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검은 점은 사라졌다.
엘라는 손바닥을 펴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평소와 똑같은 손. 며칠 전 훈련하다 까진 자국과. 목검을 오래 잡아 생긴 작은 굳은살만 남아 있었다. 엘라는 손바닥을 뒤집었다. 그리고 다시 폈다. “뭐 해?” 옆에서 테오도르가 물었다. “확인하고 있습니다.” “뭘?” “손을요.” “손이 어디 갔다 왔어?” “아닙니다.” 엘라는 다시 한번 손끝을 살폈다. 정말 없었다. 검은 점. 분명히 본 것 같았다. 설응의 전령통에서 보았던 검은 얼룩처럼. 아주 작았지만. 금빛 신성력 사이에 검은 점 하나가 섞여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 잘못 본 걸까. 온실이 어두워서. 차가운 곳에 오래 있어서 눈이 피곤했던 걸지도 모른다. “엘라.” “네.” “아까부터 이상해.” 테오도르가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일 있어?” 엘라는 입을 열었다가 멈췄다. 확실하지 않은 일이었다. 괜히 말했다가 사람들을 걱정시키는 건 아닐까. 특히 아버지가 알게 되면. 당장 신관 열 명은 불러올 것이다. 황제까지 알면 더 귀찮아질지도 몰랐다. 별일 아닐 수도 있잖아. 엘라는 손을 주먹 쥐었다. 하지만. 조금 전 자신이 본 것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지는. 아직 몰랐다. 그걸 혼자 정해버리는 것도 이상했다. 엘라는 천천히 손을 다시 폈다. “전하.” “응.” “아까 제 손에서 이상한 것을 봤습니다.” 테오도르의 표정이 바로 진지해졌다. “뭘?” “검은 점이요.” “검은 점?” “신성력을 썼을 때 아주 잠깐 보였습니다.” 테오도르의 시선이 엘라의 손으로 향했다. “지금은?” “없습니다.” “아팠어?” “아닙니다.” “뜨겁거나 차갑거나?” “그것도 아닙니다.” 테오도르는 잠시 생각했다. 그러더니 곧바로 말했다. “아버지한테 가자.” 엘라는 예상했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역시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왜?” “조금 더 지켜봐도 될 것 같아서요.” “왜?” “사라졌잖아요.” “그래도 이상한 거 봤다며.”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확인하면 되잖아.” 테오도르의 대답은 너무 간단했다. 엘라가 눈을 깜빡였다. “괜히 걱정시키면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오면 그때 다시 생각하면 되지.” 엘라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전하는 가끔 아주 단순하게 말씀하십니다.” “복잡하게 생각해서 좋은 게 뭐가 있어?” “그건…….” 엘라는 반박하려다가 멈췄다. 자신은 지금. 확실하지 않으니 말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는 것까지 숨길 필요는 없을지도 몰랐다. 그저. 본 것과 모르는 것을 나눠 말하면 되지 않을까. “갑니다.” 엘라가 말했다. 테오도르가 먼저 걸음을 옮기다 돌아봤다. “진작 그러지.” “전하.” “응?” “혹시 아무 일도 아니면.” “응.” “아버지께 제가 먼저 말씀드렸다고 증언해주십시오.” 테오도르가 웃었다. “혼날까 봐?” “과보호가 시작될까 봐요.” “그건 이미 늦은 것 같은데.” 엘라는 그 말에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다. ⸻ “뭐?” 예상대로였다. 펠리시아 공작은 의자에서 거의 튀어 오르듯 일어났다. “검은 점?” “아버지.” “어디에 있었느냐?” “손바닥에요.” “지금은?” “없습니다.” “아프지는 않고?” “네.” “신성력은?” “평소와 같습니다.” “그걸 왜 이제 말해!” 엘라는 황제를 돌아봤다. 황제가 어깨를 으쓱했다.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테오도르에게 시선을 돌렸다. 테오도르는 입 모양으로 말했다. ‘내가 뭐랬어.’ 엘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방금 봤습니다.” “방금?” “정확히는 조금 전에요.” “조금 전이 언제냐?” “훈련장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그럼 왜 즉시 말하지 않았느냐?” “말했습니다.” 엘라는 테오도르를 가리켰다. “전하께.” 공작의 시선이 황태자에게 향했다. 