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98화

Author: 코코넛 서고
서인경은 그가 무엇을 준비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이별이 가까워지니 둘 사이의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진 듯했다. 아쉬움, 걱정, 그리고 허전한 공백. 아직 헤어지지 않았는데도 이미 말로 하기 어려운 그리움이 스며올랐다.

예전의 그녀라면 상상도 못할 감정이었다. 지금은 그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꼬막이가 젖을 다 먹자 연기준은 아이를 들어 안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데리고 나가거라. 본왕이 명하기 전까지 데리고 들어오지 말거라.”

그 말이 끝날 때 즈음 문은 이미 닫혔고 잠금쇠까지 내려졌다.

서인경이 말 꺼낼 틈도 없이 한 줄기 그림자가 다가와 빛을 가렸다. 덜 잠긴 옷깃이 다시금 젖혀졌다.

서인경은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대낮에 무슨 짓입니까?”

연기준은 손에 힘을 주며 낮게 말했다.

“며칠이나 됐는데 보고 싶지 않았느냐?”

대답이 필요 없었다. 연기준은 곧바로 행동으로 증명했다. 그는 원했고 매우 간절했다. 입술이 막혔고 하룻밤 동안 회복했던 기운이 단숨에 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엘프
너무 재미 있어요 기준이가 측실을 들일까요
VIEW ALL COMMENTS

Latest chapter

  • 시간을 거슬러   제950화

    황제가 숨겨온 비밀은 이 순간 완전히 들춰졌다. 연기준과 서인경의 몰아붙임에 그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뒤로 밀려났다.일국의 군주가 고작 두 명의 간신과 역적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몰리고 있었다.황제의 가슴은 분노와 억울함으로 들끓었다. 설령 죽는다 해도 누구 하나는 함께 끌어내리리라.“짐은 잘못이 없다. 상왕비가 화사독을 고칠 수 있... 아…!”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황제가 비명을 질렀다.연기준의 손에 힘이 실리더니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황제의 견갑이 그대로 부러졌다.황제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러나 다시 입을 열 틈도 없었다. 연기준이 재빠르게 그의 입안에 약환 하나를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알약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자 황제는 목이 얼어붙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냉기, 그리고 곧이어 찌르는 듯한 통증. 입을 벌려도 더는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황제는 목을 움켜쥔 채 공포에 질린 눈으로 연기준을 올려다보았다.“아… 아…!”대전 안에 쉰 숨 같은 괴이한 소리만 울려 퍼졌다.연기준의 동작이 너무도 빨라 대부분은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 황제가 끝내 뱉지 못한 말 또한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맨 앞에 서 있던 서왕과 맹국공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이 순간,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전각 밖에서 또 다른 소란이 일었다.대신들이 돌아보자 연풍이 두 팔에 각각 아이 하나씩을 안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가장 앞까지 걸어 나와 조심스레 아이들을 내려놓았다.아이들은 고작 다섯, 여섯 살 남짓. 마른 몸은 뼈가 도드라졌고 옷은 해어져 있었다. 몸 곳곳에는 핏자국이 말라붙어 있어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서인경은 곧장 아이들을 부축해 앉히고 맥을 짚었다.연풍이 무릎을 꿇었다.“왕야의 명을 받아 후궁을 수색하던 중, 동북쪽 외진 전각에서 이 두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아이들 말에 따르면, 반년 전 궁 밖에서 납치되어 들어왔고 이미 석 달 동안 폐하께 피를 바쳤다고 합니다.

  • 시간을 거슬러   제949화

    그는 성조 선제께 약속했었다. 자신이 살아 있는 한, 반드시 진국의 강산을 지키겠노라고. 비록 그가 성조 선제의 친손자라 할지라도 맹세를 저버릴 수는 없었다.서왕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서인경의 뒤에 서서 단은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설귀인 마마,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말하십시오. 한 마디라도 숨기거나 거짓을 보탠다면, 비록 제가 늙었다 하나, 그대가 이 문을 살아 나가지 못하게 할 힘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서왕이 이런 어조를 쓰는 일은 드물었다. 한 번 입에 담았다는 건 이미 분노가 깊이 끓어올랐다는 뜻이었다.단은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음을 알았다. 그녀는 차라리 끝을 향해 걸어가기로 했다.“제가 한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제 피는 폐하를 잠시 멀쩡해 보이게 할 뿐, 진정으로 목숨을 살릴 수는 없습니다. 폐하를 살릴 수 있는 건 오직 장생불사약뿐입니다. 저는 폐하께서 후궁 안 어딘가에 비밀스럽게 장생불사약을 제조하는 곳을 숨겨두셨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헌데 약을 제조하는 것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죠. 저는… 상왕비께 복수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폐하께 상왕비에게 장생불사의 술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폐하께서 상왕부를 무너뜨리고 상왕비를 궁으로 끌어들여 고문하도록 계략을 세우게 만든 것도 그 때문입니다. 상왕비에게 장생불사의 술법이 있는지는, 사실 저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모든 건 제 죄입니다. 헌데 장생불사약을 얻기 위해 상왕부에 한 일들은 모두 폐하 자신의 뜻이었습니다.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그녀는 끝내 서인경이 화사독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아직 완전히 파국으로 치닫겠다는 각오까지는 하지 못한 모양이었다.단은설은 능숙하게 책임을 털어냈다. 마치 자신의 허물은 단지 질투심 하나뿐이었던 것처럼.황제는 분노로 이성을 잃었다.“이 천한 것! 네가 허튼소리로 짐을 현혹하지 않았다면 짐이 어찌 상왕부에 손을 댔겠느냐!”단은설이 고개를 들고 맞받아쳤다.“폐하께서는 이미 상왕부를 치실 생각을 품고 계셨

