹봉을 당장 돌려주라는 명령서를 썼다가 찢었다. 찢어진 종이를 바라보며 건휘는 어쩌면 서화가 아무것도 모른 채 평안하게 지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 평안을 허락하면 그녀는 자신을 찾아올 이유가 없었다. 그는 한참 뒤 찢어진 종이를 모아 불태우고, 다시는 그 일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썼다.하지만 밤이 되자 관청 앞에 무릎을 꿇은 아비의 모습과 그 곁에서 울고 있을 서화의 얼굴이 뒤엉켜 잠을 이루지 못했다.“폐하께서는 윤 소저가 무엇을 원하시는지 이미 알고 계시지 않사옵니까.”조덕수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건휘는 고개를 들었다. 그가 무례하다고 꾸짖으려는 순간, 조덕수가 먼저 바닥에 엎드렸다.“소신이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그러나 윤 소저께서 원하시는 것은 숙고할 시간이지, 집안의 곡식을 되찾기 위해 궁에 들어오는 일이 아니옵니다. 그 사실을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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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휘는 자신이 그런 남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윤정록의 다음 녹봉 지급을 보류하라. 사유는 특별 재검토로 적고, 지급 장부의 원본은 호조에 남겨 두어라.”호조 관리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현직 관원의 녹봉을 막으려면 사유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자 건휘는 그 사유를 황명이 책임지겠다고 대답했다. 이어 곡물 거래를 별도로 제한하는 공문을 작성하게 하자 조덕수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섰다.“폐하, 녹봉 보류와 곡물 납품 제한은 서로 다른 명이옵니다. 두 가지가 같은 날 시행되면 윤가의 가솔들이 끼니를 잇지 못할 수 있사옵니다. 윤 소저께서 그 사실을 아신다면 몹시 괴로워하실 것이옵니다.”건휘는 조덕수의 말에서 다른 부분보다 마지막 한 문장을 오래 곱씹었다. 서화가 괴로워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는 그 고통을 원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누구보다 그녀가 웃기를 바랐다. 그런데도 서화가 자신을 찾아오게 하려면 그 웃음을 잠시 빼앗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짐이 굶기라고 명했느냐? 확인이 끝날 때까지 거래를 멈추라고 했을 뿐이다. 윤정록이 사정을 아뢰면 곧 풀어 줄 수 있겠지.”“그 사이에도 사람은 먹어야 하옵니다.”건휘가 고개를 들자 조덕수는 더 말하지 못했다. 황제는 자신이 내려놓은 인장을 바라보았다. 전생에 서화의 처형을 승인하던 날에도 같은 모양의 붉은 자국이 종이에 남았다. 그때도 신하들은 절차가 합당한지 물었고, 그는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그 말이 사람을 살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인장을 찍었다.녹봉 지급 보류 명령과 곡물 거래 제한 공문은 서로 다른 문서로 작성되었으며, 각각의 시행 담당자와 장부가 지정되었다. 황제는 어느 서류도 혼동하지 않았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 채 저지른 실수가 아니었으므로, 훗날 그 결과를 남의 탓으로 돌릴 수도 없었다.***사흘째 되는 날, 윤가의 곡물상이 납품을 멈추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이미 대금을 받은 수레까지 창고에 묶였다는 말을 듣자 건휘는 잠시 서류를 덮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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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물러갈 때 건휘는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종묘에서 붙잡았던 손목은 오늘도 소매 안에 감추어져 있었다. 전생의 마지막 날처럼 그녀가 문 너머로 사라지자 숨이 막혔고, 금군이 문을 닫는 소리에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문을 열라고 명할 뻔했다.돌아오라고 부를 뻔했다.그러나 서화가 뒤돌아보지 않은 것은 자신이 더는 붙잡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건휘는 그 사실에 기묘한 위안을 느끼다가, 그녀가 자기 뜻대로 걸어 나갔다는 사실에 다시 불안해졌다.건휘는 며칠 동안 서화의 입궁을 기다리는 자신이 어떤 꼴인지 똑똑히 보았다. 아침이면 먼저 윤가의 대문에 관한 보고를 찾았고, 저녁이면 그녀의 방에 등불이 언제까지 켜져 있었는지 묻고 싶어졌다.그러나 그러한 질문을 입 밖에 낼 때마다 조덕수의 표정이 굳는 것을 보았다. 황제의 명령이니 누구도 거절하지 못했지만, 누구도 그 명령을 사랑이라고 부르지는 않았다.그는 그 사실에 화가 났다. 자신은 서화를 위해 목숨의 절반을 버렸고, 나라의 법도마저 거슬러 시간을 되돌렸다. 다시 살아 있는 그녀를 볼 수 있다면 황제의 자리 따위는 버려도 좋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그런데 막상 서화가 자신의 눈앞에서 돌아서자, 그는 황제의 권한을 내려놓기는커녕 더 단단히 움켜쥐었다. 권력이 없으면 그녀가 떠날 것이고, 그녀가 떠나면 다시 처형장에 혼자 남겨질 것 같았다.서화가 좋아하는 꽃과 음식, 어린 시절 읽었다는 책까지 알아내려 했다. 무엇을 선물하면 웃어 줄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윤가에 물건을 보내려다가 문득 멈췄다. 자신이 보낸 선물을 받는 순간 그녀가 또다시 갇혔다고 느낄 수도 있었다.건휘는 그 생각을 하며 선물 목록을 접어 서랍에 넣었다. 곧이어 그 서랍을 다시 열어, 서화가 좋아할 만한 물건들을 하나씩 더 적었다. 보내지 못할 선물의 목록만 길어졌다.그녀의 마음을 얻을 방법을 생각할 때마다 건휘는 전생의 어느 저녁으로 돌아갔다. 