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공기가 얼어붙었다.질문을 던진 규수는 웃고 있었지만, 그 의도는 노골적이었다. 은하와 백시윤을 엮고, 동시에 이혁 앞에서 그녀를 곤란하게 만드는 질문.백시윤의 눈빛이 흥미롭게 번뜩였다.이혁의 얼굴은 무표정해졌다.은하는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았다.‘좋아. 이건 위험하다.’하지만 위험한 질문일수록, 제대로 넘기면 크게 남는다.은하는 고개를 들고 답했다.“백 공자님과는 말이 부드럽게 흐릅니다.”누각이 조용해졌다.이혁의 시선이 그녀에게 박혔다.은하는 이어 말했다.“그러나 전하와의 대화는 가끔 칼 위를 걷는 듯합니다.”규수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왕과의 대화를 칼 위라 표현하다니. 하지만 은하는 멈추지 않았다.“다만 칼 위를 걸을 때는 발끝을 더 조심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왜 하는지 더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그녀는 이혁을 보았다.“그러니 말이 잘 통한다는 것이 편하다는 뜻이라면 백 공자님일 수 있으나, 저를 더 많이 생각하게 하는 분은 전하이십니다.”정적. 진짜 정적이었다.이혁의 눈빛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백시윤의 미소가 처음으로 조금 옅어졌다.대비마마는 부채 뒤에서 은하를 바라보았다. 저 아이는 매번 위험한 말을 한다. 그런데 매번 그 위험한 말 끝에 이상하게 사람 마음을 건드리는 진심을 붙인다.이혁은 입을 열지 않았다.열 수 없었다.‘저를 더 많이 생각하게 하는 분은 전하이십니다.’그 말이 너무 직접적이지 않으면서도, 너무 깊게 들어왔다.은하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아, 이거… 좀 세게 말했나?’그러나 이미 늦었다.이혁은 잠시 그녀를 보다가 아주 낮게 말했다.“그 답은.”모두가 숨을 멈췄다.“나쁘지 않다.”은하의 얼굴이 조금 풀렸다.대비마마가 웃었다.“주상께서 오늘도 윤설화에게 후하십니다.”이혁의 표정이 굳었다.“평가일 뿐입니다.”은하는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았다.업무상, 평가, 감시. 이혁은 참으로 핑계가 많았다.문답 과제가 끝난
오후의 사교 문답은 궁중 정원 옆 누각에서 열렸다. 후보들은 둥근 자리에 앉아 서로 질문을 주고받았다. 대비마마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았고, 이혁은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은하는 그 사실에 조금 안도했다. 이혁이 없으면 덜 긴장될 것 같았다. 물론 백시윤은 있었다. 영의정 가문의 후계자로 오늘 자리의 진행을 돕는다는 명목이었다.정말 성실하게도 자주 나타나는 남자였다.은하는 자리에 앉으며 매화에게 낮게 속삭였다.“저 공자님도 출석률 장난 아니네.”“출석률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좋은 뜻은 아닌 듯하옵니다.”“정확해.”문답은 예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규수들은 서로를 칭찬하는 척 질문을 던졌고, 그 안에는 날이 숨어 있었다.“윤 아씨께서는 갑작스레 간택에 오르셨다 들었습니다. 준비가 부족하실 텐데, 두렵지는 않으신지요?”은하는 웃었다.“두렵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배우는 속도가 빠르시다니 부럽습니다.”“살고자 하면 사람이 좀 빨라지더군요.”질문한 규수는 말문이 막혔다. 주변에서 낮은 웃음이 흘렀다.다른 규수가 물었다.“아씨께서는 너무 눈에 띄십니다. 중전의 자리는 조용하고 묵직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으십니까?”은하는 찻잔을 들었다.“눈에 띄는 것과 가벼운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등불도 눈에 띄지만, 밤길을 밝히지 않습니까.”대비마마의 눈이 흥미롭게 움직였다.백시윤은 조용히 그녀를 보고 있었다.세 번째 질문은 더 날카로웠다.“왕의 마음을 얻고 싶으십니까?”드디어 나왔다.은하는 속으로 이혁을 떠올렸다.왕의 마음보다 신뢰가 먼저.그가 던진 질문, 자신이 고른 답.은하는 차분히 대답했다.“왕의 마음을 얻는 것은 감히 제가 말할 일이 아닙니다.”잠시 멈춘 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다만 전하의 신뢰를 얻고 싶습니다. 마음은 바람처럼 흔들릴 수 있으나, 신뢰는 오래 쌓이는 것이라 생각하니까요.”누각이 조용해졌다.대비마마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백시윤의
