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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향, 저한테만 나는 것 같은데요

ผู้เขียน: 유월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9-11 10:38:07

권재헌의 향 모델 테스트는 예상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으로 시작됐다.

정확히 말하면 향 때문이 아니었다.

사람이 까다로웠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월요일 오전 여덟 시 사십 분.

평소보다 이십 분 일찍 출근한 유리는 자신의 조향실 한가운데 서 있는 권재헌을 바라보며 팔짱을 꼈다.

재헌은 출근하자마자 이곳으로 왔음에도 이미 완벽한 차림이었다. 짙은 차콜색 슈트, 흰 셔츠, 검은 넥타이. 머리카락도 흐트러진 곳 하나 없었다.

문제는 그가 들고 온 종이였다.

A4 용지 한 장.

상단에는 반듯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BORDERLINE 체향 모델 테스트 관련 준수 사항〉.

유리는 그것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첫째, 신체 접촉이 필요한 경우 사전에 접촉 부위와 목적을 고지한다.”

“네.”

“둘째, 업무상 불필요한 접촉은 하지 않는다.”

“당연하죠.”

“셋째, 테스트는 사전에 협의한 시간 내에 진행한다.”

“이것도 이해했고.”

유리가 종이를 조금 내렸다.

“넷째.”

재헌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유리가 읽었다.

“넥타이는 잡아당기지 않는다.”

잠깐의 침묵.

유리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었다.

“이걸 진짜 넣었어요?”

“필요한 사항이니까.”

“제가 또 잡아당길까 봐?”

“한 번 한 사람이 두 번 못 한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안 한다고 했잖아요.”

“구두 약속보다 문서가 확실합니다.”

“이사님.”

“왜요.”

“혹시 계약서 쓰는 게 취미예요?”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향 맡는 데도?”

“특히 한유리 조향사님을 상대할 때는.”

유리는 종이 너머로 그를 빤히 바라봤다.

“저 그렇게 신뢰가 없어요?”

“신뢰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요?”

재헌의 시선이 아주 잠깐 그녀의 손으로 향했다.

“거리 감각의 문제죠.”

유리는 입을 다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알았어요.”

결국 종이를 작업대 위에 내려놓았다.

“지킬게요.”

“좋습니다.”

“대신 이사님도 제가 하라는 건 따라주세요.”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벌써 조건 붙이네.”

“무조건 따르겠다고 할 이유가 없으니까.”

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노트를 펼쳤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받아 냈지만 실제로 권재헌의 체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에게는 총괄이사 업무가 있었고 유리에게는 조향 업무가 있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출근 직후 십오 분, 점심 이후 십 분, 퇴근 직전 십오 분을 기본 측정 시간으로 정했다.

그 사이 특별한 변화가 있으면 추가 측정.

유리는 첫 페이지에 시간을 적었다.

08:43.

“어제 저녁에 향수 썼어요?”

“안 썼습니다.”

“바디워시는?”

“평소 쓰던 것.”

“향 강해요?”

“거의 없습니다.”

“섬유유연제.”

“무향.”

“술?”

“안 마셨습니다.”

“잠은?”

“여섯 시간 정도.”

유리가 펜을 멈췄다.

“그것밖에 안 자요?”

“충분합니다.”

“안 충분한데.”

“향 테스트와 관계 있습니까?”

“있죠. 수면 부족도 체취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

유리는 메모했다.

수면 6H.

“커피는?”

“아직.”

“아침 식사는요?”

“했습니다.”

“뭐 먹었어요?”

“계란, 토스트, 샐러드.”

“마늘 같은 건?”

“아침부터 먹지 않습니다.”

“매운 음식?”

“안 먹었습니다.”

“운동은?”

“새벽에 한 시간.”

유리의 펜이 또 멈췄다.

“운동하고 출근했다고요?”

“네.”

“몇 시에 일어나는데요?”

“다섯 시 반.”

유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왜 그렇게 살아요?”

“…….”

“인생 힘들지 않아요?”

“한유리 조향사님.”

“네.”

“향이나 맡으시죠.”

“알았어요.”

유리는 웃으며 펜을 내려놓았다.

“그럼 기본 상태부터 볼게요.”

그리고 한 박자 쉬었다.

어제 재헌이 요구한 규칙을 떠올렸다.

