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마지막 밤, 이름도 묻지 않은 남자와 하룻밤을 보냈다.
후회는 없었다. 다시 볼 일도 없으니까.
월요일.
그 남자가 우리 팀 신입으로 나타났다.
"좋은 아침입니다, 선배님."
윤재하, 26세. 능글거리고, 눈치 빠르고, 일도 잘하고, 하필이면 내 스타일을 너무 정확히 안다. 마치 처음이 아닌 것처럼.
숨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숨길수록 더 가까이 왔고,
나는 밀어낼수록 더 신경 쓰였다.
타인의 감정을 온도로 읽는 결벽증 분석가 은채령과 어떤 상황에도 36.5도를 유지하는 냉혈한 CSO 강진혁. 신소재 프로젝트를 빌미로 시작된 비밀스러운 ‘감각 분석’ 계약은 점차 통제 불능의 욕망으로 번진다.
장갑 너머 전해지는 아찔한 온기 속에 채령은 자신의 방어벽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끼고, 진혁은 그녀의 임계점을 집요하게 파헤치며 지배하려 든다. 서로를 무너뜨리려는 위험한 게임 끝에 도달한 완전한 용해, 그 치명적이고 뜨거운 기록.
스물여덟 민방실이 박승철의 민원실에 들어온 첫날, 그는 확신했다.
이 여자, 좀 이상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눈이 가고, 신경 쓰이고, 결국 좋아하게 됐다.
문제는 연애를 시작한 뒤였다.
“너는 내가 다른 여자랑 있어도 질투 안 나?”
“오빠가 그 여자 좋아해?”
“아니.”
“그럼 됐잖아.”
남의 사랑은 누구보다 잘 알아보면서 정작 제 마음에는 서툰 남자와, 사랑을 확신하는 순간 질투할 이유조차 없어지는 여자.
도무지 이름 붙일 수 없던 마음이 사랑이 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