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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밤공기는 차가웠지만,
아리나의 마음은 그보다 더 시린 계절을 지나고 있었다.
성 빈센트 병원 응급실 수간호사인 아리나의 삶은
언제나 타인을 위한 헌신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 대가는 늘 가혹했다.
가난한 환자의 병원비를 몰래 보태준 날에는 어김없이 집안에 물이 샜고,
약한 이를 괴롭히는 무리를 말린 다음 날에는 원인 모를 사고가 그녀를 덮쳤다.
사람들은 그녀를 '성녀'라 불렀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녀를 지켜보는 검은 그림자들은
그녀의 선함을 비웃으며 불운의 덫을 놓았다.
그날 밤도 그랬다.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던 아리나의 뒤로 기괴한 기운이 일렁였다.
가로등 불빛이 이유 없이 깜빡였고, 그림자들이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졌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하급 악마들이 그녀의 발목을 잡아채려던 찰나였다.
"그만."
어둠을 가르고 내려온 것은 한 줄기 빛, 혹은 그보다 더 찬란한 존재였다.
상공에서 떨어진 푸른 섬광이 아리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것은 거대한 날개의 형상이었으나, 지면에 닿는 순간 날개는 먼지처럼 흩어졌다.
쿠우웅!
굉음과 함께 아스팔트가 움푹 파였다.
아리나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자욱한 먼지 속에서 나타난 것은 눈부시게 잘생긴,
하지만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한 표정의 사내였다.
그는 천계의 수호천사 카시엘이었다.
아리나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악마들을 더는 두고 보지 못해,
규율을 어기고 강행 돌파를 시도한 대가는 컸다.
인간의 육신을 입고 지상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계산 착오가 생긴 것이다.
카시엘은 멋지게 일어나 아리나에게 손을 내밀려 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인간의 '중력'과 '통증'이라는 개념이
그의 온 신경계를 처음으로 강타했기 때문이다.
"아, 아리나... 당신을... 지키러..."
말을 끝내기도 전에 카시엘의 고개가 툭 떨어졌다.
화려한 강림에 비해 너무나도 허망한 기절이었다.
아리나는 당황해 떨리는 손으로 그의 목에 손을 대보았다.
다행히 맥박은 뛰고 있었다.
하지만 이 남자의 차림새가 이상했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흰 옷은 갈기갈기 찢겨 있었고,
맨발에서는 은은한 빛이 배어 나왔다.
"저기요? 정신 차려보세요! 환자분!"
간호사로서의 본능이 두려움을 앞섰다.
아리나는 급히 119에 신고를 하려다 멈칫했다.
이 남자가 떨어진 곳은 자기가 근무하는 병원 근처였다.
결국 그녀는 쓰러진 남자를 부축하려 힘을 썼지만,
인간의 몸이 된 카시엘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응급실로 옮겨진 카시엘은 한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아리나는 밤새 그의 곁을 지키며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CT, MRI, 혈액 검사까지 마쳤지만 의사인 테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환자, 이상해.
뼈는 강철처럼 단단한데 근육은 갓 태어난 아기처럼 흐물거려.
게다가 혈액형도 판독 불가야.
아리나, 어디서 이런 괴상한 남자를 주워온 거야?"
테리의 냉소적인 질문에도 아리나는 카시엘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잠든 그의 얼굴은 마치 정교하게 조각된 대리석상 같았다.
이윽고 카시엘이 긴 속눈썹을 떨며 눈을 떴다.
맑고 깊은 푸른 눈동자가 아리나를 향했다.
"여기는... 천국인가요?"
그가 내뱉은 첫마디에 아리나는 실소를 터뜨렸다.
"아니요, 여기는 성 빈센트 병원 응급실이에요.
당신... 하늘에서 떨어졌어요. 기억 안 나요?"
카시엘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만져보았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느껴지는 생소한 감각에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하는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카시엘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이, 이게 무슨 소리죠? 제 안에서 악마가 울부짖고 있습니다!"
"그건 배꼽시계예요. 배가 고프다는 뜻이죠.