“오른쪽 손목 잡겠습니다.”

재헌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

“목적은요?”

유리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향 맡으려고요.”

“구체적으로.”

“기본 체향 확인.”

“좋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본인이 동의했잖습니까.”

“벌써 후회돼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유리는 손을 내밀었다.

재헌도 오른손을 내주었다.

유리의 손가락이 손목을 감쌌다.

이번이 세 번째였다.

첫날 회의실.

그다음 날 조향실.

그리고 오늘.

재헌은 이제 이 접촉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알고 있었다. 유리는 먼저 손목 바깥쪽을 잡고 엄지로 안쪽을 받친다. 향을 확인할 때는 손을 자신의 얼굴 쪽으로 당기기보다 몸을 앞으로 숙이는 편이었다.

오늘도 그랬다.

유리의 머리카락이 어깨 앞으로 흘러내렸다.

재헌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음.”

유리가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다시 한 번.

그리고 미간을 조금 좁혔다.

“없네.”

“뭐가.”

“그 향.”

재헌은 예상했다는 듯 말했다.

“그럼 테스트 종료입니까?”

“아뇨.”

유리가 바로 대답했다.

“이제 시작인데요.”

“벌써 불길하군요.”

유리는 손목을 놓았다.

그리고 노트에 적었다.

〈08:45 / 기본 상태. 특이 향 없음. 체온 정상.〉

“다음.”

“뭡니까?”

“목.”

재헌의 눈썹이 올라갔다.

유리는 재빨리 덧붙였다.

“안 만져요. 가까이 가서 향만 확인할게요.”

“어느 정도.”

“이 정도?”

유리가 손으로 대략 삼십 센티미터쯤 되는 거리를 만들었다.

재헌은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상은 오지 마세요.”

“네.”

유리가 앞으로 다가갔다.

한 걸음.

그리고 반걸음.

정확히 약속한 거리에서 멈췄다.

재헌은 그녀가 정말 거리를 지키는 걸 확인했다.

유리는 몸을 살짝 기울여 향을 확인했다.

“조금만 고개 돌려주세요.”

재헌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셔츠 칼라와 목 사이.

유리가 숨을 들이마셨다.

한 번.

그리고 두 번째.

“역시 없어요.”

“그럼 어제 잘못 맡은 것 아닙니까?”

“두 번이나요?”

“가능성은 있겠죠.”

“제 코 무시하세요?”

“과학적으로 오류 가능성을 말하는 겁니다.”

유리는 눈을 가늘게 떴다.

“좋아요.”

“뭐가 말입니까.”

“그렇게 나오시겠다?”

“제가 뭘 했습니까?”

유리는 대답하지 않고 조향실 구석으로 갔다.

그리고 작은 기계를 가져왔다.

재헌이 그것을 내려다봤다.

“그건 뭡니까?”

“피부 온도계.”

“…….”

“과학적으로 해보자면서요.”

재헌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유리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사님 이마부터 잴까요?”

“손목이면 충분합니다.”

“왜요? 이마가 정확한데.”

“한유리 조향사님.”

“농담.”

유리는 그의 손목 가까이에 온도계를 댔다.

삑.

“32.7.”

노트에 기록했다.

“그럼 스트레스 상황을 만들어 볼까요?”

“어떻게.”

“제가 이사님 열받게 하면 되나?”

“이미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유리의 입이 벌어졌다.

“저 때문에 열받아요?”

“표현이 그렇다는 겁니다.”

“좋아.”

유리는 다시 펜을 들었다.

“현재 약간 짜증.”

“그걸 왜 적습니까?”

“스트레스 상태.”

“지우세요.”

“데이터인데.”

“지우십시오.”

유리는 웃으면서 줄을 그었다.

그러다 문득 손을 멈췄다.

“그런데.”

“왜요.”

“진짜 이상하네.”

“뭐가.”

“아직도 안 나요.”

재헌은 담담했다.

“처음부터 없던 향일 가능성이 더 높아졌군요.”

“아니.”

유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조건이 있는 것 같아요.”

“무슨 조건.”

“그걸 찾으려고 테스트하는 거죠.”

유리의 눈빛이 달라졌다.

재헌은 이제 그 표정을 알았다.

