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황궁의 가장 깊숙한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은 심야에 인적이 완전히 끊긴 편전 안에서는 오직 황제만이 출입할 수 있는 은밀한 밀실에는 퀴퀴한 최고급 시가 연기와 짙은 살기가 뱀처럼 소름 끼치게 똬리를 틀고 있었다.
"부르셨사옵니까, 폐하"밀실의 짙은 어둠을 뚫고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그의 오른쪽 얼굴 절반은 과거의 끔찍한 화염에 녹아내려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드러난 피부 위로는 굵은 핏줄이 벌레처럼 기어 다니고 있었다.과거 선황제 시절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도륙하며 사람의 가죽을 벗기는 데 일가견이 있어 '도살자'라 불렸던 자 그러나 그 잔혹함이 도를 넘어 결국 변방의 척박한 땅으로 유배되었던 '백 장군' 이었다.피비린내를 맡고 오랜만에 깨어난 늙고 굶주린 사냥개처럼그의 탁하고 붉은 눈동자는 미친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유종석은 초조함에 시가를 잘근잘비가 간신히 그친 황궁의 오후는 잔인하리만치 고요했고, 기괴할 정도로 황량했다.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은 물러가지 않은 채 낮게 내려앉아 있었고, 전각의 처마 끝에서는 밤새 고인 빗물이 마치 핏방울처럼 대리석 바닥 위로 툭, 툭 끊임없이 떨어지며 사방의 적막을 깨뜨리고 있었다.황궁 전체가 거대한 상가(喪家)라도 된 것처럼, 모든 빛을 잃은 채 잿빛 어둠 속으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그 침묵의 중심인 황후전 앞마당, 시은은 상후(喪候)를 알리는 우산을 쓰지도 않은 채 마당 한가운데에 망부석처럼 꼿꼿이 서 있었다.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려버린 그녀의 얼굴은 마치 정교하게 깎아 만든 밀랍 인형처럼 차갑고 굳어 있었고,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사정없이 젖어 뺨에 달라붙은 칠흑 같은 머리카락과 검은 드레스 자락은 그녀가 마주한 깊은 상실의 슬픔을 바닥으로 뚝뚝 흘려내고 있었다.그녀의 등 뒤에서 수행하던 궁인들과 한비서는 황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절망의 기백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사색이 되어 그 뒤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쿠구구구궁-! 끼이이이익-!!그때, 황후전의 정문을 부수어버릴 듯 거친 엔진 굉음을 내뿜으며, 온통 새카만 폭발의 재와 그을음을 뒤집어쓴 군용 지프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마당 한가운데로 들어와 거칠게 멈춰 섰다.차체가 찌그러지고 유리가 산산조각 난 차량
"……!"유리 파편과 거센 비바람이 폭풍처럼 들이닥치는 그 뚫린 허공 사이로, 지옥의 밑바닥에서 방금 기어 올라온 듯 붉은 피와 빗물로 처참하게 범벅이 된 거대한 사신(死神) 하나가 짐승처럼 튕겨 들어왔다."누 .. 누구 헉!"비서실장이 경악으로 동공이 찢어지며 그 괴물을 향해 총구를 돌리기도 전이었다.김민혁의 거칠고 거대한 손이 허공을 가르고 짐승의 아가리처럼 뻗어 나와, 총을 쥔 비서실장의 손목을 낚아채고는 그대로 반대편으로 기괴하게 꺾어버렸다.빠가각!!"크아아아아악!!!"뼈와 인대가 형편없이 으스러지는 끔찍한 비명과 함께 권총이 바닥에 나뒹굴었다.하지만 민혁의 자비 없는 도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그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허리춤에서 거대한 티타늄 대검을 뽑아 들어, 고통에 몸부림치는 비서실장의 두 무릎을 향해 무자비하고도 정확한 횡베기를 날렸다.서걱-!"아아아아악!! 내 다리!! 내 다리이이!!"비서실장의 두 무릎 아래가 단칼에 무 썰리듯 잘려 나가며, 붉은 피 분수를 천장까지 뿜어냈다
뚜- 뚜- 뚜-.통신이 끊어진 위성 전화기 너머의 공허하고 소름 끼치는 기계음이 시은의 귓가에서 이명처럼 맴돌며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었다.힘이 풀린 손에서 미끄러진 위성 전화기가 대리석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는 소리조차, 아득하게 멀어진 채 들리지 않았다."마, 마마! 정신 차리시옵소서! 마마!!"사색이 된 한비서가 주저앉은 시은의 어깨를 필사적으로 붙잡고 흔들었지만, 시은의 텅 빈 동공은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부유할 뿐이었다.'아버님..'14년 전, 고작 13살의 어린 딸을 늑대와 짐승들의 소굴 같은 황궁으로 시집보내며, 홀로 돌아서서 피눈물을 삼키던 아버지,무능하고 탐욕스러운 황제 유종석의 끝없는 핍박 속에서도, '민석그룹'이라는 거대한 자본의 성벽을 피땀으로 쌓아 올려 기어이 딸의 가장 완벽하고 튼튼한 방패가 되어주었던,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따뜻했던 산,그 아버지가...무려 14년 동안 수족처럼 가장 가까이에서 믿고 의지했던 비서실장의 칼에 등 뒤를 찔려 피를 토하고, 무너지는 건물의 잔해 속에 묻혔다."아... 아아...아버님 아버님 !"
