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오전 8시. VIP 병동 특실.
찌익-!
정적을 깨고 거친 마찰음이 울렸다. 한채원은 제 손등에 꽂혀 있던 링거 바늘을 망설임 없이 뽑아냈다. 피가 울컥 솟구쳐 하얀 시트 위로 뚝뚝 떨어졌지만, 그녀는 미간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알코올 솜으로 지혈을 했다.
“뭐 하는 짓이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서도진의 목소리가 바닥으로 날카롭게 내리꽂혔다.
그의 손에는 방금 전까지 김 비서에게 지시를 내리던 태블릿 PC가 들려 있었다. 도진은 피가 배어 나오는 채원의 손등과, 이미 환자복을 벗고 셔츠 단추를 채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번갈아 보며 차갑게 굳어졌다.
“퇴원 수속 밟으라고 김 비서에게 지시해 두었습니다.”
채원이 무심한 얼굴로 셔츠의 소매를 내리며 대답했다. 양쪽 손목에 두껍게 감긴 붕대 때문에 단추를 채우는 손길이 턱
오전 8시. 강남구 테헤란로, 한성그룹 본사 1층 로비.출근하는 직원들로 붐비던 로비의 공기가 일순간 차갑게 얼어붙었다.회전문 너머로 들어선 한 여자의 등장 때문이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떨어지는 완벽한 핏의 블랙 테일러드 수트.날카로운 스틸레토 힐이 대리석 바닥을 찍어 누를 때마다 일정한 파열음이 로비 전체에 울려 퍼졌다.한채원이었다.불과 얼마 전, 약혼식장에서 파혼당하고 빈털터리로 쫓겨났던 전 회장의 친딸. 그녀가 마치 왕좌를 되찾으러 온 여왕처럼 고개를 꼿꼿이 든 채 게이트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어, 어…… 한채원 팀장님 아니야?”“미쳤어. 팀장이 아니라 전무님이었지. 근데 쫓겨난 거 아니었어?”“왜 다시 온 거지? 배 대표님이 가만히 안 둘 텐데…….”직원들의 수군거림이 파도처럼 번져나갔다.채원은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보안 게이트 앞에 섰다.경비 요원이 당황한 얼굴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죄, 죄송하지만 한채원 씨. 출입증이 없으시면 들어오실 수…….”채원이 무심한 얼굴로 재킷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게이트 단말기에 가져다 댔다.띡-![ 전략기획실 한채원. 출입을 환영합니다. ]맑은 기계음과 함께 굳게 닫혀 있던 유리 차단기가 스르륵 열렸다.그녀가 쫓겨나던 날, 배정아가 차마 시스템에서 삭제하지 못했던 임원용 마스터 출입증이었다.“출입증, 여기 있습니다만.”채원이 차갑게 미소 지으며 굳어버린 경비 요원을 지나쳐 엘리베이터로 향했다.같은 시각. 30층 대표이사실.