  • 시간을 거슬러   제948화

    황제는 서인경의 웃음에 괜히 마음이 흔들렸다.스스로는 이미 승부가 기울었다고 믿고 있었건만 오늘 서인경과 연기준은 번번이 예상을 벗어났다. 그 점이 황제를 불안하게 만들었다.서인경은 가까스로 가라앉았던 황제의 안색이 다시 눈에 띄게 굳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지금이 틈이다. 생각할 시간을 주어서는 안 된다.그녀가 손뼉을 가볍게 쳤다.“들어오거라.”대전 안의 시선이 일제히 문 쪽으로 쏠렸다. 문턱을 넘어 들어온 이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여인이었다. 그 뒤로는 온몸이 흠뻑 젖은 사내 둘이 따라 들어왔다.세 사람 모두 몰골이 처참했다. 마치 한 번 죽었다가 기적처럼 되살아난 자들 같았다.황제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대신들 역시 이내 그들을 알아보고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저건… 설귀인 아닌가?”“뒤의 두 사람은 태의원에서 사라졌던 태의들이네. 폐하께서 비밀리에 불러들였다고 들었는데...”“아니, 조금 전엔 세 사람 모두 죽었다 하지 않았는가?”웅성임이 번졌다. 대신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이내 용좌 위의 사내를 조심스레 올려다보았다.그들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안에 분명 다른 속내가 있다는 뜻이었다.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군.서인경은 단은설 곁으로 다가섰다.“잘 생각해. 한 번은 살려줬지만 두 번은 못해. 서지 말아야 할 편에 서면 오늘이 네 마지막이 될 수도 있어.”단은설이 고개를 들어 서인경을 바라보았다. 눈동자 깊은 곳에 서린 것은 미련과 원망이었다.그리고 그녀의 뒤에 선 연기준을 보았다. 산처럼 굳건히 서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서인경을 지키고 있는 사내.그 순간, 단은설의 억울함과 분노는 끝내 서글픔으로 변했다.도대체 무엇이 모자랐던 걸까? 왜 연기준의 눈에는 단 한 번도 자신이 비친 적이 없었던 걸까?그러나 억울해한들 무엇하랴. 방금 전,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그녀는 깨달았다. 서인경이 죽는 것보다 자신이 살아남는 것이 더 간절하다는 사실을.단은설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고개를 깊이 숙인 채 낮게

  • 시간을 거슬러   제947화

    장생불사약?대전 안의 대신들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정말로 이 세상에 그런 약이 존재한단 말인가?서인경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백관을 훑어보았다.“폐하께서는 상왕을 진국에서 떠나게 하고 야랑국과 손을 잡아 상왕을 진국 밖에서 죽게 만들려 했습니다. 열국이 진국을 짓밟도록 방관했고 상왕부 수십 명을 불태워 죽였으며 저를 후궁에 가두었습니다. 그 모든 일의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장생불사를 위해서였습니다. 헌데 세상에 무슨 장생불사가 있겠습니까? 제가 정말 그런 비방을 알고 있었다면 진작 제 조부와 고모께 드렸을 겁니다. 어찌 오늘날 친정에 저를 지켜줄 사람 하나 남지 않는 처지로 전락했겠습니까?”마지막 말에 그녀는 억지로 눈물을 몇 방울 짜냈다.대신들의 표정이 흔들렸다. 서 씨 가문의 몰락. 자손이 끊기고 이제는 시집간 딸 하나만 남은 집안. 그런 가문에 장생불사약이 있다는 말은 확실히 설득력이 없었다.그런데 황제가 실체도 없는 약을 위해 진국의 강산과 백성을 희생했다는 것인가?연기준이라는 상왕이 사라진 뒤 진국이 열국에게 얼마나 많은 굴욕을 당했는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특히 야랑국은 이 일을 빌미로 얼마나 기세를 올렸던가? 그들의 팔황자 예정임은 진국 경성에서 제집 드나들 듯 거들먹거렸고 심지어 대황자의 측비까지 넘보았다. 이런 수모는 진국 역사상 드문 일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혼란이 황제의 장생불사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면?대신들의 속이 서서히 식어갔다.태황태후조차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장생불사에 대해 남들이 모르는 사정이 있다. 과거 연씨 황실의 조상 연강호가 두 차례나 설산에 오른 것도 그 술법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황제마저 그 길을 좇았단 말인가?쏟아지는 시선 속에서 황제는 이를 악물고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다.“상왕비가 아무 증거도 없이 짐을 모함하고 있다. 증거는 어디 있느냐?”서인경은 차분히 답했다.“단은설이 증거입니다. 폐하께서 후궁에 숨겨둔 태의들 역시 증거지요. 단은설은 폐하께 피를 바쳐 연명하게 했고

