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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 상복을 찢다

열녀, 상복을 찢다

그녀는 만동 김씨 가문의 마님이라는 이름의 죽은 우상이었고, 장차 열녀(烈女)라는 붉은 현판을 받게 될 예비된 유령에 불과했다. 방 한구석, 검은 먹감나무 문갑 위에 놓인 백자 항아리는 창호지 문을 뚫고 들어온 창백한 달빛을 받아 매끄럽게 번들거렸다. 정씨 부인은 자신의 삶이 저 도자기와 끔찍하게 닮아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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