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6-30
بواسطة:  silver구슬مكتم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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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을 위한 배터리가 되기 위해 회귀했다. 도S 천재 투수 유환을 사랑하는 도S 천재 포수 장하늘. 과연 우린 그라운드에서도 침대에서도 환상의 배터리가 될 수 있을까? --------------------- *이 작품은 본 작가가 [주은찬] 필명으로 출간한 [환장의 퍼펙트 배터리]의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Image by whif.io(위프 플랫폼 제공/캐릭터 상품화 계약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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الفصل الأول

#1. 프롤로그 [빗속의 폭군]

3월이라 뼛속까지 시린 날이었다.

게다가 비까지 내렸다. 하필이면, 온 세상의 축축한 물기를 다 머금은 것처럼 기분 나쁘고 끈질긴 비가.

장하늘은 비에 젖어 이마에 딱 붙어버린 붉은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넘기며 사범대 그라운드를 올려다보았다. 

우산을 써도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은 다 젖어 버렸다.

안 그래도 체력도 약하고 체격도 크지 않는 그라서 어깨를 움츠리니 더그아웃 냉장고에 비친 자신이 작아 보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 너머로 흙탕물이 고여 반질거리는 투수 마운드가 흐릿한 잔상처럼 시야를 채웠다.

오늘이 어떤 날인데.

머릿속에서 달력의 숫자가 피투성이처럼 붉게 타올랐다. 

수없이 되새기고, 수천 번을 짓깨물었던 날이었다. 녀석이 올까. 분명히 오늘 이곳에 나타난다는 정보를 입수했음에도, 막상 서늘한 빗속에 방치되어 있으니 온몸의 피가 바닥으로 뚝뚝 식어 내리는 기분이었다.

S대 야구 동아리 ‘마구마구’.

대한민국 최고의 수재들과 재벌가 금수저들이 바글거리는 이 거대한 상아탑 안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팀은 전국 꼴찌, 300전 300패라는 처참한 위엄을 자랑하는 별종 집단이었다.

하지만 장하늘에게 이곳은 그 어떤 대기업의 입사 시험이나 화려한 무대보다 몇 배는 더 간절하고 잔인한 전장이었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오직 ‘포수’로 살아남기 위해, 미국 유학까지 다녀왔다.

왜냐고? 천재 중의 천재라 불리는, 그 오만하고 거친 짐승 같은 녀석의 공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싶었으니까.

평생 모은 돈을 야구 엘리트 교육에만 수억을 쏟아부었고,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단 전문가들에게 악착같이 빌붙어가며 손바닥 가죽이 찢어지고 피가 배어 나오도록 기량을 갈고닦았다.

이 축축한 비에, 과연 오늘 입단 테스트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잠시 심장을 거칠게 짓누르는 불안이 스쳤지만, 이내 장하늘의 입꼬리가 자조적으로 비틀렸다.

비가 그치지 않으면 인근 실내 연습장에서라도 형식적으로 치르게 되어 있다.

이것 역시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전생에도 그랬으니까.’

얇은 셔츠 너머로 느껴지는 손끝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비 때문인지, 아니면 다가올 잔혹한 운명에 대한 본능적인 열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

시간이 흘러,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하나둘 그라운드 모퉁이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저마다 잘난 집안을 늘어놓으며 떠드는 소리도, 대단한 스펙을 뽐내며 모여든 지원자들의 긴장 어린 날것의 숨소리도 하늘의 귀에는 단 하나도 박히지 않았다.

오직, 모든 감각은 단 한 사람만을 향해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다.

반드시, 제 눈앞에 걸어와 주어야만 했다.

‘내 인생을 부정하고 싶지 않아. 이번엔 제발 너와 나의 운명을 강제로라도 비틀어 버릴 거야.’

딱 오늘, 이 기가 막힌 만남의 시작을 위해 이번 생을 악착같이 버텨왔다.

남들이 보기엔 정신 나간 집착, 혹은 미친놈의 망상이라 치부해도 상관없었다. 그 누구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지옥을 세 번이나 겪어낸 장하늘에게 이 순간은 목숨보다 무겁고 치명적인 기회였다.