조향사 한유리가 무언가에 제대로 흥미를 느꼈을 때 나오는 얼굴이었다.

“오늘 점심에 다시 볼게요.”

“십 분입니다.”

“알아요.”

“그리고 지금은 끝난 겁니까?”

“네.”

재헌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

그런데 문 앞에 도착하기 직전 유리가 불렀다.

“이사님.”

재헌이 돌아봤다.

“왜요.”

“오늘 점심 뭐 먹을 거예요?”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마늘 먹지 마세요.”

“…….”

“매운 것도 안 돼요.”

“제가 왜 식단까지 통제받아야 합니까?”

“일주일만 참아요.”

“커피는.”

“한 잔까지만.”

재헌이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술도 안 되고.”

“오늘 저녁 미팅 있습니다.”

“마셔야 해요?”

“필요하면.”

“안 돼요.”

“한유리 조향사님.”

“이사님이 허락했잖아요. 일주일.”

유리가 검지를 세웠다.

“일주일 동안은 이사님 몸이 제 데이터예요.”

정적이 흘렀다.

유리는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재헌이 천천히 되물었다.

“제 몸이.”

“네.”

“한유리 조향사님 데이터라고요.”

“그렇죠.”

“표현을 조금—”

재헌이 말을 멈췄다.

이제 지쳤다.

“됐습니다.”

문이 닫혔다.

유리는 혼자 남아 고개를 갸웃했다.

“왜 자꾸 표현을 바꾸래.”

오후 열두 시 사십 분.

두 번째 테스트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유리는 조금 실망했다.

“똑같네.”

“좋은 일 아닙니까?”

“저한테는 아니죠.”

“제 체향이 안정적인 게 왜 한유리 조향사님에게 나쁜 일입니까?”

“찾고 있는 게 안 나오니까.”

“애초에 없는 걸 찾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에요.”

유리는 단호했다.

“분명 있었어요.”

“근거는.”

“제 코.”

“주관적이군요.”

“조향사한테 코가 얼마나 중요한 데이터인데.”

“객관적인 측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찾는 중이잖아요.”

유리는 노트를 넘겼다.

오전과 점심 기록은 거의 같았다.

체온도 비슷했다.

먹은 음식도 특별할 게 없었다.

카페인 한 잔.

외부 일정 없음.

강한 스트레스 없음.

“오늘 오후 일정 많아요?”

“두 시 이사회 보고, 세 시 반 브랜드전략회의, 다섯 시 권우백화점 미팅.”

“빡빡하네.”

“평소보다 적습니다.”

유리가 고개를 들었다.

“진짜 왜 그렇게 살아요?”

“그 질문 두 번째입니다.”

“두 번째로 궁금해서.”

“답은 같습니다.”

“뭔데요?”

“제 방식입니다.”

유리는 그 말을 잠시 생각했다.

“재미없게 사네.”

“향 맡는 사람에게 인생 평가까지 받아야 합니까?”

“모델 관찰이에요.”

“그건 모델 관찰 범위를 넘었습니다.”

“또 선.”

“중요하니까.”

유리가 피식 웃었다.

“알았어요. 안 물어볼게요.”

이번에도 너무 쉽게 물러났다.

재헌은 이상하게 그게 거슬렸다.

하지만 이유를 생각할 틈은 없었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재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봐야겠습니다.”

“네. 저녁에 봐요.”

“여섯 시 십 분.”

“알고 있어요.”

재헌이 문으로 향했다.

그때 유리의 휴대전화도 울렸다.

테이블 위에 뒤집어 놓았던 화면이 켜졌다.

유리는 발신자를 확인하고 눈을 조금 크게 떴다.

그리고 전화를 받았다.

“어.”

재헌의 걸음이 멈춘 건 아주 잠깐이었다.

유리의 목소리가 아까와 달라졌다.

회사 전화를 받을 때보다 편했다.

“응. 봤어.”

재헌은 굳이 듣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조향실은 조용했고 문까지 가는 거리는 생각보다 길었다.

“네가 후보인 거 어제 받았어.”

재헌의 손이 문손잡이에 닿았다.

“아니, 왜 부담스러워해. 일인데.”

차선우.

굳이 이름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야 괜찮지.”

유리가 웃었다.

재헌은 문을 열었다.

“너야말로 괜찮겠어? 내가 테스트할 텐데.”

