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이혼 후 3주가 지났을 무렵, 안토니오 모레티는 흥신소 탐정이 보내온 사진 한 장을 서재 책상에 올려둔 채 멍하니 노려보고 있었다.리버사이드 서킷에서 레이싱 슈트를 입고 차에 올라타는 제이다의 모습이었다. 그 표정에는 그가 지난 몇 년간 결코 본 적 없던 깊은 몰입과 집중이 서려 있었다.그녀가 다시 레이스를 뛰고 있었다.3년간의 침묵 끝에, 자신이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등지고 떠난 후, 그 위험천만한 삶과는 완벽하게 끝냈다고 맹세했던 그녀가, 그가 자신을 막아설 수 없게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돌아간 것이었다.예상했어야 했다. 그녀의 자유와 열정, 정체성을 빼앗아 가둔 감옥에서 마침내 벗어난 이상, 그것을 더 격렬하게 열망하게 되리라는 것을 진작 깨달았어야 했다. 하지만 멀리서 찍힌 사진 속에서도 온몸에 단단하게 각인된 결의를, 레이싱 슈트를 입은 그녀를 목도하는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아프게 비틀렸다.사진 속의 그녀는 결혼 생활 마지막 해 동안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 한낱 그림자처럼 변해가던 여자가 아닌, 자신이 처음 사랑에 빠졌던 바로 그 당당한 여자의 모습이었다.그는 전화기를 들어 마거릿에게 걸었다.세 번의 신호음 끝에 전화가 연결되었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레티 도련님.""제이다가 다시 레이스를 뛰고 있어." 안토니오는 여전히 사진을 노려보며 다짜고짜 내뱉었다.수신기 너머로 침묵이 이어졌다. 이윽고 마거릿이 대답했다. "잘된 일이네요.""위험해." 안토니오는 전화기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다칠 수도 있어. 사고가 날 수도 있고, 그러다가 혹시라도—""다시 살아갈 수도 있죠."마거릿이 그의 우려를 단칼에 잘라내며 매섭게 쏘아붙였다. "도련님이 한낱 그림자로 만들어버린 삶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도련님이 포기하게 만들었던 모든 걸 되찾을 수도 있어요. 이제 그 아이를 통제할 권리는 도련님한테
이어진 2주는 고통과 피로, 그리고 거창하면서도 한편으론 보잘것없게 느껴지는 소소한 기량 향상들이 뿌옇게 뒤섞인 채 흘러갔다.첫째 주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매일 아침 6시마다 제이다는 억지로 몸을 끌고 트랙으로 나갔고, 매일 아침 루카스는 그녀가 한계라고 생각했던 지점 너머로 그녀를 쥐어짰으며, 매일 아침 그녀는 자신의 몸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아플 수 있는지 새로이 깨달았다. 달리는 것은 아주 조금 나아졌다. 여전히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가슴은 터질 듯 죄어왔지만, 이제는 멈추지 않고 세 바퀴를 돌 수 있게 되었다. 푸시업은 팔이 내내 부들부들 떨렸지만 5개에서 20개로 늘었다. 플랭크는 30초에서 1분까지 버는데, 끝날 때쯤엔 몸이 어찌나 떨렸던지 루카스가 그만하라고 말려야 했을 정도였다.기침은 갈수록 악화되었다.매일은 아니었지만, 또 다른 발작을 예고하듯 목구멍이 간질거릴 때마다 루카스의 시선을 피해야 할 만큼 자주 터져 나왔다. 그래서 제이다는 늘 휴지를 챙겨 다녔다. 피가 묻어나올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어느 쪽이 더 절망적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기침을 할 때마다 러시안룰렛을 돌리는 기분이었다.루카스 역시 눈치를 채고 있었다. 제이다가 보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가 던지던 시선과, 그녀가 능숙하게 회피함에도 불구하고 날로 날카로워지던 그의 질문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너 살 빠졌어." 훈련 8일째 되던 날, 루카스가 급수대로 향하는 그녀의 길목을 막아서며 말했다. "제대로 된 밥은 언제 먹은 거야?""먹고 있어요." 제이다는 정색하며 그를 지나쳐 가려 했다.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턱없이 부족해. 훈련 시작한 지 2주 만에 최소 5kg은 빠졌어. 이건 건강한 감량이 아니야. 기아 상태거나, 스트레스거나, 네가 나한테 말하지 않는 다른 뭔가가 있는 거지.""이혼 때문에 그래요."몇 번 연습했던 터라 이제는 거짓말이 자연스럽게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냥 스트레스받고, 혼자 사는 것에 적응하
