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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화 완벽한 폐허, 그리고 축포(3)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11.10.2026 08:01:50

도진은 두 팔을 벌려 텅 빈 거실을 향해 천천히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하하… 하하하하하!!"

기쁨과 환희에 찬 웃음소리가 다시 한번 터져 나왔다.

그는 부서진 샹들리에의 조각을 밟고 서서, 마치 무대 위에서 기립 박수를 받는 배우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허공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 영광을, 나에게 완벽한 영감을 준 나의 더러운 창녀에게 바칩니다."

아무도 없는 집.

대답 없는 허공을 향해 던진 조롱 섞인 공식 연설이었다.

하지만, 그가 몸을 일으키고 미친 듯한 웃음을 서서히 멈추었을 때.

도진의 귓가에 기묘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내가 떠난 집은 너무나도 컸다.

평소라면 서아가 또각또각 힐을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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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220화 완벽한 폐허, 그리고 축포(3)

    도진은 두 팔을 벌려 텅 빈 거실을 향해 천천히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하하… 하하하하하!!"기쁨과 환희에 찬 웃음소리가 다시 한번 터져 나왔다.그는 부서진 샹들리에의 조각을 밟고 서서, 마치 무대 위에서 기립 박수를 받는 배우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허공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 이 영광을, 나에게 완벽한 영감을 준 나의 더러운 창녀에게 바칩니다."아무도 없는 집.대답 없는 허공을 향해 던진 조롱 섞인 공식 연설이었다.하지만, 그가 몸을 일으키고 미친 듯한 웃음을 서서히 멈추었을 때.도진의 귓가에 기묘한 적막이 내려앉았다."……."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아내가 떠난 집은 너무나도 컸다.평소라면 서아가 또각또각 힐을 신고 걸어 다니는 소리, 그녀가 클래식을 틀어놓고 우아하게 차를 마시는 소리, 가끔 신경질적으로 가정부를 부르는 소리가 집안을 채우고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이 거대한 저택에는 오직 강도진 한 사람의 숨소리만이 존재했다.창문을 때리는 빗소리마저 차단된 완벽한 방음의 세계.그것은 마치 진공 상태의 무덤 같았다."…뭐야. 갑자기 공기가 왜 이렇게 무거워."도진은 실크 가운의 깃을 여미며 미간을 찌푸렸다.자신은 모든 것을 가졌다.적을 완벽하게 파멸시켰고, 권력과 명예의 정점에 섰다.그런데 왜, 명치끝에서부터 알 수 없는 싸늘한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도진은 고개를 강하게 내저었다.'착각이야. 나는 승리자다. 저 쓰레기 같은 여자를 치워버렸으니, 이제 내 인생은 완벽하게 무균 상태의 평온을 되찾은 거야.'그는 애써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219화 완벽한 폐허, 그리고 축포(2)

    [호텔과 방송 장비는 이미 출간 기자 간담회 때 계약해 둔 곳을 그대로 쓰면 됩니다. 지금 같은 화제성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게 대표님 판단입니다.]김 편집장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그런데 작가님. 축하드릴 일과 별개로, 혹시 인터넷 여론 보셨습니까?]"여론이요? 아니요. 저는 작업이 끝나면 한동안 활자를 멀리하는 편이라서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소설이 워낙 생생하다 보니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소설 속 갤러리 관장 희수가 백서아 관장님을 모티브로 한 게 아니냐는 말입니다. 불륜 상대인 젊은 화가가 최근 은퇴한 권이안 작가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고요.]도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출판사가 허구라는 공식 입장을 내 불길을 끈다면, 서아를 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해 던진 폭탄의 위력이 줄어들 터였다."편집장님. 입장문은 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네? 하지만 관장님 명예도 있고…….]"소문은 억지로 막을수록 더 크게 번집니다. 독자들이 제 소설에서 현실을 겹쳐 본다는 건 그만큼 세계가 생생하다는 반증이기도 하지요. 제 아내는 강한 사람입니다. 이런 루머에 흔들릴 여자가 아닙니다. 무대응으로 일관해 주십시오."[아아…… 역시 강 작가님이십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기념행사 준비 내용은 아침에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작가님!]뚝.통화가 끝났다."크하하하…!"핸드폰을 소파 위로 던져버린 도진은 고개를 젖히고 폭소를 터뜨렸다.웃음소리가 텅 빈 거실 벽을 타고 찌렁찌렁하게 울렸다."굳건한 믿음? 하하하! 미치겠군, 정말."도진은 숨이 넘어갈 듯 웃으며 배를 부여잡았다.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218화 완벽한 폐허, 그리고 축포(1)