바로 그 순간.

기적처럼, 거짓말처럼 서서히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축축하게 그라운드를 짓누르던 무거운 먹구름이 찢어지듯 걷히고, 구름 사이로 눈부실 만큼 강렬한 오후의 햇살이 젖은 대지 위로 쏟아져 내렸다. 

물웅덩이마다 반사된 투명한 빛이 사방으로 자극적이게 부서졌다.

그리고—드디어.

저 멀리, 시야의 끝, 안개 걷힌 그라운드의 경계선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장하늘은 숨이 턱 막혀 구멍 난 폐부로 서늘한 공기가 파고들었다.

195센티미터에 육박하는 다부지고 거대한 체구, 넓게 벌어진 각진 어깨 위로 툭툭 떨어지는 투명한 물방울. 

서늘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이목구비는 비에 젖어 오히려 위험할 만큼 관능적인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젖은 셔츠 너머로 탄탄하게 핑 도는 피지컬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야성적인 위압감과 낯선 체취를 사방으로 흘렸다.

“와! 저거 유환 아니야?”

“U그룹 황태자가 그룹은 포기하고 진짜 여기 나타난 건가?”

“재활 치료 끝내고 복귀했다더니 기사가 사실이었네!”

“와, 얼굴 봐라. 진짜 사람 홀리는 귀신이 따로 없네. 연예인 저리 가라잖아?”

주변의 소음이 사방에서 웅웅거렸지만, 장하늘의 눈에는 오직 그 한 사람만이 또렷하게 박혀왔다.

드디어, 마주했다.

수만 번 꿈에서 부서지고, 또 수만 번 현실에서 놓쳐버렸던 그 짓궂고도 야속한 얼굴을.

대한민국 야구계가 감당하지 못할 괴물, 태생부터 완벽한 특급 투수가 될 사내.

유환이 마침내 장하늘의 숨소리마저 집어삼킬 기세로 시야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빗물의 서늘함과 대비되는 뜨거운 열증이 뺨을 타고 끈적하게 흘렀다. 벅차오름이 뼛속까지 파고들어 온몸의 혈관을 죄어왔다.

장하늘은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짙은 가죽 냄새가 진동하는 포수 미트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녀석이 던질 묵직한 공을 온몸으로 받아내기 위해 단단히 장비를 착용했다.

마침내 마운드 위, 빗물이 고인 그라운드 중앙에 선 유환과 장하늘의 시선이 공중에서 지독하게 얽혀 들었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아득히 멀어지고, 오직 두 사람 사이의 가파른 숨소리와 젖은 옷자락이 마찰하는 소리만 남은 그 찰나.

녀석의 완벽한 입술이 비틀리며, 귓가를 때리는 가차 없는 폭언이 떨어졌다.

“그 몸으로 내 공을 받게? 꺼져.”

타인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고 그 위에 군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유환의 깊은 눈동자 속에는 불쾌함과 오만이 적나라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장하늘은 턱을 단단히 굳히며 거칠게 발끈했다. 꽉 움켜쥔 미트 가죽이 득득 소리를 내며 손바닥 안에서 일그러졌다.

처음부터 부드러운 환대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제멋대로 뻗어 나가는 야생마 같은 녀석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첫 만남부터 이토록 오만하게 꺾어내려 들 줄이야.

장하늘은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유환을 똑바로 응시했다. 젖은 입술을 짓이기듯 비틀어 올리며, 낮고 선명한 음성을 뱉어냈다.

“네가 뭔데? 내 미트 한가운데 꽂을 줄이나 아냐? 미친 새끼.”

