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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화

ผู้เขียน: 윤아
제나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봤다. 짙은 다홍색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자가 자신을 비스듬히 노려보고 있었다.

그 여자는 볼륨감 있는 몸매와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지만, 얼굴에 떠오른 날카롭고 독한 표정이 원래의 아름다움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누구야, 이 사람?’

제나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구...?”

여자는 턱을 살짝 들고, 비웃는 듯한 시선을 내리깔았다.

“또야? 또 기억상실 연기야? 대체 그 변명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야?”

‘뭐야, 처음부터 시비 걸려고 작정했나?’

그 순간, 입구 쪽에 서 있던 경후의 시선이 한 번에 제나를 찾아냈다.

촘촘하게 올려 묶은 제나의 검은 머리카락, 목덜미를 따라 흘러내린 부드러운 웨이브.

그리고 우윳빛 피부는 매끄럽고 투명했으며, 붉은 입술은 갓 피어난 장미처럼 생기 넘치면서 눈동자는 마치 호수처럼 맑고 투명했다.

그 어떤 고급스러운 크리스털보다도 깨끗하고 빛나는 여자의 모습은 사람의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경후의 눈빛이 묘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고 제나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옆에 있던 윤세린이 살짝 몸을 돌리며 그 시선을 따라갔다.

세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저렇게까지 쳐다보는 거야?’

‘...’

제나는 누군가 자신을 강하게 응시하고 있다는 걸 즉시 감지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었는데, 그 순간 강렬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얼음처럼 차갑고 깊은 눈동자가, 정면에서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또 무슨 생각이지?’

제나는 자연스럽게 경후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세린이 경후에게 무언가 조용히 말했다.

그제야 경후는 시선을 거두었다.

그 시선과 함께, 묘한 압박감도 사라졌다.

...

경후와 세린이 천천히 제나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소진아.”

세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언니, 언제 왔어?”

조금 전까지 제나를 비꼬던 여자가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방금...”

그런데 여자의 시선이 경후를 포착하는 순간, 눈빛이 살짝 빛났다. 조금 전까지의 오만한 태도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한없이 여리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변했다.

“경후 오빠.”

그녀는 다정하게 부르며, 몸을 살짝 기울였다.

그 모습을 본 연주가 조용히 제나에게 설명했다.

“언니, 저 여자가 윤소진이에요. 그때 언니를 수영장에 밀어 넣은 그 사람...”

‘아, 그래서 저렇게 내 앞에서 당당한 거였구나.’

제나는 순간적으로 납득했다.

‘역시, 윤세린의 사촌동생이었어.’

“제나 씨.”

그때, 세린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제나를 부르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입구에서 마침 경후를 만나서 같이 들어오게 된 거예요. 오해하지 마요.”

제나는 세린을 바라봤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세린은 마치 제나의 반응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여전히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경후한테 들었어요. 얼마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지금은 괜찮아요?”

제나는 짧게,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

그때, 옆에 있던 소진이 입을 가리고 피식 웃었다.

“대단한 일은 아니고... 그냥 어떤 사람이 또 기억상실 걸렸다더라. 이번엔 선택적 기억상실이 아니라 아예 모두를 못 알아본대. 아까 나한테도 ‘누구냐’고 묻던데? 하하하, 진짜 웃겨 죽겠어.”

“기억상실?”

세린이 제나를 바라보며 살짝 머뭇거렸다.

“제나 씨, 정말... 또 기억을 잃은 거예요?”

세린의 말투는 소진처럼 대놓고 비웃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또’ 라는 단어가 묘하게 신경을 거스르게 했다.

‘이제는 내 기억 잃는 것도 습관처럼 보이나 보네.’

제나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옆에 서 있던 연주 역시 기분이 나빴는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이번엔 언니가 정말로 기억을 잃었어요!”

소진이 코웃음을 쳤다.

“지난번에도 그렇다더니... 이번엔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알아?”

그러다 문득 연주를 발견하곤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 시선은 마치 평가하듯, 무례하고 불쾌했다.

그리고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너는 또 뭐야? 네가 뭔데 여기서 나서? 역시 끼리끼리 논다더니, 수준이 비슷하니까 친구도 그렇게 사귀는 거지. 가정교육 좀 제대로 받아.”

연주는 평소에도 제나를 감싸는 성격이었고, 성질도 불같이 화끈한 편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이 확 돌아갔다.

“뭐? 지금 뭐라고 했어?!”

당장이라도 반박하려는 순간, 제나가 연주의 손목을 잡아 저지했다.

그러더니 천천히 소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기울이면서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 말이 맞아. 끼리끼리 논다는 말, 정말 맞는 말이네.”

제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날이 서 있었다.

“내가 보니까... 불륜녀들은 원래 불륜녀들끼리 어울리는 걸 좋아하더라?”

그 말을 듣자마자, 소진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새파랗게 변했다.

마치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소진은 제나를 가리키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하제나! 지금 누구더러 불륜녀라고 한 거야?!”

나는 무척이나 순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응? 난 그냥 불륜녀 얘기한 건데... 네가 왜 그렇게 흥분해?”

“아니, 아까 본인이 직접 ‘끼리끼리 논다’고 했잖아? 그 말이 틀린 것도 아니고... 내가 뭐 잘못 말한 거 있어?”

순간적으로, 소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사람들 앞에서 입을 열 수도, 그렇다고 당당히 반박할 수도 없었다.

최근 외도나 불륜은 법적 처벌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도덕적으로 큰 비난을 받는 행위였다. 특히 여성에게는 더 가혹한 시선이 따라붙었다.

‘내가 여기서 하제나의 말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순간, 마치 불륜을 감싸거나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소진은 입을 열었다 닫았다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하제나! 이 더러운...!”

그러나 세린이 적절한 타이밍에 사촌동생의 말을 끊었다.

“소진아.”

“제나 씨도 그냥 한 말일 거야. 괜히 신경 쓰지 마.”

하지만 소진은 이미 흥분한 상태였다.

“아니, 언니! 저 여자가 지금 대놓고...!”

그러나 이번엔 세린의 목소리가 한층 차가워졌다.

“소진, 그만해.”

소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입을 닫았다.

그러나 얼굴에는 분노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주 제대로 한 방 먹었네.’

연주는 속으로 속 시원해하며, 제나를 향해 몰래 엄지를 세웠다. 이들 ‘불륜 자매’을 보면서 그동안 쌓인 울분이 한 방에 풀리는 느낌이었다.

“언니, 진짜 대박! 완전 사이다! 속이 다 시원해요!”

‘남의 남자를 훔쳐놓고도 당당하기는...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

그러나 정작 제나는 조금도 승리의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 경후의 시선이 내내 자신을 따라다녔기 때문이었다.

그 깊고 차가운 눈빛이 제나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뭐야. 왜 저렇게 빤히 보고 있어?’

그리고 그 시선을 피해버리고 싶었다.

결국 제나는 연주에게 조용히 말했다.

“연주야,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러나 그녀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경후가 입을 열었다.

“이제, 할아버님께 인사드리러 가야지.”

그 말은 제나를 향한 것이었다.

차씨 가문의 최고 어르신, 차정환 회장의 생신 연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경후와 제나는 먼저 인사를 드려야 했다.

제나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예법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결국 연주에게 말했다.

“나 먼저 다녀올게.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덧붙였다.

“괜히 돌아다니지 말고,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연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언니. 걱정 말고 다녀와요.”

그렇게, 제나는 경후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제나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자 소진의 눈빛이 순간 적의로 가득 찼다.

‘하제나...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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