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은 10년이라는 시간을 바쳐 남편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불륜녀에 의해 불에 타서 죽는 거라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강이한은 언젠가부터 그녀를 집에서 집안일이나 하는 가정부로 취급했다. 하지만 그녀가 이혼 서류를 당당하게 내밀었을 때.... "이러는 이유가 뭐야?" 강이한은 그녀가 자신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내가 사라져야 그 여자랑 알콩달콩 잘 살 거 아니야?" 유영은 비웃음을 머금고 차갑게 말했다. "강이한, 이번 생에는 절대 장님으로 살지 않을 거야!" 회귀하고 시력을 잃기 전으로 돌아온 유영은 싸늘한 얼굴로 전남편에게 이혼 서류를 던졌다. 기자회견 때, 한 기자가 물었다. "먼저 이혼을 제기한 이유가 뭔가요?" 유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질렸거든요." 그날 화재는 그에 대한 그녀의 모든 사랑도 같이 불태워 버렸다. 다시 되돌아 보면 아마 처음부터 모든 게 거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보기비너스 타운의 외곽.소은지는 앉아서 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흰 눈이 펑펑 내려서 하늘을 뒤덮을 정도였고 길에도 많은 눈이 쌓여있었다.주방에 돌아가서 확인해 보니 냉장고 속의 식재료가 거의 다 거덜이 났다. 이 눈은 거의 2주일 동안 지속되었다.이곳에 오기 전에 소은지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비너스 타운은 1년 사시절 봄처럼 따뜻하다고 했다. 소은지는 그 글을 쓴 사람이 봄과 겨울을 착각했나 생각할 정도였다.밖에서는 눈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창가에 가서 밖을 내다보자 제설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소은지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소은지는 조심스레 눈길 위를 운전했다.타이어가 눈 위를 밟는 뽀득뽀득 소리가 들렸왔고 소은지는 또 속도를 낮추었다.한 번도 이런 길을 운전해 본 적이 없었기에 조심해야 했다.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결국 사고가 났다.한 사람이 갑자기 차 앞에 나타났고 소은지는 그대로 브레이크를 확 밟았다.끼익.쿵.급정거에 타이어가 미끄러지며 그대로 무언가를 박아버렸다.속도가 느려서 몸에 큰 충격은 없었지만 머리는 멍했다.소은지는 차 앞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면서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그리고 천천히 차에서 내려 하얀색 보닛 위에 붉은 손자국이 남은 것을 보고 긴장해서 숨이 떨렸다.그리고 얼른 바닥에 쓰러진 사람 옆으로 와서 물었다.“저기요, 괜찮으세요? 일어나봐요.”소은지는 그녀를 안아 일으킨 후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고 했다. 하지만 피로 물든 차가운 손이 소은지의 손목을 잡았다.소은지가 고개를 숙이자 여자가 숨넘어갈 것 같은 말투로 얘기했다.“경찰서는 싫어요...”“그게...”“병원도 싫어요...”여자는 겨우 말을 이었다. 소은지는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병원에 안 가면 어디로 가야 하지?’소은지가 심호흡한 뒤 물었다.“지금 상태는 어때요?”“난 괜찮아요.”두꺼운 옷을 입은 여자가 힘겹게 소은지의 품에서 일어나더니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그리고 경계하듯 사방을 둘러
그 순간 소은지는 바닥에 두껍게 깔린 눈을 보면서 담담하게 얘기했다.“응, 알아.”이유영은 그 말에 바로 소은지의 뜻을 이해했다. 할리 가문에서 이 소식을 공개한 것은 바로 소은지에게 알리기 위함이다.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소은지는...소은지 전화기 너머의 이유영이 얘기했다.“난 지금 잘 지내고 있어. 그 사람들이 없어서 행복해.”이유영은 소은지의 목소리에서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네가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야.”이유영은 더 말하지 않고 소은지를 응원해 주었다.이유영은 항상 그랬다.소은지가 행복하다고 생각되면 다른 건 모두 중요하지 않았다.소은지는 너무 많은 일을 당했으니 이유영은 그런 소은지가 가장 중요했다.“그럼 이만 끊을게.”소은지가 이유영에게 얘기했다.이유영에게 전화를 건 것은 그저 이유영에게 소은지가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다.나무로 만든 집에 돌아온 소은지는 모닥불을 보면서 두꺼운 외투를 천천히 벗었다. 그리고 우유 한 잔을 부었다.소은지는 이곳의 우유 향을 아주 좋아했다....엔데스 명우는 계속해서 소은지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소은지는 정말 이 세상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아무리 애를 써도 소은지의 행방을 찾을 수가 없었다.하선희의 장례식에도... 소은지는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점에 모두 실망했다.하지만 하선희의 장례식이 지난 후, 파리에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져왔다.바로 엔데스 현우가 모든 것을 엔데스 신우에게 넘겨버리고 사라졌다는 것이다.어디로 간 것인지는 아무도 몰랐다.엔데스 명우는 그 소식을 듣고 가슴이 미칠 듯이 아파졌다.이유영은 엔데스 신우와 돌아가려고 했다. 엔데스 신우가 이 소식을 알려주었을 때, 이유영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엔데스 신우를 쳐다보았다.“엔데스 현우가 떠났다고요?”“응.”“모든 걸 신우 씨한테 넘기고?”“응.”“...”엔데스 현우는 이번에 떠나서 영영 돌아오지 않을 생각 같아 보였다.“뭐하려느고 그러는