장하늘의 거침없는 도발에, 유환의 날카로운 눈꼬리가 위험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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المراجعات

bsj
bsj
완전 완전 재밌게 봤어요 새드엔딩이 아니어서 더 좋았습니다. 작가님~근데 123회와 124회 순서가 바뀐거 같습니다
2026-06-30 20: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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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j
bsj
야구팬인데 넘 재밌게 읽고 있어요~^^
2026-06-16 14: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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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몽글
몽글몽글
병약수는 못참죠. 천재 투수 천재 포수 응원해용
2026-05-30 15: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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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فصول
#1. 프롤로그 [빗속의 폭군]
3월이라 뼛속까지 시린 날이었다.게다가 비까지 내렸다. 하필이면, 온 세상의 축축한 물기를 다 머금은 것처럼 기분 나쁘고 끈질긴 비가.장하늘은 비에 젖어 이마에 딱 붙어버린 붉은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넘기며 사범대 그라운드를 올려다보았다. 우산을 써도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은 다 젖어 버렸다.안 그래도 체력도 약하고 체격도 크지 않는 그라서 어깨를 움츠리니 더그아웃 냉장고에 비친 자신이 작아 보였다.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 너머로 흙탕물이 고여 반질거리는 투수 마운드가 흐릿한 잔상처럼 시야를 채웠다.오늘이 어떤 날인데.머릿속에서 달력의 숫자가 피투성이처럼 붉게 타올랐다. 수없이 되새기고, 수천 번을 짓깨물었던 날이었다. 녀석이 올까. 분명히 오늘 이곳에 나타난다는 정보를 입수했음에도, 막상 서늘한 빗속에 방치되어 있으니 온몸의 피가 바닥으로 뚝뚝 식어 내리는 기분이었다.S대 야구 동아리 ‘마구마구’.대한민국 최고의 수재들과 재벌가 금수저들이 바글거리는 이 거대한 상아탑 안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팀은 전국 꼴찌, 300전 300패라는 처참한 위엄을 자랑하는 별종 집단이었다.하지만 장하늘에게 이곳은 그 어떤 대기업의 입사 시험이나 화려한 무대보다 몇 배는 더 간절하고 잔인한 전장이었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오직 ‘포수’로 살아남기 위해, 미국 유학까지 다녀왔다.왜냐고? 천재 중의 천재라 불리는, 그 오만하고 거친 짐승 같은 녀석의 공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싶었으니까.평생 모은 돈을 야구 엘리트 교육에만 수억을 쏟아부었고,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단 전문가들에게 악착같이 빌붙어가며 손바닥 가죽이 찢어지고 피가 배어 나오도록 기량을 갈고닦았다.이 축축한 비에, 과연 오늘 입단 테스트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잠시 심장을 거칠게 짓누르는 불안이 스쳤지만, 이내 장하늘의 입꼬리가 자조적으로 비틀렸다.비가 그치지 않으면 인근 실내 연습장에서라도 형식적으로 치르게 되어 있다.이것 역시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전생에도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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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궤도를 이탈한 너와 나]