문을 열던 손이 멈췄다.

불과 한두 초.

하지만 분명히 멈췄다.

뒤에서 유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뭘 새삼스럽게 그래. 예전에도 많이 했잖아.”

재헌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예전에도 많이 했다.

무엇을?

향 테스트를?

손목을 잡는 걸?

목 가까이 가는 걸?

아니면.

재헌은 생각을 끊었다.

말도 안 되는 사고의 흐름이었다.

자신이 알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 수요일에 보자.”

통화가 끝났다.

재헌은 그대로 문을 열었다.

그때 유리가 뒤에서 불렀다.

“이사님?”

재헌이 돌아봤다.

“왜요.”

“안 갔어요?”

“가려던 참입니다.”

“아.”

유리는 아무렇지 않게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선우가 전화해서요.”

“들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그게 끝이었다.

설명하지 않았다.

재헌은 그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선우 씨.”

결국 먼저 이름을 꺼낸 쪽은 재헌이었다.

“네.”

“광고 모델 테스트에 오는 겁니까?”

“네. 후보니까.”

“직접 테스트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죠.”

“무엇을 합니까?”

유리가 눈을 깜빡였다.

“향 테스트요.”

“구체적으로.”

“피부에 시향하고 발향 확인하고, 이미지도 보고. 후보별로 어울리는 향도 비교하고.”

“피부에 직접?”

“네.”

재헌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손목에.”

“보통은요.”

“목도?”

유리가 묘한 얼굴로 바라봤다.

“이사님.”

“왜요.”

“그게 왜 궁금해요?”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니까.”

즉답이었다.

유리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하면 확인하죠.”

“필요하면.”

“네.”

어제 자신이 들었던 대답과 똑같았다.

재헌은 알 수 없는 불쾌감을 느꼈다.

“알겠습니다.”

“그날 오시게요?”

“네.”

“굳이?”

재헌의 시선이 유리에게 고정됐다.

“굳이라니요.”

“향 테스트는 제가 하면 되는데.”

“20주년 프로젝트입니다.”

“알죠.”

“총괄 책임자가 참석하는 게 이상합니까?”

“안 이상해요.”

유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오세요.”

그렇게 쉽게 허락했다.

재헌은 또 이상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오후 여섯 시 십오 분.

세 번째 테스트.

이번에는 유리가 먼저 이상함을 느꼈다.

“잠깐.”

조향실에 들어온 재헌이 재킷을 벗기도 전이었다.

유리가 고개를 들었다.

“거기 있어 봐요.”

“이번에는 뭡니까?”

“향.”

유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요.”

재헌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 향?”

“네.”

유리는 급히 시계를 확인했다.

18:15.

그리고 재헌을 바라봤다.

“오늘 오후에 뭐 했어요?”

“말씀드렸잖습니까.”

“회의 말고. 특별한 일.”

“없습니다.”

“화났어요?”

“몇 번.”

“언제?”

“왜 그것까지.”

“중요하니까요.”

유리는 노트를 들었다.

“세 시 반 회의?”

“조금.”

“다섯 시 미팅?”

“아닙니다.”

“오는 길?”

재헌이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유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왜요?”

“별일 없었습니다.”

“그럼 왜 향이 달라졌지.”

유리는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약속을 기억했다.

“손목 잡을게요.”

재헌이 손을 내밀었다.

유리가 잡았다.

향을 확인했다.

“있어.”

아침과 달랐다.

확실했다.

따뜻하고 건조한 나무 향 아래로 설명하기 어려운 머스크 계열의 잔향이 아주 희미하게 올라왔다.

향수의 머스크와 달랐다.

훨씬 자연스럽고 피부에 가까웠다.

유리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체온.”

삑.

“33.4.”

아침보다 조금 높았다.

“심박.”

“그것까지 재야 합니까?”

“손 주세요.”

“이미 잡고 있습니다.”

“아.”

유리는 그의 손목에 손가락을 댔다.

맥박이 느껴졌다.

하나.

둘.

셋.

유리는 숫자를 세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몇 초가 지나자 맥박이 조금 빨라졌다.

유리가 고개를 들었다.

“이사님.”

“왜요.”

“지금 올라가는데.”

“뭐가.”

“심박.”