하선희는 소은지의 집에서 2개월 정도 살았다. 그동안 계속 소은지가 집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소은지는 돌아오지 않았다.하선희는 마지막으로 수술실에 들어갔고 영원한 잠에 들게 되었다.소은지는 결국 하선희에게 미련을 남겨주었다.할리 민상은 하선희의 유골을 들고 파리로 돌아왔다.장례식 시간을 확정한 후 할리 민상은 바로 이유영에게 알려주었다.“만약 은지가 너한테 연락하면 알려줘. 장례식은 20일이라고.”바로 일주일 뒤였다.이렇게 오래 기다리는 것을 보니 할리 가문에는 소은지가 이 소식을 듣고 와주었으면 하는 것 같았다.이유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만약 저한테 연락한다면 제가 알려줄게요.”소은지가 이유영과 연락하지 않는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지금 온 세상에 하선희의 죽음이 알려졌다.이유영은 소은지가 그 소식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만약 소식을 듣고 나서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면 그건 소은지가 영원히 할리 가문을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다.즉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뜻이다....“할리 가문 쪽을 주시하고 있어.”엔데스 명우가 담배에 불을 붙이며 진이형에게 얘기했다.할리 가문에서 하선희의 사망 소식을 공개한 것은 바로 소은지가 이 소식을 접하길 바랐기 때문이다.그리고 소은지가 하선희의 마지막 모습을 배웅해 줬으면 하기 때문이었다.진이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공기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엔데스 명우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차가운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찾지 못한 거지? 이 세상에 살아있는 건 맞나?’엔데스 명우의 머릿속으로 그와 소은지가 함께했던 시간들이 지나갔다.즐겁지는 않은 기억들이다.‘설선비...’설선비의 모든 것은 설선비가 손수 망가뜨린 것이다.그런데 엔데스 명우가 무슨 자격으로...“진이형.”“네.”“소은지, 아마 날 죽도록 싫어하겠지?”엔데스 명우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진이형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엔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연이은 실망이었다. 소은지는 일부러 숨은 것이다. 그들의 행적은 쉽게 알 수 있었기에, 소은지가 그들을 피해 숨는 것은 더욱 쉬웠다.소은지는 이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다른 한편.그동안 엔데스 현우는 아주 바빴다. 소은지의 행방을 알고 싶었던 사람들은 모두 이유영에게 전화를 했지만 유독 엔데스 현우만은 하지 않았다.엔데스 현우는 미친 듯이 일에 몰두했다.“지금 엔데스 명우와 할리 가문에서 모두 소은지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있어.”몇 개월이 지났다.그동안 대체 소은지는 어디에 있었느냔 말이다.어쩌면 소은지는 이미 하선희의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파리는 은지의 실망과 절망으로 가득한 곳이야. 나라도 돌아오지 않겠어.”그리고 이곳의 사람들에게 행방을 알려주는 것도 싫었다.“하선희 씨의 병이 위독하대.”“항상 그랬던 거 아니었어?”하선희는 항상 위독한 편이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소은지를 찾아왔던 것을 생각하면 하선희가 얼마나 권세에 미쳐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그러니까 몸 상태가 더 위독해지지.’마음마저 편히 쉬지 못하니까 말이다.“어젯밤, 응급실에 실려 갔는데 아직도 나오지 못하고 있어.”“...”하지만 이번의 상황은 전과 또 달랐다.이유영이 미간을 찌푸리고 여진우를 보면서 물었다.“설마 너도 내가 은지가 어딨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유영아.”여진우는 이유영을 보면서 얘기했다.“어쩌면 이번이 하선희 씨한테는 마지막일지도 몰라.”하선희는 오직 자기 딸을 보고 싶은 마음 하나로 버텨왔다. 드디어 딸을 찾았고 만나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니... 마음을 접기 더욱 어려울 것이다.하선희는 이미 소은지에게 상처를 주는 짓을 많이 했다.그러니 지금 후회한다고 해도 후회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그런데 하필 또 이때 소은지가 사라지다니.소은지는 영원히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할리 가문