“짧게 받겠습니다.”“어찌.”“과찬이십니다. 아직 배울 것이 많습니다. 정도로요.”“무난하군.”“전하께서 길게 말하지 말라 하셨잖아요.”“잘 들었군.”“제가 원래 선생님 말은 잘 듣습니다.”이혁은 그녀를 보았다.“방금 나를 선생이라 한 것이냐.”은하가 웃음을 참았다.“문답 선생님.”“왕이다.”“왕도 가르치면 선생님이죠.”장 내관이 문밖에서 아주 낮게 “아씨…” 하고 신음했다. 이혁은 어이없다는 얼굴이었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주 짧게 시선을 돌렸다.은하는 그 틈을 또 봤다.‘참는다. 지금 웃는 거 참는다.’진짜 큰일이었다. 이혁의 표정을 읽는 일이 점점 재밌어지고 있었다.연습이 끝날 무렵, 이혁은 은하에게 새 질문을 던졌다.“만약 누군가 네게 왕의 마음을 얻고 싶으냐 묻는다면?”은하의 손끝이 멈췄다.“그런 질문도 나옵니까?”“나올 수 있다.”“너무 직설적인데요.”“궁에서는 직설을 가장한 함정이 많다.”은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왕의 마음을 얻고 싶으냐. 간택 후보라면 당연히 그렇다고 해야 하는 질문 같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답하면 욕망이 된다. 아니라고 하면 간택에 참여한 이유가 흐려진다.어렵다.은하는 잠시 생각했다가 말했다.“왕의 마음을 얻는 것보다, 왕의 신뢰를 얻는 것이 먼저라 답하겠습니다.”이혁의 눈빛이 멈췄다.은하는 이어 말했다.“마음은 변할 수 있지만, 신뢰는 쌓아야 하는 것이니까요.”“너는 내 신뢰를 얻고 싶으냐.”또 갑자기 들어왔다.은하는 잠시 그를 보았다.이 질문은 연습일까.아니면 진짜일까.그녀는 이번엔 장난치지 않았다.“네.”짧은 대답에 이혁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은하는 차분히 덧붙였다.“전하께서 저를 믿어주셔야 제가 이 궁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살아남기 위해서만?”은하의 숨이 살짝 멈췄다.그 질문은 생각보다 깊었다.살아남기 위해서만. 그럼 다른 이유도 있느냐고 묻는 것처럼 들렸다.은하는 대답을 피하려고 했다.
“귀여워?”이혁의 목소리는 낮았다.낮은데, 이상하게 조금 늦게 나왔다. 평소의 이혁이라면 은하가 선을 넘는 순간 바로 칼처럼 반응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짧은 공백이 있었다. 그 공백이 문제였다. 은하는 그 공백을 보았고, 장 내관은 문밖에서 느꼈고, 이혁 자신도 알아차렸다.서고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은하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뒤늦게 실감했다. 전하가 귀엽다. 조선의 폭군에게, 그것도 왕의 서고에서, 그것도 문답 연습을 하러 온 첫마디로.‘강은하, 너 진짜 미쳤냐.’그런데 이미 엎질러진 말이었다. 수습해야 했다. 빠르게. 아주 빠르게.은하는 고개를 숙였다.“송구합니다, 전하. 귀엽다는 말은 그러니까…”“계속해라.”“예?”이혁은 책상 앞에 앉은 채 그녀를 보고 있었다. 얼굴은 차가웠다. 그러나 은하는 이미 봤다. 귀 끝이 아주 조금 붉어진 것을. 그것이 촛불 때문인지, 아침빛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당황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봤다.보고 나니 더 큰일이었다.폭군이 귀여워 보이는 순간, 생존 본능과 로코 본능이 싸우기 시작했다.은하는 최대한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골랐다.“귀엽다는 건… 그러니까 꼭 어린아이처럼 귀엽다는 뜻이 아니라요.”“그럼 무엇이지.”“예상보다 인간적인 빈틈이 보였다는 뜻에 가깝습니다.”장 내관이 문밖에서 낮게 숨을 들이켰다.망했다. 수습이 수습이 아니었다.이혁의 눈이 가늘어졌다.“빈틈.”“좋은 뜻입니다.”“왕에게 빈틈이 좋은 뜻일 리 없지.”“사람에게는 좋은 뜻일 수 있습니다.”“또 왕도 사람이라 할 셈이냐.”은하는 입을 다물었다.이혁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평소 같으면 여기서 또 한마디가 튀어나왔을 텐데, 오늘은 멈췄다. 아마 스스로도 방금 말을 골랐다는 걸 알 것이다. 그 사실이 묘하게 보였다.그는 천천히 말했다.“네가 보는 나는 빈틈이 많은가.”은하는 놀라 그를 보았다.질문이 이상하게 낮았다. 화를 내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정말