    쏴아아아-.거침없이 쏟아지는 폭우 소리가 대저택의 두꺼운 방음 유리를 뚫고 희미하게 스며들었다."후우."강도진은 마스터 욕실의 거대한 욕조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뜨거운 물에서 피어오른 하얀 수증기가 그의 탄탄한 상반신을 감쌌다. 최고급 히노끼 나무의 은은한 향이 욕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그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우아한 동작으로 수건을 집어 들어 젖은 머리칼을 닦아냈다.방금 전까지 이 집안에서 일어났던 일.아내가 피투성이가 되어 비명을 지르고, 살림살이를 때려 부수고, 결국 미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도망쳐 나간 그 모든 소동은 마치 다른 세계의 일인 것처럼 평온한 얼굴이었다."정말이지… 수고했어, 서아 여보."도진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입가에 걸린 미소는 지극히 부드러웠으나, 눈동자에는 파충류 같은 서늘한 이채가 번뜩이고 있었다.욕실을 나온 그는 짙은 네이비색 실크 가운을 걸치고 침실로 향했다."……."안방 문을 여는 순간, 도진의 발걸음이 멈췄다.침실은 처참했다.수천만 원짜리 페르시안 카펫 위에는 핏방울이 뚝뚝 떨어져 검붉게 말라붙어 있었고, 아내가 아끼던 화장대 위는 온통 난장판이었다.그리고 도진의 시선이 화장대 거울에 가닿았다.[희수]시뻘건 립스틱으로 짓이기듯 써 내려간 두 글자.글씨의 끝자락이 눈물인지 핏물인지 모를 액체와 섞여 섬뜩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도진은 천천히 화장대 앞으로 다가갔다."하하."거울에 적힌 글씨를 손가락으로 가만히 쓸어내리던 도진의 입에서, 결국 참지 못한 낭랑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기대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217화 도망친 쥐새끼의 무덤(3)

    '포르쉐.'문득 자신이 타고 있는 차의 엠블럼이 눈에 들어왔다.강도진의 돈으로 산 포르쉐. 이 차에 달려 있는 GPS가, 강도진의 서재 모니터에 자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이 차도 안 돼… 버려야 해…."서아는 외곽순환도로를 빠져나와 톨게이트를 지났다.비가 쏟아지는 경기도 외곽의 어느 한적한 국도변.서아는 잡초가 무성한 공터에 포르쉐를 거칠게 세웠다.시동도 끄지 않은 채, 그녀는 크로스백 하나만 달랑 매고 밖으로 뛰쳐나왔다.폭우가 서아의 몸을 사정없이 때렸다.검은색 트레이닝복이 순식간에 젖어 살에 들러붙었고, 깊게 눌러쓴 캡모자 창 위로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서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걷기 시작했다.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다. 그냥 강도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이 들리지 않는 아주 깊고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고 싶었다.얼마나 걸었을까.칠흑 같은 국도를 따라 한 시간 넘게 빗속을 헤매던 서아의 눈앞에, 녹슨 간판 하나가 희미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청수 여관 - 숙박 30,000원]간판의 불빛은 반쯤 나가 '청 여 '라고만 기괴하게 깜빡거리고 있었다.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3층짜리 콘크리트 건물. 주변에는 버려진 폐타이어와 쓰레기봉투들이 뒹굴고 있었다.평소의 백서아라면 숨을 쉬는 것조차 불쾌해하며 고개를 돌렸을 끔찍한 빈민가 여관.하지만 지금의 서아에게는 그곳이 유일한 도피처였다.서아는 물귀신처럼 젖은 몸을 이끌고 여관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다.끼기긱-기분 나쁜 쇳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지독한 곰팡내와 담배 찌든 내가 훅 끼쳐왔다.카운터에는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216화 도망친 쥐새끼의 무덤(2)

    그때였다.지잉- 지잉-!조수석에 던져둔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발신자는 갤러리의 최 부관장이었다.서아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여, 여보세요."[관장님!! 지금 어디십니까!! 연락이 왜 이렇게 안 돼요!]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최 부관장의 목소리는 평소의 깍듯함은 온데간데없고 찢어질 듯 날카로웠다."무슨 일이야. 한밤중에."서아는 애써 침착한 척 목소리를 깔았다. 아직, 아직은 모를 수도 있다. 그저 갤러리에 급한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다음 순간, 서아의 헛된 희망은 산산조각 났다.[무슨 일이냐고요?! 관장님 지금 인터넷 안 보셨어요?! 난리가 났다고요!!]"인터넷…? 뭐, 뭔데."[강 작가님 신작이요! 거기 나오는 여자 주인공 '희수' 직업이 갤러리 관장인 건 아시죠? 근데 그 여자가 불륜을 저지르는 묘사들이… 우리 갤러리 상황이랑 너무 똑같잖아요! 심지어 소설 속 전시회 일정, 작품명, 거래처 이름까지 전부 다 관장님 스케줄이랑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다고요!]"……."서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피가 배어 나왔다.[지금 미술계 커뮤니티랑 SNS 다 뒤집어졌어요. 강 작가님이 자기 아내 불륜 사실을 소설로 까발린 거 아니냐고. 심지어 소설 속에 나오는 '류'라는 젊은 화가… 그거 지난번에 손 다쳐서 은퇴한 그 '이안' 작가 아니냐고 벌써 실명까지 다 털렸다고요!!]최 부관장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차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관장님! 이거 사실입니까?! 관장님이 정말 그 어린 작가랑… 하아, 미치겠네 진짜. 지금 주요 VIP 클라이언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215화 도망친 쥐새끼의 무덤(1)