테오도르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리고 바로 왔습니다.” 엘라가 덧붙였다. 공작은 그제야 조금 숨을 내쉬었다. 황제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친구.” “지금 웃으실 때가 아닙니다.” “자네 딸은 잘했네.” 공작은 입을 다물었다. 황제가 엘라를 바라봤다. “확실하지 않은데도 말했구나.” “네.” “왜?” 엘라는 잠시 생각했다. “제가 본 건 맞으니까요.” 황제의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 엘라는 덧붙였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요.” 황제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곧 사람을 불렀다. 잠시 뒤. 궁정 마법사장과 신관 한 명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마법사장은 엘라의 손을 살폈다. 신관은 작은 수정구를 꺼냈다. “공녀님.” “네.” “신성력을 조금만 흘려보내 주십시오.” 엘라는 수정구 위에 손을 올렸다.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따뜻한 금빛이 손끝에서 피어났다. 빛은 수정구 안으로 스며들어 맑은 황금색으로 번졌다. 공작은 숨도 쉬지 않고 그것을 바라봤다. 테오도르 역시 평소보다 진지했다. 금빛. 깨끗했다. 검은 점은 보이지 않았다. 신관이 눈을 감고 한참 동안 신성력의 흐름을 살폈다. “이상 없습니다.” 공작의 어깨에서 힘이 조금 빠졌다. “확실한가?” “현재 확인되는 이상은 없습니다.” 이번에는 공작도 바로 되묻지 않았다. 엘라가 대신 물었다. “그럼 제가 잘못 본 겁니까?” 신관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마법사장이 말했다. “그것도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엘라는 눈을 깜빡였다. “지금은 정상인데요?” “지금 정상이라는 것과.” 마법사장은 차분하게 말했다. “조금 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엘라는 그 말을 듣고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황제가 물었다. “전령통의 오염 때문일 가능성은?” “있습니다.” “확실한가?” “아닙니다.” “그럼 무엇부터 하지?” 마법사장은 엘라를 바라봤다. “기록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기록이요?” “네.” 그는 작은 수첩 하나를 내밀었다. “언제 신성력을 사용했는지.” “…….” “얼마나 사용했는지.” “…….” “통증이나 이상 반응이 있었는지.” 엘라는 수첩을 받아 들었다. “검은 점이 다시 보이면요?” “그것도 적고.” “…….” “바로 알려주십시오.” 펠리시아 공작이 곧장 덧붙였다. “아주 바로.” “알겠습니다.” “나에게 먼저.” “아버지.” “왜?” “황궁에 있을 때는 신관님께 말씀드리는 게 더 빠를 수도 있습니다.” 공작은 입을 다물었다.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황제가 웃음을 터뜨렸다. “친구, 자네가 그냥 황궁에 살아.” “진지하게 고민 중입니다.” “아버지.” “농담이다.” 잠시. “반쯤은.” 엘라는 이마를 짚었다. ⸻ 검사는 끝났다. 결과는 정상. 하지만 수첩 하나가 새로 생겼다. 엘라는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첫 페이지를 펼쳤다. 신성력 사용 기록. 그 아래 날짜를 적었다. 그리고 한참 고민했다. 전령조에게 쓰려다가 안 씀. 펜이 멈췄다. 테오도르가 옆에서 슬쩍 봤다. “왜 안 써?” “신성력을 실제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나왔잖아.” “손끝에만요.” “그럼 쓴 거 아니야?” 엘라는 잠시 생각했다. “그렇군요.” 사각사각. 소량 사용. 다음 줄. 검은 점을 봄. 또 다음. 현재는 없음. 테오도르가 웃었다. “일기 같아.” “기록입니다.” “오늘 검은 점을 봤다. 없어졌다.” “전하.” “왜?” “계속 읽으시면 보여드리지 않겠습니다.” “내가 옆에 있는데 어떻게 안 봐?” 엘라는 수첩을 닫았다. “이제 못 보십니다.” “치사해.” “제 기록입니다.” 두 아이는 다시 교실 쪽으로 걸었다. 그때 맞은편에서 에드먼드 교수가 다가왔다. “수업 시간에 어디를 다녀오신 겁니까?” 테오도르와 엘라가 동시에 멈췄다. 