  • 시간을 거슬러   제946화

    서인경이 피식 웃었다.“폐하께서는 제가 줄곧 후궁에 갇힌 채 짓눌려 있다고 생각하셨겠지만 폐하 또한 제 계산 안에 있었습니다. 누가 누구를 가지고 논 건지는… 아직 모르겠네요.”황제는 말문이 막혔고 대신들 역시 숨을 삼켰다. 맹국공과 서왕조차 표정을 굳혔다.이렇게까지 황제를 자극하다니, 이 상왕비는 정말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것인가?예상대로 황제의 분노는 폭발했다. 감히 자신에게 저런 말투로 말하다니.그는 용의자리를 세게 내리쳤다.“어림군은 어디 있느냐!”어림군 수장이 앞으로 나섰다.“신, 여기 있습니다!”“상왕비가 군주를 거스르고 대역무도한 말을 했다! 끌어내어 즉시 참수하거라!”연기준은 즉시 서인경을 뒤로 끌어당겼다.“폐하께서 이토록 서둘러 제 왕비를 죽이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무엇을 감추려 하시는 겁니까?”황제의 눈이 핏빛으로 물들었다.“상왕이 감히 막는다면 함께 죽여라!”어림군 수장이 머뭇거렸다. 지금 이 대전 안에는 대신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상왕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군사들이 움직이지 않자 황제의 분노는 더욱 거칠어졌다. 눈이 튀어나올 듯 충혈되었다.“뭘 망설이느냐! 당장 죽여라!”어림군은 서로 눈치를 보았다. 황명은 거역할 수 없지만 상왕을 베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막 칼을 들려는 순간, 대전 안에 서왕의 목소리가 울렸다.“아뢰옵니다, 폐하. 상왕비의 말이 거칠기는 하나 사형에 이를 죄는 아닙니다. 상왕부 화재는 수십 명의 목숨이 얽힌 일입니다. 상왕비께서 할 말이 있다면 마땅히 끝까지 듣고 사실을 밝히는 것이 옳습니다.”황제가 멈칫했다.“서왕, 그대도 이 일이 짐의 소행이라 여기는 겁니까?”서왕은 고개를 숙인 채 차분히 답했다.“신은 폐하께서 무고한 자를 함부로 죽일 분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상왕비의 말을 끝까지 듣고 백관 앞에서 폐하의 청명을 밝히는 것이 옳다 생각합니다.”황제의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말이 막혔다.이때 맹국공도 나섰다.“서왕의 말이

  • 시간을 거슬러   제945화

    단은설은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몸에 남은 칼자국 하나하나는 황제가 피를 마셔 병을 다스렸다는 살아 있는 증거였다.황제는 단은설이 이 자리에 나타나는 것을 결코 허락할 수 없었다.자신의 병세, 피를 마셔 연명해 온 사실, 그리고 장생불사 약을 만들고 있다는 비밀, 그 어느 하나도 세상에 드러나서는 안 됐다.그 생각이 미치자 황제의 눈빛은 서늘하게 식어 갔다. 단은설도, 자신의 병을 아는 자들도, 장생불사 약을 제조하던 태의들까지 모두 없애야 할 존재로 보이기 시작했다.서인경은 이미 그 속내를 읽고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단은설의 이름을 꺼낸 것이다.단은설은 황제를 등에 업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 힘으로 자신을 벼랑 끝에 세웠다고 생각했겠지.그렇다면 이제 그 힘이 돌아서는 기분을 직접 맛보게 해 주면 된다.서인경은 더는 밀어붙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 발 물러선 듯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첫 번째 증거를 폐하께서 막으셨으니 그럼 두 번째 증거를 말씀드리죠.”그녀는 소매 속에서 노란 빛의 패를 꺼냈다.“상왕부에 불이 났던 그날 밤, 방화를 시도하다 붙잡힌 자에게서 떨어진 물건입니다. 황실 전용의 패더군요. 오직 폐하의 명을 받는 호위만이 지닐 수 있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감히 묻겠습니다, 왜 상왕부에 불을 지르셨습니까? 그리고 왜 유가영을 내세워 새 상왕부를 짓게 하셨습니까? 그 새 상왕부를 통해 진국 무장들의 마음을 거두려 한 일, 성과는 좀 있으셨습니까?”황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말도 안 된다! 그날 짐이 보낸 것은 환관 둘뿐이다! 그런 패는 없었다! 어디서 훔쳐 온 물건으로 짐을 모함하려 드느냐!”서인경이 고개를 갸웃했다. 손에 든 패를 천천히 굴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아… 환관 둘이었군요. 그럼 여쭙겠습니다. 한밤중에 환관 둘을 상왕부에 보내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불이 났고 이상하게도 상왕부 사람들만 타 죽었습니다. 폐하께서 보낸 태의와 상왕부를 포위한 호위들은 멀쩡했고요.”황제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