재헌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정상 범위입니다.”

“그건 맞는데.”

유리는 손가락을 그대로 둔 채 생각했다.

“아까 들어왔을 때보다 빨라졌어요.”

“착각 아닙니까?”

“아닌데.”

유리는 무심코 한 걸음 가까이 갔다.

재헌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고정됐다.

유리는 몰랐다.

지금 자신이 무슨 실험을 하고 있는지.

오로지 머릿속에서는 하나의 가능성만 굴러가고 있었다.

“잠깐만.”

“뭘 하려고.”

“확인.”

유리는 한 걸음 더 가까이 갔다.

“한유리.”

“안 만져요.”

“이미 손목 잡고 있습니다.”

“아, 맞다.”

그런데 놓지 않았다.

대신 더 가까워졌다.

둘 사이의 거리가 삼십 센티미터 아래로 줄었다.

재헌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거기까지.”

유리가 멈췄다.

그리고 향을 맡았다.

눈이 커졌다.

“진해졌어.”

“뭐가 말입니까.”

“향이요.”

유리는 흥분한 얼굴로 그의 손목을 다시 확인했다.

“진짜야.”

“…….”

“아까보다 확실해졌어요.”

재헌의 눈빛이 복잡해졌다.

유리는 그것조차 보지 못했다.

“왜지?”

혼잣말을 하며 조금 물러났다.

그리고 다시 향을 맡았다.

“약해졌나?”

다시 한 걸음 가까이.

재헌의 눈썹이 꿈틀했다.

“한유리 조향사님.”

“잠깐만요.”

한 걸음 뒤.

다시 앞으로.

재헌은 결국 물었다.

“지금 저를 가지고 뭘 하는 겁니까?”

“거리 테스트.”

“거리?”

“네.”

유리의 눈이 반짝였다.

“가까워질 때 향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재헌의 표정이 굳었다.

“무슨 말입니까.”

“그대로 있어 봐요.”

유리는 그의 손목을 놓았다.

이번에는 정확하게 거리를 재듯 뒤로 세 걸음 물러났다.

향을 확인했다.

그리고 한 걸음.

다시 한 걸음.

마지막 한 걸음.

재헌 바로 앞.

유리의 얼굴에 확신이 생겼다.

“맞아.”

“…….”

“거리예요.”

“설마.”

“이사님 체온이나 심박이 올라갈 때 이 향이 강해지는 것 같고.”

유리가 자신의 노트를 빠르게 펼쳤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가까이 갈수록 반응이 커졌어요.”

펜이 종이 위를 움직였다.

재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리가 기록했다.

〈18:21 / 모델과의 거리 감소 시 체향 변화 증가.〉

그러다 손이 멈췄다.

정확히는.

그 문장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모델과의 거리.

아니.

자신과의 거리.

유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재헌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

둘 사이에는 여전히 한 걸음도 되지 않는 거리만 남아 있었다.

유리가 처음으로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말씀하시죠.”

“저 때문에 그래요?”

재헌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가.”

“심박.”

“아닙니다.”

대답이 빨랐다.

유리는 더 의심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너무 빨리 대답했는데.”

“아니니까.”

“그럼 테스트 하나만 더 해봐요.”

“뭘.”

“제가 멀어져 볼게요.”

“…….”

유리는 다섯 걸음 뒤로 물러났다.

“지금은요?”

“제가 어떻게 압니까.”

“심박 직접 재봐요.”

“싫습니다.”

“이사님.”

“안 합니다.”

유리가 입술을 내밀었다.

“과학적으로 하자면서.”

“이건 과학이 아니라 사람을 놀리는 것 같습니다.”

“진짜 아닌데.”

재헌이 미간을 눌렀다.

“오늘 테스트는 여기까지 하죠.”

“잠깐만.”

“시간도 지났습니다.”

“딱 하나만 더.”

“안 됩니다.”

“진짜 마지막.”

“그 말을 믿을 수가 없군요.”

유리는 잠깐 고민했다.

그러다 말했다.

“그럼 제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까이만 갈게요.”

재헌의 눈이 그녀에게 향했다.

“왜.”

“제가 원인인지 확인하려면 그게 제일 정확하니까.”

“…….”

“손도 안 댈게요.”

재헌은 거절해야 했다.