당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요? 기억상실인가....?"
아리나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낯선 사내에게 묘한 보호본능을 느꼈다.
악마의 위협에서 그녀를 구하려다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한 천사.
그리고 그와 기막힌 동거를 하며 먹여 살려야 하는 기구한 운명의 간호사.
창밖으로 동이 터오고 있었다.
아리나의 인생에서 가장 황당하고도 운명적인 동거가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결혼식의 소동이 지나가고, 뉴욕 맨해튼 성 빈센트병원의 응급실은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아리나 수간호사! 3번 베드 환자 바이탈 흔들립니다!""테리 선생님, 응급 수술 준비 끝났습니다!"아리나와 테리는 여전히 사선을 넘나들며 뉴욕 시민들의 생명을 살리는최고의 동료이자 든든한 가문의 자매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차가운 응급실이었지만두 사람의 손끝에서 피어오르는 미세한 정화와 치유의 온기는병원 전체를 언제나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퇴근 시간이 되자,병원 로비 정문 앞에는 두 명의 멋진 남자가 나란히 서서 아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뉴욕 최고의 스타 화가가 된 카시엘은아리나가 좋아하는 따뜻한 커피를 든 채 그녀를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고,NYPD 반장으로 승진한 루카스는테리의 가방을 멜 준비를 하며 손을 흔들었다."카시엘, 루카스 오빠!"아리나와 테리가 환하게 웃으며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카시엘은 성큼 다가와 아리나를 품에 안고 그녀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춘 뒤손가락 깍지를 단단하게 꼈다."오늘 밤도 한도 초과로 달콤하게 해줄 테니 각오하십시오, 아리나."카시엘의 능숙하고 발칙한 유혹에 아리나는 깔깔 웃으며 그의 넓은 가슴에 기댔다.고아였던 성녀와 인간의 마음을 몰랐던 천사,외로웠던 여의사와 여동생만을 바라보던 형사.네 남녀는 대전쟁의 참혹한 폭풍을 지나,밀러 가문이라는 위대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구원하고 완벽한 진짜 가족이 되었다.화려하게 빛나는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천사를 사랑한 간호사 아리나와그녀의 곁을 영원히 지킬 필멸자 카시엘의 위대한 사랑의 대서사는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행복의 페이지를 장식하며 완벽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천사를 사랑한 간호사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 정서와는 조금 동떨어진 듯 하지만 인간의 사랑은 민조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힘이 있으니까. 색다른 소재로 아름답고 위대한 사랑이야기를 써 보고 싶었습니다. 모두 세상을 변화시킬만한, 세상이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날,테리는 루카스의 손을 잡고 자신이 자란 뉴욕 업스테이트의 옛 수녀원을 찾았다.차가운 대리석 건물은 여전했지만,루카스의 따뜻한 손을 잡고 마주한 그곳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수녀님, 저 결혼해요. 