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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예단 다듬이 백 번

Auteur: Jino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18 12:03:25

[채이]

토요일 새벽 다섯 시. 알람보다 먼저 눈을 떴다.

서재 문이 열려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소파에도 부엌에도. 식탁 위에 호텔 메모지 한 장. 반듯한 글씨.

[한복집에 갑니다. 아침 드시고 천천히 오세요. — 재헌]

두 번 읽었다. 세 번째는 참으려다 읽었다. 세 번 읽어도 글자는 안 바뀌었다. 한복집. 새벽 다섯 시. 부사장.

"……미쳤나 봐."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아침은 안 먹었다. 천천히 오라는 말은 못 들은 걸로 했다.

[재헌]

새벽 네 시. 한복집 셔터 앞.

셔터 밑으로 불빛. 재봉틀 소리. 두 번 두드렸다.

셔터가 반쯤 올라갔다. 장인이 허리를 숙여 내다봤다. 돋보기, 앞치마, 가슴께에 바늘꽂이. 손에 인두. 나를 위아래로 봤다. 양복이 아니었다. 회색 티셔츠, 면바지, 걷은 소매.

"……뭐 하러 왔나."

"다듬이질, 배우러 왔습니다. 혼주 한복 마감 철이라고 들었습니다."

긴 침묵. 셔터가 끝까지 올라갔다.

"들어와. 앞치마는 저기. 채훈이 거다. 좀 짧을 거야."

짧았다. 허리에서 끝났다. 가슴께 바늘꽂이에 바늘이 세 개 꽂혀 있었다. 장인은 그걸 보고 아무 말도 안 했다. 입꼬리가 한 번 씰룩했을 뿐.

"손 씻고. 거기 풀 먹여 말린 무명 걷어서 개."

무명은 무거웠다. 풀 먹은 천이 손 안에서 서걱거렸다. 장인이 재봉틀을 돌렸다. 오래된 발틀. 대화가 불가능한 소리. 오히려 편했다. 할 말을 고를 시간이 생겼다.

재봉틀이 멈추자 장인이 말했다.

"버선은 회장님이 마음에 들어 하시더냐."

"그 땀이라고 하셨답니다."

장인이 재봉틀 옆 달력을 봤다. 귀퉁이에 흑백 사진 한 장. 한복집 앞, 앞치마 두른 여자가 어린 남자아이 둘의 손을 잡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다. 작은 게 나, 큰 게 형. 회장님이 예전에 복주머니 얘기 하셨지. 어머니 장례 때. 나는 흘려들었어. 한복집에 삯 안 받은 얘기가 한둘인가."

장인이 다듬잇돌 위에 개어 둔 무명을 올렸다. 오늘 저녁에 나가는 예단 옷감이라고 했다. 풀 냄새가 확 올랐다. 장인이 맞은편에 앉아 방망이 하나를 쥐었다.

"방망이 들어 봐."

무거웠다.

"힘으로 치지 마. 방망이 무게로 쳐. 들고, 놓고."

탁. 옷감이 옆으로 밀렸다.

"놓으라니까. 내리꽂지 말고."

탁. 조금 나았다. 탁, 탁. 장인이 사이사이 손을 넣어 옷감을 다시 접었다. 방망이 박자와 손이 들어가는 박자가 맞아야 한다. 한 번 어긋나면 손을 찧는다. 치다가 알았다. 장인은 나를 믿고 손을 넣고 있었다. 삼십이 년 동안 나를 그렇게 믿어 준 손이 몇 개였는지 세어 봤다. 금방 끝났다.

스무 번쯤.

"1년이라며."

방망이가 공중에서 멈췄다.

"……누가."

"아무도 말 안 했어. 딸이 식장에서 걸어 나오는 얼굴 보면 알아. 결혼하는 얼굴이 아니었어. 일하는 얼굴이었지. 입장 신호 기다리는 얼굴."

옷감이 뒤집혔다.

"쳐."

탁.

"맞습니다. 처음엔 1년이었습니다."

"처음엔."

"네."

"지금은."

탁.

대답하지 않았다. 들었다 놓았다. 탁. 들었다 놓았다. 탁. 장인의 손이 옷감 사이를 오갔다. 한 번도 어긋나지 않았다.

"……짧습니다."

방망이 소리 사이에 말했다.

"1년이, 짧습니다."

장인의 손이 한 박자 멈췄다. 나도 멈췄다. 옷감 위로 풀 냄새가 올라갔다.

장인이 돋보기를 벗어 이마 땀을 훔치고 다시 썼다.

"그 말, 채이한테 했나."

"아직."

"하게."

"……네."

"내가 먼저 들은 거, 걔한텐 말하지 마. 섭섭해할 거다."

장인이 옷감을 가리켰다.