그게 맞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입에서 안 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유리는 기다렸다.

“허락해 주면 할게요.”

이번에는 정말 먼저 물었다.

재헌은 몇 초 뒤 대답했다.

“……좋습니다.”

유리가 다가왔다.

한 걸음.

두 걸음.

마지막 한 걸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손도 대지 않았다.

향을 맡지도 않았다.

그저 재헌의 앞에 섰다.

가까웠다.

그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재헌은 그녀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조향실의 조명이 비친 갈색 눈.

느슨하게 묶은 머리에서 빠져나온 가느다란 머리카락 한 올.

그리고 생각보다 가까운 입술.

재헌의 호흡이 조금 느려졌다.

유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물었다.

“지금은요?”

“뭐가.”

“아무렇지도 않아요?”

“네.”

“진짜?”

“네.”

유리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그 순간.

재헌의 손이 움직였다.

유리의 손목을 잡았다.

이번에는 반대였다.

늘 유리가 잡던 손목을 재헌이 먼저 붙들었다.

유리의 움직임이 멈췄다.

“이사님?”

“거기까지.”

낮은 목소리.

유리는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봤다.

재헌의 손이 감겨 있었다.

단단했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이상한 건.

이번에는 자신이 만지는 쪽이 아니었다.

만져지는 쪽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주 사소한 접촉인데도 감각이 이상하게 선명했다.

“왜요?”

유리가 물었다.

재헌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역시 자신의 손을 보고 있었다.

놓아야 했다.

그런데 조금 늦었다.

유리의 맥박이 손끝 아래에서 뛰고 있었다.

빠르지 않았다.

적어도 처음에는.

하지만 몇 초가 지나자.

조금 빨라졌다.

재헌의 눈빛이 변했다.

유리도 느꼈다.

자기 심장이 갑자기 한 박자 빠르게 뛴 것을.

“…….”

재헌이 천천히 손을 놓았다.

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손목에 남은 감각이 낯설었다.

겨우 손목 한번 잡힌 것뿐이었다.

자신은 매일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왜.

“오늘은 여기까지.”

재헌이 먼저 물러났다.

유리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네.”

재헌이 재킷을 집어 들었다.

문으로 향했다.

유리는 멍하니 서 있다가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 그를 불렀다.

“이사님.”

재헌이 멈췄다.

“왜요.”

유리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말했다.

“그 향.”

“…….”

“방금 제일 진했어요.”

정적이 흘렀다.

재헌의 표정이 아주 천천히 굳었다.

유리도 웃지 못했다.

이번에는 농담으로 넘기기 어려웠다.

자신이 가까이 갔을 때.

재헌의 심박이 변했고.

체온이 올라갔고.

그 향이 가장 짙어졌다.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달싹였다.

“정말.”

재헌의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됐다.

“저한테만 나는 것 같은데요.”

다음 날 오전.

유리는 출근하자마자 전날 기록을 다시 펼쳐 놓았다.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향이라는 건 그렇게 단순하게 변하지 않는다.

특정 사람과 가까워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체향이 완전히 다른 결을 띠는 건 더더욱.

물론 감정 변화는 체온과 땀 분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긴장.

흥분.

불안.

분노.

여러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그중 어떤 것이 권재헌에게 해당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어제 마지막 순간부터 자꾸 자신의 손목이 신경 쓰인다는 것이었다.

유리는 무심코 오른쪽 손목을 만졌다.

재헌이 잡았던 자리.

“……미쳤나.”

자신이 하루에 사람 손목을 몇 번이나 잡는데.

그걸 가지고 뭘 신경 써.

유리는 손을 내렸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메시지였다.

[차선우]

— 나 수요일 오전 열한 시래.

유리는 답장을 썼다.

— 응. 나도 일정 받았어.

곧바로 답장이 왔다.

— 근데 너 아직도 사람 목에 코 박고 향 맡냐?

유리의 눈썹이 올라갔다.

— 표현을 왜 그렇게 해.

— 맞잖아.

— 싫으면 오지 마.

— 누가 싫대?

그리고 몇 초 뒤.

— 오랜만에 네가 직접 골라주는 향 맡아보고 싶어서 그러지.

유리는 피식 웃었다.

— 일하러 와.

— 네, 한유리 조향사님.

유리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똑똑.

