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삼킨 소녀
레사는 단호한 결심을 흔들 수 없었다.
약속한 날에 허수아비를 빵 배달 수레 속에 숨겨, 제레미에게 주었다. 그러자 그는 의외라는 시선으로 레사를 바라보다, 알겠다고 했다. 레사의 할 일은 딱 거기까지였으므로, 그 이상은 알지 못했다. 다만 광장에 학살사건의 진범이 나타났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야 신문으로 얼핏 봤다.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이었다더라 하는, 신화같기도 소설같기도 한 이야기였다. 노엘이 그 기사 이야기를 할 때
마다 뭐라도 잘못먹은 듯이 굳고는 어색하게 굴었다. 또 어제는 슬쩍 그 여자가 범인이 아닐 거라고 변호해주기도 했다. 레사는 그 모습에 혼자 웃음을 삼켰다. 그러다 문득 마리는 평생 그런 세계에서 살아오고 있는 건가 싶어서 레사는 또 현실감이 없어졌다가 금세 빵집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 때문에 상상을 접고 다시 자기 세계로 발을 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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