루카스는 스톱워치를 든 채, 대놓고 고통을 예고하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타는 일부터 시작하진 않는다." 제이다가 물어보기도 전에, 항의하거나 따지거나 준비가 끝났으니 운전대를 잡게 해달라고 그를 설득하기도 전에 루카스가 먼저 잘라 말했다. "숨도 제대로 못 쉬는 녀석은 레이스를 뛸 수 없어. 경주 중간에 몸이 꺾여버리는 녀석은 경쟁조차 할 수 없고. 그러니까 우리는 기초 체력 단련부터 시작한다. 단언컨대 단 1초도 빠짐없이 괴로울 거다."제이다의 속이 덜컥 내려앉았다. 오늘 하루는 운전대 뒤에서 다시 한번 폭발적인 속도감을 만끽할 줄 알았는데, 루카스가 읊어대는 훈련은 그녀의 기대와 완전히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레이싱 훈련을 하는 줄 알았는데요.""맞아, 레이싱 훈련이다." 그가 트랙 저 멀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하며 말했다. "레이싱은 단순히 차를 빠르게 모는 게 전부가 아니야. 버텨내는 지구력, 몸이 당장 포기하라고 비명을 지를 때도 정신줄을 놓지 않는 집중력, 그리고 너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속도 속에서 차를 제어할 수 있는 육체적 강인함에 대한 문제지."그가 걸음을 멈추고 제이다를 돌아서서 바라보았다. "네 몸은 그 차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기계야.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기계는 고장 나기 마련이고, 시속 300km로 달리는 도중에 기계가 고장 난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한다."반박하고 싶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을 뿐 그의 논리는 너무나 정연했다. 차를 모는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그 기초를 거치지 않고 곧장 트랙으로 뛰어들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좋아요." 제이다가 그에게 다가가 곁에 섰다. "무엇부터 시작하죠?""달리기." 루카스가 눈앞에 길게 뻗은 트랙을 가리켰다. "워밍업으로 다섯 바퀴."전문 레이싱 트랙을 다섯 바퀴 도는 것은 코스 구성에 따라 아무리 못해도 11km가 넘는 거리였다. 제이다는 저 멀리 아득하게 뻗어나간 아스팔트 길을 멍하니 바라보며, 자신이 몇 블록 이상을 뛰어본 것이 언
제이다는 열쇠를 받아들고 운전석 쪽으로 돌아가 문을 열었다. 차에 오르기 전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고, 저택에서 들고 온 레이서 헬멧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전 삶에서 버리지 않고 챙겨온 단 하나의 조각이었다.헬멧을 써 올려 머리 위로 익숙한 무게감이 실리자 비로소 모든 게 제대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이저 너머로 세상이 좁아지며 시야가 단단히 집중되었다. 운전석에 올라앉자, 근육들은 비틀린 각도에 비명을 질렀을지언정 몸은 자리를 단번에 기억해 냈다. 운전대를 감싸 쥐는 손길은 단 한 번도 트랙을 떠난 적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손가락이 가죽 스티어링 휠을 감싸 쥐는 순간, 제이다의 내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크게 틀어졌다. 지난 3년간 죽어 있던 무언가가 순식간에 깨어나 기지개를 켜며, 진정으로 살아있다는 느낌이 무엇이었는지를 상기해 내고 있었다.그녀는 열쇠를 돌렸다.엔진이 포효하며 깨어났다. 몸 전체로 온동이 진동이 스쳐 지나갔고, 소리가 귀를 가득 채우자 이 고양감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가슴이 지릿하게 아파왔다. 그녀는 찰나 동안 눈을 감고 그 느낌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가솔린 냄새, 엔진의 울림, 오직 자신의 손에 맞춤 제작된 듯 스티어링 휠이 감겨오는 감촉까지.이어 눈을 뜬 그녀는 기어를 넣고, 가라데를 나와 트랙을 향해 차를 몰았다.루카스는 입구 근처에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서서,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첫 번째 바퀴는 거칠고 녹슬어 있었다. 3년의 공백에 대항해 근육의 기억이 마구 엉키는 바람에 코너를 돌 때마다 손이 과하게 꺾였다. 커브길에서는 지나치게 사렸고, 브레이크는 너무 일찍 밟았으며, 가속은 한 박자 늦었다. 자신의 몸이 아닌 남의 몸을 빌려 운전하는 것처럼 모든 동작이 아귀가 맞지 않고 겉돌았다.하지만 두 번째 바퀴는 훨씬 나아졌다.몸이 기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던 특유의 리듬을 다시 찾아가고 있었다. 직선 구간에서는