문이 열렸다.

재헌이었다.

유리는 반사적으로 화면을 뒤집었다.

그 작은 행동을.

재헌은 놓치지 않았다.

“좋은 아침이에요.”

유리가 말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평소와 똑같은 목소리였다.

재헌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작업대 앞에 섰다.

“오늘 테스트 시작하시죠.”

“잠깐만요.”

유리가 그를 바라봤다.

“오늘은 방식 바꿀 거예요.”

“어떻게.”

유리는 밤새 정리한 테스트 계획표를 내밀었다.

재헌이 읽었다.

첫 번째.

기본 체향 측정.

두 번째.

업무 스트레스 전후 비교.

세 번째.

타인과의 거리 변화에 따른 비교.

재헌의 시선이 세 번째 항목에서 멈췄다.

“타인?”

“네.”

유리가 진지하게 말했다.

“제가 원인인지 확인하려면 다른 사람이랑 비교해야죠.”

“누구와.”

“아직 안 정했어요. 세아한테 부탁할 수도 있고.”

재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리는 다음 항목을 가리켰다.

“그리고 수요일에는 선우로도 비교할 수 있고.”

재헌의 시선이 천천히 올라왔다.

“차선우 씨로?”

“네.”

“왜.”

“어차피 피부 발향 테스트 하잖아요. 비교군으로 딱 좋죠.”

“무엇을 비교합니까.”

“거리와 체향 변화요.”

유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설명했다.

“제가 선우한테 가까이 갔을 때도 비슷한 변화가 생기는지 확인하면—”

“안 됩니다.”

유리의 말이 끊겼다.

“네?”

재헌도 잠깐 멈췄다.

자신이 너무 빨리 대답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유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왜 안 돼요?”

“……실험 조건이 다릅니다.”

“뭐가요?”

“차선우 씨는 광고 모델 후보입니다.”

“그래서요?”

“불필요한 테스트를 추가할 이유가 없습니다.”

“불필요하지 않은데.”

“BORDERLINE의 모델은 접니다.”

“일주일 동안만요.”

“그러니까.”

재헌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제 데이터만 확인하십시오.”

유리는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이상했다.

분명 논리적인 말을 하고 있는데.

묘하게 논리적이지 않았다.

“이사님.”

“왜요.”

“혹시.”

유리가 아주 천천히 물었다.

“선우 싫어해요?”

“처음 보는 사람을 왜 싫어합니까.”

“그런데 왜 자꾸 선우 얘기만 나오면 표정이 그래요?”

“제 표정이 어떤데요.”

“지금처럼.”

“평소와 같습니다.”

“아닌데.”

유리가 그를 빤히 바라봤다.

재헌도 피하지 않았다.

잠시 후 유리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설마.”

재헌의 미간이 좁아졌다.

“뭡니까.”

“질투하는 건 아니죠?”

정적.

유리는 반쯤 장난이었다.

그래서 웃고 있었다.

그런데 재헌은 웃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다가왔다.

유리의 웃음이 아주 조금 흐려졌다.

“이사님?”

“제가 왜 질투를 합니까.”

“그러게요.”

“한유리 조향사님과 제가 무슨 사이인데.”

유리의 입이 다물렸다.

맞는 말이었다.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총괄이사와 수석 조향사.

프로젝트 책임자와 실무 책임자.

그리고 일주일짜리 향 모델과 조향사.

딱 거기까지.

그런데 이상하게.

재헌의 말이 조금 기분 나빴다.

유리는 자신도 이유를 몰랐다.

“맞아요.”

그녀가 한 걸음 물러났다.

“아무 사이도 아니죠.”

재헌의 눈빛이 달라졌다.

유리는 이미 노트를 집어 들고 있었다.

“그럼 시작할게요.”

어제까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잡았던 손목.

그런데 오늘은 손을 뻗기 전에 잠깐 멈췄다.

재헌이 그걸 보았다.

“왜요.”

“뭐가요?”

“안 잡습니까?”

“잡을 거예요.”

유리가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재헌이 먼저 손목을 내주는 대신 물었다.

“이번에는 미리 말 안 합니까?”

“……오른쪽 손목 잡을게요.”

“목적.”

“기본 체향 확인.”

“좋습니다.”

유리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익숙한 접촉.