"마저 쳐. 백 번은 쳐야 예단 옷감에 윤이 나."

백 번. 셌다. 스물하나부터. 팔이 먼저 셌고 머리가 따라 셌다. 일흔 번쯤에 어깨가 타는 것 같았다. 아흔 번쯤엔 아무 생각도 안 났다. 백 번째에 옷감에서 빛이 났다. 새벽 불빛이 무명 위에서 미끄러졌다. 장인이 그걸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으로 나한테 한 끄덕임이었다.

[채이]

일곱 시. 셔터가 활짝 올라가 있었다. 안에서 엄마 웃음소리. 저렇게 크게 웃는 엄마는 오랜만이었다.

문턱에서 멈췄다.

그가 작업대 앞에 서 있었다. 허리에서 끝나는 짧은 앞치마. 얼굴에, 머리에, 티셔츠에 온통 실밥과 흰 초크 가루. 눈썹까지 하얬다. 자투리 천을 가위로 자르고 있었다. 가위질이 서툴렀다. 크기가 제각각이었다.

"엄마, 이게 뭐야."

"네 신랑이 새벽 네 시부터 다듬이질했다. 백 번. 그다음엔 내 재단 자 잡아 주다가 초크를 뒤집어썼고."

엄마가 배를 잡았다. 채훈이 재봉틀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누나, 매형 진짜 쎄. 방망이 백 번 치고 멀쩡해. 나는 오십 번에 팔 빠지는데."

"매형 아니라니까."

습관처럼 나왔다. 그런데 이번엔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엄마도 채훈도 아빠도. 그도. 다들 조용히 나를 봤다. 내 말이 어딘가 틀린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틀린 건 문법이 아니었다.

그가 가위를 내려놓았다. 초크 가루 묻은 속눈썹이 하얬다.

"손 줘 보세요."

"……왜요."

그가 다듬잇돌 옆에 개어 둔 무명 가운데 제일 반듯한 한 폭을 골라 내 손바닥에 올렸다.

"첫 옷감입니다. 제가 두드린 거."

손바닥으로 쓸었다. 매끈했다. 윤이 났다. 아빠 다듬이질이랑 거의 똑같았다. 거의.

"……한쪽이 조금 우글거려요."

"압니다. 풀을 한 바가지 더 먹였습니다."

아빠가 재봉틀 옆에서 헛기침을 했다. 엄마가 또 웃었다.

손을 뻗을까 말까 망설였다. 뻗었다. 엄지로 그의 눈썹 위 초크 가루를 쓸었다. 그가 가만히 있었다. 눈을 감지도, 피하지도 않고.

"……하얗네요. 다."

"백 번 쳤으니까요."

채훈이 휘파람을 불었다가 엄마한테 등을 맞았다.

나갈 때 그가 앞치마를 벗어 개려고 했다. 아빠가 재봉틀 옆에서 손을 저었다.

"가져가게."

"채훈 씨 거 아닙니까."

"걔는 새로 사 주면 돼. 그건 이제 자네 거야. 짧아도."

그가 앞치마를 두 손으로 들고 한참 서 있었다. 채훈 이름이 매직으로 적혀 있었다. 아빠가 다가와 그 이름 위에 줄을 두 번 긋고, 옆에 매직으로 한 글자를 썼다. 강.

성만. 이름은 안 썼다. 아직은 거기까지인 모양이다. 그래도 그는 그 앞치마를 넥타이 매듯 조심스럽게 접어 팔에 걸었다. 상장이라도 받는 얼굴이었다. 도원그룹의 어떤 결재 서류보다 소중하게.

돌아오는 길에 시장을 가로질렀다. 문을 열기 시작하는 토요일 아침. 생선 가게 아저씨가 얼음을 깔고 채소 가게 할머니가 파를 다듬었다. 몇몇이 손을 흔들었다. 한복집 딸 왔네, 신랑이랑.

걸으며 할머니 얘기를 했다. 화요일에 못 한 이야기. 흑백 사진, 터진 한복, 흰 실 열 바퀴, 복주머니 삼백 개, 삼 년 전 박수.

시장 끝 골목에서 그가 걸음을 멈췄다.

"그러니까 식장을 할머니가 정했다고요. ……그럼 저는 할머니 계획에 걸려든 겁니까."

"할머니는 하늘이 할 일을 조금 거들었을 뿐이래요."

"할머니다운 말입니다. 거든 게 조금이 아닌데."

"화났어요?"

"아뇨."

그가 시장 쪽을 돌아봤다. 한복집 셔터 앞에서 엄마가 아직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거기 당신이 있어서."