엘라가 먼저 말했다. “검사를 받고 왔습니다.” 교수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무슨 검사입니까?” 엘라는 잠시 고민했다. 북부의 전령통과 관련된 일까지 말해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아는 만큼만 말했다. “신성력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현재는 정상입니다.” 에드먼드 교수의 시선이 잠시 엘라에게 머물렀다. “현재는?” “조금 전에 본 것까지 없었던 일인지는 아직 모른답니다.” 교수의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 “그렇군요.” 그는 더 캐묻지 않았다. “그럼 수업에 들어오십시오.” 테오도르가 물었다. “오늘은 뭐 배웁니까?” “보고와 판단.” 두 아이가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테오도르가 수상하다는 듯 물었다. “교수님, 일부러 이걸 준비하신 겁니까?” “무엇을 말입니까?” “우리한테 있었던 일 다 알고 계신 것 같은데.” “황궁에서는 소문이 빠릅니다.” “그럼 알고 계신 거잖아요.” “앉으십시오.” 교수는 대답 대신 교실 문을 열었다. ⸻ 칠판에는 두 문장이 적혀 있었다. 확실한 사실. 확실하지 않은 정보. 에드먼드 교수가 물었다. “둘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테오도르가 손을 들었다. “사실은 확인된 것이고, 정보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또요?” “정보도 사실일 수 있습니다.” 교수는 두 문장 사이에 선을 그었다. “다만 우리가 얼마나 확인했는지는 다르겠지요.” 첫 번째 사례가 나왔다. “어떤 마을에서 밤마다 가축이 사라집니다.” 테오도르가 곧바로 말했다. “마물입니다.” 교수가 그를 바라봤다. “왜요?” “가축이 사라졌으니까요.” “도둑일 수도 있습니다.” “…….” “야생동물일 수도 있고.” “…….” “주인이 몰래 팔았을 수도 있지요.” 테오도르는 입을 다물었다. 엘라는 며칠 전 자신이 테오도르를 범인으로 몰았던 일을 떠올렸다. 교수가 물었다. “그럼 무엇부터 확인해야 합니까?” 이번에는 엘라가 대답했다. “가축이 실제로 몇 마리 사라졌는지.” “그리고?” “누가 마지막으로 봤는지.” “그리고?” 엘라는 잠시 생각했다. “마물 흔적이 있는지.” “좋습니다.” 테오도르가 손을 들었다. “그럼 확실하지 않은 건 보고하면 안 됩니까?” 교수는 되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틀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아무도 보고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위험한 일이었다면?” 테오도르가 입을 다물었다. 엘라도 생각했다. 자신이 검은 점을 말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 하지만 정말 아무 일도 아닌지는 아직 모른다. “그럼.” 엘라가 말했다. “확실하지 않다고 같이 말하면 되지 않습니까?” 교수가 그녀를 바라봤다. “어떻게요?” 엘라는 자신의 손을 봤다. “검은 점을 봤습니다.” 잠시. “하지만 그게 뭔지는 모릅니다.” 교실이 조용해졌다. 에드먼드 교수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군요.” 테오도르가 엘라를 바라봤다. “오늘 네가 한 거네.” 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께서 먼저 가자고 하셨습니다.” “그럼 내가 잘한 거네.” “네.” 테오도르가 오히려 멈칫했다. “진짜?” “잘하신 건 잘하신 거니까요.” 입꼬리가 올라갔다. “한 번 더 말해봐.” “싫습니다.” “왜?”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치사해.” 교수가 책상을 두드렸다. “수업 중입니다.” 두 아이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 수업이 끝난 뒤. 에드먼드 교수는 엘라의 신성력 기록 수첩을 잠시 빌렸다. “무엇을 보십니까?” “기록 방법을요.” “잘못 적었습니까?”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엘라가 눈을 깜빡였다. 교수는 첫 페이지를 가리켰다. 소량 사용. 검은 점을 봄. 현재 없음. “그때 주변에는 무엇이 있었습니까?” 엘라는 천천히 떠올렸다. 설응. 차가운 온실. 전령통. 