    "하하하하! 하하하하하!"거울 앞에서 미친 듯이 웃어대던 서아의 웃음소리가 어느 순간 뚝, 하고 끊겼다.허공을 찢던 기괴한 폭소가 멈추자, 텅 빈 안방에는 창문을 때리는 거센 빗소리만이 섬뜩하게 울려 퍼졌다."……."서아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몰골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온몸은 피와 진물로 엉망이었고, 입가에는 시뻘건 립스틱이 광대뼈까지 번져 있었다. 그 위로 붉은 립스틱으로 갈겨쓴 '희수'라는 두 글자가 흉측하게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이대로 있으면.'서아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이 집에 계속 있으면, 난 정말 희수가 돼버릴 거야.'소설 속 희수의 결말은 '완벽한 위선자로 다시 태어나 남편의 옆에 기생하는 것'이었다. 껍데기뿐인 우아함을 지키기 위해, 강도진이라는 괴물의 쇼윈도 마네킹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싫어…."서아는 고개를 저었다."그 새끼 무대 위에서 평생 광대 노릇 하라고? 그 새끼가 던져주는 대본대로 살라고? 미쳤어. 내가 왜."본능적인 생존 욕구가 완전히 타버린 줄 알았던 서아의 이성을 간신히 깨웠다.도망쳐야 한다.강도진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그의 활자가 미치지 않는 곳으로.서아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바닥에 박혀 있던 미세한 유리 조각들이 살을 파고들며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었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드레스룸으로 달려간 서아는 미친 듯이 캐리어를 끌어내렸다.우당탕!수백만 원짜리 에르메스, 샤넬 백들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서아는 반사적으로 그 가방들을 주워 담으려다 멈칫했다."이거 다… 강도진 돈으로 산 거잖아."가방뿐만이 아니었다.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제4화 마침표가 없는 방(2)

    제4화 마침표가 없는 방(2)그는 연기 속에서 잠시나마 안도감을 느꼈다.하지만 담배가 타들어갈수록, 그의 불안감은 다시 피어올랐다.담배가 손가락에 닿을 정도로 짧아지자, 그는 재떨이에 비벼 껐다.그는 다시 키보드 앞으로 다가갔다.'한 문장이라도 쓰자. 딱 한 문장만.'그는 눈을 질끈 감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타닥, 타닥, 타닥.[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그는 또다시 'Back Space' 키를 눌렀다.투투투툭.햇살? 너무 흔해. 오후? 그래서?그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가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제6화 완벽한 세계에 떨어진 불씨(2)

    제6화 완벽한 세계에 떨어진 불씨(2)"지루해……."서아는 무의식중에 중얼거렸다.완벽해서 지루했고, 안전해서 숨이 막혔다.그녀는 나른한 손길로 남은 포트폴리오 더미를 뒤적거렸다. 그러다 문득, 가장 아래쪽에 깔려 있던 서류 봉투 하나가 눈에 띄었다.다른 지원자들의 화려한 가죽 바인더나 고급스러운 클리어 파일과는 전혀 다른, 구겨지고 낡은 크라프트지 서류 봉투였다.봉투 겉면에는 발신인의 이름조차 제대로 적혀 있지 않았다. 그저 검은색 매직으로 투박하게 갈겨쓴 두 글자만이 전부였다.[ 이 안 ]"이안……? 성도 없이 이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제5화 완벽한 세계에 떨어진 불씨(1)

    제5화 완벽한 세계에 떨어진 불씨(1)오전 9시 30분.갤러리 ‘아르테’의 아침은 서아의 구두굽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또각, 또각.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는 10센티미터 스틸레토 힐의 마찰음. 그 소리는 갤러리 내부의 모든 스태프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이자 신호였다.서아가 메인 전시홀에 들어서자, 작품을 닦고 조명을 맞추던 직원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수석님, 안녕하십니까.""좋은 아침입니다."서아는 눈으로 가볍게 인사를 받으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허공이 아니라, 갤러리 벽면에 걸린 억대의 작품들

  •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제3화 마침표가 없는 방(1)

    제3화 마침표가 없는 방(1)계단을 오르는 도진의 발소리는 대리석 바닥에 규칙적으로 부딪히며 서재 앞으로 향했다.문을 열자, 차갑게 식은 공기가 그를 맞이했다. 서재는 그의 성소이자, 거대한 감옥이었다.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는 고전부터 현대 소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선명하게 박힌 장편 소설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넓고 묵직한 마호가니 책상 앞에 앉았다. 의자에 몸을 기대자 기분 좋은 가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도진은 심호흡을 크게 한 번 내쉬고는, 전원 버튼을 눌렀다.부잉-, 하는 기계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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