“이 새끼 봐라. 재밌네.”유환은 나지막하게 한숨을 흘리며 제 앞에 서 있는 녀석을 훑어내렸다.붉은 기가 도는 머리칼 아래로 비치는 선명할 만큼 하얀 얼굴. 젖은 입술을 짓이기며 날 선 시선을 쏘아대는 꼬라지가, 어디 야구장이 아니라 아이돌 무대에나 서야 할 법한 묘한 색기를 내뿜고 있었다.게다가 다들 골격이 두꺼운 운동선수들 몸 반쪽 같은 저런 낭창한 몸뚱이로 포수를 하겠다고? 기가 차다 못해 코웃음이 터졌다.하지만 유환이 무심하게 뒤를 돌아보았을 때, 사범대 그라운드 구석에는 제 제대로 된 공 하나 받아낼 만한 포수 장비를 갖춘 놈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제대로 된 놈은커녕, 다들 아무도 나서지 않고 구경꾼처럼 쭈뼛거리고 있을 뿐이었다.“일단 공이나 던져. 내가 가리키는 곳에 정확히. 못 하겠으면 나가고.”장하늘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어쩌다 이런 대단한 놈을 이제서야 자신이 알게 된 걸까. 대한민국에서 초, 중, 고등학교 내내 야구를 하면서 웬만한 실력파 녀석들은 다 만나본 유환이었는데.“너, 정체가 뭐야?” “뭐긴, 야구에 돌은 놈이지.”유환의 눈매가 날카롭게 일그러졌다. 비록 오만한 발언에 속은 비틀렸지만, 녀석이 착용한 포수 장비만큼은 엘리트 선수들이나 차는 최고급 제품이었다. 폼만 잡는 샌님인지, 진짜 미친놈인지 확인해 볼 가치는 있었다.유환은 어깨에 툭 걸쳐두었던 거대한 슬라이딩 가방을 바닥으로 무심하게 툭 던져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젖은 옷 위로 드러난 굵은 팔을 휘두르며 스트레칭을 시작했다.“하, 진짜.”그에게 야구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 그룹 후계자 자리도, 천문학적인 재산도, 가문의 굴레도 유환에게는 전부 쓰레기나 다름없었다. 그에게 인생의 전부이자 유일한 신앙은 오직 마운드 위에서의 야구뿐이었다.고교 시절 부상을 입은 어깨는 독일의 최고 전문의를 찾아가 피나는 재활 끝에 말끔히 고쳐온 상태였다. 몸을 풀며 발밑의 축축한 흙을 짓밟는 그의 전신에서 포식자 특유의 묵직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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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번 생도 망쳤나요?]
“헉! 헉······!”침대 시트마저 눅눅한 비에 젖은 듯 축축한 습기를 머금고 있자, 살갗에 닿는 그 서늘한 감각에 장하늘은 신음 섞인 비명을 삼키며 입술을 가차 없이 깨물었다.천천히 일렁이는 시야를 열었다. 오피스텔 천장의 익숙하고도 단조로운 무늬가 망막에 박히자, 그제야 지독한 현실로 생환했음을 깨달았다.어제 그라운드에서 녀석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미친 구위의 공을 온몸으로 받아낸 여파였을까. 뼛속까지 짓눌렸던 충격이 고열이 되어 온몸을 타고 뜨겁게 번졌다. 손바닥 안쪽은 녀석의 직구를 받아낸 자국 그대로 붉게 부어올라 욱신거렸고, 얇은 셔츠 안쪽의 여린 살결은 땀에 젖어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꿈속에서도 유환이 뿜어내던 사나운 기운과 서늘한 거절의 말이 잔상처럼 남아, 장하늘의 등줄기는 전율로 팽팽하게 굳어졌다. [너 같은 새끼 질색이야.]꿈속에서 유환이 던진 차가운 혐오의 언어가 귓가를 짓이겼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처참히 무너져 내린 잔상이 머릿속을 사정없이 헤집었다.‘꿈이어도 아프네. 젠장.’혼자서 금단에 가까운 열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일까. 잠에서 깨어났음에도 멍하게 굳어버린 온몸은 꿈의 잔혹한 여운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녀석의 혐오 섞인 눈빛을 받아내면서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던 제 자신이 처량하고 수치스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에취!”갑작스러운 재채기가 터져 나오자, 어깨가 더 축 늘어졌다.어제 그라운드에서 가랑비에 젖은 채 유환과 대치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겹쳤다. 타고난 신체가 워낙 유약하니, 저질 체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몸 안쪽에서부터 달아오르는 열증과 오한이 뒤섞여 숨을 쉴 때마다 가쁜 신음이 흘러나왔다.어쨌든 어제 그라운드에서의 테스트는 성공적이었다. 유환이 제멋대로 던져대는 악마 같은 공들을 완벽하게 미트에 꽂아 넣었으니, 동아리 합격은 보나마나 뻔한 결과였다.이번 생은 4회 차가 아니던가.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쥐고 있는 그에게 이 정도 관문쯤은 예정된 수순에 불과했다.심장 깊숙이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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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같은 시각 너와 나]