검은 얼룩. “오염된 전령통이 있었습니다.” “적을 겁니까?” “적는 게 좋습니까?” 교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엘라가 잠시 생각했다. “관련 있는지는 모르지만.” “…….” “그때 가까이에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렇군요.” 엘라는 펜을 들었다. 오염된 전령통 가까이에 있었음. 관련 여부 모름. 교수는 수첩을 돌려줬다. 엘라가 물었다. “교수님.” “왜요?” “이게 나중에 정말 관계없는 일이면요?” “지우고 싶습니까?” 엘라는 잠시 고민했다. “아닙니다.” “왜?” “그때 제가 그렇게 봤다는 건 바뀌지 않으니까요.” 교수는 더 말하지 않았다. 엘라는 수첩을 내려다봤다. 기록에는. 본 것. 모르는 것. 추측하는 것이 섞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눠야 할까. 엘라는 페이지 아래에 아주 작게 적었다. 보았다는 것과 안다는 것은 같은 걸까? 이번에는. 교수에게 답을 묻지 않았다. 조금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 며칠이 흘렀다. 검은 점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엘라는 매일 수첩에 짧은 기록을 남겼다. 신성력 소량 사용. 이상 없음. 다음 날. 기사단 훈련 후 손바닥 치료. 이상 없음. 그다음 날. 노아의 긁힌 팔 치료. 이상 없음. 테오도르는 매번 수첩을 훔쳐보려 했다. 엘라는 매번 막았다. “오늘은 뭐라고 썼어?” “비밀입니다.” “어차피 ‘이상 없음’이잖아.”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매일 물어보니까.” 엘라의 펜이 멈췄다. “매일 확인하셨습니까?” “응.” “왜요?” “또 검은 점 나오면 말하라고 했잖아.” “그건 제가 말하면 됩니다.” “네가 깜빡할 수도 있잖아.” “안 깜빡합니다.” “간식 먹을 때는 잘 깜빡하던데.” “그건 다른 문제입니다.” 테오도르는 피식 웃었다. 그러더니 작은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이것도 기록해.” “무엇입니까?” 종이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오늘 엘라는 타르트를 세 개 먹음. 이상 있음. 엘라는 종이를 한동안 바라봤다. “전하.” “응?” “세 개가 아니라 두 개 반입니다.” “내 것 반 먹었잖아.” “전하께서 남기셨습니다.” “그건 나중에 먹으려고 한 거야.” “그 말씀은 안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세 개나 마찬가지야.” 엘라는 펜을 들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적었다. 황태자는 간식을 오래 남겨두는 습관이 있음. 잠시. 그래서 자주 빼앗김. 테오도르의 얼굴이 굳었다. “네가 범인이잖아!” “저는 남겨진 간식을 먹었습니다.” “남긴 게 아니라 뒀다고!” 엘라의 펜이 멈췄다. 자신에게는. 남겨진 타르트였다. 테오도르에게는. 나중에 먹으려고 둔 타르트였다. 같은 일을 보고도. 설명이 달랐다. 엘라는 종이를 내려다보다 작게 말했다. “이것도 이상하네요.” “뭐가?” “같은 걸 봤는데 다르게 적을 수 있습니다.” 테오도르가 어이없는 얼굴로 말했다. “그걸 이제 알았어?” “전하는 알고 계셨습니까?” “내 타르트였다는 건 알고 있었지.” “그 얘기가 아닙니다.” 둘의 말다툼이 다시 시작됐다. 교실 한쪽에서 에드먼드 교수는 책을 읽으며 모르는 척했다. 입가만 아주 조금 올라가 있었다. ⸻ 그리고 같은 날 밤. 북부. 끝없이 펼쳐진 설원 위로 거센 눈보라가 몰아쳤다. 황궁에서는 봄이 깊어지고 있었지만. 북부의 겨울은 여전히 끝날 생각이 없었다. 거대한 검은 성의 가장 높은 탑. 창문 하나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콰앙―! 안쪽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다. 복도를 지키던 기사들이 동시에 굳었다. “전하?” 아무도 문을 열지 않았다. 열 수도 없었다. 명령이 있었다. 안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도 들어오지 말 것. 두꺼운 문 너머. 단테 발테르는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 있었다. 거친 숨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검은 머리카락이 젖은 듯 이마에 붙어 있었다. 