오전 8시. VIP 병동 특실.찌익-!정적을 깨고 거친 마찰음이 울렸다. 한채원은 제 손등에 꽂혀 있던 링거 바늘을 망설임 없이 뽑아냈다. 피가 울컥 솟구쳐 하얀 시트 위로 뚝뚝 떨어졌지만, 그녀는 미간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알코올 솜으로 지혈을 했다.“뭐 하는 짓이지.”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서도진의 목소리가 바닥으로 날카롭게 내리꽂혔다.그의 손에는 방금 전까지 김 비서에게 지시를 내리던 태블릿 PC가 들려 있었다. 도진은 피가 배어 나오는 채원의 손등과, 이미 환자복을 벗고 셔츠 단추를 채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번갈아 보며 차갑게 굳어졌다.“퇴원 수속 밟으라고 김 비서에게 지시해 두었습니다.”채원이 무심한 얼굴로 셔츠의 소매를 내리며 대답했다. 양쪽 손목에 두껍게 감긴 붕대 때문에 단추를 채우는 손길이 턱없이 둔탁했다.도진이 성큼성큼 다가와 채원의 손에서 셔츠 소매를 낚아챘다.“의사가 최소 3일은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했을 텐데.”“의사들의 ‘절대 안정’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방어기제일 뿐입니다. 전 제 몸 상태를 아주 잘 압니다. 걷고, 말하고, 서류에 사인하는 데 아무 문제 없습니다.”“고집 그만 부려, 한채원. 네 양 손목, 어제 다 찢어져서 꿰맸어. 과다출혈로 길바닥에서 엎어지고 싶은 게 아니라면 얌전히 침대에…….”“오늘입니다.”채원이 도진의 말을 자르며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배정아가 미쳐 날뛰며 틈을 보이는 건 오늘 단 하루뿐입니다. 양아치들과 연락이 두절되고, 제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극도의 공포와 혼란에 빠져 있는
의식은 깊은 물속에서 천천히 떠오르듯 돌아왔다.코끝을 스치는 옅은 소독약 냄새.규칙적으로 허공을 가르는 산소 발생기의 백색소음.그리고,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지독한 근육통.한채원은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밀어 올렸다.시야가 흐릿하게 번지다 이내 선명해졌다. 고급스러운 간접 조명이 은은하게 깔린 천장. 그저 넓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거대한 VVIP 병실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채원은 마른침을 삼키려 했지만, 목구멍이 사포로 긁어낸 것처럼 따가워 밭은기침을 내뱉었다.“콜록, 켁……!”그 작은 소리에, 창가 쪽 소파에 앉아 있던 거대한 실루엣이 짐승처럼 기민하게 반응하며 다가왔다.“정신이 드나.”서늘하고도 낮게 가라앉은 저음. 서도진이었다.채원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항상 먼지 한 톨 없이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던 대한민국의 젊은 황제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몰골을 하고 있었다.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이마를 덮고 있었고, 넥타이는 어디다 풀어 던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채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구겨진 그의 흰 와이셔츠 소매 끝에 말라붙어 있는 검붉은 핏자국이었다.폐공장에서 그가 삼류 양아치들을 처참하게 짓밟을 때 튀었던 피.그때의 살벌했던 기억이 플래시백처럼 뇌리를 스치자, 채원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찔했다.도진은 채원의 시선이 자신의 소매에 닿은 것을 알아채고는, 말없이 소매를 둘둘 말아 걷어 올렸다.“의사 말로는 다행히 치명상은 없다고 하더군. 무릎 관절 쪽에 타박상이 심하고, 양쪽 손목에 열상이 깊어 봉합 수술을 한 게 전부다. 과
상황은 불과 30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JS그룹 본사 120층, 대회의실.숨 막히는 적막 속에서 내년도 핵심 전략 사업에 대한 임원진의 브리핑이 이어지고 있었다. 단상에 선 기획조정실장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고, 거대한 마호가니 테이블 상석에 앉은 서도진은 서늘한 눈빛으로 스크린의 수치들을 해체하듯 뜯어보고 있었다.“그래서,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고작 4퍼센트라는 겁니까? 그딴 쓰레기 같은 기획안을 들고 내 시간을 뺏으러 온 용기는 가상하군.”도진의 건조한 독설이 회의실을 얼어붙게 만든 바로 그 순간이었다.지이이잉- 지이이잉-!도진의 왼쪽 손목에 채워진 블랙 메탈 워치에서 신경질적인 진동과 함께 요란한 붉은빛이 점멸하기 시작했다.오늘 아침, 한채원에게 강제로 채워 보냈던 스마트 워치와 페어링 된 긴급 SOS 신호였다.도진의 미간이 일그러졌다.그는 브리핑 중이던 임원의 말을 자르고, 즉시 워치의 액정을 터치했다.화면에 정밀한 GPS 지도가 떠오르며, 마포구 합정동의 인적 드문 재개발 구역 한가운데를 붉은 점이 미친 듯이 가리키고 있었다.‘한채원.’그녀는 지금 한성건설 박 부장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 사람이 많은 번화가도 아니고, 철거를 앞둔 폐건물 밀집 지역에서 SOS 신호가 울린다?머릿속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회의 중단해.”도진이 자리에서 거칠게 일어났다.의자가 뒤로 밀리며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에 임원들이 일제히 기겁하며 그를 쳐다보았다.“대, 대표님. 아직 브리핑이 절반도 끝나지…….”“당장 중단하라고 했습니다. 내 말이 안 들립니까?