이 바보 같은 형사님이랑요."테리가 퉁명스럽게 청첩장을 내밀자, 늙은 수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과거 그녀의 치유 은사를 두려워했던 수녀원 사람들이었지만,이제는 늠름한 밀러 가문의 아들을 남편으로 맞아 행복하게 웃는 테리를 보며진심 어린 축복을 건넸다.수녀원을 나오는 길,대저택에서 기다리고 있던 밀러 가문의 부모님과 누나 루이자, 에일린이서프라이즈로 아기용품과 가구 카탈로그를 들고 그들을 맞이했다."우리 예쁜 세째 딸 테리! 수녀원 인사도 끝났으니 이제 완벽한 우리 식구네! 시월드 매운맛 좀 볼래, 아니면 우리의 무한 사랑 좀 받을래?"에일린이 테리를 와락 껴안으며 장난을 치자,테리는 결국 안경을 벗어 눈물을 닦아냈다.평생의 낙인이자 괴물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상처가,루카스의 다정함과 밀러 가문의 위대한 가족애 안에서 완벽하게 치유되는눈물겨운 순간이었다.루카스는 그런 테리를 보며 씩 웃으며 그녀의 손을 더욱 단단하게 쥐었다.화창한 뉴욕의 봄날,센트럴 파크의 푸른 잔디밭 위에서 대망의 합동 결혼식이 열렸다.수많은 뉴욕 시민들과 맨해튼 종합병원 동료들,그리고 천상계에서 인간들의 축복을 지켜보러 내려온대천사 라파엘까지 하객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신부 입장!"성의 대신 아름다운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리나와,차가운 이성 뒤에 숨겨둔 아름다움을 한껏 뿜어내는 테리가동시에 버진 로드를 걸어 들어왔다.그 끝에는 바다색 파란 눈동자를 다정하게 빛내는금발의 전직 천사 카시엘과,가죽 재킷 대신 멋진 턱시도를 차려입고 입을 벌린 채 감탄하고 있는강력계 형사 루카스가 서 있었다.카시엘은 아리나의 손을 건네받으며 그녀의 손등에 깊은 입맞춤을 남겼다."내 존재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니 그 너머까지
인간이 된 카시엘의 화가로서의 명성은뉴욕 매한탄의 갤러리 가를 연일 뒤흔들고 있었다.천사의 권능은 사라졌지만,아리나를 향한 인간의 깊은 사랑을 담아 붓을 쥐는 그의 작품들은독보적인 생명력을 품고 있었다.어느 주말, 카시엘은 아리나의 손을 잡고자신이 대관한 프라이빗 갤러리로 그녀를 이끌었다.텅 빈 전시장 중심에는 커다란 장막에 가려진 거대한 캔버스가 놓여 있었다."카시엘, 이게 뭐야? 나한테만 보여주겠다는 그림이?"아리나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묻자, 카시엘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장막을 걷어냈다."헉……!"아리나는 순간 숨을 들이켰다.캔버스 위에는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맨해튼 성 빈센트 병원 응급실에서환하게 웃고 있는 아리나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그런데 그 옆의 작은 캔버스들에는 잠든 아리나의 얼굴,커피를 마시며 찌푸린 얼굴,그리고 침대 위에서 부스스하게 눈을 뜬 지극히 사적인 아리나의 나날들이달달함 한도 초과 수준으로 섬세하게 담겨 있었다."천사 시절에는 당신의 모든 걸 눈으로만 담았지만, 이제는 내 손으로, 내 온기로 당신을 영원히 기록하고 싶었어요."카시엘이 아리나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그녀의 귓가에 깊고 다정한 숨결을 불어넣었다.아리나는 붉어진 얼굴로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속삭였다."바보 같긴…… 그림들이 너무 야하고 달콤하잖아."카시엘은 대답 대신 그녀의 입술을 깊숙이 머금으며,이제는 도망치지 않는 완벽한 남자의 직진을 선보였다.