손끝에서는 어두운 마력이 끊임없이 새어나왔다. 스르륵. 검은 기운이 바닥을 타고 번졌다. 돌바닥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단테는 이를 악물고 제 손목을 붙잡았다. 피부 아래. 검은 핏줄 같은 것이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손등. 손목. 그리고 팔 안쪽까지. “……젠장.”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 문밖에서 누군가 급히 외쳤다. “대공 전하!” 단테의 눈이 천천히 문 쪽을 향했다. “무슨 일이냐.” “황궁에서 답신이 도착했습니다.” 잠시 침묵. “들어오지 마.” “예.” “문 앞에 두고 가라.” “알겠습니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한참 뒤. 단테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한 걸음. 두 걸음. 문까지 걸어가는 짧은 거리조차 힘겨웠다. 장갑을 끼고. 검은 흔적이 가려진 것을 확인한 뒤. 문을 조금 열었다. 바닥에 작은 문서통 하나가 놓여 있었다. 황실의 금빛 문장. 단테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문을 다시 닫았다. 봉인을 뜯었다. 황제의 친필이었다. 상태를 확인할 사람을 보내겠다. 다음. 거절하지 마라. 단테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쓸데없는 짓을.” 종이를 구겨버리려던 손이 멈췄다. 마지막 문장이 있었다. 이번에는 네 판단만 믿지 마라. 단테는 오랫동안 그 문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비웃음에 가까웠다. “누가 누구에게.” 그가 종이를 내려놓았다. 창밖에서는 눈보라가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검은 마기가 다시 손끝에서 피어났다. 단테는 문 쪽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바로 밖에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가라고 했다. 그래서 갔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상태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가까이 오는 사람이 더 위험해진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다시. 책상 위의 편지로 시선이 향했다. 이번에는 네 판단만 믿지 마라.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이었다. 그렇다고. 틀렸다고 확신할 수도 없었다. 단테는 한동안 종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결국 구기지 않았다. 책상 위에 그대로 내려놓았다. 그뿐이었다. 누구를 부르지도 않았다. 도움을 받겠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버리지 않았을 뿐이었다. ⸻ 같은 밤. 아주 먼 황궁. 엘라의 책상 위에도 수첩 하나가 펼쳐져 있었다. 마지막 기록. 오늘도 검은 점 없음. 그 아래. 며칠 전 적어둔 질문. 보았다는 것과 안다는 것은 같은 걸까? 엘라는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아직. 답은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두었다. 다음에 무언가 더 보이면. 그때 다시 생각하기 위해. 북부에서는. 한 남자의 책상 위에 다른 문장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네 판단만 믿지 마라. 그 역시. 답하지 않았다. 황궁의 아이도. 북부의 남자도. 그날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 그저. 쉽게 버리지 못한 질문 하나씩을 남겨두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엘라에게는 검은 점과는 전혀 다른 문제가 하나 생길 예정이었다.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 앞에 서서. 처음으로 물어야 했다. 도와준다는 건 대체 뭘까.출발 전날.엘라는 짐을 싸다가 세 번째로 멈췄다.“이건 필요합니다.”시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무엇이요?”