다음 날 아침.간밤의 폭풍 같았던 텐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펜트하우스의 공기는 다시 서늘하고 건조하게 가라앉아 있었다.한채원은 완벽하게 세팅된 블랙 수트 차림으로 1층 거실로 내려왔다.다이닝 테이블에는 서도진이 커피를 마시며 태블릿으로 뉴스를 확인하고 있었다. 어젯밤 이성을 잃고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던 남자의 흔적은 단 1퍼센트도 남아있지 않았다.“나갑니까.”채원이 무심하게 묻자, 도진이 태블릿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오전 10시에 JS 본사에서 임원 회의가 있어. 당신은?”“한성건설 재무팀장이었던 박 부장을 만나러 갑니다. 배정아 이사의 차명 계좌 내역을 넘겨받기로 했거든요. 그것만 손에 넣으면 500억 횡령 누명은 오늘 안으로 벗을 수 있습니다.”그제야 도진이 고개를 들어 채원을 쳐다보았다.그의 시선이 채원의 목덜미 쪽에 잠시 머물렀다가, 이내 탁자 위로 떨어졌다. 그는 옆에 놓여 있던 작은 벨벳 케이스를 채원 쪽으로 밀었다.“이게 뭡니까?”“차고 가.”케이스 안에는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빠진 블랙 메탈 소재의 스마트 워치가 들어 있었다.“이런 액세서리는 필요 없습니다만.”“내 파트너가 밖에서 객사하는 건 곤란하니까. 어제 한성 본가에서 사촌들을 물어뜯어 놓은 덕분에 당신을 주시하는 눈이 한둘이 아닐 거다. 최소한의 위치 추적과 긴급 구조 신호가 연동되어 있는 기기야. 빼지 말고 차.”어젯밤의 일에 대한 미안함인지, 아니면 철저한 비즈니스적 통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채원은 군말 없이 시계를 손목에 찼다.“다녀오겠습니다.”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한강의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최고급 펜트하우스의 현관문이 열렸다.“들어와.”서도진의 짧은 축객령 같은 허락에, 한채원은 캐리어 하나를 끌고 안으로 걸음을 내디뎠다.수백 평에 달하는 실내는 주인의 성정을 닮아 차갑고 건조했다. 무채색 위주의 최고급 가구들, 먼지 한 톨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완벽한 대리석 바닥, 그리고 생활감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서늘한 공기까지.사람이 사는 집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갤러리나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 가까웠다.도진은 재킷을 벗어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두고는, 거실 중앙에 우두커니 서 있는 채원을 향해 돌아섰다.“짐은 그게 다인가?”채원의 손에 들린 것은 기내용 사이즈의 작은 블랙 캐리어 하나가 전부였다.“네. 한성 본가에서 쫓겨날 때 입고 있던 옷과 핸드백, 그리고 김 비서님이 따로 챙겨주신 기초적인 물품 몇 개가 전부입니다.”“대한민국 재계 10위권 안에 드는 한성그룹의 장녀 치고는 처량한 살림살이군.”“이제 장녀가 아니라 횡령범으로 호적에서 파이기 직전이니까요. 쓸데없는 짐이 없는 편이 움직이기 가볍고 좋습니다.”채원의 무덤덤한 대답에 도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어제부터 느낀 거지만, 이 여자는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도진은 걸음을 옮겨 거실 한쪽에 마련된 바(Bar)로 다가갔다. 크리스탈 글라스에 헤네시 한 잔을 따르며 그가 입을 열었다.“이쪽으로 와서 앉아.”채원이 캐리어를 한쪽에 세워두고 소파에 앉자, 도진이 맞은편 1인용 소파에 자리를 잡고 다리를 꼬았다.그는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