대답하지 못했다. 발끝만 봤다. 그의 운동화 끈에 흰 실밥이 몇 가닥 감겨 있었다. 걸을 때마다 한 가닥씩 떨어졌다. 한복집에서부터 여기까지, 흰 실이 띄엄띄엄 이어져 있었다. 길을 잃으면 저걸 따라 돌아가면 된다. 실밥으로 그린 지도. 한복집 사위만 그릴 수 있는.

[재헌]

봄빛 뒷문에 그녀를 내려 줬다. 쓰레기통 옆. 이제 우리 집 현관보다 익숙한 자리다.

주방 창문이 열리고 탁 실장이 고개를 내밀었다. 나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부사장님. 귀 뒤에 그거 뭐예요."

만져 봤다. 흰 가루가 손가락에 묻어났다. 실밥도 한 가닥.

"……초크 가루입니다."

"부사장님이 초크를 왜 귀에 묻히고 다녀요?"

"다듬이질했습니다. 백 번."

탁 실장이 칼을 든 채 한참 나를 봤다. 그리고 주방 안쪽으로 소리쳤다.

"은비야! 부사장님 다듬이질했대! 백 번!"

안에서 비명 같은 웃음이 터졌다. 그녀가 차 문을 닫다 말고 얼굴을 감쌌다. 나는 귀 뒤를 한 번 더 털었다. 초크 가루가 햇빛에 반짝이며 떨어졌다. 봄빛 사람들 앞에서 나는 자꾸 체면이 떨어진다. 떨어지는 게 나쁘지 않다는 걸 알아 가는 중이다.

[채이]

그날 봄빛 두 번째 식이 끝나고 준수가 음향실에서 손짓했다. 웃음 참는 얼굴.

"누나, 쉿. 이리 와 봐요."

음향실 창으로 그랜드홀이 보였다. 불 꺼진 홀, 버진로드 끝에 조명 하나. 그 아래 은비가 걸레를 든 채 서 있었다. 준수가 홀 정리를 부탁한다고 불러냈다고.

뒷문이 열리고 사진 기사 도경 씨가 들어왔다. 카메라 대신 작은 상자. 은비가 걸레를 떨어뜨렸다.

준수가 믹서 버튼을 올렸다. 신부 입장 음악. 하루에 세 번씩 트는, 은비가 지겹다던 곡.

도경 씨가 열두 걸음을 걸어 무릎을 꿇었다. 상자를 열었다.

은비가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소리쳤다. 유리창 너머까지 들렸다.

"열하루가 아니라 사십 일째야! 사십 일 동안 매일 화장했다고!"

도경 씨가 당황했다. 은비가 울면서 웃었다. 반지 낀 손으로 도경 씨 등짝을 때렸다. 세게. 그다음에 끌어안았다.

준수가 박수를 쳤다. 나도 쳤다. 치다가 멈췄다. 가슴 한쪽이 시큰했다.

버진로드 끝에서 무릎 꿇는 사람. 상자를 여는 손. 기다린 사십 일.

나한테 온 건 식 사십 분 전의 급한 부탁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한 사람이 새벽 네 시부터 다듬이 방망이를 백 번 들었다 놓았다. 눈썹까지 하얘져서 제일 반듯한 옷감을 골라 줬다.

그건 무슨 말이었을까. 번역이 필요했다. 우리 집안 사람들 말만 번역이 필요한 줄 알았는데.

왼손 반지를 내려다봤다. 흰 실 열 바퀴. 어느새 실 끝이 조금 보풀어 있었다.

[재헌]

저녁 여섯 시. 호텔 사무실 창가. 샤워를 두 번 했는데도 귀 뒤에서 실밥이 나왔다.

1년이 짧습니다.

장인한테 한 말이 입안에 남아 있었다. 방망이 소리 사이에 뱉어서, 방망이 소리가 없는 데서는 다시 꺼내기가 어려웠다.

하게. 장인이 그랬다.

휴대폰을 꺼냈다. 그녀 이름. 통화 버튼 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오늘 밤. 누룽지를 데우면서. 새벽 두 시에.

노크. 백 실장. 얼굴이 굳어 있었다.

"부사장님. 방금 공지가 떴습니다."

태블릿 화면. 이사회 소집 공고. 7월 마지막 금요일. 안건 1호, 도원호텔 대표이사 선임의 건. 그 아래 작은 글씨.