“과자입니다.”“공녀님.”“네.”“저희는 지금 북부로 가는 겁니다.”“알고 있습니다.”“여행 기간이 보름 가까이 걸립니다.”“그래서 필요합니다.”시녀는 말문이 막혔다.엘라는 아주 진지했다.침대 위에는 옷보다 먹을 것이 더 많이 올라와 있었다.말린 과일.견과류.작은 비스킷.꿀에 절인 사과.그리고.테오도르가 보냈다는 레몬 쿠키 한 상자.시녀는 머리를 짚었다.“짐칸이 부족합니다.”엘라가 고개를 들었다.“마차가 몇 대입니까?”“네 대입니다.”“그런데요?”“공녀님 짐만 싣는 게 아니니까요.”“저는 필요한 것만 가져갑니다.”시녀의 시선이 침대 위를 훑었다.“이게요?”엘라도 따라봤다.잠시 침묵.“쿠키는 필요합니다.”“왜요?”“전하께서 주셨습니다.”“황태자 전하께서요?”“네.”“그럼 가져가야죠.”시녀의 태도가 바로 바뀌었다.엘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제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는 안 된다면서요.”“황태자 전하께서 주신 거라면 의미가 다릅니다.”“어떻게요?”“선물입니다.”“제가 산 과자도 제 마음을 위한 선물입니다.”시녀는 대답하지 않았다.엘라는 승리한 얼굴로 상자를 다시 가방 안쪽에 넣었다.그때.문이 열렸다.“아직도 짐 싸니?”펠리시아 공작이었다.엘라는 고개를 들었다.“거의 끝났습니다.”공작은 방 안을 보고 그대로 굳었다.“이게 거의 끝난 거냐?”“네.”“이건 이사 수준인데.”“보름입니다.”“가는 데만.”엘라가 잠시 멈췄다.“그렇네요.”“돌아오는 데도 보름.”“그렇네요.”“북부에 얼마나 있을지도 모른다.”엘라는 대답하지 않았다.그 사실은.생각보다 더 묵직했다.이번 파견에 정확한 종료 날짜는 없었다.한 달이 될 수도.두 달이 될 수도.그보다 길어질 수도 있었다.엘라가 북부에 있는 동안.단테의 상태를 확인하고.필요하다면 신성력 반응을 시험하고.
“공녀님.”“네.”“지금 웃으셨습니까?”엘라는 책상 위의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아닙니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소년이 눈을 가늘게 떴다.“분명 웃으셨습니다.”“착각입니다.”“제가 틀렸다고요?”“네.”“왜요?”엘라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지금 본인이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신 겁니까?”소년의 입이 다물렸다.교실 뒤쪽에서 작은 웃음이 터졌다.아이들이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엘라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서류를 봤다.“자.”그리고.손가락으로 한 문장을 가리켰다.“다시 보겠습니다.”소년의 얼굴이 울상이 됐다.“또요?”“네.”“세 번째입니다.”“알고 있습니다.”“이번에도 틀렸습니까?”“아니요.”소년의 눈이 커졌다.“그럼 왜 다시 봅니까?”“맞았다고 해서 이유까지 맞는 건 아닐 수 있으니까요.”“…….”“왜 이 답을 골랐는지 설명해보십시오.”소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그리고.다시 문제를 읽기 시작했다.교실은 조용했다.하지만.긴장된 침묵은 아니었다.아이들은 저마다 문제를 풀었고.막히면 손을 들었다.누군가는 먼저 질문했다.누군가는 옆 사람과 의견을 비교했다.그리고.교실 앞.엘라는 예전처럼 직접 답부터 말하지 않았다.기다렸다.물었다.필요하면 힌트를 줬다.가끔은.“그건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이제 그 말을 하는 데.조금도 부끄럽지 않았다.⸻몇 해가 흘렀다.황궁의 나무는 몇 번이나 꽃을 피웠고.눈도 여러 번 내렸다.아이들은 자랐다.그리고.엘라도 자랐다.어린 시절보다 훨씬 길어진 금빛 머리카락은 등 아래까지 내려왔다.검술 훈련 때문에 여전히 몸을 움직이기 편한 옷을 선호했고.황궁 수업이 있는 날이면 소매를 단정하게 걷어 올리는 버릇도 그대로였다.입이 빠른 것도.고집이 센 것도.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다만.예전보다 멈출 줄 알았다.자신이 아는 것과.모르는 것을 구분했고.상대가 원하는 도움과.자신이 주고 싶은 도움을 조금씩 구별할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특별한 것은 없었다.“세드릭!”“왜!”“제 빵입니다!”“한 입만 먹었잖아요!”“한 입이 너무 큽니다!”“빵은 원래 크게 먹는 겁니다!”“누가 그럽니까!”