카시엘이 진짜 인간이 되어 돌아왔다는 소식은롱아일랜드 밀러 가문의 대저택을 순식간에 뒤흔들었다.아리나의 손을 꼭 잡고 거실로 들어선 카시엘을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누나 에일린과 말수 없는 루이자였다."어머머, 이게 누구야! 우리 천사님 맞아요? 왜 이렇게 핫한 뉴욕 남자가 되어서 돌아온 거야!"에일린은 영안을 빛내며 카시엘의 주위를 핑글핑글 돌았다.은빛 성광 대신 깊고 묵직한 인간의 비다색 영기를 뿜어내는 카시엘의 변화에가문 사람들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가주인 아버지 역시 카시엘의 탄탄한 어깨를 툭툭 치며 묵직한 환대를 건넸다."고생 많았어요, 카시엘. 이제 진정한 필멸자로서 우리 아리나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군요.""감사합니다, 아버님. 가문에서 아리나를 지켜주신 덕분에 저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카시엘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아버님'라는 호칭이 나오자,아리나는 가슴이 뭉클해져 그의 팔을 꼭 껴안았다.어머니는 어느새 두 사람을 위해 맛있는 뉴욕식 가정식을 식탁 가득 차려내고 있었다.과거에는 고아로 자라 외로웠던 아리나와 천상계의 규율 속에 갇혀 감정을 몰랐던 천사.두 사람은 이제 대가족의 축복 속에서 완벽하게 녹아들며,다가올 평화롭고 달콤한 나날을 향해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루카스!!! 청첩장에 오타가 났잖아요! 내 이름이 '테리'인데 '태리'로 인쇄되면 어떡해요?!"맨해튼 오피스텔 25층 거실은 루카스와 테리의 결혼 준비로 매일이 전쟁터였다.테리는 등기부 등본과 청첩장 시안을 테이블에 펼쳐놓고 날카롭게 안경을 만지작거렸다."앗, 미안해요, 테리! 인쇄소에 내가 지금 당장 전화해서 싹 다 바꾸라고 할게! 화내지 마요, 응?"루카스는 거구의 몸을 웅크린 채 테리의 눈치를 보며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대령했다.강력계 형사로서 뉴욕의 흉악범들을 벌벌 떨게 하던 매서운 기세는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오직 예비 신부 테리의 잔소리 앞에서는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대형견 예비 남편일 뿐이었
카시엘과 아리나의 감동적인 재회와는 별개로,맨해튼의 오피스텔 25층에서는 루카스와 테리의 거대한 이 한참이었다."루카스! 내가 분명 드레스 투어는 다음 주에 하자고 했을 텐데.....?!"여전한 응급실 여의사 테리가 화이트보드를 탁 치며날카롭게 루카스 형사를 바라보며 으름장을 놓았다.밀러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 덕분에수녀원에서의 외로운 상처를 완전히 치유한 테리였지만,밀러 가문 어른들의 압박에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아니, 테리! 그건.....!! 우리 어머니랑 누나들이 다음 달에 센트럴 파크 야외 결혼식장을 예약해 버렸기 때문에 말이야.. 더 늦으면 드레스 없다잖아!"가죽재킷을 입은 강력계 형사 루카스가 쩔쩔매며 테리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었다.늘 전방에서 악마들을 때려잡던 루카스였지만, 이제는 테리의 말 한 마디에 꼬리를 흔드는 영락없는 대형견 남편 지망생일 뿐이었다."아, 정말 못말리는 우리 시월드............ 아...!"테리가 한숨을 쉬면서도, 자신을 진짜 며느리 삼고 싶어 안달이 난 가문 사람들의 다정함에 남몰래 입꼬리를 올렸다.까칠한 츤데레 여의사와 무대포 대형견 형사의 달콤살벌한 결혼 준비는 뉴욕을 로코의 열기로 물들이고 있었다.진짜 인간이 된 카시엘의 일상은 그야말로 아리나를 향한 의 연속이었다.천사 시절의 무뚝뚝함은 어리론가 다 사라지고,이제는 아리나가 퇴근할 때마다 병원 로비에서 대형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뉴욕 최고의 로맨티스트가 되어 있었다."카시엘, 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요... 부끄럽게 진짜..."아리나가 볼을 붉히며 다가오자,카시엘은 씩 웃으며 아리나의 허리를 다정하게 감싸 안고그녀의 이마에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추었다.은둔 화가로서 뉴욕 미술계를 뒤흔들 만큼 대성공을 거둔 그였지만,그의 세상은 오직 알이나 하나로만 글러가고 있었다."인간들은 사랑하는 연인을 자랑하는 거라고 들었어요. 나는........