하지만 그들은 결국 실망하고 말았다.소은지가 사라진 지 한참이 지났다.시간이 흘러 어느새 2주일에서 한 달, 한 달에서 석 달이 지나버렸다.소은지는 아무와도 연락하지 않았다. 마치 이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처럼 말이다.많은 사람들이 소은지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아무도 소은지를 찾지 못했다.하선희는 청하에 머무르면서 소은지의 집에서 살았다.파리로 떠날 때, 소은지는 너무 급하게 떠났던 탓에 집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그래서 집안의 물건은 그대로였다. 할리 민상은 하선희를 찾아 소은지의 집으로 왔다. 집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아하니 하선희는 요즘 쭉 이곳에서 지낸 모양이었다.할리 연은 몇 번이고 하선희를 만나러 오려고 했지만 계속 거절당했다. 하선희는 그런 할리 연에게 한마디만 남겨주었다.좋은 혼처를 알아봐 주겠다고 말이다.계속되는 똑같은 대답에 할리 연은 미칠 것만 같았다.할리 민상은 안으로 들어갔다. 하선희는 소은지의 사진을 계속 보고 있었다.“왜 사람들을 내보낸 거야.”할리 민상이 말하는 사람들은 바로 고용인이었다.고용인들은 하선희의 명령을 받고 밖에 서 있었다. 하선희가 봤을 때, 하선희와 할리 민상을 제외한 그 누구도 이곳에 발을 붙일 자격이 없었으니까 말이다.그래서 하선희는 직접 신경 써서 집을 청소했다. 할리 가문 저택보다 소은지의 집을 더욱 소중히 지켰다.할리 민상은 하선희의 건강 상태가 걱정되어서 고용인들을 보낸 것인데, 하선희가 고용인들을 다 거절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변호사 때 모습 좀 봐요. 너무 멋지지 않아요?”소은지의 그 두 눈은 공격성을 띠고 있었다.야망 가득한 소은지의 눈은 마치 예전의 하선희 같았다.할리 민상은 하선희가 준 사진을 건네받아서 보았다.직장인으로서의 소은지는 아주 당당하고 밝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은지의 두 눈은 보석처럼 반짝였다.“인제 그만 돌아가자.”할리 민상은 사진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얘기했다.이곳의 물건은 거의 다 원래 자리에 있었다. 그건 하
“어떻게 우리 은지를 그렇게 대할 수 있어요!”엔데스 명우가 소은지를 어떻게 대했는지 떠올리면 하선희는 마음이 아파서 참을 수가 없었다.“일단 아무 생각하지 마. 지금은 은지를 찾는 게 먼저야. 당신... 꼭 은지를 데리고 돌아와야 해.”그때는 실수로 소은지를 잃어버렸다. 지금 겨우 되찾았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소은지를 데려올 것이다.할리 민상의 말을 들은 하선희는 소은지의 생각에 마음이 더 아팠다. 소은지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생각할 때마다 하선희는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 깊이 생각하기도 싫었다.“할리 연에게도 도움을 줘야죠.”하선희가 생각하다가 할리 민상에게 얘기했다.아무래도 직접 키운 딸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하선희는 할리 연에 대해 잘 알았다. 그래서 할리 연을 더 이상 할리 가문에 둘 수 없었다.“당신!”“난 이미 내 딸을 다치게 한 적이 있어요. 그러니 모든 사람을 쳐내서라도 내 딸을 지킬 거예요.”할리 연은 하선희가 직접 키운 딸이다.하지만...소은지야말로 하선희의 친딸이 아니겠는가.그러니 자기가 키운 아이가 자기가 낳은 아이를 괴롭히는 것은 절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그래, 알겠어.”할리 민상이 고개를 끄덕였다.자기가 키운 호랑이 새끼니, 그 호랑이 새끼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당사자들이 잘 알았다....파리. 그리고 청하.그들은 알만한 곳을 모두 찾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소은지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소은지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몰랐다. 소은지는 이번에 떠나면서 이유영에게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지금의 소은지는 어떤 곳에도, 어떤 사람에게도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미 많은 시간을 잃었으니 이제는 본인에게 그 시간을 되돌려주기 위해 홀로 떠난 것이다.2주일.2주일이 지나도록 소은지의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엔데스 명우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엔데스 명우 곁의 사람들도 점점 지쳐갔다.“아직도 아무 소식도 없어?”엔데스 명우가 진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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