발의자, 강민혁 전무. 첨부, 대표 후보 혼인의 진정성에 관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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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헌]목요일 밤 열한 시 오 분. 식탁. 그녀가 안전핀을 한 번 여닫은 뒤로 오 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치도만 봤다.나는 백 실장 흉내를 냈다. 수첩 대신 냅킨. 볼펜으로 적었다."뭐가 남아 있는지부터."그녀가 고개를 들었다."실내 공간. 그랜드볼룸. 밤 갈라 세팅이 금요일부터 들어갑니다. 형 쪽. 로즈룸, 백 명. 스카이라운지, 팔십 명. 로비, 서서 이백 명.""낮 잔치 하객이 몇이에요.""삼백 이십.""그럼 볼룸밖에 없어요.""볼룸은 형 겁니다. 밤 갈라. 샹들리에, 샴페인 타워, 외국 연주단. 금요일 오후부터 세팅."그녀가 배치도를 뒤집었다. 뒷면에 볼펜으로 선을 그었다. 시간표였다. 열두 시부터 세 시, 낮 잔치. 세 시부터 여섯 시, 전환. 일곱 시, 갈라."같은 방을 두 번 써요. 봄빛은 토요일마다 그랜드홀 하나로 식을 세 번 해요. 식 끝나면 사십 분 만에 꽃이랑 의자 다 바꿔요. 호텔은 세 시간이면 돼요.""형이 허락할까요.""물어봐야죠."그녀가 휴대폰을 들었다. 건물주, 라고 저장된 번호. 밤 열한 시 십 분.[채이]신호가 한 번 가고 받았다."매니저님.""전무님. 태풍이요.""봤어요. 지금 볼룸 배치도 보고 있었어요."이 사람도 안 자고 있었다. 형제가 같은 시간에 같은 배치도를 보고 있었다."낮 잔치를 볼룸으로 옮기고 싶어요. 열두 시부터 세 시까지. 세 시부터 여섯 시까지 전환하고, 일곱 시에 갈라. 갈라 세팅이 세 시간 늦어져요."전화 너머가 조용했다. 삼 초."……그래요.""그래요요?""샹들리에는 원래 늦게 켜는 거예요. 해 지고 나서. 낮에 켜면 촌스러워요."웃음이 났다. 그도 웃었다. 전화 너머로."갈라 세팅팀 금요일 출근 취소할게요. 토요일 세 시에 들어가라고 하고. 그리고 매니저님.""네.""전환 세 시간. 우리 팀 인력 다 쓰세요. 내 갈라 인력이지만 낮에도 쓰세요. 복주머니 나르게."전화를 끊었다. 그가 나를 보고 있었다. 냅킨을 든 채."……형이 뭐라

  • 대타 신부   35화. 예비일 지정

    [채이]"조건이요?"민혁이 원장님 찻잔을 내려놓았다. 두 손으로. 이 사람은 오늘 모든 걸 두 손으로 했다."토요일 연회. 식순에 제 순서 하나 넣어 주세요.""……무슨 순서요.""삼 분이요. 할머니 앞에서. 직접 말할 기회. 기자 없이, 이사 없이. 매니저님이 식순 짜시잖아요."매니저님. 제수씨가 아니었다.수첩을 폈다. 연회 식순. 낮 열두 시 개회, 할머니 인사말, 개관 연회 메뉴 소개, 봄빛 사진전, 직원 가족 소개, 복주머니 나눔. 빈칸이 없었다."식순은요, 원래 양가 합의가 필요해요. 신랑 측, 신부 측.""……농담이죠.""반은요. 반은 진짜예요. 할머니 인사말 앞에 넣을게요. 할머니가 말씀하시기 전에. 할머니가 대답하실 수 있게."민혁이 나를 봤다. 그리고 원장님을 봤다. 원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순은 매니저 권한이다. 원장님이 오 년 전에 그렇게 정했다."삼 분이면 되겠어요?""……모르겠어요. 삼십 년 치 말이라.""그럼 사 분 드릴게요. 예비로 일 분."예식장에서는 늘 예비를 둔다. 예비일, 예비 부케, 예비 안전핀. 사람 말에도 예비 일 분이 필요하다.[재헌]수요일 오후 세 시. 할머니 전화. 이번엔 본론이 늦게 나왔다."재헌아.""네."오 초. 할머니가 오 초 넘게 말을 안 하는 건 드물다. 결혼식 날 이후 두 번째."네 작은아비가 왔다 갔다. 아침 일곱 시에. 혼자 운전해서.""……네. 형한테 들었습니다.""쉰다섯 해 만에 물었다. 어머니, 제 돌잔치를 하셨습니까."할머니 목소리가 흔들렸다. 두 번째로 듣는 흔들림."그래서 말해 줬다. 했다고. 영감 몰래 봄빛 작은 방에서. 내 혼례 치마를 뜯어 입혔다고. 한복집 새댁이 돌복 삯을 안 받았다고. 지갑에서 사진을 꺼내 줬다. 쉰다섯 해 만에 주인한테 갔다.""……작은아버지는요.""울더구나. 쉰여섯 살짜리가. 내 앞에서. 그리고 버선을 한 켤레 얻어 신고 갔다. 네 처가 두고 간 무명 버선. 발에 꼭 맞는다더라."전화 너머에서 찻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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