믿기 위해 의심한다.그 말은 그의 방식과 닮았지만, 전혀 달랐다. 그는 의심하기 위해 의심했고, 믿지 않기 위해 의심했다. 그런데 은하는 믿기 위해 의심한다고 했다.백시윤도 그 차이를 알아차린 듯했다.대비마마가 낮게 웃었다.“흥미롭구나. 백 공자의 질문에도 물러서지 않는구나.”은하는 고개를 숙였다.“공자님께서 좋은 질문을 주셨사옵니다.”칭찬처럼 들렸지만, 선은 그어져 있었다.백시윤은 그 미묘한 거리를 느꼈다. 그리고 더 흥미로워졌다.문답이 끝난 뒤, 은하는 별당 밖으로 나오자마자 숨을 크게 내쉬었다.“와, 오늘 진짜 빡셌다.”매화가 주변을 살피며 작게 속삭였다.“아씨, 말투…”“아. 오늘 매우 고되었사옵니다.”“그건 또 이상하옵니다.”은하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때 장 내관이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드문 칭찬의 기색이 있었다.“오늘은 잘하셨소.”은하의 눈이 반짝였다.“진짜요?”“예. 위험했으나 잘 넘기셨소. 특히 백 공자의 질문을 받아친 것은 훌륭했소.”“장 내관님한테 칭찬받으니까 뭔가 합격한 느낌인데요.”“다만 밖에서는 그렇게 웃지 마시오. 적이 늘었소.”“알아요.”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백시윤 공자도 이제 대놓고 시험하네요.”장 내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분은 어릴 때부터 웃으며 사람을 이기는 분으로 유명했소. 아씨께서도 조심하셔야 하오.”“네.”은하는 진심으로 대답했다.그때 회랑 건너편에서 백시윤이 천천히 걸어왔다. 장 내관이 미세하게 굳었고, 매화는 은하 옆으로 조금 더 붙었다.백시윤은 그 반응을 보고도 웃었다.“윤 아씨. 오늘 답은 훌륭했습니다.”은하는 짧게 고개를 숙였다.“공자님의 질문 덕분입니다.”“저를 경계하시는군요.”“경계는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전하께 배우신 겁니까?”은하는 대답하지 않았다.백시윤은 그 침묵을 보고 웃었다.“아씨께서는 전하의 말을 제법 귀담아들으시는 듯합니다.”“필요한 말은 듣습니다.”“제 말도 그렇습니까?”은하는 그를 똑바
‘좋아. 중간 지점.’“소통이라 생각하옵니다.”별당 안이 조용해졌다.“소통?”대비마마가 되물었다.“예. 궁 안에는 많은 사람이 있으나, 서로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듯하옵니다. 아랫사람은 두려워 말하지 못하고, 윗사람은 듣지 못하며, 그 사이에서 오해와 소문이 자라는 듯합니다.”이혁의 눈빛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은하는 말을 이어갔다.“말이 막히면 소문이 흐르고, 소문이 흐르면 누군가 다칩니다. 그러니 중전이 된다면, 최소한 억울한 말이 바로 닿을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사옵니다.”대비마마는 흥미로운 얼굴이었다.“그대는 궁의 소문을 많이 겪은 모양이구나.”은하가 웃었다.“요 며칠 아주 빠르게 배우고 있사옵니다.”상궁 하나가 입가를 가렸다. 은하를 향한 시선들이 조금 누그러졌다. 자신을 둘러싼 소문을 가볍게 받아치면서도, 그 안에서 답을 뽑아내는 방식. 너무 낯설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그때 대신가 부인 중 하나가 날카롭게 물었다.“그러나 궁의 질서는 말이 위로 쉽게 오르지 않는 데서 지켜지는 법입니다. 모든 이의 말을 들으려 하면 궁이 시장통처럼 어지러워지지 않겠습니까?”은하는 그 여인을 보았다.차분한 얼굴, 날카로운 눈. 분명 누군가 은하를 시험하라고 세운 질문이었다.“맞는 말씀이옵니다.”은하가 먼저 인정하자, 질문한 여인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모든 말을 다 들을 수는 없사옵니다. 하지만 아무 말도 듣지 않는 것과, 들어야 할 말이 올라올 길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옵니다.”“그 길을 누가 판단합니까?”은하는 잠시 이혁을 보았다.그의 눈은 조용히 그녀를 보고 있었다.“처음에는 중전이 판단하겠지요. 하지만 결국은 전하께 닿아야 할 것입니다.”별당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은하는 고개를 숙였다.“왕이 모든 것을 직접 보실 수는 없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은 놓치지 않으셔야 하니까요.”이혁은 그 말을 들으며 어제 서고의 대화를 떠올렸다.높은 곳에 있으면 멀리 보이지만, 가까운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