지금쯤 유환도 합격 통보를 받고 먼저 그라운드에 도착해 그 거대한 몸을 풀고 있을 것이다.만약 자신이 가지 않는다면, 녀석의 공은 경영학과 3학년 유경호가 받아내게 되겠지.수려한 외모에 유들유들한 성격, 여자들의 선망을 한 몸에 받는 재벌가 막내아들 유경호를 떠올리자 장하늘의 속이 비틀렸다.‘아, 정말 싫다.’두 사람이 섞이는 꼴은 죽어도 보기 싫은데, 엊그제 겪은 그 껄끄러운 사건이 자꾸만 마음을 짓눌렀다.“에취! ······에취!”동기들의 시선이 따갑게 꽂혔다. 강의 종료를 알리는 시각이 임박해 오고 있었다.유경호라는 존재가 유환과 자신 사이에 비집고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상상만으로도 혈관이 타들어 가는 듯한 질투가 치솟았다. 유려한 얼굴과 능글맞은 태도로 유환의 곁을 맴돌 그의 모습이 선명했다.분명 이번에도 같은 ‘유’ 씨라는 하찮은 공통점을 빌미로 유환을 살뜰히 챙길 것이 자명했다.‘에잇, 가자! 가!’민폐가 될 정도로 터져 나오는 재채기를 빌미 삼아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직시할수록, 단 한 찰나라도 더 녀석의 형상을 눈에 새기고 싶어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하얗게 질릴 정도의 강렬한 집착이었다. *** 강남의 펜트하우스에서 침잠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거실 깊숙이 붉은 노을이 스며들어 공간을 피처럼 물들일 때까지.트레이닝룸에서 육체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땀을 흘려보았지만, 요동치는 내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샌드백을 타격할 때마다 장하늘의 비에 젖은 유니폼 잔상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그 가느다란 몸을 타고 흐르던 빗물과, 하얀 천이 피부에 밀착되어 투명하게 속살을 비추던 그 찰나의 순간. 유환의 주먹에 파괴적인 힘이 실렸다.합격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그것은 예정된 결과였음에도 불쾌한 갈증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장하늘과 그라운드에서 마주하게 될 미래가 너무도 선명하고도 위태로웠기 때문이다.녀석의 이름을 씹어 뱉듯 되뇔 때마다 목젖이 파르르 떨렸다. 지금까지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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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내 머리가 점점 이상해지다니]
S대로 향하는 내내 유환은 속내가 뒤틀려만 갔다.가죽 핸들을 쥔 손바닥이 축축한 땀으로 미끌거렸지만, 뇌리에 박힌 장하늘의 잔상은 지워지지 않아 액셀을 밟는 발끝에만 신경질적인 힘이 실렸다.머릿속은 여전히 장하늘 뿐이었다.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자신이 그래서 더 짜증났다.장하늘의 리드는 단순한 사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타자의 뇌를 해부하고 심리를 난도질하는 집도의의 메스와 같았다. 마운드 위에서 누구보다 오만하게 군림해야 할 유환조차 그의 미트 끝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가 된 듯한 기분, 그것이 참을 수 없는 굴욕이자 분노를 자극했다.전대미문의 완벽한 포수. 타격 메커니즘을 꿰뚫는 통찰력에 영리한 주루 플레이까지, 마치 완성된 프로 선수가 아마추어 무대에 강림한 듯한 이질적인 압도감에 유환은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하지만 지금 유환의 머릿속을 헤집는 것은 녀석의 야구 실력뿐만이 아니었다.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 묘한 존재감 자체가 독이었다.결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 위로 드리워진 긴 속눈썹이 마치 정교한 인형의 장식처럼 선명했다.그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자아내는 기묘한 조화는 유환의 마른 심장을 사정없이 간질였다.처음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손아귀에 넣고 으스러뜨리고 싶고, 기어이 울음을 터뜨리게 만들고 싶었던…….평생 남자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고 건조하게 살아왔건만, 생애 처음 마주한 이 원초적인 욕망은 유환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게다가, 그 녀석의 손길 한 번 없이 혼자서 무너져버리다니.’