황실 예비교육반의 점심시간은 평소처럼 시끄러웠다.노아가 세드릭의 손에서 남은 빵을 빼앗았다.“그거 클라라 거야.”“알아.”“아는데 왜 먹어?”“맛있어 보여서.”클라라가 울상을 지었다.“제 딸기잼도 다 묻었는데요.”세드릭은 빵을 내려다봤다.딸기잼이 두껍게 발라져 있었다.잠시 고민하던 그가 말했다.“새 거 줄게.”“두 개요.”“왜 두 개야?”“제 건 딸기잼까지 있었습니다.”“잼이 빵 하나 값이야?”“저한테는 그렇습니다.”세드릭이 억울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공녀님.”엘라는 자기 접시에 있는 치킨 파이를 먹으며 말했다.“클라라 말이 맞습니다.”“왜요?”“남의 것을 먹었으니까요.”“한 입인데.”“한 입이 컸습니다.”세드릭이 테오도르를 바라봤다.“전하.”테오도르는 차를 마시며 고개를 저었다.“나한테 오지 마.”“아직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네가 무슨 말 할지 알아.”“황태자께서 이렇게 백성을 외면하시면 안 됩니다.”엘라가 씹던 걸 멈췄다.테오도르도.둘이 동시에 세드릭을 바라봤다.세드릭이 당황했다.“왜요?”엘라가 천천히 말했다.“그 말.”“네?”“어디서 배웠습니까?”세드릭이 그녀를 가리켰다.“공녀님이요.”이번에는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테오도르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다 퍼뜨리고 다니네.”엘라의 표정이 억울해졌다.“저는 그런 식으로 쓰라고 가르친 적 없습니다.”“말은 배운 사람이 쓰는 거지.”에런이 말했다.“맞습니다.”엘라는 에런을 바라봤다.“왜 바로 동의합니까?”“논리적으로 맞아서요.”“요즘 자신감이 너무 늘었습니다.”“공녀님 덕분입니다.”반박할 수 없었다.릴리안이 웃었다.노아도.클라라도.루카도.그렇게 한참을 웃었다.정말.평소와 똑같았다.그래서 엘라는 조금 이상
“안 됩니다.”엘라가 말했다.테오도르가 바로 인상을 썼다.“왜?”“제 겁니다.”“하나만.”“싫습니다.”“두 개나 있잖아.”“두 개 다 제 겁니다.”테오도르는 테이블 위의 접시를 바라봤다.작은 딸기 타르트 두 개.그리고.그 앞을 철벽처럼 지키고 있는 엘라.“너 아까 점심도 두 그릇 먹었잖아.”“점심과 간식은 다릅니다.”“뭐가?”“시간이 다릅니다.”“그게 무슨 논리야?”“정확합니다.”테오도르는 어이없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한입만.”“전하께도 있었습니다.”“먹었어.”“그럼 끝입니다.”“친구잖아.”엘라의 눈이 가늘어졌다.“친구라서 남의 타르트를 뺏어도 됩니까?”“나 황태자인데.”“더 안 됩니다.”“왜?”“황태자가 백성의 타르트를 빼앗으면 안 되잖아요.”“네가 백성이야?”“제국민입니다.”테오도르의 입이 다물렸다.잠시 뒤.그가 말했다.“너 진짜 말만 늘었다.”엘라는 뿌듯한 표정으로 타르트를 한입 베어 물었다.“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그 공부를 이런 데 쓰라고 한 건 아닐 텐데.”“배운 것은 활용해야 합니다.”테오도르는 결국 포기한 듯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그때.응접실 문이 열렸다.에드먼드 교수가 들어왔다.손에는 서류 뭉치가 들려 있었다.엘라가 입안의 타르트를 삼켰다.“교수님.”“두 분 다 계셨군요.”테오도르가 물었다.“무슨 일입니까?”교수는 두 사람 맞은편에 앉았다.그리고.서류 하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다음 달부터 교육반 일정이 조금 바뀝니다.”엘라의 손이 멈췄다.“왜요?”“일부 학생들이 황립 아카데미 예비과정으로 이동합니다.”“누가요?”교수는 명단을 펼쳤다.“세드릭.”첫 번째 이름.“에런.”두 번째.“릴리안.”세 번째.엘라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조금 사라졌다.“노아는요?”“기사단 견습 과정 비중을 늘릴 겁니다.”“그러면.”엘라는 잠시 계산했다.“지금처럼 다 같이 수업하지 않습니까?”“횟수가 줄어들겠지요.”“얼마나요?”“주