그래야 했다.

그런데 손끝이 닿는 순간.

어제 재헌이 자신의 손목을 잡았던 감각이 떠올랐다.

유리의 손가락이 아주 잠깐 굳었다.

재헌이 그것을 느꼈다.

“한유리 조향사님.”

“네.”

“집중 안 합니까?”

“하고 있어요.”

유리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향을 확인했다.

순간.

표정이 굳었다.

“……어?”

“왜요.”

유리가 다시 향을 맡았다.

분명했다.

오늘은 처음부터 있었다.

어제 아침에는 없었던 향.

저녁에 자신이 가까이 갔을 때 가장 강해졌던 바로 그것.

그런데 지금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손목을 잡았을 뿐이었다.

“이사님.”

“말씀하세요.”

유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오늘은 벌써 나요.”

“그 향이?”

“네.”

재헌의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됐다.

유리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맥박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리고 몇 초 뒤.

눈이 커졌다.

“심박도 빠른데.”

“정상입니다.”

“어제 아침보다 빨라요.”

“컨디션 차이겠죠.”

“잠은?”

“여섯 시간.”

“운동?”

“같이 했고.”

“커피?”

“안 마셨습니다.”

유리의 표정이 점점 진지해졌다.

가능성을 하나씩 지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는 것.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혹시 저 오기 전부터 이랬어요?”

“무엇을.”

“심장.”

재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유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왜 대답 안 해요?”

“확인하지 않았으니까.”

“그럼 지금 제가 놓아볼게요.”

유리가 손을 놓았다.

그리고 두 걸음 물러났다.

잠시 기다렸다.

“직접 재봐요.”

“안 합니다.”

“또.”

“제가 실험용 쥐입니까?”

“이사님이 과학적으로 하자며.”

“그 말을 한 걸 후회하고 있습니다.”

유리가 웃으려다 멈췄다.

향이 약해졌다.

정말이었다.

조금 전보다 희미했다.

유리는 천천히 한 걸음 다가갔다.

재헌의 눈이 그녀를 따라왔다.

향이 조금 진해졌다.

또 한 걸음.

더 선명해졌다.

유리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건 우연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이상해.”

“뭐가.”

유리가 그를 올려다봤다.

“진짜 저 때문인 것 같은데요.”

재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리는 조금 더 가까이 가려다가 멈췄다.

어제와 달리.

이번에는 먼저 물었다.

“한 걸음만 더 가도 돼요?”

재헌의 눈빛이 깊어졌다.

“왜.”

“확인하고 싶어서.”

“뭘.”

유리가 대답했다.

“이사님이 저한테 반응하는 건지.”

말이 떨어지고.

두 사람 모두 멈췄다.

유리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아니.”

재헌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처음이었다.

유리가 권재헌이 웃는 것을 본 건.

“그 표현.”

낮은 목소리.

“이번에는 제가 바꿔드려야 합니까?”

유리의 얼굴이 서서히 뜨거워졌다.

“그런 뜻 아니거든요.”

“압니다.”

“향 얘기예요.”

“그것도 알고 있고.”

“그런데 왜 웃어요?”

“제가 웃었습니까?”

“방금 웃었잖아요.”

“업무나 하시죠.”

재헌은 아무렇지도 않게 소매를 걷어 올렸다.

유리는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자신이 관찰하던 향보다 다른 것이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권재헌이 웃었다.

아주 조금.

자신 때문에.

그리고 그 사실을 의식하는 순간.

이번에는 유리 자신의 심장이 먼저 한 박자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몰랐다.

재헌은 그 변화를 맥박으로 확인할 필요조차 없었다.

붉어진 귀가 너무 잘 보였으니까.

재헌은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아주 느리게 말했다.

“한유리 조향사님.”

“……왜요.”

“오늘은.”

유리가 그를 바라봤다.

“제가 먼저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뭔데요?”

재헌의 시선이 그녀의 오른쪽 손목으로 떨어졌다.

어제 자신이 잡았던 자리.

그리고 다시 유리의 눈으로 올라왔다.

“손목.”

유리가 눈을 깜빡였다.

“제 손목이요?”

“네.”

“왜요?”

재헌이 손을 내밀었다.

“잡아도 됩니까?”

이번에는.

유리가 대답해야 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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