그 생각을 떠올리자 유환의 뺨이 수치심으로 파르르 떨렸다. 역시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녀석의 잔상만으로도 무너져 내린 어젯밤의 흔적이 가혹한 모멸감을 안겨주었다.왜 하필 그 녀석이었을까. 왜 녀석의 몸을 탐하고, 그 정갈한 영혼을 엉망으로 유린하고 싶다는 파괴적인 욕망이 자신을 좀먹는 것일까.사춘기 소년도 아니건만, 지독한 몽정의 여운은 녀석이 얼마나 요망한 존재인지를 증명하는 낙인과도 같았다.장하늘도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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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너만 보면 왜 화가 나지?]
시야가 닿지 않는 저 음습하고 은밀한 후미진 구석.어제의 파렴치했던 환상이 다시금 생생하게 재생되자, 맥동하는 아랫도리가 기다렸다는 듯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이 미친 몸뚱어리가……! 생각도 녀석, 몸도 녀석. 나 진짜 미쳐버린 건가!’유환은 하마터면 눈앞의 철제 의자를 박살 낼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난잡한 호색한도 아니거늘, 꿈속에서 장하늘에게 저질렀던 그 외설적인 행위들이 떠올라 홧홧한 열기가 뺨으로 번졌다. 이성과 본능이 장하늘이라는 덫에 걸려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었다.유환은 거칠게 심호흡을 하며 달아오른 열기를 식히려 애썼다. 그리고 유경호를 향해 싸늘한 거절을 내뱉었다.“감히 3학년 레귤러 선배님께 오자마자 신세를 질 수는 없죠.” “뭐?”황당한 듯 팔을 늘어뜨린 유경호가 유환을 빤히 응시했다.“전 1학년 신입 포수, 장하늘이 오면 그때 시작하겠습니다.”유환의 음성에는 서슬 퍼런 날이 서 있었다.유경호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미트를 툭 치며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 소리는 유환의 귀에 닿지 않았다. 오로지 장하늘이 나타날 방향만을 향해 유환의 시선은 집요하게 고정되었다. *** “에취!”장하늘의 다리가 강의실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전생의 훈련된 근육들이 기억을 되찾은 듯 폭발적인 속도를 냈다.인생을 거듭할수록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기분은 묘했다.이전 생애의 고된 훈련조차 영혼에 저장되는 것일까. 참으로 기구한 축복이었다.첫 번째 생에서 단거리 육상선수로 살았던 그 감각이, 지금 이 절박한 순간에 빛을 발하고 있었다.유환이 유경호와 배터리를 이루어 호흡을 맞추는 꼴만은 죽어도 보기 싫다는 치기 어린 독기가 전력 질주를 부추겼다.교정의 학생들이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좌우로 갈라지며 길을 터주었다. 뒤통수에 박히는 수많은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녀석은 분명 한 시간 먼저 도착해 있을 터였다. 지금 가면 유경호가 끼어들 틈 없이 공을 받아낼 수 있을 텐데.제발 유경호와 엮이지 않았기를. 숨이 턱밑까지 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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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들러붙지 마! 누가 할 소리]
그것은 기적을 넘어선, 명백한 궤변의 영역이었다.대체 꿈속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현실의 유환이 저토록 살벌한 기세를 뿜어내며 들러붙지 말라는 으름장을 놓는 걸까. 불과 몇 시간 전, 꿈속의 어둠 속에서 짐승처럼 헐떡이며 제 몸을 구석구석 몰아붙이던 그 뜨거웠던 열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오직 얼음장처럼 차갑게 벼려진 눈빛만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혀, 하늘의 심장을 사정없이 저릿하게 만들었다.전생의 그 오랜 기억을 송두리째 통틀어봐도 이런 반응은 하늘의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유환은 늘 오만했지만, 이토록 날 선 방어기제를 드러낸 적은 없었다.‘의식하고 있는 걸까?’장하늘은 애써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객관적인 상황을 좀 따져보았다. 누가 누구한테 들러붙어 강제로 앉혀놓고 있는 중인지 묻고 싶었다. 만일 인생 4회차라는 이 지독하고 잔인한 굴레에서 벗어나, 이번 생은 죽지 않고 기적처럼 살아남는다면 유환의 앞날은 탄탄대로일 것이다.