아리나가 느낀 기묘한 텔레파시처럼, 그가 돌아왔다.달빛이 아름다운 밤,대저택의 정원에는 기적처럼 은은한 성광 대신 따스한 인간의 기척이 내려 앉았다.바람을 맞으며 서 있던 아리나의 등 뒤로, 2년 동안 그토록 그리워했던 그의 묵직하고 단단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전처럼 로봇같이 뻣뻣하고 뚝딱거리는 발소리가 아니었다.완벽한 인간의 보폭이었다."아리나!"나직하고 깊어진 목소리에 아리나가 번개라도 맞은 듯움찔하여 뒤를 돌아보았다.그곳에는 너무나도 낯설지만 또한 무엇보다 익숙한...이제는 은빛이 아닌, 깊은 바다색 눈동자를 지닌찰랑이는 금발의 아름다운 남자가 서 있었다.카시엘이었다."카시엘.......... 정말 카시엘이에요?"아리나의 눈에서 딝똥같은 눈물이 뚝뚝 흘러 내려왔다.카시엘은 더 이상 도망치거나 뚝딱거리지 않았다.그는 성큼성큼 걸어와 아리나를 자신의 넒은 품 안에 와락 끌어 안았다.2년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뜨거운 남자의 체온과 거센 심장 박동이 아리나의 온몸으로 전해졌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이제 영원히 당신 곁에 머무를 인간이 되어 돌아 왔습니다."카시엘이 아리나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며 속삭였다.두 사람의 입술이 마침내 하나가 되어 다시 겹쳐진 순간,정원에는 달달함 한도 초과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애틋하고 진한 로맨스의 향기가 가득 피어올랐다.
카시엘의 상처를 치료한 것은 테리였다.그녀는 사나운 표정으로 카시엘의 팔을 꿰맸다."당신, 바보야? 우리가 지켜줘야 할 환자를, 때려잡으면 어떡게 해?""저는 때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잡은 것이 아니라, 그를 붙잡고 있었을 뿐입니다."테리는 한숨을 내쉬며 루카스를 쳐다봤다.루카스는 복도에서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었다.테리는 문득 짓궃은 심술이 났다."형사님, 그렇게 걱정되면 들어와서 직접 보시든가요.아리나를 걱정하는 거예요, 아니면 이 사고뭉치 걱정하는 거예요?""둘 다입니다! 교수님은 왜 매번 그렇게 삐딱하
며칠 뒤, 성 빈센트 병원에 폭주하는 환자가 들어왔다.그는 약물 중독도, 정신 질환도 아니었다.카시엘의 눈에는 환자의 목을 감싸고 있는 검은 손들이 보였다.하급 악마들이 인간의 분노를 자극해 난동을 일으키려 하는 것이었다."모두 죽여버릴 거야! 너희가 나한테 한 짓을 다 알아!"환자가 가위를 들고 간호사들을 위협했다.아리나가 그 앞을 가로막았다.그녀는 겁에 질려 떨면서도 떨리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진정하세요. 저희는 당신을 도우러 왔어요. 하나님도 당신을 돕고 계시구요.."아리나의 말에 악마들이 킥킥거리며 웃
루카스와 아리나가 병원 근처 델리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카시엘은 홀로 로비에 남아 사람들의 영혼을 관찰하고 있었다.뉴욕은 화려하지만 그만큼 어두운 그림자도 많았다.특히 최근 병원 주변에서 발생하는 '원인 모를 쇠약증' 환자들이카시엘의 신경을 자극했다."그들은 영혼을 빨리고 있어."카시엘이 혼잣말을 내뱉었을 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의학적으로는 만성 피로와 영양실조라고 부르지. 헛소리는 그만해."테리였다. 그녀는 수술을 막 마쳤는지 수술복 차림 그대로 카시엘 앞에 섰다.그녀는 카시엘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뉴욕의 아침은 시끄러운 경적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아리나는 자신의 낡은 아파트 거실에서정좌한 채 창밖을 내다보는 카시엘에게 토스트를 내밀었다."카시엘, 오늘은 병원 로비에서 안내 봉사를 해보기로 했잖아요. 기억하죠?""기억합니다. 인간들의 '길 잃음'을 방지하는 임무군요."카시엘은 비장한 표정으로 토스트를 베어 물었다.이제는 제법 잼을 바르는 손길이 안정적이었지만,여전히 빵을 씹는 행위 자체를 거룩한 의식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아리나는 그런 그가 귀여우면서도 걱정스러웠다.병원 로비 안내 데스크에 앉은 카시엘은,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