서화가 창가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자신이 들어오자 책을 덮으며 일어났던 날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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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분명히 놓아 달라고 했다.자신의 혼사를 다른 사람의 뜻으로 정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건휘는 그 말을 모두 기억했다.그런데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덕수야, 짐은 그 아이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안전하게 지켜 주고 싶다. 그러니 지금은 짐의 뜻을 따라 주어야 한다.”조덕수는 고개를 숙였으나 곧바로 물러나지 않았다.“폐하의 마음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옵니다. 다만 지키려는 마음이 크실수록 윤 소저께서도 그 뜻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사옵니까?”건휘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조덕수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그러나 시간을 주었다가 다시 서화를 잃는 일이 생긴다면 자신은 견딜 수 없을 것이다.건휘는 명부를 서안 위에 내려놓았다.“그 아이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면 주겠다. 다만 그동안 다른 사내가 서화에게 다가오는 일만큼은 허락하지 않겠다.”조덕수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건휘는 손목 안쪽의 검은 문양을 소매로 감췄다.그는 이번 생에서 서화를 죽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그 맹세만큼은 반드시 지킬 생각이었다.그러나 그녀가 자신을 떠나는 것까지 허락할 수는 없었다.***그날 밤 윤가의 대문에는 여전히 황색 칙서가 붙어 있었다.바람이 불 때마다 종이 가장자리가 미세하게 흔들렸고, 문 앞에 선 군사들은 교대 시간을 기다리며 횃불을 고쳐 들었다.서화는 안채의 창문을 열고 멀리 보이는 대문을 바라보았다.자신이 태어나 자란 집이었다.그런데 이제는 마음대로 나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그녀는 낮에 찾아낸 법전의 조항을 다시 펼쳤다.후보의 사정을 살피고 가문의 의견을 듣도록 한 문구가 등잔불 아래에 선명하게 드러났다.서화는 그 구절을 손가락으로 짚었다.황제의 명령이 내려왔다는 이유로 자신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적어도 법전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그녀는 조문을 옮겨 적은 종이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썼다.윤서화.그리고 그 옆에 아직 혼인을 승낙한 사실이 없다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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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은 인장을 찍기 전에 한 번만 더 서화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그녀가 억울하다고 했을 때 신하들을 물리고 직접 물었어야 했고, 자신이 본 증거가 정말 그녀의 죄를 증명하는지 확인했어야 했다.그런데 지금도 그는 서화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그녀는 혼사를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고 했다.그는 그 말을 듣고도 간택 명부에서 다른 후보를 지우라고 명했다.건휘는 인장을 집어 들었다.손가락에 힘을 주자 검은 문양이 욱신거렸지만, 그는 그것을 내려놓지 않았다.서리가 내민 새 문서의 아래쪽에 인장을 찍는 순간 붉은 자국이 종이 위에 선명하게 남았다.건휘는 그 자국을 바라보았다.이번에는 서화를 죽이기 위한 명령이 아니었다.그녀를 살려 두기 위한 명령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그러나 서화가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달라지지 않았다.***윤가에서는 저녁 수라가 늦어졌다.부엌에서 장을 보러 나갔던 하인이 대문 앞의 군사에게 붙잡혀 한참 동안 돌아오지 못했고, 그 때문에 준비해 둔 음식 가운데 몇 가지가 빠졌다.윤정록은 수라상에 앉았으나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서화는 아버지의 얼굴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버님, 예조에 확인하신 일은 어떻게 되었사옵니까?”윤정록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낮에 딸이 건넨 조문을 다시 펼쳐 보았다.“네가 찾아낸 규정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예조에서도 아직 이번 간택의 세부 절차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하더구나. 황제께서 직접 명을 내리신 일이니 담당 관리들도 함부로 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서화는 종이를 내려다보았다.“그렇다면 가문의 의견을 올리는 절차도 아직 남아 있는 것이옵니까?”“규정에는 그렇게 적혀 있으나, 폐하께서 어떤 뜻으로 이번 명을 내리셨는지 알기 전에는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된다.”윤정록은 딸을 바라보았다.“서화야, 나는 네가 억지로 혼인하는 것을 바라는 아비가 아니다. 그러나 황제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너는 아직 모른다.”서화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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