가장 치열하고 피비린내 났던 전장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역설적이게도 대한제국 황궁의 오후는,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고 눈부시게 평화로워 보였다.맑게 갠 하늘 아래로 따스한 가을 햇살이 황궁의 황금빛 기와 위로 찬란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대대적인 120명 고위직 숙청 작업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고,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던 썩은 권력의 잔재들은 차가운 법의 심판대와 백사 부대의 총구 앞에서 완벽하게 고개를 숙였다.황후 민시은은 내의전 특별 병동, 자경전(慈慶殿)에 누워있는 대비마마의 병문안을 마치고 긴 복도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14년 동안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던 거대한 족쇄가 마침내 풀린 듯, 그녀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아주 조금 가벼워 보였다."마마"그녀의 반보 뒤를 조용히 따르던 한비서가 걸음을 멈추고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그의 양손에는 최고급 은쟁반이 들려 있었고, 그 위에는 붉은 밀랍으로 단단히 밀봉된 고급스러운 편지 한 통이 고이 놓여 있었다."아버님이신 민현석 회장님께서 보내신 친필 서신이 막 당도했습니다.""아버님께서?"시은의 차갑고 서늘했던
같은 날 오전 7시,동이 트며 평화롭고 고요하게만 보이던 대한제국의 아침은, 도시 전체의 정적을 찢어발기는 거친 사이렌 소리와 무장 헬기의 프로펠러 굉음과 함께 완벽한 아수라장으로 변모했다.쾅-!!"뭐, 뭣들 하는 짓이냐!! 내가 누군지 알아?! 명색이 이 제국의 국고를 책임지는 내각 재무대신이다! 감히 뉘 안전이라고 군홧발로 현관문을 부수고 함부로 쳐들어와!!"수도 한복판에 자리 잡은 수백 평짜리 최고급 대저택,최고급 이탈리아산 실크 잠옷 차림의 재무대신 박기태가 아침 식사 중 별안간 들이닥친 괴한들에 놀라 식탁을 뒤엎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고함을 질렀다.그러나 오만방자했던 그의 그 호통은, 육중한 방탄복과 검은 복면을 쓴 블랙 쉴드 정예 요원 십여 명이 그의 머리에 차갑고 시퍼런 소총 총구를 일제히 들이밀자, 단숨에 짐승의 비루한 앓는 소리로 변해버렸다."황후 마마의 특명이다."부대장이 얼어붙은 재무대신의 이마에 총구를 강하게 밀어붙이며 차갑게 선언했다."재무대신 박기태 당신을 국가 국고 3천억 횡령 및 반란 방조 그리고 내란 음모죄로 이 시간부로 긴급 체포한다.""황....황후가! 나....나는 폐하의 충신이 읍!"
내명부 예법실 지하, 수십 년간 잊혀졌던 폐비들의 원혼이 잠든 차갑고 습한 무덤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낡은 철제 함그 안에서 잠들어 있던 엄지손가락만 한 마이크로 SD 카드는 결코 단순한 저장 매체가 아니었다.그것은 지난 14년이라는 길고도 참혹했던 세월 동안, 거대한 대한제국의 핏줄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백성들의 고혈을 게걸스럽게 빨아먹던 거대한 기생충들의 명단이자, 썩어빠진 권력의 심장부를 완벽하게 꿰뚫고 폭파시킬 가장 치명적인 사형 선고장이었다.황후전의 가장 깊고 서늘한 메인 집무실,동이 트기 전, 새벽의 푸르스름하고 창백한 빛이 거대한 통유리창을 넘어 무겁게 스며드는 가운데, 집무실 중앙에 띄워진 거대한 홀로그램 모니터 위로는 참혹한 진실들이 붉은 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수백 명에 달하는 황실 내수사 고위직, 내각의 핵심 관료들, 그리고 국가의 안보를 책임져야 할 군부 장성들의 이름, 그 옆으로 그들이 유종석과 신아리의 비호 아래 착복한 천문학적인 비자금 내역과 검은 거래의 흔적들이, 마치 멈추지 않는 폭포수처럼 화면을 가득 채우며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이토록 깊고, 이토록 추악하게 썩어있었단 말인가."시은은 차가운 황금 옥좌에 등받이를 기댄 채, 끝없이 이어지는 배신자들의 명단을 핏발 선 서늘한 눈으로 훑어 내렸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단순한 분노를 넘어선, 뼈가 시릴 정도의 지독한 허탈감과 구역질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