안토니오는 안방에 우두커니 서서 협탁 위에 놓인 결혼반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작고, 금빛의, 단순한 반지였다. 제이다는 그의 거대한 부에도 불구하고 결코 겉치레를 원하지 않았고, 결혼이란 비싼 보석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헌신이라며 자신이 찾을 수 있는 가장 평범한 금반지를 골랐었다.그는 천천히 반지를 집어 들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을 받아 금속은 따스하게 데워져 있었다. 하지만 손끝에 닿는 무게감은 지나치게 무거웠다. 그가 아직 직면할 준비가 되지 않은 비난과,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죄책감에도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선택들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침대는 전날 밤 그녀가 자고 나간 흔적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였고, 베개에는 여전히 그녀의 머리 흔적이 남아 있었다. 화장대 위 서랍에 꽂힌 장미 향과 섞여 그녀의 샴푸 향이 옅게 공기 중에 감돌았다.그녀는 떠났다.정말로, 완벽하게 떠나버렸다.안토니오는 홀가분함을 예상했었다. 스스로에게 이것이 필요한 일이라고, 매일같이 다가오는 위험으로부터 그녀를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은 자신에게서 떼어놓는 것뿐이라고 다짐해 왔다. 하지만 후련함 대신 그에게 찾아온 것은 가슴속이 온통 파여 나간 듯한 공허함뿐이었다. 이것이 다 그녀를 위한 보호막이었다고 몇 번이고 스스로를 위로해보았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다 당신 때문이야."안토니오가 고개를 돌리자 문가에 마거릿이 서 있었다. 울어서 붉고 퉁퉁 부은 얼굴에, 두 손을 어찌나 꽉 쥐었던지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제 속이 시원하신가요? 불쌍한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박살 내면서까지 이루려던 대단한 목표가 과연 그럴 가치가 있었기를 바랄 뿐입니다."안토니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한들 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임을, 마거릿의 눈에, 그리고 어쩌면 자기 자신의 눈에도 자신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 아이는 당신을 그 무엇보다 사랑했어요." 마거릿의 목소리가 분노와 슬픔으로 떨려 나왔다. "당신을 위
전화기 너머로 지독한 침묵이 이어졌다. 어찌나 길었던지, 제이다는 전화가 끊긴 것은 아닌지, 루카스가 그냥 끊어버린 건지, 3년 전에 저버렸던 세계로 그냥 걸어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 자신이 바보 같았던 것은 아닌지 불안해질 지경이었다.이윽고 루카스가 느릿하게 숨을 내쉬었다. 그 소리가 수신기 너머로 정전기처럼 바스락거리며 흘러들었다."다시 레이스를 뛰겠다고."그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치 그 단어들이 말이 되는 소리인지 확인이라도 해보려는 사람 같았다. "3년이나 지나서, 스스로 제발로 걸어 나가서, 그 재벌놈이랑 결혼해서 서킷에서 완벽히 자취를 감춰놓고는… 이제 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냥 돌아오시겠다?"제이다는 턱 끝까지 조여오는 답답함을 참아내며 힘겹게 침을 삼켰다. "응.""왜 하필 지금이야?"질문이 날카롭고 직설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녀가 준비해 두었을 어떤 변명거리도 잘라버릴 기세였다. "대체 뭐가 변했는데?"제이다는 병원을 생각했다. 자신의 사형 선고를 내리던 의사의 조심스러운 목소리, 결혼기념일이어야 했던 날 밤 이혼 서류를 내밀던 안토니오의 모습을 생각했다."모든 게 변했어."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내 결혼은 끝났고, 날 얽매이던 건 아무것도 안 남았어. 내 삶을 되찾고 싶어.""너희 그놈의 결혼 생활."루카스의 헛웃음에는 유머 따윈 없었다. 오직 그녀가 3년 동안 쌓아 올린 침묵의 대가인 씁쓸함뿐이었다. "네가 은퇴하고 나서 내가 너한테 전화 몇 번이나 했는지 알아? 괜찮냐고, 필요한 건 없냐고, 커피나 한잔하면서 얘기나 하자고 남긴 메시지가 몇 개나 되는지 아냐고?"죄책감이 뱃속을 쥐어짜듯 비틀었다. 그가 얼마나 여러 번 손을 내밀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토니오가 늦게까지 일하는 동안, 제이다가 그 거대한 저택에 홀로 앉아 숨을 쉬는 매 순간마다 서킷을 그리워하지 않는 척 연기하는 동안, 화면 위로 번쩍이던 그의 이름을 그녀 역시 똑똑히 보았었다. "알아.""넌 단 한 번도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