메이저리그의 광활한 마운드조차 녀석의 천재성을 담아내기엔 좁을 만큼 찬란할 터였다. 그런 창창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싹싹하게 굴며 야구부 선배들과 인맥을 다져두는 게 본인에게 절대적으로 득이 될 텐데, 녀석의 독선적이고 안하무인 격인 성미는 회차를 거듭해도 도무지 깎일 줄을 몰랐다.“그럼 넌 여기서 쉬어. 난 몸 풀 테니까.”장하늘은 어떻게든 이 숨 막히는 텐션을 끊어내고 녀석을 마운드로 등 떠밀기 위해 먼저 몸을 일으키려 했다. 유환의 시선이 제 피부에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기묘한 열기가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그 순간, 유환이 발끈하며 미간을 팍 찌푸렸다. “앉아.”낮게 가라앉은, 명백한 명령조의 음성이 귓전을 파고들었다. 그 위압적인 기세에 눌려 장하늘은 저도 모르게 흠칫 놀라 다시 벤치에 엉덩이를 붙였다. 전신을 옭아매는 듯한 유환의 고압적인 태도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하지만 야구부원으로서, 포수로서 그라운드의 흐름을 완전히 놓칠 수는 없기에 팍- 유환의 손길을 뿌리치며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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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불청객이 던진 마구(魔球)]
꿈속에서 비를 좀 맞았다고 현실에서 이 난리라니, 스스로도 참 어이가 없고 한심했다. 최우현의 짓궂으면서도 따뜻한 부탁에 하늘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동기 사랑이 지극하다고? 누가? 저 냉혈한 폭군 유환이?장하늘이 의아함과 날 선 경계심이 섞인 시선으로 유환을 올려다보자, 유환은 뜻밖에도 덤덤한 표정으로 하늘의 손목을 더 강하게 꽉 움켜쥐며 선배를 향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제가 데려가죠.”긍정의 대답이라니. 장하늘은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조금 전까지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며 혐오감을 드러내던 녀석이, 저렇게 순순히 자신을 돌보겠다고, 심지어 병원까지 직접 데려가겠다고 나설 리가 없었다. 이건 분명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 멋쩍은 미소 뒤로 서늘한 불안감이 엄습했다.그런데, 이 낯설고 기묘한 감각은 뭔지.유환은 선배들의 시선이 물러간 뒤에도 장하늘의 손목을 움켜쥔 채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녀석의 체온이 움켜쥔 손길을 통해 하늘의 피부 속으로, 혈관 속으로 뜨겁게 침투해 들어왔다. 화상을 입을 듯 강렬한 유환의 체온이 장하늘의 맥박을 미친 듯이 불규칙하게 흔들어 놓았다.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이 녀석과의 간극을 가득 메웠다. 고압적이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거부할 수 없는 의외의 행동에 이성은 조금씩 마비되어 갔다.의외로 살가운 구석이 있는 걸까? 아니, 그럴 리가 없을 텐데.장하늘이 혼란스럽고 위태로운 감정으로 유환을 의식하며 끌려가던 그 순간, 더그아웃 입구로 또 다른 인물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다가왔다. 나른하면서도 묘하게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목소리가 전장을 파고들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운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려는 건지, 장하늘의 머릿속은 과부하가 걸린 듯 어지러웠고, 유환의 손은 더욱 거칠게 하늘의 손목을 옭아맸다. 새로운 폭풍이 임박해 있었다. *** 살다 살다 고작 기침 몇 번 했다고 이토록 전폭적인 대우를 받게 될 줄이야. 장하늘은 쏟아지는 염려가 송구스러워 당장이라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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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원하지 않는 사랑도 폭력인 것을]