“전하.”엘라는 테오도르를 바라보았다.“키가 크셨습니까?”테오도르가 책을 읽다 고개를 들었다.“갑자기?”“네.”엘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테오도르 앞으로 걸어갔다.손바닥을 자신의 머리 위에 올리고.그대로 앞으로 가져갔다.테오도르의 이마 아래쯤.엘라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정말입니다.”“뭐가?”“전하가 저보다 커지셨습니다.”테오도르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원래 내가 컸어.”“아닙니다.”“맞아.”“지난달에는 거의 같았습니다.”“네가 잘못 기억하는 거야.”엘라는 단호하게 말했다.“기록이 있습니다.”테오도르의 얼굴이 굳었다.“키도 기록했어?”“지난달 건강검진 때 적었습니다.”“왜?”“기록하면 보이는 것이 생긴다고 배웠으니까요.”“그걸 거기까지 써먹어?”엘라는 가방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테오도르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진짜 있네.”엘라가 페이지를 펼쳤다.황태자 전하 — 엘라보다 약 반 마디 큼.그리고 오늘.엘라는 테오도르를 다시 재봤다.“이제 한 마디 정도 큽니다.”테오도르의 얼굴에 승리감이 떠올랐다.“봤지?”“무엇을요?”“내가 더 크다고.”“키가 조금 큰 게 그렇게 기쁩니까?”“당연하지.”테오도르는 어깨를 폈다.“이제 네가 나한테 꼬맹이라고 못 하겠네.”엘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저는 전하를 꼬맹이라고 부른 적 없습니다.”“눈으로 그랬어.”“눈으로 어떻게 부릅니까?”“그런 눈이 있어.”“이상한 말씀입니다.”두 사람이 또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교탁에서 책을 정리하던 에드먼드 교수가 한숨을 쉬었다.“두 분.”둘은 동시에 멈췄다.“오늘 수업이 무엇인지 기억하십니까?”테오도르가 말했다.“제국사.”엘라가 덧붙였다.“제4대 황제 통치기.”“그러면 황태자 전하의 키 이야기는 나중에 하십시오.”테오도르가 자리에 앉으며 중얼거렸다.“중요한 건데.”“제국의 역사보다요?”“내 키니까.”에드먼드 교수는 대답하지 않았다.엘라는 웃음을 참으며 책을 펼쳤다.하지
“공녀님.” 엘라는 걸음을 멈췄다. 뒤에서 달려온 릴리안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저…….” 릴리안은 주변을 한번 살폈다. 복도에는 시종 몇 명이 오가고 있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췄다. “잠깐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두 사람은 창가의 작은 의자로 이동했다. 릴리안은 손가락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평소보다 긴장한 모습이었다. 엘라는 재촉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을 때 말씀하십시오.” 릴리안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오늘 황궁에 오십니다.” 엘라가 눈을 깜빡였다. “왜요?” “제가 지난번 과제를 다시 한 것을 아셨습니다.” “…….” “교수님께 면담을 요청하셨습니다.” 릴리안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리고 공녀님도 만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엘라는 잠시 멈췄다. “저를요?” “네.” “왜요?” 릴리안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엘라는 그 얼굴만 보고도 대충 알 것 같았다. 좋은 이유는 아닐 것이다. “화가 나셨습니까?” 릴리안이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답을 베꼈다는 사실보다.” “…….” “공녀님께서 제 과제를 다시 하게 한 것을 더 화내시는 것 같습니다.” 엘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왜요?” “제가 이미 좋은 답을 썼는데.” 릴리안은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굳이 망신을 주고 다시 쓰게 했다고요.” 엘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저는 망신을 주려고 한 게 아닙니다.” “알아요.” “그리고 처음에 다른 아이들 앞에서 물어본 건 제가 사과했습니다.” “그것도 알아요.” “그럼.” 릴리안이 갑자기 엘라의 손을 잡았다. “공녀님.” “네.” “어머니께 제가 잘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시면 안 됩니까?” 엘라는 멈췄다. “무엇을요?” “제가 수업 잘 듣고 있고.” “…….” “요즘은 틀려도 다시 하고 있고.” “…….” “공녀님이 저를 좋게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