도대체 상황이 어떤 궤도로 굴러가고 있는 것일까.병원에 꼭 가보라는 선배들의 극성스러운 배웅을 뒤로하고, 장하늘은 유환의 억센 손에 이끌려 주차장까지 내려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녀석의 차 조수석에 올라타 교정의 가로수들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중이었다.유환의 차는 위압적인 차체를 자랑하는 블랙 컬러의 독일제 M시리즈 SUV였다. 시트 포지션이 워낙 높아 올라탈 때 유환의 묵직한 부축을 받아야만 했는데, 허리춤을 단단히 감싸 쥐던 녀석의 커다란 손바닥 온도와 묘한 접촉의 잔상이 여전히 손등 위에 선명히 남았다.얼떨결에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차에 오르긴 했지만, 정신이 혼미한 건 비싼 차 때문이 아니었다. 손에 쥔 황금색 명함. 그 종이 조각이 주는 파동이 너무 커서 도무지 주머니에 집어넣을 수가 없었다.[T-매니지먼트 대표: 조기범. 010-XXXX-XXXX]아직 대학 4학년 학생 선수가 벌써 매니지먼트사 대표라니. 그 대단한 투수는 훗날 국가대표 마운드를 지키고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뒤, 화려한 스타와 결혼까지 골인할 팔자 좋은 남자였다. 그런데 이번 생의 조기범은 벌써 사업가의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것일까. 인생 4회차임에도 불구하고 이 생경한 변화들은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야, 아주 닳아 없어지겠네. 플러팅 당하니까 그렇게 좋냐?”유환의 음성에 서릿발 같은 날이 섰다. 장하늘은 그 서늘한 기운에 어깨를 움찔했다. 조기범 같은 거물이 나 같은 놈한테 무슨 플러팅을? 반박하려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대체 왜 내게 명함까지 주며 사적인 만남을 제안한 걸까. 연애라고는 활자로만 배운 장하늘에게 ‘플러팅’이라는 개념은 그저 추상적인 단어일 뿐이었다.“아, 그럴 리가 없잖아.”자조 섞인 탄식이 흘렀다. 조기범이 내민 그 명함 한 장이 눈앞에서 나비처럼 어지럽게 펄럭였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영혼을 사로잡는 마성이라면 그건 옆에 앉은 유환의 전유물이었다. 녀석의 눈빛 한 번에 숱한 이들이 심장을 저당 잡히는 꼴을 봐오지 않았던가. 연애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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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내 인생에 왜 불쑥 나타나?]
잠시 유환은 당혹감에 젖어 들었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결코 내뱉지 않았을 말과 행동들이 장하늘이라는 존재가 제 인생에 불쑥 침범한 이후부터 제멋대로였기 때문이었다.“너, 왜 자꾸 나 자극해?”참다못한 질문이 기어이 공중에 흩뿌려졌다.“……내가 뭘 어쨌는데.” “그 눈빛으로 날 훑고 있잖아, 지금도.”입매를 비틀면서도 유환의 눈동자는 집요하게 진실을 갈구했다.참 이상한 일이었다. 초면임이 분명한데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듯 낯익은 기분이 들었다. 저를 바라보는 장하늘의 시선에 눅진하게 묻어나는 아쉬움과 아련함. 그 지독한 농도에 유환 역시 속절없이 끌려가고 있었다.“네가…… 워낙 잘나서 좀 보게 됐다. 부담스러웠다면 미안해. 다른 오해는 하지 마라.”장하늘은 발뺌하거나 화를 내는 대신, 서슬 퍼런 유환의 기세를 순순히 받아내며 고개를 숙였다. 유환은 그런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프겠다는 생각에 핸들을 거칠게 움켜쥐었다.“그놈의 미안하다는 소리. 너한테 사과는 유통기한 지난 껌처럼 흔하고 가볍나 보지? 아주 남발을 하는군.” “그건 또 그러네. 음.”녀석은 입을 꾹 다물었다. 비에 젖은 강아지처럼 제 눈치를 보며 잔뜩 웅크린 꼴을 보니 외려 기분이 묘하게 뒤틀렸다.왜 이 녀석은 나에게만 이토록 저자세일까. 그라운드 위에서 고압적으로 투수를 찍어 누르던 그 오만한 포수는 어디 가고, 제 앞엔 전혀 다른 온도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 간극이 유환의 신경을 날카롭게 긁어댔다.“내가 잘나서 관심이 생긴다 이건가?”유환의 낮은 저음이 차 안을 울리자, 하늘은 천천히 숨을 고르고 또 골라냈다. 그러더니 이내 눈에 힘을 주며 입술을 삐죽였다.“유환, 하던 말이나 마무리 지어. 그래서 현재 넌 날 어떻게 보고 있는데?”퉁명스러운 말투였으나, 유환의 눈에는 그마저도 묘하게 자극적이었다. 거칠고 험한 그라운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였다. 운동선수라기엔 지나치게 뽀얀 피부와 가늘게 뻗은 몸선. 포수라는 포지션을 감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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